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미니바에서 비싼 콜라 아무렇지 않게 마시는 이유?
10유로와 15유로
vs
120유로와 125유로
자, 어떤가. 같은 5유로 차이인데, 뒤의 5유로 차이가 작아보이지 않는가.
행동경제학에서 유명한 '베버-페히너'의 법칙이다. 같은 5유로라도, 상대성에 따라 그 체감 강도가 확 달라진다. 우리가 여행을 할 때를 예로 들어보자. 평소에는 10만원에 벌벌 떠는데, 100만원짜리 패키지 여행을 가서는, 10만원짜리 현지여행 옵션을 아무렇지도 않게 선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종의 멍청비용인데, 이 심리 배후에 이 법칙이 작동한다.
이런 멍청비용,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요? 흑흑
여행 고수들이 '여행예산 파괴자'로 1순위에 올리는 것도 이 베버-페히너 법칙에 따른 심리현상이다. 여행의 경우 뿐 아니다. 평소에도 이런 멍청심리가 적용될 때가 있다. 고가 휴대폰을 산 뒤, 아무렇지도 않게 휴대폰 액정커버와 케이스 같은 액세서리를 살 때다. 금방 100만원에 가까운 휴대폰을 산 사람에게는 7000원 짜리 커버나 3만원대 케이스가 푼돈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심리학자들은 일종의 상대성에서 나온 착시효과로 이 멍청심리를 분석한다. 이런 상대성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특히 바짝 긴장하고 생활하는 평소 보다, 심리 상태가 말랑말랑해 지는 여행에서 이 심리는 우리에게 칼을 겨눈다.
이케아 창립자 잉바르 캄프라는 2012년 블룸버그가 선정한 세계 갑부 4위에 올라 있는 세계적 부호로 꼽힌다. 반면 그는 지독한 구두쇠로도 정평이 나 있다. 자동차는 낡은 볼보가 전부고, 출장을 갈 때는 어지간 하면 비행기 대신 기차를 탄다. 최대한 저렴한 표를 구입하려고 몇시간 동안 인터넷 검색을 하고 당연히 경로 우대 할인카드도 꼭 챙긴다. 하지만 호텔에서는 이 상대성 심리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는 스스로 구두쇠가 아니라며 "호텔 미니바에선 비싼 콜라를 꺼내 마신다. 싼 콜라를 채워넣기 위해 슈퍼마켓 (따위엔)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잉바르 캄프라도 당하는 판에 우리 여행족들이야. 호텔 숙박료로 3박에 1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고 나면, 5000~6000원 선인 콜라(슈퍼에선 1000원선)쯤은 우습다. 마찬가지다. 국내에선 10만원에 가까운 외식비가 나오면 경악하지만 수백만원 들여 간 여행지에서라면 기꺼이 쓰고 만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제학 전문가 하노 벡은 부자들의 생각법이란 책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백만장자와 보통 사람의 차이는 이런 작은 부분에 있다. 부자들은 상대성이 만드는 착각에 잘 속지 않는다. 수백억 유로를 갖고 있어도 1유로는 언제나 1유로일 뿐이다.". 그리고 덧붙인다. 해외여행에서 약간의 사치를 누리고 싶다면 누려라고. 하지만 상대성이 일으키는 이 멍청착각은 알아둬야 한다고.
글=신익수 여행+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