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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이즈게임

사람들이 크래프톤의 모바일 MMORPG '눈물을 마시는 새'에 분노하는 이유

[대담] 디스이즈게임 기자들, '눈물을 마시는 새'를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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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도 작가가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모바일 MMORPG <눈물을 마시는 새>. 일주일 전, 게임의 정체를 담은 5분 분량의 영상이 공개된 이후 작가의 팬들은 물론 작가의 소설을 읽지 않은 이들까지 분노하고 있다. 

 

사람들은 왜 게임 <눈물을 마시는 새>에 분노하는가? 이영도 작가의 소설을 감명깊게 읽은 기자, 개발사 크래프톤의 담당기자 등 디스이즈게임 기자 4명이 이를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크래프톤의 <눈물을 마시는 새>를 거울 삼아 IP를 활용한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우티: 이영도는 누구인가? <눈물을 마시는 새>(이하 눈마새)란 어떤 작품인가? 우리 넷은 알고 있지만, 모르는 독자를 위해 설명을 부탁한다.

 

다미롱: 이영도는 한국의 대표적 판타지 작가다. 작가들끼리 우선순위를 나눌 순 없지만 독자들에게 "한국의 대표적인 판타지 소설가 3명만 대보라"고 말하면 그 안에 무조건 들어가는 작가다. 또 판타지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와 달리, 작품에 주제의식을 많이 녹여낸 작가다.

 

소설 <눈마새>도 동양적 배경 설정과 깊이있는 주제의식을 갖춘 작품이다. 팬들 사이에선 일반적인 판타지소설보다 높은 위상을 갖추고 있다. 이영도 작가의 팬이라면 <눈마새>를 킬링타임용 판타지가 아니라 명작 반열에 오른 소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마루노래: 작가의 전작 <드래곤라자>까지만 해도 그 시절 판타지 장르 문법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지만, <눈마새>는 독특한 작품성과 내용을 가진 작품이며 <눈마새>만의 고유성을 가진 소설로 본다.



우티: 바로 그 고유성 때문에  소설 <눈마새>를 게임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거라고?

마루노래:  <달빛조각사>를 게임으로 만든다고 했을 때 반감이 이렇게까지 크진 않았다. 소설 <달빛조각사>는 활극형에 가까운 작품으로 기존에 소비되던 판타지 문법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았다. 이야기 구성이나 주인공의 특성이 재밌어서 소비됐던 것이다. '게임'을 주제로 한다는 것에도 접점이 있었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구현하지?"라는 고민이 <눈마새> 정도는 아니었다. 
다미롱:   개발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팬들 사이에서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드래곤라자>와는 달리,  동·중앙아시아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세계와 일반적인 판타지 세계에서 보기 힘든 개성적인 종족, 극과 극으로 다른 소설 전후반부의 분위기 때문에 게임화가 힘들 것이라는 것이 팬들의 중론이었다.  내가 즐겨 읽었던 소설을 유명 회사가 게임화한다면 어떨까? 이런 기대감이 형성됐을 것이다.


우티: 사실 <눈마새>의 게임화는 작년 12월 '이영도 공식 출판 카페'를 통해 공식적으로 알려졌다.

홀리스:  당시에 출판사 황금가지의 관계자가 "눈마새 게임 판권이 팔렸다"라는 소식을 전했다. 어디라고는 이야기하지 않았던 상황이다. 당시 크래프톤은 <프로젝트 BB>의 프로토타입을 절반 정도 만든 상황이었고, <눈마새> 아이피를 접합시키기로 하면서 어떤 식으로 녹여낼까 고민했다고 전해진다.

 

 

우티: 이미 내부적으로 만들던 게임에 <눈마새> IP를 얹은 꼴인데, 이 자체만으로도 비판의 날을 세우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게임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다미롱:  한국 게임계에선 종종 있는 일이다. 초창기 온라인 게임이 대표적이다. < 바람의 나라>나 <리니지>가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이들 중 원작의 느낌을 제대로 살렸던 게임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프로세스로 개발이 됐다고 하더라도 결과물이 잘 뽑히면 사람들은 만족했을 것이다. 그런데 크래프톤이 공개한 정보들이 팬들이 알던 <눈마새>와 너무 달라서 문제가 도드라진 것이고 유저들의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선택을 할 수 있겠지만, 결과 역시 회사가 감내해야 할 것이다. 이런 개발 방식이 특이한 일이 아니긴 하다. 

홀리스: 처음부터 원작 IP를 가지고 활용하는 방법이 있고, 프로토타입을 갖춰놓고 IP에 맞는 게임성을 구현하는 방법이 있는데 게임 <눈마새>는 후자다. <프로젝트 BB>를 만들다가 <눈마새> 판권이 계약되면서 <프로젝트 BB>를 <눈마새>에 맞춘 것이다.



우티: 결과적으로 첫 단추부터 팬들을 실망시킨 결과물을 내놓게 됐다. 공개된 유튜브 영상은 좋아요는 65개, 싫어요는 1,400개를 기록 중이다.  판타지 소설, 그리고 이영도 작가의 팬들은 왜 크래프톤의 <눈마새>에 실망했을까?

다미롱: 김경태 PD가 말하는 것처럼 이영도 작가가  건물 양식이나 복식 등을 엄청나게 꼼꼼히 묘사하는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기본적인 분위기라는 게 있지 않나? 소설 <눈마새>에는 비장한 분위기가 지배적인데 게임 <눈마새>는 캐쥬얼한 느낌의 아트를 선보인 것만으로도 괴리감이 느껴진다. 또 동양적인 소재 때문에 사람들이 떠올렸을 것과 달리, 서양풍의 갑옷이나 마법사 같은 존재는 이런 괴리감을 더욱 강화했을 것이다.

게임의 핵심 요소라는 유전자와 자손 요소도 그렇다. 소설 <눈마새>와 너무 나이브하게 연결됐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수천, 수백년 동안 살기 때문에 플레이 조건을 이런 방향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이건 장치 중 하나일 뿐이고 <눈마새>의 핵심이나 주제의식과는 다르다.  PD는 <눈마새>의 주제를 '사랑'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새' 시리즈(<눈마새> & <피를 마시는 새>)의 주제의식은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이다.

<눈마새>의 주인공은 다른 종족과 싸우면서 '우리는 왜 저들에게 칼을 들이미는가' 고민했다가, 자신의 선의를 배신당하고, 소중한 이들을 잃으면서 복수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됐다. 그러다 여러 사건을 겪고 결국 복수심을 내려놓는다. 원작에서 계속 얘기되던 '왕'이라는 소재도 서로 다른 집단을 하나로 묶는 상징이고. 이 과정에서 강하게 드러나는 주제의식은 차이를 어떻게 포용하느냐다.

이영도 작가 본인이 직접 나서서 작품의 주제를 말하고 다니는 타입이 아니고, 2차 창작에 대해서도 굉장히 관대한 편이다. 하지만 원작에서 핵심적이지 않은 '자손'과 같은 개념이 강조되다 보니, 팬의 입장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눈마새> 게임을 고민했나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눈마새> 이야기 자체가 게임화되기 힘든 스토리인 것은 맞는데, 지금까지 드러난 게임 <눈마새>의 핵심 요소는 너무 느슨하다.

홀리스: 전체적으로 독자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많이 주는 소설이기는 하다.  PD가 "이게 우리 식으로 해석한 <눈마새>야"라고 보여줬지만, 팬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간극이 너무 크다. 백보 양보하더라도 IP를 다루는 방식마저 자기들이 내부적으로 개발하던 게임을 소화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IP에 맞는 게임을 만든 게 아니라 프로토타입에 맞는 IP를 찾아서 거기에 맞춘 거다.  근본 자체가 <프로젝트 BB>에서 출발했기 떄문에 이질감, 실망이 더 컸을 것이다.




우티: 게임 <눈마새>가 원작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까?

다미롱:  독자가 소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자유다. <눈마새>를 킬링타임 소설이나 액션활극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거다. 근데 이거를 게임화해서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독자 다수를 만족시켜야 하는 입장이 되는 것 아닌가? 게임 <눈마새>의 첫 번째 타겟은 <눈마새>를 아는 사람이다. 게임 <눈마새>를 마음에 드는 사람도 없진 않겠지만, 최소한 유튜브 반응이나 소설 커뮤니티 반응을 보면 다수를 만족시키진 않은 것 같다.

홀리스:  원작의 시공간적 구성 자체가 굉장히 촘촘하지는 않다. 시간대도 그렇고 지역도 그렇고 멀리 떨어져있다. 제작진은 이 사이를 채우려는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 채우려는 부분들, 원작에는 없는 설정 해석이 부각되면서 거부감이 커진 것 같다.

게임 <눈물을 마시는 새>


우티: 김경태 PD는 게임 <눈마새>의 플레이어가 원작 속 주인공의 행적을 간접적으로 지원한다고 했다. 

홀리스:  PD의 말을 빌리자면, 원작의 주인공을 들이밀어서 새로운 뭔가를 하게 되면 그 스토리가 훼손되기 때문에 쓴 방법이다. 스토리는 스토리대로 가게 하고 주인공은 가상의 행단 일원으로서 주인공을 간접 지원하면서 눈마새의 고유 스토리를 보여주는. 그리고 플레이어는 세계관에 일조하는 일원이라는.

다미롱:  과연 <눈마새> 팬들이 그것을 원할까? 내가 모든 팬덤을 대표할 순 없겠지만, 솔직히 (소비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공급자 중심 마인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IP를 가져다 쓸 거였다면,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어야 한다.

마루노래: 사람들이 왜 분노하고 있냐면, 내가 사랑하는 작품이, 혹은 '역대급'으로 평가받는 소설이 사상 최초로 공식 시각화됐는데 '구리다'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거다. 시각 정보가 없거나 적은 원작을 시각 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고증이 아니라 원작의 내러티브를 기본으로 하는 재창조에 가깝고, 완성도가 있어야 한다.

일례로 나는 <해리 포터>와 같이 자란 세대다. 소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나왔을 때 나도, 해리 포터도 11살이었다. 이후 영화화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을 봤을 때, 눈에 보이는 호그와트가 나의 상상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렇지만 시각적 완성도가 나의 소설 경험과는 무관하게 좋았다. 그런데 게임 <눈마새>는 어떻나? 개발진의 원작 내러티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가? 그 비주얼이 완성도가 높은가? 내 눈에는 그렇지 않다.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우티: 게임 <눈마새>가 비판을 받으며 왜곡되거나 와전된 부분도 있었다.

홀리스: 김경태 PD가 개인 방송을 통해 와전된 부분에 대해서 설명한 적 있다. 가령 마법사의 존재의 경우 <프로젝트 BB>의 흔적이기 때문에 재고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시체를 하우징한다'는 부분은 말 그대로 시체를 전시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의 부모, 그러니까 지금 플레이하는 캐릭터 이전 캐릭터가 죽으면 그 묘비를 집 근처에 놔서 추모할 수 있게 한다는 요소였다.

다미롱: 도깨비와 레콘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있었다. 원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인간밖에 없다, 도깨비와 레콘을 플레이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사실 도깨비는 평화주의자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지정하기 애매한 점이 있다. 그리고 <프로젝트 BB>와 어셋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기존에 만들던 거에 스킨만 씌웠네"라는 부정적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홀리스: 원작의 선을 넘지 않으려는 부분은 있긴 했는데,  가뜩이나 컸던 반감에 오해까지 생기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언리얼엔진4 기반의 실사풍 AAA급 MMORPG이며, PC·콘솔 멀티플랫폼을 지원한다"는 뉴스까지 전해졌다. 공개된 모습은 모바일 MMORPG였다.



우티: 게임 <눈마새>가 IP에 대한 팬심을 내려놓고 보면 '게임적 허용'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느냐라는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다미롱:  성립할 수 없는 주장이다. IP를 가져다 쓴 이상 원작의 팬을 배제할 수 없다. 이걸 배제하고 나서는 펴악할 수 없다. 기자로서 <프로젝트 BB>의 시도는 참신하게 본다. 그렇지만 소설 <눈마새> 팬으로서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들은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솔직히 원작을 얼마나 존중하며 만들었는지 의문이 든다. 지금까지 공개된 모습을 보면 ​  <눈마새>를 읽고 느꼈던 일반적 감정을 게임에 담아내려 노력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홀리스: 이질감이 너무 크다. 팬들이 생각하는 선이라는 게 있는데, 벗어난 느낌이다. 원작 느낌이 느껴지지 않는 캐쥬얼한 룩앤필 속에서 '임신한 여 캐릭터는 전투할 수 없다'같은 요소가 강조되고 있다. 게임 <눈마새>만의 엣지를 더 드러낼수록  지금의 혼란이 가중만 되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


우티: '원작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 'IP​가 포장지로 쓰이는 상황이다'가​ 중론 같다. 이러한 상황이 함의하는 것은 무엇인가?

마루노래:   IP를 포장지로 가져다 쓰는 게  이익 창출에 도움이 되어왔기 때문 ​에 이런 방법론이 굳어진 게 아닐까? 팬의 반감과는 무관하게 돈이 벌리더라는 것이다. 요즘 "IP 게임은 거른다"라는 인식까지 형성되지 않았나? 한국에서 IP를 활용한 게임은 그 신뢰자본을 소진했다고 본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눈마새>야말로 IP를 가져왔는데도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케이스가 될 수도 있다.

홀리스:   신규 IP를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테니 이미 있는 IP를 가져다 쓰는 게 좋은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게임으로 미디어믹스를 하게 되면, 한정적인 감상의 영역을 뛰어넘어 특정 세계에 직접 들어가서 조작한다는 경험의 영역으로 바뀌기 때문에 매력이 될 수도 있다. 

다미롱:  IP 게임은 양날의 검이다. 기본적인 팬들이 있어 높은 기대감을 가지지만, 이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눈마새>의 경우처럼 노이즈로 돌아온다. 잘 만들지 못하면 그 반응도 고스란히 감내해야만 하는 게 IP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 IP 홀더가 이런 게임이 만들어질 때 하나 하나 꼼꼼하게 검수하는 편이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너무 들쑥날쑥한 느낌이다.

일본 게임사의 검수 과정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사진은 2015년 NDC에서 공개된 <삼국지조조전 온라인>. IP홀더 코에이테크모는 개발사 띵소프트에게 개발 전 과정에서 강도 높은 검수를 진행했다고 전해진다.


우티: 문득 소설로 출발해 게임으로 대성하고 넷플릭스 드라마 방영을 앞둔 <위처> IP가 생각난다.  '양날의 검'인 IP 게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마루노래:  'IP', 즉 지적 재산권이라는 게 다분히 산업 중심적인 개념이다. 게임사들이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에서 어떻게 게임을 만들어 팔까 고민하다가 기존의 IP를 활용해 마케팅의 품을 줄이는 수단이 됐다.  다른 IP를 쓴다는 것은 내가 어떤 세계를 구현하거나, 기존의 설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부산물을 만든다는 게 아니라, 상품을 만드는 데 마케팅 예산을 줄이는 전략 쯤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게임사의 개발자들, 그리고 마케팅 담당자들이 정확히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IP에는 기본적으로 일련의 소비 습관이 들어있다. 내러티브라고 해도 좋고, 감정적인 영역이라고 해도 좋다. 단순히 원작이 가진 캐릭터, 공간, 삽화를 중심으로 해서 참고한 결과가 아니다.  유저들은 IP를 소비하는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하고 있고, 그 안에서 스스로 코딩과 디코딩을 하는 게 오늘날 IP 소비 문화다.

예컨대 사람들이 "나의 OOO은(는) 이렇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처럼,  데이터베이스 안에서 벗어난 것들이 발견되면 거부감이 크다. IP 게임을 다루는 사람이 그 IP의 데이터베이스에 접근 중이고 실제로 소비하는 입장이어야 유리하다. 그렇지 않으면 거부 반응이 생기기 마련이다.

다미롱: 게임도 IP다. 게임을 원작으로 애니메이션이나 소설 등으로 발을 뻗을 수 있다. 게임도 게임으로 출발해 하나의 시리즈가 되고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IP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IP를 만드는 사람이 다른 IP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봤을 때, 다른 IP를 대충 보면 수준이나 신뢰가 올라갈 수 있을까? IP를 마구잡이로 다뤄서 성과를 낸다고 하더라도, 이런 성과들이 누적되면 팬들이 신뢰를 가질 수 있을까?


우티: 제공자 입장에서 리터러시( literacy ​)가 중요하다라는 말로 이해된다. 판권을 가져왔다고 마음대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원작의 레거시 안에서 적당히 변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 맞나?

마루노래: 그렇다. 한국의 IP 게임은 대체로 판타지물이 대세다. RPG가 비중이 높은 시장 특수성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이 사람들은 작품의 '데이터베이스'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 

어제(16일) 열린 '게임문화 융합연구 심포지엄'에서 한 연구자가  게임 창작자와 유저들의 게임에 대한 인식을 빅데이터 기준으로 분석해보니, 국내 개발자는 성장이나 동기부여를 중심으로 사고하고 해외 개발자는 세계를 창조하고 경험을 나누는 것을 중심으로 사고한다더라. 국내 유저들도 성장과 동기부여를 중심으로 게임을 사고하는데, 본래 상품이란 시장의 수요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자들이 그런 쪽으로만 생각해온 것이 아니라 국내 시장이 이미 그렇게 형성된 것이다.

<스타워즈: 제다이 폴른 오더> 메이킹 다큐를 봤는데, 리스폰 개발자들이 다른 게임을 만들던 중에 상부로부터 "<스타워즈> IP 계약이 됐으니 원래 하던 걸 만들겠느냐, 아니면 드롭하고 <스타워즈> IP 게임을 만들곘느냐?" 물었다더라. 이들은 기뻐하면 6개월간 만든 어셋을 드롭하고 <스타워즈: 제다이 폴른 오더>를 만들었다. 한국이라면 어떻게 됐을까? 6개월간 만든 어셋을 <스타워즈> 게임에 덧씌우지는 않았을까?

6개월간 만든 게임을 드롭하고 새로 만들어 호평받은 <스타워즈: 제다이 폴른 오더>


우티: <눈마새>로 돌아와서, IP 홀더 황금가지의 편집 담당이 11일 카페에 글을 남겼다. "게임 계약을 통해 소설의 영문 번역 등을 시도할 수 있게 됐고,  이를 토대로 원작의 위상을 높이겠다"라는 말로 요약되는데, 혹자는 이를 "IP를 잘 팔려면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뉘앙스로 해석하고 있다.

다미롱:  글쎄. 개인적으론 그런 뉘앙스보단, 아직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게임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그저 게임화로 인해 발생한 선순환에 대한 기대를 언급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홀리스: 사실 대중 영역에서 판타지 소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게임을 통해 저변을 확대하고 원작에 관심을 가져서 소설로 유입되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 1권


우티: 일본처럼 IP 홀더가 조금 더 꼼꼼하게 미디어믹스에 개입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발사 크래프톤은 어떤가? 영상 공개 방식부터 문제였다는 의견이 있다.

홀리스: 크래프톤의 홍보 전략이 매끄럽지 않았던 것 같다.  영상 분량이 5분이었다면, 5분 내내 게임의 특징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해도 모자르지 않나?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느낌의 스내커블 콘텐츠로 만들면서 시간을 뺏었다. '드립'을 날려가면서 홍보할 IP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전략을 고민하고 색깔을 고민하는 것은 좋지만, ​  톤 앤 매너가 안 맞은 셈이다. 

이후 PD가 후일담 방식으로 개인 방송을 열고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해명을 하는 모습도 좋지 않았다. 원래 개인 방송을 열면서 유저와 소통하던 PD이긴 하지만, 이렇게 문제가 불거졌다면 오피셜한 영역에서 빠르게 문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미롱:  '유니온'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눈마새> IP 활용과 별개로 가족과 임신, 대를 잇는다는 콘셉트의 모바일 MMORPG 도전은 눈여겨볼 만한 시도이긴 하다. 이런 모습을 팬덤에게 공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기자로서 아쉬운 점도 있다.



우티: '개발사들의 유니온'을 표방한 크래프톤이지만, 자사 게임을 홍보할 때 최소한의 게이트키핑은 있어야 한다?

마루노래: 이 정도 되는 IP였다면, 이렇게 예능처럼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케팅 차원에서 고민이 깊지 않았던 것 같다. 좋게 말하면 독립성이고 나쁘게 말하면 "너 알아서 해", 홍보 역량에 신경을 덜 쓰는 것 같다.

홀리스: 크래프톤은 일반적인 한국 게임사와 다른 방식의 전략을 취하고 있고, 이를 존중하지만 소비자가 프로덕트를 받아들이는 단계라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에 기준선은 있어야 한다. 가령, 김 PD도 개인 방송을 통해서 "황금가지가 <눈마새> 계약을 한 것을 인터넷 보고 알았다"라는 식의 말을 한다. 스탭(step)을 정하고 움직이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우티: 많은 말을 나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홀리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으니 지금부터라도 고민 잘 해서 팬들을 위한 게임을 만들면 한다.

다미롱: 기자로서 그간 드물었던 콘셉트를 강조한 <눈마새>의 도전은 높게 평가한다. 그렇지만 원작의 팬으로서 좋게 평가하긴 힘들다. 우리가 오해하고 있던 거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팬의 입장과 무관하게, 게임이라도 잘 나오면 좋겠다.

마루노래:  만들고 판매하는 입장에서 게임이라는 매체와 게이머라는 오디언스(audience) 에 대한 리터러시를 키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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