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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이즈게임

(영상) 게임, 시대가 낳은 전염병 "가짜뉴스"를 저격하다

전염병 주식회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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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가짜 뉴스." 뉴스의 형식을 했지만 불확실한 근거, 허술한 논리로 무장해 사람들을 호도하는 가짜 뉴스는, 급격하게 우리 사회의 골칫거리로 자리잡았습니다.

 

같은 해, 영국 옥스포드사전 위원회가 올해의 단어로 '탈-진실'을 뽑을 정도였죠. 사람들은 가짜 뉴스가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정치적 의견의 수렴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1세기를 대표하는 문화 매체로서, 게임은 그런 사람들의 우려에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 전염병 주식회사

 

2012년 발매된 <전염병 주식회사>는, 이름처럼 원래 가짜 뉴스와는 무관한 게임입니다. 하나의 전염병을 진화시키고 전파해 세계를 멸망시키는 것이 목적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죠.

등장하는 전염병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고, 실제 그 전염병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잘 표현했습니다. 박테리아는 가장 무난하고 흔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하고, 바이러스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돌연변이하기 때문에 그때 그때 발생한 변이 특성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그 외에도 게임은 곰팡이, 기생충, 프리온등 다양한 질병의 시뮬레이션을 제공하며, 꾸준히 업데이트나 확장팩을 통해 그 종류를 늘려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9년 12월, 게임에 추가된 새로운 시나리오는 바로 "가짜 뉴스"였습니다.

이 시나리오에서, 가짜 뉴스는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 무엇에 대한 가짜 뉴스인가? 어디서부터 시작했는가? 그리고 그 동기는 무엇이며, 공격의 대상은 누구인가?

4가지를 정하고 나면, 다음에는 어떤 방법으로 뉴스를 전파시킬 지, 즉 '전염 경로'를 정해야합니다.

시작은 언제나 그렇듯 입소문입니다. 출판이나 TV 같은 방법도 있지만 여기에는 돈이 조금 더 들죠. 역시 답은 저렴하고 효과 좋은 인터넷 같습니다만, 사람들은 인터넷에 대해서는 약간의 불신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전염경로로 인터넷을 선택하면 전염성은 오르지만 타당성은 떨어지죠.

떨어진 타당성을 복구하는건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인플루언서를 고용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고, 연구팀에 돈을 지불해 조작된 정보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가장 뛰어난 효과를 자랑하는 방법은 바로 정치인과 정당이 개입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비록 돈은 많이 들지만, 이 사람들은 돈값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가짜 뉴스가 번져가는걸 모든 사람들이 보고만 있지는 않습니다. 팩트 체커들, 저널리스트들이 나서서 가짜 뉴스의 문제를 밝히고 사람들에게 더 나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죠. 플레이어는 여기에도 대응해야합니다.

팩트 체커, 전문가들을 비방하고, 소스가 되는 정보원들을 직접 공격하거나, 명예훼손 소송으로 이들을 괴롭히면 자연스럽게 사실 확인이 지연됩니다. 또 논리를 호도하는, 진흙탕 싸움 형태의 뉴스를 만들거나, 자신이 팩트 체커인 척 가장할 수도 있고, 심지어 평판이 나쁜 사람이 일부러 우리 의견을 반대하게 만들어 우리 가짜 뉴스를 더 사실처럼 보이게 만드는 등 다양하고 획기적인 방법들이 있습니다.

개발사 엔데믹은 이 시나리오의 제작을 위해 영국의 풀 팩트, 미국의 폴리티팩트 등 여러 팩트 체크 조직과 협업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실재하는 가짜 뉴스의 전파 및 작동 방식이 전염병 주식회사에 이미 있었던 전염의 알고리즘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 결과 탄생한 <전염병 주식회사>의 가짜 뉴스 시나리오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사뭇 명확합니다.

"잘못된 정보의 확산은 마치 치명적인 전염병과 같다."

# 페이크 잇 투 메이크 잇 (Fake it to Make it)

 

아만다 워너가 개발한 <페이크 잇 투 메이크 잇>은 매우 직설적으로 가짜 뉴스를 비판하기 위해 제작된가짜 뉴스 제작 시뮬레이터입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한 가지 선택을 해야합니다. 바로, 여러분이 '사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골라야하죠. 게임은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만드는 이유가, 결국엔 '돈' 때문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출발합니다.

플레이어는 광고로 돈을 벌기 위해 가짜 뉴스 사이트를 하나 만들고, 사람들이 반응할만한 주제의 기사를 '복붙'하는걸로 일을 시작합니다. 다음 단계는, 친구가 많은 소셜 미디어 계정을 구입해 그 가짜 뉴스를 여기저기 퍼나르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기사의 태그를 유심히 살펴야합니다. 당연하지만 사람들은 논리적이고 중립적인 것보다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더 자극적이고 편파적인 기사를 선호합니다. 더 많은 좋아요와 공유를 받기 위해서는 기사가 지지하는 정당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행복이나 안정같은 긍정적 감정보다 분노, 공포와 같은 부정적 감정에 호소해야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래도 사람들이 "아무거나" 믿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든 뉴스에는 신뢰도와 드라마, 2개의 수치가 있습니다. 드라마는 적당히 누군가를 욕하거나, 특정 정당 지지자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를 하면 되지만, 신뢰도는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서, 여러분은 약간의 노력을 해야합니다. 구체적인 사실의 일부만, 맥락과 무관하게 보여주거나, 현재 사건과 무관한 그럴싸한 사진을 집어넣거나, 사실을 아주 허술하게 보여주는 통계를 만들어내는 등, 아주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가짜 뉴스는 정말 무섭습니다. 형식적으로 뉴스와 거의 비슷하지만, 내용에 있어서도 아주 일부의 사실을 포함하기 때문에, 아주 유심히 쳐다보지 않으면 진짜와 구분하는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한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6개의 진짜 및 가짜 뉴스를 섞어서 보여주었을 때,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완벽하게 구분해낸 사람은 오직 1.8%에 불과, 무려 56.2%나 되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의 가짜 뉴스를 구분해내지 못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팩트 체커들이 활동하면서 가짜 뉴스를 정정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런다 한들, 우리 사이트의 신뢰도는 아주 소폭 깎여나갈 뿐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역설적으로 팩트체커들을 의심하기 때문입니다.

팩트 체커들이 있거나 말거나, 우리 사이트가 지지하는 정당의 정치인이 내 글을 한번만 소셜미디어에 공유해주면, 모든 문제는 해결됩니다. 좋아요와 조회수는 하늘을 찌르고, 광고 수익은 더욱 두둑해질 것입니다.

물론 이 게임은 재미를 위해 플레이하는 일반적인 상업 게임은 아닙니다만, 그보다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말 아쉽네요.

# 아노 1800

 

유비소프트의 <아노 1800>은 다소 유머러스하게, 하지만, 여전히 메시지는 잃지 않은 상태로 가짜 뉴스를 표현했습니다. 2019년 발매된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산업 혁명 시기의 지도자가 되어, 도시를 건설하고 식민지와 무역로를 개척해야합니다.

흥미롭게도, 이 시기는 회전 인쇄기가 발명되고 신문 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생산력의 발달과 더불어 전에 없이 많은 사람들이 신문을 볼 수 있게 됐죠.

그런 시대를 그리는 <아노 1800>에서, 신문사는 기본적으로 자동화된 시스템입니다. 신문은 물자의 부족, 전투의 패배 등 부정적인 사건을 보도하기도 하고, 경제 호황, 관광객의 증가 등 긍정적인 소식을 전파하기도 하죠. 

문제는 부정적인 사건의 보도가 섬 전체에 일종의 '디버프'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입니다. 이 디버프들은 시민들의 행복도를 떨어트리거나, 세수를 감소시키고, 폭동이 일어날 확률을 증가시키는 등 무시하기 어려운 페널티를 부여합니다.

물론 해결 방안은 있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을 없던 것으로 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모르게 만들 수는 있기 때문이죠.

플레이어는 영향력이라는 자원을 소모해 신문을 편집할 수 있습니다. 나쁜 소식은 빼버리고, 대신 좋은 소식으로 채워 넣으면, 사람들은 나쁜 일이 일어난 줄도 모른 채 그저 즐겁게 일상을 살아가게 되죠. 이러한 행위를 우린 프로파간다, 혹은 선동이라고 부릅니다.

신문은 주기적으로 3개의 기사를 발행합니다. 만약 플레이어가 이 3개의 기사를 모두 조작, 아니 편집하면, 이런 업적이 달성됩니다.


"가짜 뉴스"

어쩌면 가짜 뉴스는 저널리즘이라는 행위의 역사와 함께해온, 아주 유래깊은 악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언론인들이 이런 대중 선동에 참여하게 된 것이, 꼭 자신의 의지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메시지도 <아노 1800>은 함께 전합니다. 

바로 이 편집인의 대사를 통해서 말이죠.

 

"멍청이가 왔군. 아니, 죄송합니다. 사진사인줄 알았어요."

 

편집인은 기본적으로는 사실을 전하려 합니다. 하지만, 플레이어에게는 객관적 사실보다는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불완전한 현재보다는 화려한 미래가 더욱 중요한 법이죠. 목적이 수단을 합리화하는 이 전형적인 사례는, 가짜 뉴스라는 현상의 근원이 사악한 언론인들이 아니라, 진실 대신 다른 무언가(돈, 권력...)를 우선 순위에 놓으려는 인간의 욕망임을 보여줍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면, 사람들이 결코 바보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진실은 결국 승리한다는 것입니다.

<아노 1800>에서, 편집권의 남용은 곧 폭동 발생 확률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교육 받은 시민들은 플레이어의 기만 행위를 쉽게 꿰뚫어보며, 사태를 바로 잡기 위해 거리로 나설 것입니다. 도시는 마비될 것이고, 플레이어는 결국 프로파간다의 활용을 자제하게 되겠죠.

안타깝게도 시티 빌더로서 <아노 1800>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반복적이며, 깊이가 부족하고, 한 번 클리어하고 나면 다시 플레이할 가치가 없다는 평가를 받곤 하죠. 한편, 인류 역사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던 19세기 산업 혁명 시대를 경험하기에, <아노 1800>보다 더 좋은 교과서는 앞으로도 찾아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 나가며

 

비록 가공의 이야기, 허구에 불과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것을 만드는 자들이 결국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모든 창작물에는 그것이 탄생한 맥락과 배경이 담깁니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몇 년 사이, 가짜 뉴스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했고, 어떤 게임들은 이런 사회 문제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때로는 가짜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의도를 비판하는 임팩트 게임으로, 때로는 대중의 언론 소비 양상을 반영한 게임 메커닉으로, 또 때로는, 가짜 뉴스의 전파 방식을 다루는 게임 모드로, 게임은 우리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늘은 비록 가짜 뉴스라는 하나의 현상이 반영된 게임에 대해서만 다루었지만, 이 세상 수많은 게임들 모두, 각자가 반영하고 있는 나름의 현실이 있을 것입니다. 재미를 넘어, 우리의 삶과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고,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혀준 게임들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나요?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참고자료: 

 

Amy B Wang, "‘Post-truth’ named 2016 word of the year by Oxford Dictionaries", Washington Post, 2016년 11월 16일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the-fix/wp/2016/11/16/post-truth-named-2016-word-of-the-year-by-oxford-dictionaries/ 

이경혁, "가짜 뉴스를 만드는 게임, 기발함과 풍자의 매력", 매경프리미엄, 2017년 4월 5일.

https://www.mk.co.kr/premium/life/view/2017/04/18274/ 

"긴급 속보", 아노 1800 공식 블로그, 2019년 1월 29일

https://www.anno-union.com/en/breaking-news/ 

오세웅, 박아란, "일반 국민들의 '가짜 뉴스'에 대한 인식", 미디어이슈 3권 3호, 한국언론진흥재단, 2017.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9, 한국언론진흥재단-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2019.

위키피디아, "History of Journalism"

https://en.wikipedia.org/wiki/History_of_journalism#Revolutionary_changes_in_the_19th_cent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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