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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추억을 한 권에 담았다, '메가 드라이브 컴플리트 가이드'

조회수 2019. 8. 5. 15: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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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게임 동호회가 만들고 국내에서는 라의눈이 발행한 <메가 드라이브 컴플리트 가이드 with 마크 3> 서평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 콘솔 게임기의 역사를 논하는 데 있어서 세가 ‘메가 드라이브’(Mega Drive, 북미명 세가 제네시스)는 빼놓을 수 없는 게임기다. 당시 가정용 게임기로는 충격에 가까운 성능이라 할 수 있는 16비트 CPU를 탑재했기 때문에 많은 게이머들에게 어필하는 데 성공했고, 상업적으로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 닌텐도 ‘슈퍼 패미콤’(북미명 SNES, Super Nintendo Entertainment System)의 독주를 막았다는 점에서도 여로모로 임팩트가 강하게 남아 있는 게임기다. 

 

이러한 메가 드라이브의 역사를 한 권에 담은 책인 <메가 드라이브 컴플리트 가이드 With 마크3>(이하 MD 가이드)가 지난 8월 1일 국내에 발매되었다. 레트로 게임 동호회가 만들고, 국내에서는 라의눈이 발행한 이 책은 메가 드라이브 자체에 대한 설명은 물론. 기기별 스펙, 발매 연도, 가격 등을 모두 담고 있으며, 여러 설명까지 더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 초기작부터 세상에 외면받은 괴작 슈퍼 32X까지

<MD 가이드>는 메가 드라이브의 첫 콘솔부터 시작해 역대 발매한 본체 시리즈와, 주변기기 그리고 타이틀에 대한 설명이 담긴 책이다. 게임기와 주변기기에 대한 설명은 발매일과 가격, 기본 스펙, 실물 사진은 물론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담겨있다. 때문에 책을 읽는다는 느낌뿐 아니라 박물관에서 가이드 설명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최초의 메가 드라이브는 1988년 10월 26일에 출시했다. 이 초기작은 16비트 CPU를 기반으로 한 듀얼 CPU, 음원 램프, 헤드폰 단자 등 특징이 있으며, 발매 당시 가격은 2만 1,000엔(현재 환율 기준 약 23만 원)이었다. 당시 일본 경제 상황은 ‘버블 경제’로 인해 호황에 있어 다리미 한 대 가격이 1만 엔을 기록하는 등 물가가 높았다.

 

많은 사람이 메가 드라이브가 16비트 CPU를 강조했기 때문에 ‘가정용 게임기 최초의 16비트 게임기’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전 세계에 발매된 가정용 게임기 중 최초 16비트 게임기는 미국 완구회사 마텔이 1979년 선보인 ‘인텔리비전’이다.

 

다만, 인텔리비전은 유저들의 기억에 남을만한 킬러 타이틀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1982년 일본 발매 당시 5만 엔에 육박하는 비싼 가격을 자랑했다는 점으로 인해 유저들의 기억에 남지 못했다.

 

메가 드라이브
인텔리비전

세가는 메가 드라이브 발매 이후에도 다양한 후속 기기와 주변 기기를 선보였다. 음원 램프와 헤드폰 단자를 빼고 기기를 소형화한 염가판 ‘메가 드라이브 2’. 이는 발매 당시 12,800엔(현재 환율 기준 약 14만 원)이었기에 메가 드라이브 보급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이 밖에도 <MD 가이드>에는 휴대용 게임기 ‘메가 제트’, CD-ROM ‘메가-CD’, 메가 드라이브를 16비트에서 32비트로 업그레이드해주는 ‘슈퍼 32X’ 등에 대한 설명을 모두 담고 있다. 물론, 세가 오브 아메리카에 의해 만들어진 슈퍼 32X가 게임 시장에서 왜 외면받았는지에 대한 설명 역시 빠트리지 않고 있다.

 

<MD 가이드>는 메가 드라이브 발매 이전 세가가 선보였던 가정용 게임기들에 대해서도 일부 다룬다. 일례로 아케이드 게임 전문 개발사였던 세가가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 첫 도전장을 던진 'SG-1000'이나, 8비트 게임기였던 '세가 마크 3'에 대한 설명도 찾아볼 수 있다.

 

즉, 이 책은 메가 드라이브는 물론 세가 콘솔의 탄생과 성능, 그리고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고 설명 역시 가볍게 정리되어 있어 콘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읽는 데 부담이 없다. 다만, 내용이 간단하게 정리되어 있기에 이 책을 백과사전이나 학술지 등 분석용 자료로 생각하는 독자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여담이지만, 사실 국내에서는 메가 드라이브라는 이름보다는 ‘슈퍼 알라딘보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유저들이 많을 것이다. 이는 과거 삼성이 게임 산업을 하던 당시 메가 드라이브를 수입하며 이름을 바꾼 것으로, 삼성은 기기 수입뿐 아니라 <스토리 오브 도어>, <라이트 크루세이더>, <신 창세기 라그나센티> 등 타이틀 한국어화 역시 진행했다.

 

슈퍼 32X

 

삼성 '슈퍼 알라딘보이'
삼성은 기기 수입뿐 아니라 게임 한국어화도 진행했다


# 시대별로 정리한 게임 목록, 최초 게임부터 유명 개발사 초창기 타이틀을 한눈에

<MD 가이드>는 메가 드라이브와 세가 마크 3용으로 발매한 게임 대부분을 소개한다. 연도별로 정리된 게임 목록은 각 타이틀별 설명뿐 아니라 발매일과 퍼블리셔, 가격, 패키지 사진, 게임 스크린샷 등 다양한 요소가 담겨있다. 때문에 메가 드라이브를 접했던 유저들에게는 “어! 아는 게임이다”는 반가움을 주고, 처음 접하는 유저들에게는 게임과 게임사에 대해 알아가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특히, 게임 목록이 발매일을 기준으로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어 같은 연도에 발매된 게임이라 하더라도 전혀 다른 퀄리티를 자랑하는 게임들을 한 페이지에서 만날 수도 있다는 점 역시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MD 가이드> 속 게임 설명란에는 최초 서드 파티 타이틀, 최초 오리지널 타이틀, 메가 드라이브 첫 퍼즐 장르 등 게임 설명뿐 아니라 게임이 가진 의의 등에 대해서도 적혀있다.

 

메가 드라이브와 함께 발매한 <스페이스 해리어 2>

 

이식작 같은 경우에는 그래픽 개선이나 추가 요소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설명과 스크린샷도 있다. 덕분에 이식 과정에서 어떤 내용이 바뀌었는지를 보는 재미도 있다.

 

예를 들어, 1987년 발매한 아케이드용 체감 게임 <슈퍼 썬더 블레이드>는 메가드라이브로 이식되면서 유사 3D 스테이지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패미컴(북미명 NES)으로 발매한 <록맨> 시리즈의 메가 드라이브 데뷔작 <록맨 메가 월드>는 그래픽 작업을 새로 하여 메가 드라이브 16비트 기기 성능을 한껏 살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록맨> 시리즈 메가 드라이브 데뷔작 <록맨 메가 월드>

패미컴 <록맨 2> 그래픽은
세가 드라이브 <록맨 메가 월드>로 넘어오며 이렇게 바뀐다

 

유명 개발사가 초창기에는 어떤 게임을 만들었는지 볼 수 있다는 점도 책이 가진 매력이다. 많은 유저에게 <포켓몬스터> 시리즈 개발사로 익숙한 게임프리크가 1994년 선보인 사이드뷰 액션 <펄스맨>이나 일렉트로닉 아츠(EA)가 개발한 바이크 레이싱 게임 <로드 러시>를 보고 있으면 “이 개발사는 원래 이런 거 만들고 있었구나”하고 중얼거리게 된다.

 

EA <로드 러시 2>

게임별 가격을 체크하는 것도 재미 포인트 중 하나다. <MD 가이드>는 발매 당시 게임 가격을 정리했는데, 패키지 가격은 2,000엔부터 1만 엔이 넘는 것 까지 다양하다. 게임은 물론 게임사별로 책정 가격이 다르다는 점 역시 인상적인 부분.

 

특히, <삼국지> 시리즈로 유명한 코에이의 <삼국지 2>, <삼국지 3>는 모두 1만 4,800엔(현재 환율 기준 약 16만 원)이라는 점에서 압도적으로 비싼 가격을 자랑한다. <삼국지> 시리즈 뿐 아니라 이때 당시 코에이가 선보인 대부분 게임이 1만 엔을 넘겼다는 점 역시 당시 코에이 가격 책정을 엿볼 수 있는 재밌는 포인트 중 하나다.

 

<MD 가이드>에는 역대 발매한 모든 게임이 수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메가 드라이브 게임 하면 알아둬야 할 명작이나 플레이해보면 좋을 법한 게임은 대부분 소개되어 있다. 더불어 꼭 피해야 하는(?) 게임에 대한 설명도 들어있어 게임 부문에 대한 분량은 충분하다.

 

코에이 <삼국지 3> 메가 드라이브 버전은 1만 4,800엔으로 당시나 지금이나 엄청난 가격을 자랑한다

 

정리하자면 <MD 가이드>는 메가 드라이브 탄생과 역사가 궁금한 사람 혹은 메가 드라이브나 세가 3에 발매한 게임, 그리고 연도별 게임 변천사를 한 눈에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추천할만한 서적이다. 게임과 게임사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을 읽는 내내 편안한 마음으로 박물관을 관람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다만, 이 책은 메가 드라이브용으로 발매된 모든 게임의 이야기가 다 담겨있지는 않다. 그렇기에 앞에서도 말했지만 역대 모든 메가 드라이브의 역사를 자세히 적은 '정보의 장'으로 생각하거나 게임 역사 분석용 자료로 생각하는 독자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여담이지만, 메가 드라이브 발매 30주년 기념으로 오는 9월 '메가 드라이브 미니'가 발매될 예정이다. 해당 기기는 <골든 액스>, <미키 마우스: 캐슬 오브 일루젼>,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 등 42개 타이틀이 수록되어 있고 HDMI 연결, USB 전원 공급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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