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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캣에 경종? 팜 히어로 사가 저작권이 인정 받기까지 걸린 5년

조회수 2019. 7. 2. 11: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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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시작한 <팜 히어로 사가> 와 <포레스트 매니아> 저작권침해금지 소송의 변천사 정리

대법원이 지난 6월 27일, <캔디 크러쉬 사가>와 <팜 히어로 사가>를 개발한 킹닷컴이 한국 게임 개발사 아보카도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금지' 등 청구 소송(사건번호 2017다212095)에 대해 저작권 침해가 있다고 판단, 원심 판결인 '원고 패소'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이번 결정은 그간 법원이 게임과 게임간의 저작권 침해 경쟁에서 '부정경쟁방지법'을 주로 다뤘던 것과 달리 '저작권법'을 이야기한 판결이다. 유례 없는 파격적인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킹닷컴 <팜 히어로 사가>(왼쪽), 아보카도 엔터테인먼트 <포레스트 매니아 for kakao>(오른쪽)

 

# 킹닷컴 VS 아보카도, 2014년부터 시작된 소송을 돌아보며

 

킹닷컴은 2014년 9월 18일, 아보카도에서 출시한 캐주얼게임 <포레스트 매니아 for kakao>(이하 포레스트 마니아)가 자사에서 개발한 <팜 히어로 사가>를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킹닷컴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포레스트 매니아>가 <팜 히어로 사가>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표현 요소인 ▲ 사용자 인터페이스  ​맵 및 노드  특정 보드 레이아웃  ​특수 타일 및 특수 효과 등을 표절했다고 주장, 이는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아보카도 엔터테인먼트는 두 게임의 전반적인 느낌이 다르고, 킹닷컴이 지적한 유사성은 아이디어에 해당하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라 볼 수 없으며, 두 게임의 유사성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사실상의 표준'이라고 맞섰다.

 

해당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팜 히어로 사가>와 <포레스트 매니아> 사이 저작권 침해 요소는 없지만, 부정경쟁행위는 있다라고 판단하고 아보카도 엔터테인먼트에 게임 서비스 중단 명령과 11억 6,811만 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팜 히어로 사가>와 <포레스트 매니아> 사이 중복되는 게임 규칙은 저작권의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는 구체적인 표현 부분 역시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으므로 저작권 침해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팜 히어로 사가>와의 규칙 및 진행방식의 동일하다는 점에서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한다고 덧붙였다.

 

* 부정경쟁방지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국내에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표·상호등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등의 부정경쟁행위와 타인의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를 방지하여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재판은 2심으로 가면서 반전된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017년 1월 12일, ​1심 판결을 뒤집고 저작권 침해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모든 사항에 대해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당시 서울고등법원은 "지식재산권에 의한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 아이디어 등 타인의 성과 이용은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영역이라고 평하며, 설령 그것이 재산적 가치를 갖는다고 하더라도 공정한 거래질서 및 자유로운 시장경제 비춰 정당화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유로운 모방과 이용이 가능하다"라고 판단.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 관련 기사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한국 개발사 아보카도 상대로 소송 (2014.11.20)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킹닷컴 vs 아보카도엔터 제1심 판결 해설 (2015.11.16) 

킹닷컴 vs 아보카도 표절 소송, 2심에서 뒤집혀 (2017.1.12) 


 

# "<포레스트 매니아>가 <팜 히어로 사가>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대법원, 2심 판결 파기

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판결하기 전인 4월 11일, 제2호 법정에서 민사 제3부 대법관이 참석하는 소부(小部)변론을 열어 원고와 피고 측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당시 대법원은 "모바일 게임 분야뿐 아니라 게임산업 전반에 큰 파급력이 예상되는 이 사건 재판이 소부 변론에 회부됨으로써, 법정에서 관련 쟁점에 관한 치열한 논쟁이 오가는 공론의 장이 열릴 것으로 예정된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법원이 밝힌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다.

 

주요 쟁점

 

1. 원고 게임(팜 히어로 사가)이 선행 게임들과의 관계에서 창작적 표현으로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 및 피고 게임(포레스트 매니아)과의 실질적 유사성 여부

 

2. 원고 게임의 상당한 노력과 투자로 구축한 성과물에 해당하는지, 피고가 원고의 성과물을 무단으로 사용한 부정경쟁행위를 한 것인지

 

즉, 앞서 선고된 1심·2심과 달리 킹닷컴의 <팜 히어로 사가>가 저작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와, <팜 히어로 사가>와 <포레스트 매니아>가 실제로 유사한지 등을 집중해서 다뤘다.

 

 

대법원은 6월 27일 내려진 판결에서 "원고 게임물(팜 히어로 사가)은 과일, 야채, 콩, 태양 등을 형상화한 기본 캐릭터를 중심으로, 방해 캐릭터로는 당근을 먹는 토끼, 전투 레벨의 악당 캐릭터로는 너구리를 형상화한 캐릭터를 사용하여 '농장'(Farm)을 일체감 있게 표현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기존에 존재하던 게임물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라고 판단. 킹닷컴 <팜 히어로 사가>를 창작적 개성을 갖추고 있는 저작물 보호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 게임물(포레스트 매니아)은 원고 게임물과 동일한 순서로 게임 규칙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 원고 게임물의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기술적으로 구현된 주요한 구성요소들의 선택과 배열 및 조합을 그대로 사용했다. 결국 피고 게임물은 원고 게임물에서 캐릭터만 달라진 느낌을 주고 있다"라고 전하며 <포레스트 매니아>가 <팜 히어로 사가>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원심은 원고 게임물의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가 기술적으로 구현된 주요한 구성요소들의 선택, 배열,​ 조합에 따른 창작적 개성 등을 제대로 심리하지 아니한 채 원고 게임물과 피고 게임물이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원심 판단에는 게임 저작물의 창작성과 실질적 유사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을 결정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게임의 구성요소들 각각의 창작성은 물론이고, 그 구성요소들의 선택과 배열, 조합 등에 대해서도 창작성을 본격적으로 판단해 저작권 보호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게임 업게에 파급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이번 판결이 이후의 게임업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 지, 그리고 유명 게임을 따라한 이른바 '카피캣' 게임들에 대한 유사 소송이 이어지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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