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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세라믹 케이스와 스켈레톤 무브먼트의 만남

조회수 2018. 6. 25. 10: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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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시간의 법칙. 어떤 분야에 정통하려면 적어도 1만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이론입니다. 이처럼 긴 시간 동안 무언가에 매진하다 보면 어느새 통달하게 되고 마침내 새로움을 창조하는 경지에 이릅니다. 


세라믹 시계의 대명사로 불리는 라도(RADO)는 30년 넘게 세라믹을 연구해 온 전문가이자 21세기를 관통하는 트렌드 가운데 하나인 신소재에 일찌감치 주목한 선구자입니다. 손목시계의 황금기였던 1960년대, 모두가 최고의 성능을 향해 무한경쟁을 펼칠 때 라도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그것은 스크래치가 생기지 않는(scratch-resistant) 시계였습니다. 


1962년 라도는 탄화텅스텐(tungsten carbide)으로 제작한 다이아스타 1(Diastar 1)을 출시합니다. 모스경도가 9.8~9.9에 이르는 탄화텅스텐은 다이아몬드에 필적하는 강한 소재였죠. 케이스만으로는 완벽하지 않다고 여겼는지 라도는 유리마저도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교체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가 업계 전반에 확산되기 전이었습니다. 다이아스타 1의 등장은 라도의 미래를 예견하는 듯한 사건이었습니다. 이들은 1986년 인테그랄(Integral)로 다시 한 번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습니다. 검은색 바탕에 금빛 테두리가 빚어낸 고급스러운 분위기, 내구성 그리고 편안한 착용감이 어우러진 하이테크 세라믹 시계가 탄생한 겁니다.

라도의 첫 번째 하이테크 세라믹 시계 인테그랄

인테그랄 출시와 함께 본격적으로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한 라도는 세라믹 연구와 개발을 꾸준히 이어온 끝에 지금의 명성을 얻었습니다. 최근에는 베젤이나 푸시 버튼을 세라믹으로 제작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시계 전체를 세라믹으로 제작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제작과 가공이 여의치 않은 이유도 있겠으나 오랜 기간 누적된 노하우를 하루 아침에 따라잡는 게 어렵기 때문일 겁니다. 세라믹 시계의 대부로 군림하게 된 라도는 이후에도 플라즈마 하이테크 세라믹이나 브라운 하이테크 세라믹 등을 차례로 소개하며 지위를 더욱 공고히 만들었습니다.  

라도 트루 오픈 하트 2018년 신제품

오늘날 라도의 포트폴리오는 대부분 세라믹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엔트리에서 플래그십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죠. 그중에서도 트루(True) 컬렉션은 세라믹 순혈주의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다루는 트루 오픈 하트는 2018년 신제품으로, 트루 컬렉션을 이끌어갈 대표 주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라도는 2016년 동명의 모델을 출시한 적이 있습니다. 0.2mm로 얇게 재단한 자개 다이얼 너머로 은은하게 비치는 무브먼트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500개 한정 생산 제품이던 트루 오픈 하트가 트루 오토매틱 오픈 하트로 개명하면서 이 모델이 이름을 물려 받게 됐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시계의 외관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50m 방수 능력을 갖춘 케이스 지름은 40mm로, 크기가 조금씩 작아지고 있는 최신 트렌드에 부응하고 있습니다. 마감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반들반들한 광택과 기계의 흔적을 느낄 수 없는 매끄러운 표면은 호기심을 자극해 거듭 만지작거리게 만듭니다. 우아한 곡선이 지배하는 케이스와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사이에는 베젤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케이스와 케이스백으로 구성된 투 피스 구조는 자칫 단조로운 인상을 줄 수 있지만 라도는 가공을 통해 문제를 풀어냈습니다. 

케이스를 자세히 보면 측면에서 시작해 러그로 뻗어 나가는 부분이 살짝 솟아오른 걸 볼 수 있습니다. 계단처럼 높이차를 두어 마치 베젤이 있는 것 같은 효과를 살리는 동시에 입체감까지 부여했습니다. 라도의 세라믹 가공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대강의 틀을 잡은 뒤 CNC 머신으로 정밀하게 가공하는 금속 케이스라면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겠지만 세라믹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산화지르코늄(ZrO2) 분말을 틀에 넣고 1000바(bar)의 고압으로 압축해 원하는 형태로 성형한 뒤 1,450°C의 고온에서 소결 과정을 거치면 스테인리스스틸보다 경도가 다섯 배나 높은 세라믹이 탄생합니다. 세라믹은 복잡한 구조로 성형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베젤이나 브레이슬릿보다 케이스 제작이 난이도가 훨씬 높습니다. 라도는 복잡한 구조의 물체를 최소한의 가공으로 제작하는 사출성형 기술 CIM(Ceramic injection molding)을 통해 곡선이 가미된 모노블록 케이스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스와치 그룹에서 루비, 사파이어, 세라믹 부품을 제작하는 코마두르(Comadur)의 지원 하에 말이죠(코마두르는 블랑팡, 오메가에 세라믹 부품 공급을 공급하는 자회사입니다). 완성된 케이스에 정교한 폴리싱이 더해지면 그제서야 라도의 하이테크 세라믹 케이스가 완성됩니다. 

케이스와 동일한 방식으로 만든 브레이슬릿은 시계에 통일성을 부여합니다. 금속 브레이슬릿과 비교하면 굉장히 가벼워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합니다. 금속 알러지가 있어도 걱정 없이 착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다만 링크와 링크 사이에 유격이 꽤 있는 편이어서 헐렁거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브레이슬릿 안쪽에 표시한 화살표는 링크를 연결하는 핀을 제거하는 방향을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양쪽으로 열고 닫을 수 있는 버클은 티타늄으로 제작했습니다. 세라믹 브레이슬릿의 가벼움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스크래치 방지라는 시계의 가치를 거스르지 않는 선택입니다.

라도는 전면을 통해 무브먼트를 노출한 오픈 워크 모델을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컬렉션 전체로 보면 트루를 비롯해 포트폴리오의 꼭대기에 자리한 하이퍼크롬, 이보다 아래 단계인 다이아마스터나 센트릭스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트루 오픈 하트는 그 가운데에서도 다이얼과 무브먼트의 조화가 가장 근사한 모델입니다. 오픈 워크 다이얼은 안정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인상을 풍깁니다. 군데 군데 파여 있지만 상하좌우의 균형을 고려했음을 금새 알아챌 수 있습니다. 오픈 워크 다이얼의 가장 큰 매력은 감춰진 무브먼트의 내면과 움직임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손목을 들어 올릴 때마다 즐거움이 따라옵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밸런스 휠의 힘찬 박동입니다. 다이얼 하단에 뚫린 숫자 8 모양의 구멍을 통해서는 배럴과 2번 휠이 드러납니다. 회전 속도가 느린 편에 속하는 두 톱니바퀴의 움직임을 육안으로 파악하는 건 어렵지만 손으로 크라운을 돌려 메인스프링이 감기는 광경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이얼의 만듦새는 준수합니다. 깊이감이 있는 검은색 다이얼에는 시간을 표시하는 바 인덱스를 부착했습니다. 처리해야 할 모서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거슬리는 곳 없이 잘 정돈해 놓은 것도 인상적입니다. 모든 구멍의 테두리는 검은색 바탕과 잘 어울리는 금색으로 처리했습니다. 역시 같은 색으로 마감한 바늘과 인덱스에는 슈퍼 루미노바를 칠해 디자인과 실용성을 모두 충족시켰습니다. 3시 방향의 브랜드 로고 위에 놓인 움직이는 엠블럼은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다이얼과 뜻을 같이 합니다. 시계의 시인성은 오픈 워크 모델임에도 나쁘지 않습니다. 색의 대비가 뚜렷한 데다가 미니트 트랙을 분명하게 구획한 덕분입니다.

스켈레톤 처리한 무브먼트는 ETA로부터 공급받은 칼리버 C07.631입니다. 기존 ETA2824-2를 개량한 것으로,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워크호스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성능입니다. 진동수를 시간당 21,600vph로 낮추고, 기어트레인의 에너지 전달 효율을 개선했습니다. 여기에 길이가 긴 메인스프링으로 교체해 파워리저브를 80시간까지 늘렸습니다. 레귤레이터 바와 밸런스 스프링을 조절할 수 있는 에타크론(ETACHRON)이 사라진 빈자리는 4개의 무게 추가 달린 프리스프렁 밸런스 휠이 채우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급시계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프리스프렁 밸런스 휠은 레귤레이터와 비교해 오차 조정 범위가 좁습니다. 그 말은 곧 이 무브먼트가 미세한 조정만 필요할 정도로 기본적인 성능이 뛰어나다는 걸 의미합니다. 

무브먼트의 장식은 특별할 게 없습니다. 로터에는 라도의 이름을 새겼으며, 눈에 띄는 부분은 페를라주로 장식했습니다. 전면에서 노출되는 플레이트에도 페를라주를 새기는 걸 잊지 않았습니다. 조작은 간단합니다. 크라운을 뽑지 않은 상태에서 돌리면 수동으로 와인딩을 할 수 있으며, 크라운을 한 칸 뽑으면 시간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트루 오픈 하트는 검은색과 회색 다이얼을 사용한 블랙 하이테크 세라믹, 갈색 다이얼을 사용한 브라운 하이테크 세라믹, 검은색과 흰색 그리고 파란색 다이얼에 플라즈마 하이테크 세라믹을 조합한 모델까지 총 여섯 가지 버전으로 선보입니다. 가격은 블랙 하이테크 세라믹 모델이 245만원, 브라운 하이테크 세라믹은 257만원, 플라즈마 하이테크 세라믹은 256만원입니다. 

시계를 착용하면서 생기는 상처는 필연적입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피할 수 없죠. 민감한 사람이라면 작은 생채기 하나에도 마음이 쓰라릴 겁니다. 스스로를 무디게 만드는 것이 좋겠지만 그럴 자신이 없다면 세라믹 시계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세라믹은 장점이 많은 소재입니다. 가볍고 단단한 성질적 특성은 기본이고, 여기에 금속제 시계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와 편안한 착용감은 덤입니다. 


라도 트루 오픈 하트는 외적인 매력 뿐만 아니라 내면의 가치에도 충실합니다. 업계 최고의 스페셜리스트가 만든 세라믹과 고성능 무브먼트가 양립하는 시계의 가격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합리적입니다. 멀게만 느껴진 세라믹 시계와의 간격을 트루 오픈 하트가 좁혀 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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