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19] "마냥 즐거운 게임이 돼선 안 된다" 놀공, 게임으로 분단의 역사를 알리다

조회수 2019. 4. 29. 12: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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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에서 베를린장벽까지' 글로벌 빅게임, 아이디어에서 런칭까지

"게임은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매체입니다"

 

게임 속 시스템을 현실에 접목해 게임 같은 학교 '퀘스트 투 런'을 설립에 기여한 놀공발전소 이승택 대표가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통일에 대한 막연함을 부수고 관심 갖도록 하기 위한 빅게임 <윌페커즈>가 바로 그것이죠.

 

2015년부터 약 5년의 시간, 주한 독일 문화원과 베를린장벽 재단 등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윌페커즈>는 어떤 게임이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퀘스트 투 런이 뭔가요? : [카드뉴스] 내가 공부 못하는 이유? 게임은 알고 있다

놀공발전소 이승택 대표
# 오프라인에서 많은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빅게임'


<월페커즈>는 놀공발전소가 주최하는 빅게임 페스티벌에서 시작됐습니다. 빅게임이란​ 다수의 사람이 일상 속에서 참여하는 오프라인 게임을 뜻합니다. 가령 도심을 <팩맨> 속 지도처럼 만들고 실제 유저들이 도심을 달리며 게임하는 것처럼 온라인 디바이스가 아닌 오프라인에서 많은 사람이 연결되는 방식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빅게임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도중에도 여러 문제를 겪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게임 참여 인원을 모으는 것이었죠. 그래서 놀공 발전소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GDC에 꾸준히 참여하며 자신의 페스티벌에 참여할 유저들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적극적으로 페스티벌에 참여할 것이라 믿으며 말이죠.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된 빅게임 페스티벌을 '더놀자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도 개최됩니다. 그리고 더놀자 페스티벌의 장소를 마련해 준 인연으로부터 주한 독일 문화원과의 만남이 시작되죠.

# "한국인인 나는 왜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까?"

 

주한 독일 문화원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승택 대표는 놀라운 이야기를 알게 됩니다. 주한 독일 문화원이 평소 평양으로 자주 방문한다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주한 독일 문화원은 평양을 방문해 국제 영화제를 개최하거나, 독일 영화를 평양에 상영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들은 통일이 정치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 문화나 사람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북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이죠"

이승택 대표는 한국인인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정작 독일 사람들은 무언가 하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게임 디자이너로써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는 의지에 불타게 되죠.

 

그렇게 2015년 <윌페커즈>​에 대한 구상이 시작됩니다. 빅게임 페스티벌에서 '사람을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 쟁점이었던 것처럼 <윌페커즈>는 역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파트너를 모으는 것이 중요했죠.

 

그가 처음 한 고민은 '어떤 사람이 통일 프로젝트에 가장 관심 있을까?'였습니다. 당시 국내에서 통일은 사람들이 관심 갖던 이슈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통일 이야기가 나오면 찬성과 반대로 명확히 나뉘며 언쟁만 생겨났죠.

 

그래서 그는 분단과 통일을 경험한 독일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리게 됩니다. <윌페커즈>에 독일과 한국의 분단 역사를 담아내는 방향으로 기획하게 되죠. 이는 막연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들도 우리와 비슷한 과거를 겪었던 만큼 관심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죠. 놀랍게도 실제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었습니다.

물론 <윌페커즈> 목표는 독일 뿐 아니라 한국 사람들도 통일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통일에 관심을 가질까요?

 

이 대표는 사람들이 통일에 무관심한 이유로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라 말했습니다. 사회에서 언급되는 통일에 대한 이야기 대부분은 개개인이 영향을 줄 수도 받지도 못하는 영역이죠.

 

그래서 그는 통일이라는 주제를 개인의 영역까지 끌어내렸습니다. 유저 자신이 분단 전문 기자가 돼 뉴스를 취재하고 뉴스를 편집해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통일'에 대한 벽을 허물 수 있게 말이죠.

# '마냥 우스운 게임이 돼선 안 된다' 웰페커즈 개발기

 

게임의 본격적인 개발은 2018년 주한 독일 문화원 50주년에 맞춰 시작됐습니다. <윌페커즈>​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유저가 분단 전문 기자가 돼 DMZ와 베를린 장벽에 대한 이슈로 기사를 작성하는 게임입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중 비어있는 칸을 채울 수 있는 정보를 모으고 작성해야 하죠.

 

'육하원칙을 채운다'는 규칙 덕분에 오프라인 게임의 약점도 일부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게임은 특성상 유저의 액션에 계속 피드백을 주기 힘듭니다. 그러다보니 처음 게임을 접한 유저는 자신이 맞는 방향으로 게임을 진행하지 판단하기 힘들죠.

 

이런 관점에서 육하원칙은 유저는 앞으로 어떤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 어느 정도 인지할 수 있게 해줍니다. 더불어 해당 이슈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죠.

놀공 발전소는 게임을 시각화하기 위해 한국과 독일의 분단 역사 타임라인을 테이블에 펼쳐 놓고 아이디어를 구상했습니다. 이 대표는 타임라인 작업을 통해 개발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수많은 데이터를 테이블 위에 나열한다거나, 디지털과 결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하면서 목적에 분명한 아이디어만 취사선택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독일 현지에서 분단을 경험한 사람, 장벽을 넘다 감옥에 들어간 사람 등 분단과 통일을 경험한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 이야기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이 대표는 개인의 이야기에 포커싱을 맞추면 충분히 게임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게임 테스트 중 '지나치게 즐거운' 감정이 생기는 아이디어는 과감하게 삭제했다고 합니다.
 

"<윌페커즈>는 분단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게임입니다. 게임이 재미 없거나 진지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지나치게 즐거운 분위기가 되면 안됩니다. 저희 목적은 분단과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또한 지나치게 학습하는 느낌을 주는 것도 피했습니다. 실제로 독일 유저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 일부 사람들은 공부하는 느낌이 든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는데요. 또한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쉽게 익히기 힘든 조작이나 진행도 최대한 쉽게 변경했습니다.

<윌페커즈>의 최종 목표는 전혀 다른 시간대​에 있는 한국과 베를린 사람이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입니다. 이 목표는 통일에 대한 독일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로부터 생겼다고 하는데요. 현재 독일의 젊은 세대가 갖고 있는 분단과 통일에 대한 기억은 점차 흐려지고 있습니다. 통일 이후의 세대는 전혀 모르는 역사이며, 30년 전에 발생한 사건이기에 학교에서 역사로써 가르치지도 않고 있죠.

 

그런 이유 때문에 주한 독일 문화원과 베를린장벽 재단은 놀공에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보냈다고 합니다. 업계 사람이 아니다보니 게임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진 못하지만, 공개되지 않은 자료나 내부 데이터 베이스를 공개하는 등 놀공에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하네요.

# 주한 독일 문화원 "내 인생에서 가장 빠른 30분이었다"

 

그렇게 2019년 한국과 독일의 분단, 통일을 다룬 게임 <월페커즈>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완성 빌드로 진행된 테스트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주한 독일 문화원의 한 직원은 "내 인생에서 가장 빠른 30분이었다"며 게임의 몰입감을 칭찬했다고 하네요.

 

이 대표는 <월페커즈>의 플레이 타임을 짧게 하는 것이 게임 디자인 목표 중 하나였다고 언급했습니다. 보통 게임을 하면서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게임에 흥미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놀공 발전소는 사람들이 <월페커즈>를 길게 즐기기보다는 짧은 시간 플레이하고 '통일'이라는 주제에 꾸준한 호기심 갖도록 하고자 플레이 타임을 짧게 잡았죠.

<윌페커즈>의 다음 목표는 한국 교육에 도입되는 것입니다. 최근 놀공 발전소는 한국 선생님 커뮤니티와 만났다는데요. 현재 한국의 초등학교에서는 한 학기에 9시간씩 통일에 대해 교육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적합한 교재가 없어 영양가 있는 수업이 어렵다고 하네요.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도록 만들 수는 있어요. 게임은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매체입니다. 게임을 일상으로 옮긴다면 게임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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