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시계브랜드 튜더의 숨은 이야기

조회수 2016. 7. 27. 23: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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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더 헤리티지 블랙 베이 2016년 신제품 스틸 브레이슬릿 버전

롤렉스(Rolex)는 의심할 여지 없이 현대인들이 가장 선망하는 시계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롤렉스를 창립한 한스 빌스도르프(Hans Wilsdorf)는 20세기 초 회중시계에서 손목시계로의 세대교체를 앞당긴 천재적인 감각의 혁신가였습니다.  



한스 빌스도르프의 또 다른 업적 중 하나는 16세기에 맹위를 떨친 영국의 절대주의 왕조에서 착안한 튜더(Tudor)라는 브랜드를 설립한 것입니다.



한스 빌스도르프가 롤렉스에 만족하지 않고 1926년 튜더를 탄생시킨 이유는 처음부터 분명했습니다.  



롤렉스를 통해서는 자사의 기술력을 총동원해 손목시계의 한 정점을 보여주고자 했다면, 동생격인 튜더를 통해서는 보다 많은 이들에게 합리적인 가격대에 좋은 품질의 시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습니다.  



실제로 롤렉스는 100% 자사에서 설계, 제작된 비교적 고급 무브먼트를 탑재한 시계로만 선보인 반면, 튜더는 비록 롤렉스와 같은 제조시설을 공유했지만 무브먼트는 자사의 그것 대신 외주 수급(일례로 ETA)에 의지해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저렴하게 책정됐습니다.

1932년 출시된 튜더의 첫 손목시계

1932년 처음으로 제작, 출시된 튜더 시계는 당시 유행한 아르데코 사조를 반영한 사각 케이스의 수동 시계였습니다. 당시 이 시계는 이례적으로 유럽에서가 아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먼저 시판 됐는데 특유의 클래식한 디자인과 부담없는 가격대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후 1936년부터 제작된 시계의 다이얼에 처음으로 장미 형상의 로고가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 장미 로고는 브랜드명의 발단이 된 튜더 왕가의 문장으로서 붉은 장미와 흰 장미를 포갠 형상으로 15세기 장미전쟁의 종식과 평화를 상징했습니다. 현 영국 왕가의 문장으로도 쓰이고 있는 튜더 장미 형상을 시계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사용하고 상표 등록까지 완료해 튜더 시계임을 알리는 표식으로 활용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나날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롤렉스와 달리 튜더의 초창기 모습은 극히 제한적인 비즈니스 형태에 안주했습니다. 튜더가 시계브랜드로서 본격적인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시점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였습니다. 전후의 어수선함 속에서도 한스 빌스도르프는 오히려 튜더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보았고, 오랜 전쟁의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남성들에게 품질 좋은 스위스산 시계를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1952년 런칭한 튜더 오이스터 프린스 시계 Ref. 7909

한스 빌스도르프는 1946년 '몽트르 튜더 사(Montres Tudor SA)'로 회사명을 변경하고 사격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952년 튜더 오이스터 프린스(Tudor Oyster Prince)라는 이름의 첫 베스트셀러 컬렉션을 선보이게 됩니다.



튜더 오이스터 프린스란 그 이름에 쓰인 '오이스터(Oyster)'에서 유추할 수 있다시피, 롤렉스가 1926년 세계 최초로 특허를 낸 그 유명한 방수, 방진 케이스에서 이름을 빌려왔습니다. 더불어 실제 롤렉스 시계에 사용된 그것과 동일한 케이스를 사용해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완벽한 방수 성능과 견고한 만듦새로 명성이 높은 오이스터 케이스를 사용하고 심지어 크라운과 케이스백에도 롤렉스 특유의 왕관 로고가 각인된 시계들은 평소 롤렉스를 선망했으나 다소 높은 가격대 때문에 주저했던 이들에게 유혹적으로 작용했을 터입니다. 또한 기존 롤렉스 컬렉터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도 충분했지요. 

1950년대 초반 튜더 오이스터 프린스 지면 광고 이미지 중에서

직경 31mm와 34mm 두 가지 사이즈의 스틸 케이스로 제작된 최초의 오이스터 프린스 시리즈(Ref. 7909)에는 플러리에의 파브리크 에보슈(Fabrique d’Ébauches de Fleurier)가 개발한 자동 무브먼트를 수정한 390 칼리버를 내장해 실용성을 높였습니다. 크림 다이얼에 골드톤의 아라빅 인덱스와 트리튬계 발광 도료를 바른 길다란 소드 핸즈를 사용한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디자인도 특징적이었지요.  



그리고 같은해 총 26개의 오이스터 프린스 시계가 영국 왕립 해군에 의해 조직된 그린란드 과학 탐사팀에 납품돼 극한의 자연환경 속에서도 끄떡없음을 입증했습니다.

1955년도에 제작 출시된 튜더 오이스터 서브마리너 Ref. 7923

1954년에는 수심 100m까지 완벽하게 방수되는 브랜드 첫 다이버 사양의 튜더 오이스터 프린스 서브마리너(Submariner)를 선보였습니다.



서브마리너는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1953년 롤렉스가 발표한 최초의 모던 다이버 워치에서 그대로 이름을 빌려온 것이었지요. 1954년 최초의 튜더 서브마리너 Ref. 7922가 출시되고, 이듬해 유일하게 수동 칼리버(ETA 1182)를 탑재한 모델(Ref. 7923)이 이어졌습니다.  



서브마리너라는 시계명도 시사적이었지만, 이전의 튜더 시계들과 다른 점은 그 외관부터 확연히 두드러졌습니다. 스틸 케이스의 직경이 37mm로 한층 커졌으며, 회전 베젤과 스크류다운 크라운 등의 특징들은 롤렉스의 그것과도 상당 부분 동일한 DNA를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레퍼런스 7922, 7923, 7924, 7925 버전까지는 크라운 가드가 없었지만, 1960년대 초에 제작된 Ref. 7928 모델부터는 크라운 가드가 추가되었습니다. 또한 1950년대 말부터는(최초 Ref. 7924, aka 빅 크라운) 기존 100m 방수에서 수심 200m까지 방수가 가능한 전문 다이버 사양으로 업그레이드되어 명성을 이어갔습니다. 

1969년 출시된 튜더 오이스터 프린스 서브마리너 Ref. 7016

1969년에는 지금까지의 도트형 야광 인덱스와는 다른 네모반듯한 아워 마커와 끝이 뭉툭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핸즈로 교체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튜더 오이스터 프린스 서브마리너 모델(Ref. 7016)이 등장하게 됩니다.  


훗날 튜더만의 이 독특한 인덱스와 핸즈 형태를 가리켜 시계애호가들은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s, 눈송이)'라는 귀여운(?)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또한 7016 모델을 기점으로 다이얼에서 장미 로고가 사라지고,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된 실드(방패) 모양의 로고가 대신하게 됩니다(위 첨부 이미지 참조). 다이얼 디자인 외에도 케이스 크기가 39mm로 커졌으며, 베젤이나 러그 형태 또한 이전 세대 모델보다 직선적이고 남성적인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전면 플렉시글라스 형태 역시 이전 세대에는 돔형의 글라스가 사용됐다면, 7016 모델을 기점으로 평평한 플렉시글라스로 완전히 교체되었습니다.  


무브먼트 역시 기존의 자동 390 칼리버를 대신해 ETA의 자동 2483 칼리버가 주로 사용되었으며, 다만 이때까지도 여전히 케이스 및 케이스백, 스크류다운 크라운 같은 부품들은 롤렉스의 각인과 로고가 그대로 새겨진 것을 가져다 사용했습니다

1977년 프랑스 해군에 납품된 튜더 오이스터 프린스 서브마리너 Ref. 9401

한편 튜더의 오이스터 프린스 서브마리너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 프랑스 해군(Marine nationale française, 케이스백에 이니셜 M.N.이 각인됨)을 비롯해, 미 해군(US Navy, 케이스백에 USN으로 각인됨)에까지 납품돼 밀리터리 다이버 시계로서도 두터운 명성을 획득했습니다.  



특히 진한 블루 다이얼에 스노우플레이크 핸즈를 적용하고, 200m 방수를 보장한 Ref. 9401 모델은 특유의 견고함과 개성적인 디자인으로 프랑스 해군 장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럼에도 기계식 시계업계가 전반적인 침체일로였던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튜더 역시 정체기를 맞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다분히 전략적인 행보로서 같은 그룹 내 롤렉스에 보다 집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조치는 성공적이었고 롤렉스는 쿼츠 위기에도 아랑곳 없이 세계 제일의 명성을 자랑하는 시계브랜드로 우뚝 설 수 있었습니다. 

2012년 런칭한 새로운 복각형 다이버 컬렉션, 헤리티지 블랙 베이

그리고 21세기 들어서면서 시계 업계가 전반적으로 호황을 누리기 시작하면서 롤렉스 그룹은 튜더에도 다시금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그 대표적인 성과물로는 지난 2012년 런칭한 두 다이버 컬렉션, 헤리티지 블랙 베이(Heritage Black Bay)와 펠라고스(Pelagos)를 들 수 있습니다.


특히 빨간 베젤이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헤리티지 블랙 베이 모델은 1954년에 발표한 첫 튜더 서브마리너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디자인으로 시계애호가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고, 이듬해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에서도 리바이벌 상을 수상힘으로써 그 가치를 인정 받았습니다. 

2012년 출시한 튜더 펠라고스
2015년 발표한 튜더 펠라고스 블루
2016년 새롭게 리뉴얼된 튜더 헤리티지 블랙 베이
ETA 베이스를 대신할 튜더의 새로운 매뉴팩처 자동 워크호스, MT5602 칼리버.
2016년 신제품인 튜더 헤리티지 블랙 베이 다크
2016년 신모델, 튜더 헤리티지 블랙 베이 브론즈

튜더는 어찌 보면 롤렉스라는 큰형의 그림자에 가려진 2인자의 느낌도 감출 수 없지만, 주요 컬렉션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롤렉스와는 또 다른 개성과 매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좋은 품질의 시계를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공급하고자 했던 창립자 한스 빌스도르프의 유지를 이어가면서 이를 반영한 다채로운 컬렉션으로 제2의 전성기에 진입한 튜더. 앞으로 이들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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