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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이즈게임

[NDC 19] '마비노기 영웅전'이 시행착오 끝에 얻은 6가지 스토리텔링 비법

좋은 게임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다면 이것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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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특별한 스토리텔링 방법이 있습니다. 대개 게임 스토리를 만들 때는 스토리를 먼저 구상한 다음, 그에 맞춘 스토리텔링 방식을 찾곤 하죠. 그런데 스토리텔링 방식에 맞춰 스토리를 재구성한 사례가 있습니다. 서비스 9주년을 맞은 <마비노기 영웅전> 이야기입니다.

 

라이브 게임은 그 특수성 상 스토리텔링 방식에 맞춰 스토리를 구상하는 것이 이로울 수 있다는 게임 기획자가 있습니다. 넥슨코리아에서 <마비노기 영웅전>의 기획자를 맡고 있는 구종혁 메인스토리 담당의 철학입니다. 그는 <마비노기 영웅전>의 열성 유저 출신으로 게임을 향한 팬심으로 넥슨에 입사해 <마비노기 영웅전>의 중책까지 오른 인물입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의 스토리는 어떻게 변해왔을까요? 스토리텔링을 방식에 맞춰 스토리를 만든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게임의 팬이면서도 게임의 방향성을 개편해야만 하는 담당자의 자리에 앉아야했던 그는 자신의 고민을 게임 안에 어떻게 풀어냈을까요?

 

 

 

구종혁 <마비노기 영웅전> 메인스토리 담당

 

 

#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은 무엇이 다를까?

 

구종혁 담당은 초창기 <마비노기 영웅전>이 스토리에 대한 평가가 굉장히 좋은 게임이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게임은 시즌 1 후반 전개 내용까지만 해도 많은 반전을 보여줬고 연출 면에서도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즌 2를 지나 시즌 3에 이르렀을 때 게임의 스토리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제작진은 "게임 스토리가 이해 가지 않는다"라는 유저들의 비판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제작진에서는 왜 유저들이 스토리에 불만을 품게 됐는지 그 이유를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구종혁 담당은 <마비노기 영웅전>의 스토리가 스토리텔링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잠깐,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은 무엇이 다를까요? 스토리는 말 그대로 이야기를 뜻하고, 스토리텔링은 스토리를 향유자에게 잘 전달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스토리는 작가를 스토리텔링은 향유자를 강조하는 뉘앙스가 있습니다.

 

그럼 스토리와 스토리텔링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요? 게임은 스토리가 없어도 성립합니다. 구 담당은 "게임 스토리는 게임을 더 재밌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게임에서 스토리는 메인 디쉬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비쥬얼 노벨 장르에서 스토리는 핵심 요소이며, 유명 IP를 가져온 게임도 원작 재현도가 중요하지만, 보편적인 경우는 아니죠.

 


비쥬얼 노벨의 경우처럼 게임의 장르가 스토리텔링의 방법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 담당은 <록맨> 시리즈의 예시를 들었습니다. <록맨> 시리즈는 전통적인 벨트 스크롤 액션을 표방했습니다. <록맨 X 5>에 들어서는 스크립트를 통한 스토리 전개가 대폭 강조됐습니다. 이건 또 다른 재미로 더 높게 평가됐을까요?

 

액션 게임은 플레이어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동작, 그에 따른 즉각적인 결과가 특징입니다. 빠른 속도의 액션 게임을 하면서 텍스트를 읽을 시간이 넉넉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동작을 하고 싶은데 갑자기 등장하는 스토리가 그것을 막았던 겁니다. 결국 이 스크립트 요소는 나중에 선택적 요소로 변경되었습니다. 

 


구 담당은 스토리텔링의 뼈대는 '텍스트'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후에 '음성', '디자인', '패턴', '배경음악', '레벨 디자인' 같은 요소가 들어갑니다. 게임의 스토리텔링이란 게임의 모든 요소를 적절히 분산시켜서 유저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텍스트는 스토리텔링의 여러 요소 중에 제일 값이 저렴합니다. 음악이나 모델링과는 달리 텍스트를 쓰는 데에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죠. ​개발 과정에서 음악적으로나 그래픽적으로 이런저런 실험을 하면 좋겠지만 그러면 그만큼 개발 비용이 비싸집니다. 개발 기간도, 개발 인력도 유한하죠. 결국에 개발 환경이 스토리텔링 요소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구 담당은 "개발 여건 상 구현이 불가능한 스토리는 변경하거나 폐기하라"고 단호하게 조언했습니다.


정리하자면 게임은 스토리보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며, 게임의 장르와 개발 여건이 스토리텔링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 초창기 <마영전> 스토리가 재미있었던 이유

<마비노기 영웅전>은 액션 요소가 가미된 MORPG죠. 액션 장르의 "빨리 가서 찢고 싶은" 욕구와 RPG 장르의 "역할극을 위한 정보가 필요한" 욕구는 상충됩니다. 초기 <마비노기 영웅전>은 RPG 파트와 액션 파트를 각각 다른 공간에서 수행하게 설정했습니다. 마을에서는 RPG 요소를 충족시키고, 필드에 나가서는 전투만 진행하게 한 것이죠. 유저는 그 사이를 반복하며 스토리를 진행하게 됩니다. 

 


구 담당은 초창기 <마비노기 영웅전>의 스토리 비중은 매우 적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RPG 요소를 강조하는 게임을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스토리에 대한 투자도 적었습니다. 대부분은 스토리 요소를 텍스트로 때우던 상황이었는데, 바로 그것이 유저들에게 호평 받은 것입니다. 시즌 1 당시 <마비노기 영웅전>은 스케일 제약도 컸고, 마을 2개에서만 모든 스토리가 진행됐지만, 그 결말은 '주인공이 신을 때려잡았다'입니다.

 

개연성 면에서는 상당히 좋지 않은 선택이지만 유저들은 굉장히 자연스럽고 좋다고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마을과 필드를 오가는 균형이 잘 맞았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데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 스토리텔링이 스토리를 결정한다

 

개발진이 스토리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되면서 마을과 필드의 루틴은 특정 시점부터 깨지게 됩니다. 그릇에 담을 수 없는 것을 담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개발진은 <마비노기 영웅전> 시즌 3에 들어 '장기 원정' 콘텐츠를 등장시킵니다. 플레이어는 마을과 필드를 벗어난 제 3의 구역에서 스토리와 전투를 함께 진행해야 했습니다. 장기 원정은 중도 하차가 불가능하며, 그 원정은 끝이 없어 계속 정보가 누적되었습니다.

 

 

플레이어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여러 인물 관계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표현하기에 <마비노기 영웅전>이 가지고 있는 한계는 컸습니다. 시즌 1의 인물 갈등은 플레이어의 인지 범위 내에 있으며, 피아 구분도 확실해 단순하지만 시즌 3은 그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을 소설로 비유한다면 1인칭 소설일 것입니다. 플레이어는 직접 마을을 돌아다니며 NPC와 대화하고, 플레이어의 캐릭터는 간혹 심리 묘사를 하긴 하지만​ 대체로 말을 꺼내지 않습니다. 게임의 시점도 1인칭입니다. 구 담당은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 들어간다는 현장감을 중요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시즌 3의 스토리 구조는 '왕좌의 게임' 같은 대하소설 같습니다. 이들 대하소설은 보통 3인칭으로 전개되죠. 그래야만 다양한 인물 군상과 갈등 요소를 제대로 조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 대하소설로 넘어가다 보니 게임의 정보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1인칭 <마비노기 영웅전>을 대하소설에 대입하니 문제가 발생한 겁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죠.

 

시즌 1
시즌 3

이것은 개발진과 유저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개발진은 1인칭 게임에 그려지는 거미줄같은 관계도를 어떻게 표현할지 난감했고, 유저들은 무수히 많은 관계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차후 전개는 어떻게 꾸려나갈지 고민이 커졌고, 유지보수에 드는 리소스도 늘어났습니다. 구 담당은 "어느 시점에는 고쳐야 하는데 너무 얽혀있는 게 많으니까 전체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도달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훗날 이러한 문제를 냉철하게 분석한 개발진은 ⓐ 스토리텔링이 스토리를 결정한다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장르와 개발여건에 맞는 스토리텔링이 따로 있는 법이고, 그래서 거기에 맞는 스토리가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나머지 5가지는 모두 '스토리텔링이 스토리를 결정한다'는 문제 인식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 ⓑ 관심 있을 만한 이야기를 하자.


유저들이 스토리에 대한 관심을 잃으면 굳이 공을 들여 이해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스토리의 매력조차도 모두 잊혀지고 말겠죠.

 

기본적으로 유저들의 취향은 모두 다릅니다. 유쾌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진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모에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현실적인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힘들지만, 대체로 라이브 게임에서 유저의 욕구는 "뒷 이야기를 알고 싶다"라는 방향으로 귀결되기 마련입니다.

 

개발진은 이런 욕구에 확실히 보상을 해야 합니다. 제작 초기에는 이런 저런 설정을 마련하고 그에 다른 포커싱을 열심히 하지만, 특정 시점이 넘어가면 게임에 다른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기 마련이라고 구 담당은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게임에 애정을 가지고 있던 기존 유저는 다른 이야기 방향이 주는 활력보다 자신이 알던 이야기를 더 알고 싶어합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은 앞으로 유저들이 진짜로 궁금하던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입니다. 

 


 

# ⓒ 난해한 개념을 쓰지 말자 

 

<마비노기 영웅전>의 시즌 2는 시즌 1의 평행세계에서 진행됐습니다. 앞서 정리한 '관심 있을 만한 이야기를 하자'와 반대되기도 하죠.

 

'평행세계'가 많은 분야에서 자주 쓰는 개념이다 보니 사람들에게 익숙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령 <마비노기 영웅전>의 시즌 2는 많은 유저에게 혼란과 어색함을 주었습니다. 더구나 시즌 1과 시즌 2는 동시에 흘러가는 시간을 상정하고 있지만, 두 세계 모두 정사였기 때문에 알아야 할 거리가 늘어난 셈이 되었죠.

 

연출적으로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가령 <마비노기 영웅전>에서 중요한 NPC 중 한 명인 '앨리스'는 시즌 1에서 한 번, 시즌 2에서 한 번 더 죽어야만 했습니다. 시즌 1에서는 컷씬까지 삽입해가면서 앨리스를 죽여 감동을 줬지만, 시즌 2에서는 ' 모두 앨리스가 죽은 줄 알지만 그를 다시 죽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후 개발진은 업데이트를 통해 평행세계 플롯에서 시간역행 방식으로 플롯을 바꾸었습니다. 앨리스가 2번 죽는 건 마찬가지지만, 유저가 이해하는 평면적인 시간 이해를 만족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적어도 이해하기는 훨씬 쉬워진 것이지요.

 

 

 

# ⓓ 아는 이야기를 또 하지 말자

 

라이브 게임에서 유저들이 다 아는 이야기를 또 할 필요는 없다고 구 담당은 말했습니다.

 

앞선 예시로 둔 앨리스의 죽음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모두가 앨리스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NPC들이 대사로 (앨리스가 죽었단 것을 모두가 복기해야 하는 듯) "앨리스의 죽음은 너무 슬픈 일이야"라고 이야기한다면 임팩트도 없고 버겁기만 합니다. 현재 개발진은 이 문제 또한 '라이즈 업데이트'의 시간 역행 구조로 이 문제를 해소했습니다.

 

 

# ⓔ 순서를 의도 하에 배치하자

 

과거 <마비노기 영웅전>에는 퀘스트 주는 사람과 보고하는 사람이 다른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기사단에게 퀘스트를 받고 소녀에게 이걸 보고하는 거죠.

 

이 방법은 유저에게 혼란을 연출하기 딱 좋은 방법입니다. 문학 용어 '의식의 흐름'에 빗댈 수 있습니다. 굳이 복잡한 순서를 배치할 필요 없이, 특별한 의도가 없다면 유저들이 시간 순서대로 게임을 진행하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 ⓕ 공감가는 인물을 만들자

 

플레이어를 둘러싼 NPC는 공감을 살 만한 캐릭터여야 합니다. 유저로 하여금 이 캐릭터와 함께 하고 싶다/싫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고, 이 NPC가 왜 이런 생각을 품고 사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에서 잘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캐릭터들은 사랑이나 사명감 같은 보편적인 감정으로 무장하고 있어 인기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캐릭터들은 ▲ 지나친 신비주의로 무장하고 있어 뭐하는 NPC인가 알기 어렵고  ​ 인물이 등장한 이유도 뚜렷하지 않으며  ​ 목적과 동기도 명확하지 않아 공감을 받지 못햇습니다.

구 담당은 "이렇게 하면 유저들이 캐릭터의 정체를 더 궁금해하지 않을까?"라는 오산에서 벗어날 것을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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