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시계 브랜드의 자존심을 만나다

조회수 2021. 5. 6. 13: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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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손(Romanson)은 30년 넘게 비즈니스를 이어온 국내 유일의 시계 브랜드입니다. 타임포럼이 모처럼 로만손의 신제품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코로나19가 야기한 팬데믹의 여파로 인지도가 높은 대중적인 브랜드와 소위 명품으로 분류되는 럭셔리 브랜드들만이 수혜를 누리는 현실에서, 대한민국 토종 시계 브랜드의 맏형인 로만손이 보란 듯이 그 어느 해보다 다채로운 신제품을 출시하며 건재함을 과시하는 모습이 필자 개인적으로도 무척 반갑게 여겨집니다. 본격적인 신제품 소개에 앞서 간략하게나마 로만손이 걸어온 궤적을 돌아봤습니다. 

독일과 인접한 스위스의 공업도시 로만쇼른(Romanshorn)에서 영감을 받아 1988년 탄생한 로만손은 지속적인 R&D 투자와 '디자인이 곧 경쟁력'이라는 창립자 김기문 회장의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스위스 시계제조사들을 단순히 모방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독자적인 컬렉션을 구축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일찍이 글로벌 브랜드를 목표로 한 로만손은 1997년부터 메이저 브랜드들의 각축장으로 진입 문턱이 높은 바젤월드에 한국 시계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참가했으며, 2010년대 중반에는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연간 2,500만불 이상의 수출실적을 거둘 만큼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특히 2007년 론칭한 프리미엄 라인 프리미어(Premier)와 2010년 론칭한 기능성 라인 액티브(Active)가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타임피스의 자부심을 대변해주었고, 클래식, 스포츠, 레이디 등 다양한 후속 컬렉션을 비롯해 패션시계 서브 브랜드인 트로피시(Trofish)와 주얼리 베이스의 토털 브랜드인 제이에스티나(J.ESTINA)까지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시계 사업 부문과 주얼리 사업 부문 모두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게 됩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수출 활로가 예전만 못하게 되고, 엎친대 덮친 격으로 코로나까지 발발해 바젤월드에도 참가할 수 없게 되면서 로만손 역시 다소 부침을 겪고 있습니다. 

- 로만손 클래식 워치 베이직 라인

그럼에도 이들은 움츠러들지 않고 시계 사업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기존의 클래식 컬렉션에 포함된 쓰리-핸즈 혹은 투-핸즈 형태의 심플한 타임온리 시계들이 디지털커머스 시대의 첨병이자 모든 분야의 주소비층으로 부상한 20~30대 MZ세대들 사이에서 시쳇말로 '가성비 끝판왕 시계'로 회자되면서 요즘 유행하는 모 걸그룹의 곡처럼 역주행(?)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련의 클래식 시계들에는 '로레게(로만손+브레게를 뜻하는)'라는 별명까지 붙었는데요. 특정 하이엔드 브랜드 시계를 선망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은 사회초년생과 학생이 주축이 된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이러한 애칭을 부르며 자신들의 SNS에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사뭇 흥미롭습니다. 생소한 제품명이나 어려운 외래용어도 토착화한 은어 내지 조어로 바꿔 부르길 즐기는 대한민국 네티즌들 특유의 해학도 엿보입니다. 

- 베이직 라인 (TL7A24BM 시리즈)

일명 로레게 스타일의 로만손 클래식 워치 시리즈는 시와 분을 표시하는 베이직 라인과 시분초를 표시하는 스몰 세컨 라인으로 먼저 출시되었고, 올해 최초로 기계식 무브먼트를 탑재한 오토매틱 라인과 최근에는 크로노그래프 라인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우선 스테디셀러인 베이직과 스몰 세컨 라인을 살펴보면, 라운드 케이스에 직선형 러그가 어우러진 간결한 실루엣과 슬림한 두께가 인상적입니다. 여기에 다이얼 중앙은 작은 피라미드 형태의 클루 드 파리(Clous de Paris) 혹은 홉네일(Hobnail, 징) 패턴을 스탬핑 기요셰 장식하고, 동심원 패턴 마감한 아워 트랙과 챕터링에는 얇은 로만 인덱스를 더해 매우 클래식한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브레게 핸즈'로 불리는 블루 스틸 오픈-팁 핸즈를 적용해 고전적인 인상을 강조하고, 로만손 영문 브랜드 로고 및 사파이어, 스위스 쿼츠 정도를 제외하면 프린트도 최소화해 한층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을 선사합니다. 

- 스몰 세컨 라인 (TL7A24CM 시리즈)

베이직과 스몰 세컨 라인 공통적으로 39mm 직경의 폴리시드 마감한 316L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일부 모델은 케이스 전체를 옐로우 골드 혹은 로즈 골드 컬러 도금 처리해 원하는 디자인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케이스 컬러에 따라 블랙 혹은 브라운 컬러 가죽 스트랩을 차등 적용하는 센스도 잊지 않았습니다. 무브먼트는 베이직 모델에는 시와 분을 표시하는 스위스 론다 쿼츠 칼리버 1062를, 스몰 세컨 모델에는 시와 분, 스몰 세컨(초)를 표시하는 론다 쿼츠 칼리버 1069를 각각 탑재했습니다. 무브먼트 기능이 심플하고 두께가 몹시 얇은 만큼 케이스 두께 역시 얇게 뽑아낼 수 있어 울트라-슬림 워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얇은 프로파일은 당연히 착용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이러한 클래식 드레스 워치류의 디자인에 최적화된 프로포션(비율)을 보장합니다. 

로만손의 클래식 워치 시리즈가 로만손(제이에스티나)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공식 쇼핑몰)과 무신사 등에 입점한 이래 이렇다 할 마케팅 활동 없이 유저들의 입소문을 타고 차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도 오롯이 제품력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서 보신 베이직과 스몰 세컨 라인 제품들은 공식 소비자 가격은 각각 28만 5,000원이지만, 온라인상에서 실제 판매되는 가격은 10만 원 이하로 매우 저렴합니다. 쉽게 질리지 않는 클래식한 디자인에 안전한 성능을 보장하는 스위스 쿼츠 무브먼트와 긁힘이 잘 생기지 않는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를 사용한 제품을 이 정도의 가격대에 제공하는 브랜드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에 끊임없는 인기 비결이 그리 새삼스럽지만은 않습니다. 몇 해전부터 10~20만 원대 패션시계 카테고리의 신흥 강자로 부상한 다니엘 웰링턴이나 탁월한 제품력과 폭넓은 라인업으로 오랫동안 학생들의 사랑을 받은 세이코 알바와 같은 경쟁자들과 비교해도 그들과는 또 다른 지향점과 뒤쳐지지 않는 품질로 로만손을 찾는 특정 수요층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 오토매틱 라인 (TL7A24RM 시리즈)

올해 2월 출시된 오픈 하트 오토매틱(Open Heart Automatic)은 로레게 스타일을 표방한 클래식 워치 시리즈 중 최초로 오픈하트 디자인을 적용한 기계식 자동 제품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전작 베이직과 스몰 세컨 라인 제품들처럼 39mm 사이즈의 스틸 케이스로 선보이며, 흥미롭게 방수 사양은 전작들의 30m에서 50m로 소폭 업그레이드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케이스에 로만 인덱스가 어우러진 특유의 클래식 다이얼 디자인을 이어갑니다. 

실버 다이얼 하단 6~8시 방향 사이를 오픈워크 가공해 기계식 무브먼트의 심장인 밸런스와 밸런스 스프링을 노출합니다. 다이얼에서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는 이러한 유형의 시계는 프레드릭 콘스탄트가 사실상 원조이지만(이들은 '하트 비트'로 명명함) 특허권을 등록하지 않아 현재는 스와치 그룹의 미들레인지 브랜드들(ex. 티쏘, 미도, 해밀턴)과 그 외 수많은 브랜드들이 즐겨 사용하는 인기 있는 디자인입니다. 아무래도 기계식 시계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다이얼을 통해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항시 감상할 수 있는 점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유명 고급 시계제조사들의 경우 스켈레톤(무브먼트) 혹은 오픈워크 다이얼 시계가 일반 라인 보다 훨씬 고가라서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만큼, 기계식 시계의 매력을 직접적으로 전하는 중저가 브랜드의 오픈 하트 시리즈가 꾸준히 소비될 수 있는 비결이라 하겠습니다. 

오픈 하트 오토매틱 라인의 무브먼트는 시티즌 산하 무브먼트 제조사 미요타(Miyota)로부터 공급받은 쓰리 핸즈 형태의 자동 칼리버 82S5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3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42시간). 물론 스위스제 무브먼트였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그러면 제품의 가격대가 지금과 같을 수 없게 됩니다. 이럴 때 선택지가 극히 제한적인데 미요타는 꽤 훌륭한 대안입니다. 그리고 컬렉션 포지셔닝 정책에 따라 철저하게 계산된 신제품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전면 글라스 소재는 역시나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사용했으며, 시스루 케이스백에는 강화 미네랄 글라스를 사용해 무브먼트의 다른 면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공식 소비자 가격은 26만 9,000원이지만, 실제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20만원이 채 되지 않는 10만 원대 후반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일반 로레게 스타일 쿼츠 라인과 비교해도 가격 차이가 크기 않기 때문에 실로 파격적입니다. 

- 크로노그래프 라인 (TL7A24HM 시리즈)

지난 4월 26일 출시된 크로노그래프 라인은 로만손 클래식 워치 시리즈의 외연을 한 뼘 더 넓혀주고 있습니다. 물론 클래식 컬렉션에 쿼츠 크로노그래프 제품군을 선보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전작들과는 디자인부터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레게 스타일 특유의 다이얼 디자인을 이어가면서 트리플 레지스터 혹은 쓰리 카운터 형태의 전통적인 크로노그래프 레이아웃을 적용해 친숙하면서도 정제된 고전미를 추구합니다. 

다이얼 3-6-9시 방향에 각각 스몰 세컨드, 시, 분 카운터를 배치함으로써 시각적으로도 안정적인 효과를 선사합니다. 각각의 서브-다이얼(카운터) 바탕은 동심원 형태의 스네일 패턴 처리함으로써 중앙의 클루 드 파리 기요셰와 시각적인 대비를 이루면서 나름대로 가독성도 보장합니다. 그리고 다이얼 4시 방향에는 별도의 어퍼처(창)로 날짜를 표시해 실용적입니다. 무브먼트는 스위스 론다사의 쿼츠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5030.D를 탑재했습니다. 쿼츠 크로노그래프의 경우 특히 아웃소싱 무브먼트의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론다 5030.D는 이러한 유형의 시계에 비교적 자주 접할 수 있는 칼리버입니다. 그만큼 성능에 관해서는 특별한 이슈 없이 안정성을 검증 받은 셈입니다. 참고로 케이스 방수 사양도 50m로 전작들에 비해 소폭 개선되어 일상에서 보다 편안하게 올-라운더 워치처럼 착용하기 좋습니다. 

크로노그래프 라인은 다른 베이직, 스몰 세컨, 오토매틱 라인과 비교할 때 베리에이션이 좀 더 다양합니다. 39mm 사이즈의 케이스 직경은 전작들과 동일한데, 일반 스틸 혹은 로즈 골드 도금 스틸 케이스에 각각 실버와 블랙 다이얼을 지원해 총 4가지 버전으로 출시합니다. 특히 블랙 다이얼을 유독 크로노그래프 라인에 선보인 이유를 어렵지 않게 헤아릴 수 있습니다. 블랙 컬러가 남성적이고 포멀한 느낌을 주면서도 크로노그래프 레이아웃과도 합이 좋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앞으로 그레이나 블루 등 다른 컬러 다이얼 베리에이션의 등장도 충분히 예측해 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절제된 실루엣의 케이스와 클래식하면서도 너무 뻔하지 않은 크로노그래프 다이얼 디자인까지 어우러져 시계 전체적인 느낌은 예상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합니다. 크로노그래프는 20~30대 젊은 남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는 컴플리케이션인 만큼 전작들 못지 않은 인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로만손의 클래식 워치(로레게 시리즈)는 어디에서 많이 본듯한 다소 특색 없는 디자인이 혹자에겐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지만, 고급스럽게 정제된 클래식 디자인의 시계를 찾는 수요는 어느 세대에나 늘 존재합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20세기 초중반 유행한 클래식 패션과 레트로 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애호가층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기존의 지나치게 모던하고 작위적인 디자인에 싫증을 느낀 이들이 다시 클래식 워치로 회귀할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스마트워치 유저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스마트워치 및 디지털 디바이스와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진지한(?!) 유형의 세컨 워치를 찾는 수요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클래식 워치 본연의 미학을 잘 살리면서 너무 올드해보이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의 쿼츠 크로노그래프를 찾는 분이라면 로만손의 크로노그래프 신제품에 관심을 기울일 만합니다. 

로만손 크로노그래프 라인 신제품의 공식 소비자 가격은 24만 9,000원입니다. 로만손 자사몰을 비롯해 온라인 편집샵 무신사 내 로만손 브랜드샵에서도 만나볼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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