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나만 알고 싶은 벚꽃 로드
매년 봄이 오면 인천에 간다. 이유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여유롭게 만끽하고 싶어서. 아직 소문 덜 난 벚꽃 여행지는 '원인재 벚꽃로'. 원인재역 사거리에서 먼우금길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1km에 벚나무가 줄지어 있어 벚꽃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넉넉한 인도가 장점이다. 다른 장소에 비해 덜 붐벼 독사진도 연출 가능하다. '인천대공원'에서 열리는 벚꽃 축제도 빠질 수 없다. 800여 그루의 왕벚나무가 1.2km에 걸쳐 줄지어 있는 모습은 눈부시다. 인천 최대 규모로 사람이 붐벼도 불쾌하지 않다. 자전거를 타고 벚꽃비를 맞다보면 퀘퀘 묵은 스트레스가 씻겨나가는 기분이랄까. 공원 내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 다가오는 봄, 여유롭게 벚꽃을 즐기고 싶다면 인천으로 향해보시길.
‘봄’ 하면 역시 ‘벚꽃’이다. 무채색의 롱 패딩은 벗어던지고 분홍분홍한 꽃망울을 만나러 가야 하는 거다. 굳이 멀리 갈 필요는 없다. 생활 반경에서 조금만 둘러보면 보물 같은 꽃놀이 명소를 찾을 수 있다. 에디터는 주말이 되면 안양천으로 향한다. 산책길을 따라 양쪽으로 늘어선 벚나무는 꽃잎들이 얼기설기 얽혀 로맨틱한 꽃 터널을 이룬다.‘벚꽃 팝콘’이 팡팡 터지기 시작할 때도 물론 아름답지만, 꽃이 질 무렵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비’도 놓쳐서는 안 된다. 진해군항제 부럽지 않은 풍경을 눈에 담으며 곳곳에 마련된 정자나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가도 좋다.
연희동에는 봄날의 정취를 만끽하기 좋은 길이 있다. 랜드마크인 사러가 마트에서 시작해 궁동공원까지 지그재그를 그리며 걷는 것. 연희로에는 유난히 멋지고 세련된 주택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터의 세월을 보여주는 멋진 꽃나무들이 참 볼 만하다. 이 길이 재미난 점은 집집마다 고양이 급식소를 차렸다는 것. 동네의 푸근한 인심을 보여주듯 팔자 좋은 고양이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길을 가득 채운 꽃구름과 고양이, 한 손에 든 커피까지. 소소한 꽃산책을 즐기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학교 다닐 때 그런 말이 있었다.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고. 바로 뒤 남산 산책로며 학교 간 건물을 잇는 구름다리에까지,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지천에 널렸는데도 수업을 들어야 했던 그 서글픈 기억.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그때 그 기억마저 소중한 추억이었음은 말해봐야 입 아프다. 캠퍼스 곳곳마다 벚나무가 있었지만, 특히 혜화관 4층과 법학관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 다리는 학생들 사이에서 ‘벚꽃 핫플’ 로 유명했었다. 다음 강의실로 바쁘게 이동하다가도 한 번씩 걸음을 멈추고 이곳에 핀 벚나무를 구경하며 너도 나도 셀카를 찍곤 했었던 기억이 생생. 나만의 벚꽃 핫플은 바로 '동국대학교'와 충무로다.
여의도 벚꽃축제에 갔다가 압사당할 뻔한 경험, 한 번쯤 있었을 거다. 그 뒤로 우리집 앞에 핀 벚꽃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양재천 벚꽃로드를 알게 됐다. 하천을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몽글몽글 피어오른 벚꽃들이 꽃강을 만든 듯했다. 특히 가지가 길게 늘어선 수양 벚꽃들이 가득해 봄기운을 한결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여의도나 잠실 호수 공원 보다 낮 시간대 인파가 많지 않은 점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 주변으로 유럽풍의 카페 거리가 조성되어 이국적이며, 저녁에는 점등과 함께 여러 공연이 펼쳐져 낭만적인 벚꽃길을 만날 수 있다.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아파트로 연결되는 벚꽃길이 있다. 이 구간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코스다. 벚꽃나무도 굉장히 크고 사람도 붐비지 않아서 좋다. 호텔 진입로로 가서 구경할 수도 있지만 워커힐아파트를 통해 호텔로 갈 수도 있다. 호텔 벚꽃길도 아름답지만 아파트 단지에 피어난 벚꽃이 더 풍성하다. 이곳만 들르기 아쉽다면 아파트에서 쭉 내려오면 정보도서관이 보인다. 벚꽃 구경을 마치고 독서를 하는 기분도 뿌듯하다. 마음도 채우고 한강도 구경하고 만개한 벚꽃까지 볼 수 있는 일석삼조 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