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기획] 활동 영역 넓힌 e스포츠, 신뢰의 기로에 서다

조회수 2019. 12. 31. 13: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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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e스포츠, 스트리밍·모바일 통해 저변 넓혔지만, '팬들의 분노' 마주한 2019년
2019년 국내외 e스포츠는 팬들의 사랑과 기업들의 투자를 받으며 확실한 성장을 이뤄냈다. 경기 스트리밍 영상 및 관련 콘텐츠 시청자는 증가했고, 스폰서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또 PC와 모바일게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종목사가 e스포츠에 뛰어들며 시청자와 게임 유저들은 즐길 거리가 많아졌다. 많은 국내 게임도 e스포츠로서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e스포츠 운영에 대해서는 국내외 e스포츠 팬들이 어느 때보다 분노를 표출했던 해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터진 두 사건과 관련이 깊다. 홍콩 시위 지지 구호를 외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의 <하스스톤> e스포츠 선수 '블리츠청'에 대한 성급한 징계와 LCK에 대한 신뢰를 흔든 '그리핀 사건'이다. 

결국, 블리자드는 사과와 함께 징계 수위를 낮췄고, LCK운영위원회는 '제3기관'과 '투명한 운영' 등을 약속하며 일단락됐다. 하지만 e스포츠  팬들의 신뢰를 되찾을 데 성공할지는 2020년에 두고 볼 일이다.

 

 

# 하스스톤 e스포츠 징계

 

 

오래 기간 한국은 블리자드를 사랑했다. 많은 국내 유저는 e스포츠의 시작을 알린 <스타크래프트>부터 시작해, <디아블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하스스톤> 그리고 최근 <오버워치>까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즐겼다. 이들을 한 번에 돌아서게 한 사건이 있으니, 바로 지난 10월 블리자드의 <하스스톤> e스포츠 선수 징계였다. 

승자 인터뷰에 나선 블리츠청 선수가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에 블리자드는 단 하루 만에 '경기 출전 1년 금지 및 해당 대회 상금 회수'라는 조치를 내렸다.  스포츠에서는 일반적으로 정치적인 발언은 금기시되지만, 이례적으로 빠르고 단호하게​ 징계를 내려 큰 논란이 일었다.

국내외 e스포츠 팬들은 "상금 회수" 등 과도한 징계에 관해 지적했고, 결국 블리자드는 상금에 관한 징계를 취소하고, 징계 수위를 '경기 출전 금지 6개월'로 낮췄다. 이어서 개최된 블리즈컨에서도 알렌 브랙 대표가 징계를 성급하게 판단했다며 사과를 했지만, 팬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홍콩 이슈와 맞물려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팬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블리자드와 e스포츠 팬들에게 생긴 블리자드에 대한 불신을 신뢰로 바꾸는 데에는 큰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그리핀 사건

 

 

해외에는 '하스스톤 e스포츠 징계'가 있다면, 국내에서는 그리핀 사건이 e스포츠 판을 뒤흔들었다.

 

그리핀 사건은 김대호 전 그리핀 감독(현 DRX 감독)의 폭로로 시작했다. 김 전 감독은 개인 방송을 통해 그리핀과 조규남 전 그리핀 대표가 '카나비' 서진혁 선수의 이적에 큰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김 전 감독의 폭로 이후, <리그 오브 레전드>의 e스포츠를 담당하고 있는 LCK운영위원회는 조사에 착수했고, 선수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한 조규남 전 대표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또 그리핀에게는 방임의 책임을 물어 벌금 1억 원을 책정했다. 서진혁 선수 역시 FA(자유 계약)를 통해 징동게이밍으로 '완전 이적'하는 데에 성공하며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리핀 사건 자체는 일차적으로 보장받지 못한 선수들의 권리가 문제였다.​ 하지만 최종 조사 결과 발표에 김대호 전 감독에 대한 중징계가 포함되어 그리핀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특히 내부고발자였던 김 전 감독이 조 전 대표와 같은 수준의 징계인 '무기한 출장 정지'인 점이 큰 논란이 됐다.

많은 팬은 징계의 공정성에 대해 지적했고, 그리핀 재조사 촉구 청원은 지지자 수가 20만 명을 넘었다. 이후 LCK운영위원회는 자신들의 문제를 인정하며 김 전 감독의 징계를 유보했지만, '도란' 최현준 선수에 대한 징계 논란 등으로 팬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LCK운영위원회가 선수 계약에 대한 전수 조사 · LCK운영위원회와 별도로 운영되는 상벌위원회 등을 약속했지만,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국내 종목사 선전

 

▲ 올해 서울에서 진행된 '펍지네이션스컵'

 

국내 게임들도 e스포츠로서 제대로 자리 잡기 시작한 모양새다. e스포츠 흥행 자체에 관한 판단은 업계 관계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올해 국내 게임 e스포츠 콘텐츠는 대체로 게임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수준 이상이라는 평이다. 게임 유저가 게임 외적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고, 나아가 유저들이 게임을 하는 이유이자 동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국내 e스포츠 터줏대감 <카트라이더>는 떠나버린 팬들을 다시 한번 레이싱의 세계로 불러내는 데 성공하며, e스포츠로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2019 시즌 1 결승전에는 45만 명 이상이 카트라이더 리그를 시청하기도 했다.  <서머너즈워> 역시 3년째 세계대회를 운영하며 글로벌 모바일 게임 e스포츠를 이끌고 있다. 특히,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배틀로얄'이라는 장르를 이끈 <플레이어스언노운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는 2019년 e스포츠로서의 재미를 살리는 데 주력하며 국내외로 대회를 통해 팬들을 찾아갔다.

▲ 10월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벨로드롬(올팍축구장)에서 펼쳐진 '블소 토너먼트 2019 월드 챔피언십'

<카트라이더> e스포츠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와 함께 더 많은 팬층 확보에 나선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론칭 이후, 글로벌 e스포츠로 더 큰 '카트 리그'를 꾸린다. 2020년을 '배그 e스포츠 자립의 해'라고 밝힌 <배틀그라운드> 역시 2년간의 예열기간을 뒤로하고 배그 e스포츠만의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또 올해 "의외로 재밌다"는 평을 받은 <로스트 아크>, <블레이드 & 소울> 등 국내 MMORPG도 내년 e스포츠 대회를 더 크게 열 것으로 알려져, 어느 때보다 e스포츠 팬들이 즐길 거리가 많은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모바일 e스포츠의 약진

 

▲ 올해 LA에서 진행된 '클래시로얄 월드파이널'

 

PC게임의 전유물로 보였던 e스포츠도 '모바일 바람'이 불고 있다.

 

PC나 콘솔 게임보다 상대적으로 e스포츠 요소가 부족했던 모바일 게임들이 점차 콘텐츠 요소의 발전으로 부족함을 메우며 타 플랫폼 콘텐츠와 대등해졌다. 특히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자연스럽게 e스포츠 영역에서도 매우 빠른 속도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슈퍼셀은 올해 <브롤스타즈>, <클래시 로얄> 세계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슈퍼셀만의 모바일 e스포츠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 또 중국에서는 <펜타스톰>이 수년째 큰 인기를 끌고 있고, 동남아 지역에서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대회가 수시로 열리며 '국민 게임' 반열에 올랐다. 

 

모바일게임 e스포츠 흥행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현장직관'의 맛을 살린 것에 있다. 큰 화면에서 펼쳐지는 모바일게임은 좁은 화면과 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경기와 관련된 통계나 관전 포인트를 계속해서 화면으로 보여줘 보는 맛을 살렸다. 또 경기장도 게임 특징에 맞게 꾸며 모바일게임을 오프라인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무엇보다 PC보다는 모바일 환경이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가 게임을 즐길수록 모바일게임 e스포츠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기대돼, 모바일 게임사의 e스포츠 진출은 2020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보는 맛' 검증된 e스포츠, 스트리밍 사업 본격 시동

 

 

2019년 e스포츠 시장이 스트리밍과 만나면서 큰 성장을 이뤄냈다. 다양한 스트리밍 사이트와 영상 플랫폼에서 e스포츠 관련 영상 시청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 11월 진행된 '2019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의 결승전은 분당 평균 시청자 2,180만 명을 기록하기도 하며 전통 스포츠의 아성을 위협했다.

최근에는 미 해군이 2020년에는 슈퍼볼 등 TV 광고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e스포츠 등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이는 30세 미만의 젊은 시청자에게 접근하기 위한 선택이다. 시러큐스 대학 연구에서는 2020년 이후, e스포츠 시청자 수가 미식축구 리그 NFL 시청자를 제외한 모든 프로 스포츠를 제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게임에 익숙한 세대가 주요 소비자가 될수록 스포츠 마케팅은 더 빠르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e스포츠 프로 구단을 운영하는 것에 그쳤던 구단사들도 콘텐츠 제작에 나서며 스트리밍 사업에 뛰어들었다. e스포츠 선수와 활약상이 담긴 콘텐츠는 물론 선수들의 스트리밍, 선수의 대회 개인 화면 콘텐츠 등으로 팬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미국 통신업체 '컴캐스트'와 SKT가 손잡은 'T1'이 있다. T1은 e스포츠 콘텐츠 제작과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등을 중심으로 2020년 다양한 e스포츠 사업에 나선다.

국내 e스포츠 시장 성장 역시 스트리밍 시장이 이끌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7년 973억 원이던 국내 e스포츠 시장은 다음 해 1,139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 중심에는 250억 원 규모로 성장한 인터넷/ 스트리밍 매출이 있다. 해마다 성장하는 스트리밍 시장 특성에 맞물려, 2019년 물론 2020년에는 e스포츠 시장과 함께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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