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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무결한 스플릿 세컨드. 랑에 운트 죄네 트리플 스플릿.

조회수 2018. 2. 9. 15: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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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HH 2018] 랑에 운트 죄네 신제품 리포트

SIHH 2018 개최 기간이었던 지난 1월 17일은 독일의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랑에 운트 죄네(A. Lange & Söhne) 창립자의 증손자이자 브랜드 재건의 주역인 발터 랑에(Walter Lange, 1924-2017)가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랑에 운트 죄네는 SIHH 부스 내부에 발터 랑에를 기리는 추모 섹션을 따로 마련하고, 한쪽 벽면을 온통 발터 랑에를 추억할 수 있는 그의 사진들과 그가 실린 주요 뉴스 커버리지, 생전 수상한 각종 훈장들과 인터뷰 사진 등을 스크랩해 발터 랑에의 타계 1주기를 의미 있게 기념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제품 프레젠테이션 시간에도 신제품 소개에 앞서 발터 랑에를 추억하는 짧은 브랜드 필름을 상영하고 그의 업적을 회고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는데, 당시 마이크를 잡은 본사 담당자가 인사말 도중 발터 랑에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는 통에 장내가 일순간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발터 랑에를 향한 본사 직원들의 애정과 존경심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를 새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포스팅을 빌어 다시 한번 시계 업계의 영원한 거인인 발터 랑에의 명복을 빕니다. R.I.P. Walter Lange.

트리플 스플릿 (Triple Split)

올해 랑에 운트 죄네의 하이라이트 모델은 단연 트리플 스플릿입니다. 매년 그 해의 플래그십 모델을 대형 조형물 형태로 부스 앞에 전시하는 랑에 운트 죄네는 올해 이례적으로 다이얼면이 아닌 무브먼트가 보이는 케이스백쪽을 노출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다토그래프, 더블 스플릿 등으로 이어진 랑에 운트 죄네의 수동 크로노그래프 제품군은 특히 전통적이면서도 빼어난 피니싱으로 명성이 자자하지요. 이번 트리플 스플릿 역시 새롭게 개발한 아름다운 무브먼트와 그 안에 담긴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이렇듯 무브먼트를 크게 키워 보여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이 조형물 자체도 제작하기 매우 까다로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2004년 발표한 더블 스플릿

랑에 운트 죄네는 1999년 브랜드 최초의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인 다토그래프를 선보이고, 5년 후인 2004년에는 불어로 라트라팡테(Rattrapante)로 불리는 스플릿 세컨즈, 즉 특정 구간의 두 랩타입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더블 스플릿을 런칭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랑에 운트 죄네는 세계 최초로 최대 12시간 내 구간의 비교 시간을 시, 분, 초 단위로 각각 정확하게 측정, 표시할 수 있는 트리플 스플릿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출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전통적으로 크로노그래프, 특히 라트라팡테는 퍼페추얼 캘린더, 리피터와 함께 하이 컴플리케이션으로 분류될 만큼 기술 장벽이 매우 높은 장르입니다. 몇 개의 칼리버로 십 수 년째 베리에이션을 양산하는 몇몇 경쟁 하이엔드 시계제조사들과 굳이 비교를 하자면, 랑에 운트 죄네는 기존의 베이스에 모듈을 추가하는 수준에서 머무르지 않고 아예 새로운 칼리버를 제작하고 나아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능까지 추가하는 식으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전의 더플 스플릿이 30분 지속되는 구간의 비교 시간 측정이 가능했다면, 트리플 스플릿은 다이얼 12시 방향에 별도로 아워(12시간) 카운터와 두 핸즈를 추가해 보다 긴 시간대와 구간의 비교 시간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가령 포뮬러 1 레이스나 마라톤, 수영 등에서 두 명의 선수간 시간 기록을 더욱 다채롭게(?) 측정, 비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케이스 10시 방향에 위치한 독립 푸셔(라트라팡테 푸셔)를 누르면 3개의 블루 스틸 핸즈가 즉각 멈추게 되고, 다른 로듐 도금 마감한 골드 핸즈들은 계속해서 시간을 측정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라트라팡테 푸셔를 누르면 멈춰 있던 블루 핸즈가 기존의 핸즈를 따라가면서(라트라팡테에 담긴 뜻처럼 ‘다시 따라잡는’ 메커니즘이 실행됨) 해당 이벤트의 시간을 연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플라이백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4시 방향의 푸셔를 누르면 지체 없이 바로 다른 경기 시간대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솔리드 실버(순은) 베이스의 그레이 컬러 다이얼 외곽에는 또한 타키미터 눈금을 마킹해 특정 구간의 평균 속도를 헤아릴 수 있습니다. 

트리플 스플릿의 케이스 소재는 화이트 골드이며, 지름은 43.2mm, 두께는 15.6mm입니다. 일반 크로노그래프와 트리플 스플릿(라트라팡테)를 각각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더블 컬럼 휠 설계를 적용한 새로운 인하우스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L132.1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3헤르츠, 파워리저브 55시간). 총 567개의 부품과 46개의 주얼, 5개의 골드 샤통으로 구성된 L132.1 칼리버는 기존의 더블 스플릿 칼리버(L001.1)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몇 가지 눈에 띄는 개선을 보여줍니다. 다이얼 면에서 보면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아래쪽으로 이동시켜 상단부 라트라팡테 아워 카운터의 디스플레이 공간을 확보하고, 관련 부품 및 기어트레인의 배열도 물론 달라졌습니다. 

단, 이전 더블 스플릿 구조에서도 볼 수 있던 랑에 운트 죄네가 자체 개발하고 특허를 획득한 분리 메커니즘(Disengagement mechanism)은 트리플 스플릿 구조에서도 고스란히 응용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플라이백 및 라트라팡테 기능을 이용한 연속적인 시간 측정과 점핑 미닛 카운터의 작동에 의해 발생하는 순간적인 토크의 과부하, 마찰 손실, 진폭 손실의 문제를 독창적으로 구성한 부품 조합(휠, 레버, 하트 캠 등)을 통해 시간을 표시하는 기어트레인과 트리플 스플릿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관장하는 기어트레인을 일시적으로 분리시켜 시계의 작동 안정성과 정확성을 보장하는 원리입니다.  

한편 2개의 랩타임을 시, 분, 초 단위로 각각 따로 혹은 함께 조정해야 하는 트리플 스플릿 메커니즘을 구동해야 하기 때문에 무브먼트 구조는 필연적으로 더욱 복잡해지고 두께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기존 더블 스플릿의 브릿지 구조를 이어가되 그 하부에 새로 추가된 부품들을 통합하거나 병렬 배열함으로써 트리플 스플릿의 무브먼트 및 케이스는 그리 크게 두꺼워지지 않았습니다(더블 스플릿보다 실케이스 두께 차이는 0.3mm 정도에 불과함). 

물론 더블 스플릿 구조에서도 다른 아버(축) 안에 구동하는 또 다른 아버에 의해 고정된 두 개의 핸즈가 각각 존재했다면, 트리플 스플릿 메커니즘에서는 두 개의 세컨즈 핸즈와 두 개의 센터 핸즈를 각각 미닛 카운터와 아워 카운터에 고정해 삼중으로 핸즈를 배치해야만 합니다. 멀티플 아버 구조는 각각의 아버와 관련 부품들을 배치, 정렬하는 작업부터 실로 고역이라 할 수 있는데요. 오랜 경력의 숙련된 마스터 워치메이커조차 힘들어하는 작업입니다. 자사의 모든 무브먼트를 1차 조립 후 재분해해 다시 조립하고 재조정하는 랑에 운트 죄네의 방침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습니다. 

여느 랑에 운트 죄네 시계처럼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서는 저먼 실버를 바탕으로 핸드 피니시, 핸드 인그레이빙 마감한 수려한 새 인하우스 칼리버 L132.1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기계식 손목시계로는 세계 최초로 시, 분, 초 단위를 정확하게 비교 측정할 수 있는 랑에 운트 죄네의 야심찬 크로노그래프 신작 트리플 스플릿(Ref. 424.038F)은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그레이 컬러 다이얼로만 선보이며, 단 100피스 한정 제작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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