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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지 않는 프로야구 인기, 그런데 그 많던 야구 게임 신작은 어디 갔을까?

조회수 2019. 4. 8. 17: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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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야구 게임이 출시되기 어려운 이유

2019 한국 프로 야구 시즌이 3월 23일​ ​개막했습니다. 이른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약 11만 관중이 개막전을 찾았죠. 개막전 기준 역대 최다 관중 기록입니다. 

 

이에 반해 야구 게임 시장은 유독 조용합니다. 인기는 여전하지만, 수많은 야구 게임들이 경쟁하던 2010년 초에 비해 신작이 뜸한 건 사실입니다. 야구 게임 시장이 그 당시에 비해 활력을 잃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때 야구 게임은 업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으며 '대세'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한국 프로 야구팀이​ 일본, 멕시코, 미국 등 강팀들을 줄줄이 제압한 어느 경기 하나가 야구 게임 붐의 시작이었죠. /디스이즈게임 김지현 기자 

 

 

 
Q1. 야구 게임이 대세였던 시절이 있었나요?

 

한국 야구 게임 시장과 한국 프로 야구(KBO) 리그는 둘 다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렸던​ 2006년도를 기점으로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부분의 야구 게임들이 이 당시 등장했죠. PC에서는 넷마블의 <마구마구>와 네오위즈의 <슬러거>, 모바일에서는 <컴투스 프로야구>가 있겠네요. 게임빌의 <게임빌 프로야구> 역시 2006년부터 IP 기반을 견고히 했습니다.

 

야구 게임의 선두주자라 불리는 <슬러거>와 <마구마구>의 저력은 특히 어마어마했습니다. <슬러거>는 2008년 월 평균 20억 원, 연 매출 159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09년에는 전년도 매출의 2배에 가까운 326억 원을 벌었죠.

 

<마구마구> 역시 2009년 200억 이상의 매출을 달성, 35억 원에 달하는 연간 계약금을 지불해 게임업계 최초로 KBO 리그 메인 스폰서로 올랐습니다. 

 

관련기사: 월매출 27억원, 마구마구의 성공비결

 


이런 흐름 때문에 게임 업계는 한국 야구 게임 시장이 KBO 리그와 나란히 성장하리라 예측했습니다. 많은 게임 개발사는 일제히 야구 게임을 만들었죠. <배틀그라운드>가 흥행하자 여기저기서 배틀로얄 장르 게임을 만든 것처럼 말이죠.

 

이를 증명하듯 KBO 리그는 2012년 관중 700만을 돌파하며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야구 게임 시장은 이와 반대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네오플과 2K스포츠가 공동 개발한 <프로야구 2K14>부터 <MVP 베이스볼 온라인>, <야구의 신>, <프로야구매니저 온라인>은 물론 야구 게임계 양대 산맥의 후속작 <마구 더 리얼>과 <진짜야구 슬러거 for kakao> 등 다수의 후속 주자들이 서비스를 종료했죠.

 

그리고 지금 한국 야구 게임 시장에는 <컴투스프로야구>, <이사만루>, <프로야구 H2> 등 존재감 있는 소수 강자 외에 새롭게 두각을 드러내는 작품이 없습니다. 경쟁작이 우르르 쏟아지던 과거와 달리 시장의 활력을 잃어가는 추세죠.

 


 

Q​2. 그럼 왜 지금은 새로운 야구 게임이 안 나오나요?

단순히 시장 강자들의 기세 때문만은 아닙니다. 프로야구의 시대가 끝나서? 아닙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야구 게임 개발 자체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많은 스포츠 게임이 그렇듯 야구 게임 역시 '현실감'을 부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야구 게임을 하는 대부분의 유저는 야구팬일 확률이 크죠. 게임과 현실의 스포츠가 비슷할수록 야구팬들은 더욱 게임에 재미를 느끼겠죠?

그렇다면 '실제 프로야구 같은 야구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요. 일단 실존​ 선수와 구단을 게임에 넣는 게 가장 기본이겠죠?


여기서 많은 개발사가 마주하는 난관이 있습니다. 바로 '라이선스비'인데요. 라이선스비는 선수 이름, 구단, 구장을 게임에 사용할 때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말합니다.

한국 프로야구 리그를 게임에 그대로 옮기기 위해선  총 4곳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야 합니다. KBO가 보유한 구단˙구장 라이선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가진 현역 선수 라이선스▲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이하 한은회)와 일구회가 가진 은퇴 선수 라이선스입니다. 게다가 은퇴 후 은퇴 협회(한은회&일구회)에 가입하지 않은 선수들은 개인별 계약을 맺어야 하죠. 디지털타임즈에 의하면 위 4곳이 요구하는 라이선스비 총액은 2012년 기준 매출의 10%~15% 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이하 MLB) 라이선스비 역시 어마어마합니다. MLB 소재 야구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MLB가 보유한 구단˙구장 라이선스와 MLBPA가 가진 선수 라이선스 두 개를 계약해야 합니다. IGC2016 현장에서 ​ GCCI 임동욱 본부장 의 발표에 따르면 두 라이선스비는 2016년 기준 1년에 약 20억입니다.

여기에 만약 모바일 게임이라면 마켓 수수료도 내야 합니다.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는 현재 매출 30%의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회사는 라이선스비를 감당할 확신이나 충분한 자본금이 없다면 계약을 주저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계약 대상도 많아 관리만 해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고요.


자, 어찌어찌 라이선스비를 해결하고 개발에 들어간다고 가정해볼까요. 현실적인 그래픽, 실제 선수들의 동작과 제스쳐를 만드는 것 역시 보통 작업은 아니겠죠. 

하지만 '시뮬레이션 엔진 구축'에서 또 한 번의 고난이 시작됩니다.  시뮬레이션 엔진은 게임이 실제 야구와 비슷하게 재현되도록 도와주는 엔진입니다.

보통 야구 게임은 다년간 쌓인 실제 야구 기록을 기반으로 선수 능력치를 산정합니다. 프로리그 선수만 해도 2019 KBO 리그 기준으로 586명입니다. 여기에 MLB(메이저 리그 베이스볼) 선수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어마어마하죠. 


단순히 선수 데이터가 많아서 어려운 건 아닙니다.  일단 야구 룰 자체가  매우 복잡합니다. 야구 경기 규칙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공인 야구 규칙서'는 2018년 기준 약 190쪽입니다. 책에는 야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경우의 수들이 하나하나 나열돼 있죠.

그리고 경기의  변수 역시 많습니다. 2019년 KBO 시즌만 해도 팀당 144경기씩 총 720경기가 거행됩니다. 경기 수가 압도적으로 많을 뿐 아니라  부상 여부, 팀 조합, 구장 환경, 날씨 등 아주 작은 요소도 경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팀의 승패를 예측하기 힘듭니다.

즉, 개발사는 선수 데이터와 수백 가지가 넘는 야구 룰, 변수 등의 요소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시뮬레이션 엔진을 구현해야 합니다. 아무리 그래픽이 좋아도 엔진에 모순이 생겨 경기가 비현실적으로 돌아간다면 유저들이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 있습니다.


특정 시기에 유저가 몰린다는 점 역시 신작이 적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야구 게임은 프로야구 시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서비스해야 합니다.​ 리그 시즌에는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 것에 반해 비시즌 기간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매출을 가져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그리고 앞서 설명했듯 야구 게임의 주 소비자는 야구 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 게임 시장에서의 경쟁은 '어떤 게임이 더 많은 야구팬을 사로잡는가'에 가까운 땅따먹기 경쟁이라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오랜 시간 팬을 모아온 선두 주자가 확고하다 보니 후발 주자는 선뜻 도전하기 힘들 수밖에 없죠.

어떤 게임이 팬을 더 많이 데려올 수 있을까


Q3. 그런데도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는 뭘까요?

앞에서 설명했듯 야구 게임은 '프로야구 시즌' 기간에 특히 유저가 몰립니다. 이 점은 야구 게임의 약점이면서 강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비시즌에는 상대적으로 유저가 적지만 시즌에는 확실히 유입되기 때문이죠.

 

실제로 리그 시즌에 맞춰 업데이트한 <컴투스프로야구2019>는 명확한 상승세가 보였습니다.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60위권에서 4월 8일 기준 17위까지 올랐죠. <이사만루2019> 역시 앱스토어 매출 8위,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25위에 등극했습니다.

 

 

시즌 전후로 매출 순위가 상승했으며 인기 순위는 특히 크게 올랐다

 

또한 유저가 '불합리함'을 느낄 요소도 타 장르에 비해 적습니다. 대표적으로 캐릭터 패치를 꼽을 수 있는데요. 일반적인 MMORPG에서 밸런스 패치를 할 때, 유저는 내 캐릭터 성능이 떨어지거나 다른 캐릭터의 성능이 올랐을 때 패치에 부당함을 느끼며 이는 이탈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야구 게임의 패치는 기본적으로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됩니다. 그렇다 보니 특정 선수의 능력치가 대단히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실제 경기에서 그에 합당한 활약을 했다면 유저 반감이 적을 확률이 큽니다.

 

신작 야구 게임이 적은 이유,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새로운 야구 게임이 드문 이유

1. 비싼 라이선스비(+마켓 수수료)의 압박

2. 높은 난도의 엔진 구축

3. 타깃 유저가 다른 장르에 비해 적음

4. 프로야구 비시즌 기간의 유입 하락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

1. 프로야구 시즌 기간 동안의 명확한 유입 상승 (양날의 검)

2. 합리적인 밸런스 업데이트로 유저 반감 및 이탈이 타 장르보다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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