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 연구 세계 석학 한 자리에.. "게임 이용 장애 질병 도입 이르다"

조회수 2019. 11. 1. 14: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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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문화재단 인터넷게임장애 국제공동연구 기자간담회

게임문화재단이 11월 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인터넷게임장애(IGD, Internet Gaming Disorder) 국제공동연구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김경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블리단 스타서빅(Vladan Starcevic) 시드니대학교 의학보건학부 부교수, 유타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페리 랜쇼(Perry Renshow) 교수와 드보라 유겔룬-토드(Deborah Yugelun-Todd) 교수가 참석해 자신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인터넷게임장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게임문화재단은 해당 간담회 직후 인터넷게임장애 국제공동연구 심포지움을 진행할 계획이다. WHO의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 질병 코드 등재 이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이와 관련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했다는 것이 재단의 설명. 이에 게임문화재단은 국제적으로 저명한 석학들과 인터넷게임장애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연구 진행 과정 및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기사에서는 국제공동연구 연구진과 취재진이 나눈 질의응답을 소개한다.


▲ 왼쪽부터 페리 랜쇼 교수, 드보라 유겔룬-토드 교수, 김경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블리단 스타서빅 교수

 

 

유타대학교 연구진은 12,000명의 아동의 게임 이용을 복합적으로 조사한 'ABCD 연구'의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연구 대상 중에 성인은 없었나?


드보라 유겔룬-토드 교수: 내가 연구를 진행한 12,000명의 아동은 9세에서 10세 사이의 아동을 베이스라인으로 잡았다. 그 이후 이들을 추적하는 과정을 거쳐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하게 됐다. 참고로 랜쇼 교수의 연구는 그보다 나이가 많은 청소년까지 포괄한다.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로 등재된 현재 상황에서 실제 액션이 중요할 것 같다. 게임문화재단에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김경일 이사장: 연구 진행 이후 첫 번째 단계는 학계에 연구 내용을 보고하는 것이다. 이후에 보통 논문의 확증과 반증을 하는 후속 연구가 나오는 학문적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지금 게임 이용 장애는 단순히 코드화되어 범주에 들어갔다. 의료화가 된 것인데 이런 질병 분류 과정에서 대상에 대한 생각의 깊이가 떨어지는 상황이 많다. 게임문화재단이 법적으로 어떤 힘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있는 생각을 하고 사회적 저변을 넓혀나가는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1970년대 미국에서 TV와 아동의 행동 사이의 관계에 대한 문제가 일어난 적 있다. 찬반양론이 펼쳐졌지만 가장 중요한 건 부모와 가정적 환경에 대한 요인이었다. 우리는 인터넷게임장애와 관련한 숨겨진 원인을 더 많이 보려고 한다. 입시경쟁 등 한국의 문화적 특징도 이야기해볼 수 있다. 비신체적 요인이 강한 것들을 질병으로 만들기 위해선 굉장히 주의깊은 생각과 고민을 해야 한다. 

 

조금 더 짧게 말씀을 드리자면 게임문화재단의 역할은 국제공동연구의 내용을 쉬운 언어로 만들어 많은 계층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블라단 스타서빅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 게임 문제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현재 학계의 진단기준에 맞지 않다고 말했는데, 구체적인 사례를 말해줄 수 있나?


블라단 스타서빅 교수: 내 주장은 WHO ICD-11의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와 DSM-5의 인터넷게임장애의 구분이 필요하고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ICD-11이 주장하는 게임이용장애의 요소는 인터넷게임장애와 비교했을 때 임계치 수준이 굉장히 높다. 달리 해석하자면 과몰입 대상 중에서 상이한 진단 기준으로 오류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DSM-5과 ICD-11의 게임 관련 진단 기준은 문제적 항목 중 일부분만 충족해도 장애로 인정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의 여부부터 다 다르다. 질병을 판단할 때 조금 더 중요한 요소가 있어서 그 안에서 차별성을 둬야 한다. ICD-11의 게임이용장애는 통제권을 잃고, 기능 장애가 계속되고, 부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계속해야 과몰입으로 진단하는데 DSM-5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런 격차가 있다.

 

 

 

게임을 어떻게 교육 현장에서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가에 관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에서는 어떤 게이미피케이션 사례가 있나? 게임문화재단은 교육 현장이나 교육부와 협의해서 방과후 과정에서 게임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계획이 있나?

 

드보라 유겔룬-토드 교수: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ADHD 환자에게 게임 이용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ADHD를 가진 아이들이 게임을 함으로써 집중력이 향상되거나 학습 참여도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된다. 또 게임 이용이 사회성을 강화시켜주거나 일부 감정의 완화를 돕는다는 연구도 있다.

 

이러한 연구는 아직 시작 단계라서 많은 사례가 있진 않다. 역사적으로도 인터넷게임이나 미디어의 활용에 대해 악영향이나 문제점 파악에만 집중해왔다. 이제서야 게임 이용의 긍정적인 면모가 리서치를 통해 나타나는 듯하다. 노년층의 우울증 완화와 인지적 효과도 개선에도 게임이 효과적이라는 연구 주제가 있고, 이런 부분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김경일 이사장:​ 먼저 게임과 게임적 요소를 구분하고 싶다. 기술의 발전 속도보다 그 기술을 어떻게 인식하고 사용하는가가 중요한 사회가 됐다. 스마트폰을 단순히 전화기로만 쓰는 사람이 있고 기술을 활용해 우버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앞으로 두 번째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게임적 요소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앞으로 게임적 요소를 실현해보고 실천해본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고 주목을 받을 것이다. 그렇게 봤을 때, 질문을 뒤집어서 우리 아이들의 방과후학교를 어떻게 게임처럼 만드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게임적 요소를 많이 이해하도록 우리 아이들을 키워야한다. 이제 기술력으로는 한국이 일본이나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똑같은 걸 배워서 보다 나은 걸 만드는 아이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게이미피케이션이다.

 

게임문화재단에선 게임산업을 지켜보고 산업에 대해 논평이나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에 게임적 요소를 많이 도입해서 시스템과 산업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아이들 키우는 데에도 관심이 많다

 

 

과몰입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지, 어떤 행동에 과몰입하는가에 따라서 위험도가 다르다고 보는 건지 설명해줬으면 좋겠다.

 

블라단 스타서빅 교수:​ 과몰입 단어 자체가 정의와 구분이 어렵다. 주관적 요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과도하게 보이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과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콘텐츠 별 과몰입 구분은 조금 더 흥미로운 것 같다. 일각에서는 RPG가 다른 게임보다 문제적 게임 이용 관련성이 높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고려해야 하는 요소도 굉장히 많아서 간단하게 정의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과몰입 단계다, 아니다를 구분지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게임 과몰입의 경우 간단히 요약하자면 부정적 여파나 결과가 있음에도 게임을 하는 경우가 과몰입이 아닐까 생각힌다. 부정적 여파라 한다면 부모와의 대립이 강화된다던지, 숙제를 안 한다던지, 수면장애가 나타난다던지 같은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계속 한다면 과몰입 단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페리 랜쇼 교수: 과몰입에 성별 편향이 있다. 여성보다 남성 쪽에서 그런 성향과 진단이 더 많이 일어나는 편이다. ADHD나 과잉행동장애의 발생도 그 기준이 다 다른데, 남자 아이들 사이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 왜 남성들이 여성보다 과몰입 성향이 높은지는 사회화의 결과일 수 있다. 

 

굉장히 복잡한 문제 같다. 작년 미국에서 ADHD와 과몰입 사이의 연구를 해봤더니 단기적으로는 대상에 과몰입하는 게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이런 아이들이 오히려 파킨슨 병에 걸린 위험이 높아진다고 한다. 뇌 안의 도파민 수준이 높아지면서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수능이 있지 않은가? 시험 기간에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청소년 중 20%가 자극제나 약물을 투여받는다고 알고 있다. 연구자로서는 전체적인 생애주기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극제의 효과와 시험이 끝났을 때 자극제를 더이상 투여받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도 방법론을 제시해야지 않을까. 

 


페리 랜쇼 교수는 한국에서 진행한 게임 과몰입 연구 결과를 미국에서 검증하는 연구를 했다고 한다. 어떤 연구결과가 있는지? 미국에서 연구대상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페리 랜쇼 교수: 한국에서 한 연구를 그대로 미국에서 해봤다. 근데 한국에서만큼 게임 강도가 높은 학생을 미국에서 많이 찾지 못했다. 왜 그러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시드니에서도 비슷한 연구를 하는 데 그렇다고 한다. 게임 과몰입이 문화적 요소와 결합되어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문화적 요소에 따라 연구를 확대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 

 

드보라 유겔룬-토드 교수: 우리가 어떻게 세계에 적응하고 자극에 반응하는지에 관해 문화적 영향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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