신천지 이만희 "필리핀 국빈대접" 알고 보니 투어 상품?

조회수 2020. 3. 18. 17: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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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PD수첩을 보게 됐습니다. 신천지에 관한 내용이었는데요, 마침 필리핀에서 신천지 교주를 국빈대접(?) 하는 듯한 장면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각 잡힌 경찰 호위를 받으며 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조금 더 지켜보니 재밌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필리핀에서는 이런 호사를 일반인도 쉽게 누릴 수 있다는데요. 경찰 에스코트는 하나의 ‘이색 체험’ 혹은 ‘투어 상품’으로 돈을 내면 누구나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호기심이 발동한 에디터는 필리핀에서 ‘경찰 에스코트 서비스’를 받아봤다는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교통체증으로 악명높은 필리핀의 도로 / 출처 = www.pna.gov.pharticles1080093

덕분에 알게 된 사실!! 우선 필리핀은 교통체증으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특히 수도 마닐라는 도로 정체로 악명 높은 곳이죠. 실제로 필리핀에서 ‘이색 체험’을 했다는 사람들 역시 꽉 막힌 도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아래 글은 온라인 상에 공유된 여러 필리핀 경찰 호위 리뷰들의 공통된 내용을 바탕으로 각색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재작년 2월, 필리핀으로 패키지여행을 떠난 A 씨의 이야기를 살펴볼까요?

그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우리는 관광버스에 올라탔습니다. 가이드는 목적지까지는 약 3~4시간 정도 걸린다고 알려 주더라고요. 1인당 10달러씩 내면 소요 시간이 1시간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해서 무슨 일인가 싶었죠. 어쨌든 도로에서 버리는 시간이 줄어든다는데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요. 당시 패키지 일행들은 모두 동의했고, 가이드는 돈을 걷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바로 ‘필리핀 *콘보이(Convoy) 서비스’더라고요.


*convoy: (특히 군인이나 다른 차량의) 호송[수송]대를 뜻함

필리핀 콘보이 / 출처 = FAQ.ph

이름하여 ‘경찰 경호 서비스’인데요, 관광버스 2대를 경찰이 호위했습니다. 앞에 가는 차들은 다 비키라고 해서 우리가 탄 버스는 막힘 없이 질주할 수 있었죠.


한국이라면 일반인이 경찰 사이드카 경호를? 하며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대통령이나 외국 국빈처럼 특별한 경우에나 가능한 일일 테니까요. 돈으로 공권력도 움직일 수 있다니 정말 신기했습니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경찰관들의 급여가 박봉이라 일종의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한다고 하더라고요. 나라에서도 경찰관 월급을 올려줄 형편이 못되니, 어느 정도는 묵인해주는 분위기라나?


이런 콘보이 서비스가 빛을 발하는 때는 역시 출퇴근 시간이라고 합니다. 꽉 막힌 도로가 홍해 갈라지듯 길이 트이고, 역주행까지 하는 경우도 생긴다 하더라고요.


아무튼, 저를 비롯해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색다른 광경에 카메라를 꺼내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기 바빴답니다.”


여기 또 다른 후기도 있습니다.

따가이따가이로 가는 날 아침이었습니다. 오전 7시에 출발한다기에 버스에 올라탔더니 가이드가 말하더군요. “어제 다녀 보셔서 아시겠지만, 차가 너무 밀립니다. 오늘은 필리핀 경찰이 앞뒤로 콘보이(convoy)를 하기로 했습니다. 경비는 총 200달러입니다. 어린이를 제외한 성인분들은 1인당 10달러씩 내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자 차에 탄 관광객들은 “그러지 뭐”하며 돈을 내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필리핀 마닐라의 교통정체는..정말 당해보지 않고는 잘 모릅니다. 서울 러시아워는 이에 비하면 양반격이라고 할까요? 한국인 여행객 입장에서는 10달러에 제대로 호강 한번 누려보자는 계산이 작용한 듯합니다.

참고 이미지 / 출처 = UNTV

곧이어 경찰 5명이 관광버스 앞, 뒤, 옆에 붙어 교통을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도로를 달리는 일이 훨씬 수월해졌죠.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믿기지 않아 가이드에게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이들은 진짜 경찰이 맞고, 그저 본인의 근무를 서는 것일 뿐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경찰이 민간의 돈을 받고 콘보이를 하냐고 재차 묻자 씩- 웃어 보이며 이렇게 답하더군요. 


“원래 경찰의 콘보이는 15년 전부터 단체관광객들이 요청하면 해줬는데, 요즘엔 거의 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누군가 단단히 힘을 썼나 봅니다.” 


듣자 하니, 이들 교통경찰은 쉬는 날 소위 알바를 하는 게 아니라 정식으로 근무를 서는 것이고, 받은 돈 200달러는 위로 올려 분배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합니다. 참 대단한 나라구나 싶었죠.

참고 이미지 / 출처 = The Manila Times

아무튼, 교통경찰의 호송대 덕분에 관광버스는 시내 주행이나 고속도로를 거침없이 내달렸습니다. 때론 빨간불도 무시했고, 어떨 때는 중앙선을 넘기도 했습니다. 역시 경찰의 파워는 막강하구나 싶었죠.


영화 같은 상황에 함께 차를 타고 있던 사람들은 흥분했습니다. 마치 대통령이나 된 듯 경찰의 호위를 받자 신이 난 거죠. 한 아주머니는 “이렇게 호사를 누리니 너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버스가 잠시 고속도로 휴게소에 정차하자 사람들은 교통경찰과 오토바이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이라면 어림도 없을 일이 필리핀에서는 대낮에 일어나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기가 찰 노릇이었죠.


그렇게 필리핀 교통경찰들은 온종일 관광버스를 호위했습니다.


좁은 국도에서는 2차선에 있는 차들을 무조건 1차선으로 보내며 버스가 가는 길을 터줬고, 옴짝달싹할 수 없을 때는 중앙선을 넘어가도록 편 차선을 막기도 했는데요. 승용차와 지프니, 관광버스 등은 순순히 길을 내줘 경찰의 권력을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이런 호사도 마닐라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서 멈추고 말았습니다. 그 많은 차선에도 불구하고 차량이 빼곡히 들어차자 경찰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듯했죠. 그런데도 그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끝까지 버스를 이끌었습니다.


저녁을 먹으러 간 식당은 물론, 호텔로 돌아오는 길까지 그들의 콘보이는 계속됐는데요. 모든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니 저녁 9시가 다 됐더라고요. 경찰들의 임무도 그제야 끝이 났습니다.


어찌 보면 자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호의를 베푼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라도 소득을 보전받아야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쪽이 저릿해지더군요.


이런 비슷한 후기는 2019년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경찰의 호위를 받는 국빈 체험(?)하기가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니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여행하는 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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