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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 '역할 고정'은 자충수일까? 신의 한 수일까?

조회수 2019. 7. 26. 00: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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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부터 새로운 시스템과 함께 오버워치 경쟁전과 빠른 대전이 시작된다

<오버워치>가 또 한 번의 큰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다. 모든 유저가 영웅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기존 시스템 대신 역할별로 돌격 영웅 2명, 지원 2명, 공격 2명으로 구성된 팀을 만드는 '역할 고정'이 도입된다. 유저들이 경쟁전과 빠른 대전에 앞서 원하는 역할을 고르고 게임 찾기 버튼을 누르면, 이제 시스템이 자동으로 각 역햘을 조합해 팀을 구성하게 된다. 과거 자유롭게 영웅을 선택하는 빠른 대전은 아케이드에서 즐길 수 있다.

 

19일 <오버워치> 게임 디렉터 '제프 카플란'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역할 고정에 필요성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매칭 성사후 대기시간인) 40초 안에 영웅 조합을 결정하는 일은 큰 부담"이라는 점을 지적했고, 몇몇 유저가 조합을 위해 숙련도가 높지 않은 돌격 또는 지원 영웅을 선택하는 상황 등을 예시로 들었다.  

 

 

일단 많은 유저는 패치 방향 자체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돌격 영웅과 지원 영웅을 강제로 선택해야 했던 울분 있는 경험이 서린 환영일 것이다. 또 <오버워치> 리그 시청자들도 지겨운 '3/3조합(고츠 조합)'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며 역할 고정 업데이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일부 유저들은 다양한 포지션을 수행 할 수 있는 '플렉스(FLEX)'의 강점을 살리지 못한다며 아쉬워하는 의견도 내놨다. 나아가 3/3조합을 결국 게임 내 밸런스로는 해결하지 못해서 역할 고정까지 업데이트하며 해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였던 '오버워치 픽 창'

 

"부캐입니다."

 

경쟁전이 시작되면, 공격 영웅을 빠르게 선택한 일부 유저가 자신의 실력이 뛰어나다며 다른 팀원에게 돌격이나 지원 영웅을 강요하기 시작한다. 또는 특정 영웅을 선택한 뒤 어떤 말 없이 '잠수'를 탄다. 기록을 살펴보면 원챔유저(하나의 영웅만 플레이하는 유저)다.

 

결국 승리가 더 간절한 유저가 돌격 · 지원 영웅으로 바꾸거나, 그러고 싶지 않은 유저는 같이 공격 영웅을 선택하며 4딜(4명의 공격 영웅) 또는 5딜 조합을 완성한다. 대다수의 <오버워치> 경쟁적 픽 창에서 느낄수 있었던 '스트레스'였다.

 

8월부터 적용되는 역할 고정은 적어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역할군을 하는 일은 없어져 이런 스트레스에 빠져 있는 유저들을 구해낼 것으로 보인다. 또 자연스럽게 생겼던 4딜, 5딜 조합 대신 양 팀 모두 최소한의 조합을 갖주게 된다.

 

역할별로 실력 평점이 따로 계산되는 점도 긍정적인 면이 보인다. 경쟁전에서​ 돌격 전문 유저가 공격 영웅을 하고 싶어 해당 구간에서 공격 영웅을 선택하게 된다면, 돌격 영웅보다 숙련도가 떨어져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은 해당 유저는 물론 함께 플레이하는 팀원들에게도 좋은 경험은 아니다. 역할 고정이 도입된 이후에는, 어떤 유저들도 편하게 자신이 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 현재 테스트 서버에 추가된 역할별 실력 평점 시스템

 

하지만 역할 고정을 통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역할 고정은 단순히 '역할' 고정이다. 픽 창에서 특정 영웅에 대한 밸런스 논란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역할마다 평점이 따로 결정되기 때문에 주 역할이 아닌 경우, 가볍게 플레이하는 유저나 트롤링 하는 유저가 등장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돌격 역할을 맡은 유저가 공격 · 지원 역할을 못 한다는 점을 악용해 돌격 역할을 맡은 유저가 고의로 상대방에게 죽어주며 패배를 유도하는 상황 등이 연출될 수도 있다.

 

늘어난 경쟁전 배치 경기 역시 부담이다. 각 포지션 별로 5번의 배치 경기를 치러야 실력 평점을 받는다. 시즌 후 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경쟁전 포인트'는 세 포지션 모두 배치를 받아야만 지금보다 많이 받을 수 있다. 또 공격과 같은 특정 역할에 유저가 몰려, 대기 시간이 이전보다 훨씬 길어질 수도 있다. 제프 카플란은 보상을 통해 특정 역할에 유저가 쏠리는 것을 막겠다고 하지만, 보상을 위해 공격 전문 유저가 갑자기 지원 전문 유저로 바뀔 수는 없는 노릇이다.

 

 

# 드디어 '3/3조합' 몰아냈지만, 유저의 자유로운 창의성도 몰아냈다? 

 

이번 역할 고정 업데이트에서 많은 사람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부분은 '강제적'으로 2/2/2 조합을 맞춘다는 점이다. 일부 영웅이 중심이 되기도 했지만, <오버워치> 유저들은 맵과 상황에 따라 각각의 역할군에 있는 영웅의 수를 조절하며 조합했다. 최근까지 위세를 펼쳤던 3/3조합도 그중 하나다.

 

각각 3명의 돌격 영웅과 지원 영웅을 선택하는 3/3조합은 오랫동안 <오버워치>의 소위 '적폐'로 군림했다. 일반적으로 3/3조합은 오로지 3/3조합으로만 상대가 가능했고, 공격 전문 유저들도 돌격이나 지원 영웅을 선택해야만 했다. 낮은 실력 평점에서는 반강제적인 4딜, 5딜 조합이 문제였다면, 높은 실력 평점에서는 반강제적인 3/3조합이 문제였다. 

 

▲ 상하이 드래곤즈는 탱커인 'YOUNGJIN'이 자주 공격 영웅을 택하며 3/3조합을 8강부터 모조리 이겼다.

 

<오버워치> 개발진 역시 다양한 패치, 맵 업데이트, 영웅 추가를 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노력에도 최근 <오버워치> 리그 스테이지3 우승을 한 '상하이 드래곤즈'가 다른 팀들의 3/3조합을 이기기 전까지 확실한 파훼법이 없었다. 그나마 상하이 드래곤즈가 내세운 '1탱-3딜-2힐', '1탱-2딜-3힐'이라는 유동적인 조합은 개인의 기량과도 관계가 큰 '상하이 드래곤즈만의 파훼법'이었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결국, 블리자드는 게임 내적 밸런스로는 3/3조합을 해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3/3조합도 이번 역할 고정을 통해 해결된다. 제프 카플란은 "특정 조합을 해결하기 위한 업데이트가 아니다. 오해하지 말아달라"라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게임 외적인 방법을 통해 3/3조합을 해결한 셈이 됐다.

 

 

3/3조합을 해결했지만, 역할 고정은 유저들에게 2/2/2조합을 강제하기 때문에 조합이나 전략의 창의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제프 카플란은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은 제약 내에서 창의성을 발휘한다"라며 지적을 일축했다. 그의 발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실제로 <오버워치>에서는 과거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2016년 출시 당시 <오버워치>는 여러 영웅을 중복해서 선택할 수 있는 '중복 픽'이 허용됐다. 거점 점령추가 시간에 수비팀이 극단적으로 팀원 모두가 '윈스턴'이나 '메이'를 택해, 거점을 지키는 경우도 빈번했다. 모두 '솔져76'를 선택해 딜과 힐을 모두 챙기기도 했다. 또 자신이 원하는 영웅을 무조건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영웅 중 일부는 게임에서 계속 선택받지 못하기도 했다. 결국 블리자드는 출시 2개월만에 중복 픽 시스템을 제한하고, 현재와 같은 영웅 선택 시스템을 도입했다.

 

▲ 초기 <오버워치>에서 모두가 메이를 선택하는 것은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었다. 

 

중복 픽을 제한하자 일부 유저들은 새로운 조합에 대한 가능성을 걱정했고, <오버워치> 초기 e스포츠 선수였던 Cloud9 Grego는 "게임의 다양성이 없어질 것"이라고 날 세운 비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오버워치>는 추가되는 영웅과 함께 돌격 조합, 저격 조합, 토리사 등 다양한 조합으로 생겼고, 더 큰 유저들의 사랑을 받았다. 역할 고정을 통해 유저에게 강제로 적용되는 2/2/2 조합 역시 걱정과 달리, 유저가 더 다양한 조합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2/2/2 조합이 3/3 조합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에 있다. 특정 영웅 조합이 강세가 보이고, 3/3 조합처럼 같은 조합으로만 상대할 수 있다면 '제2의 3/3 조합'이 되는 것이다. 블리자드가 이번 패치를 통해 3/3 조합 해결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로 해결되는 조합 문제는 '임시방편'이며 언제든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자충수'와 '신의 한 수' 사이에 서 있는 <오버워치>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에 있었다. 2016년,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 유저들이 선호 포지션 2개를 골라 랭크 게임을 검색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가했다. 이전까지 라이엇 게임즈는  '탑, 미드, 정글, AD캐리, 서포터'로 나뉘는 EU스타일이 유저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막는다며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유저들은 원했고 불편을 토로했다. 결국, 라이엇 게임즈는 해당 시스템을 자신들의 개발 철학을 포기하면서도 추가했다.

 

이후 유저들은 각 포지션에 맞는 챔피언들을 연구했고, 라이엇 게임즈는 포지션에 맞게 챔피언들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또 <리그 오브 레전드> 전략과 운영은 더 깊어졌고 다양해졌다. 무엇보다 선호 포지션 검색 시스템은 많은 유저에게 연착륙하며, 유저들이 원하는 포지션을 큰 불편 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라이엇 게임즈에게는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 덕분에 편하게 '정글러를 부를 수 있다.

 

반면, 올해 초 도입했던 포지션별 랭크 시스템은 라이엇 게임즈의 큰 자충수가 될  수도 있었다. 많은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들은 불만을 토로했고, 포지션별 랭크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유저들의 부정적인 바탕으로 라이엇 게임즈는 포지션별 랭크 시스템 도입을 취소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EU스타일과는 다르게, 2/2/2 조합을 고정하는 이번 역할 고정 업데이트가 강력하게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은 아니다. 다만 블리자드 역시 <오버워치>를 통해 유저에게 더 흥미롭고 재밌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이런 업데이트를 결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3/3조합을 해결하기 위한 임시방편 업데이트로 끝이 난다면 <오버워치>에게 큰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역할 고정 업데이트와 함께 내놓은 '브리기테'나 '라인하르트' 등 영웅에 대한 밸런스 조정안은 블리자드가 하루아침에 내린 결정이 아님을 보여준다. 2/2/2 조합을 강제한 만큼 각 영웅의 밸런스를 더 맞추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어느새 출시 4년 차가 된 <오버워치>의 운명은 역할 고정 업데이트 자체보다는, 그 이후 블리자드의 운영에 더 달려있다.

 

▲ 일부 영웅 패치 형평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적어도 패치 방향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 새로운 영웅과 함께 시작되는 '역할 고정'된 경쟁전과 빠른 대전. 과연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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