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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사 권익 보호될까, 게임 방송의 위기일까? 'EU 저작권법 개정안' 가결 정리

조회수 2019. 3. 27. 16: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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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없이 부족한 저작권자의 권익이 지켜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로 인해 게임 방송과 같은 2차 창작이 위축될까요?

 

지난 해 말부터 여러 논란이 있었던 유럽연합(이하 EU)의 '저작권법 개정안'이 26일 유럽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주요 외신은 EU의 저작권법 개정안이 의원 348명 중 274명이 찬성해 의회를 통과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개정안의 최종 확정·적용은 EU 각 회원국에게 공이 넘어갔습니다. 회원국은 24개월 안에 개정안을 자국 법 안에 녹여야 합니다. 개정안이 유럽 의회를 통과되긴 했지만, 이를 둘러싸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찬반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은 지난해 말부터 찬반 의견이 첨애하게 대립한 이슈였습니다. 특히 이른바 'EU 저작권법 13조, Article 13'라 불리는 조항은 게임 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 전망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죠.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플랫폼은 저작권 있는 콘텐츠가 무단으로 유통되는 것을 막을 '책임'이 있다. 저작물을 유통하려면 권리자의 허가가 필요하다. 단, 플랫폼은 이용자들의 콘텐츠가 부당하게 차단될 경우 이를 최대한 신속하게 구제해줘야 한다.​

 

기존에는 저작권 위반 콘텐츠를 만든 유저에게만 법적 책임이 있었습니다. 플랫폼은 저작권자의 조치 요청을 들어주는 것으로 충분했죠. 

 

하지만 개정안이 적용되면 그 콘텐츠가 올라오고 유통된 플랫폼에게도 법적 책임이 생깁니다. 때문에 유튜브 등의 콘텐츠 공유 플랫폼은 앞으로 저작권 침해 콘텐츠를 업로드 전에 걸러낼 수 있는 일종의 '업로드 필터'를 만들고 적용해야 합니다. 

 

원작자의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선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야 하고, 원작자는 플랫폼이나 2차 창작자와의 소득 배분이 불균형하다고 여겨질 경우 추가 보상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단, 위키피디아 같은 비영리 온라인 사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 온라인 마켓, 250인 이하 사업자 등은 면제. 콘텐츠적으로는 인용·비평·평가·패러디·캐리커처·리믹스·밈Meme 등이 면제)

# 저작권 보호, 창작자의 권익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찬성측 논리

 

법안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이 법은 트위치 등의 플랫폼을 통해 2차 창작이 쉽고 활발해진 지금, 저작권과 같은 창작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인터넷 상에 유통되는 2차 창작물 대부분은 원작자의 동의 없이 생산되고, 심하면 2차 창작자가 원작자 동의 없이 원작을 임의로 가공하거나 짜깁기 한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엔 인터넷 영상 콘텐츠 시장이 급격히 커지며 영상 창작자가 쉽게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됐지만, 이 중 2차 창작에 해당하는 콘텐츠가 원작자에게 동의를 얻은 경우는 많지 않고 그렇게 얻은 이득이 원작자에게 이어지는 경우도 거의 없죠. 

 

오히려 싱글 게임의 경우, 게임 방송이나 플레이 영상 등으로 스토리가 노출되면 원작자에게 오히려 '악영향'을 준다는 의견도 수시로 제기됐습니다. 조회수 등을 노리고 원작자의 창작물이나 발언 등을 악의적으로 편집하거나, 그릇된 사실을 전달해 이득을 얻고 있는 2차 창작자도 존재하고요. 

 

이 때문에 일부 원작자들은 약관으로 게임 방송이나 플레이 영상 같은 2차 창작을 제한하거나, 플랫폼 제공자에게 연락해 해당 콘텐츠를 조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저작권 인식 미비 및 악용 현상이 의미 있게 바뀌진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이 법안을 찬성하는 측이든 반대하는 측이든 법안의 '목적' 자체는 모두 동의하고 있습니다. 

# 오히려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것이다. 반대측 논리

 

다만 플랫폼 측,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이 법안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취지는 동의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 주요 논리입니다.

 

개정안 초창기에는 저작권 강화가 ▲ 원작자에게 비평적인 콘텐츠 ▲ 인터넷 상의 패러디나 밈 등을 막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특히 첫 번째 이슈의 경우, 실제로 과거 일부 회사가 자기 제품을 비판한 유튜버의 콘텐츠를 저작권을 명목으로 통제하려고 한 전적이 있어 더 우려됐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인용·비평·평가·패러디·리믹스·밈 등의 콘텐츠를 예외 처리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해결된 상태입니다.

현재 반대 측이 가장 문제시되는 부분은 기업의 리스크 관리 이슈와 그에 따른 표현의 자유 악화입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법적인 책임을 안느니 보수적으로 콘텐츠를 사전 검열할 수 밖에 없고, 이게 궁극적으로 창작물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는데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유튜브나 트위치 등의 플랫폼은 저작권법 개정안 논란 초창기부터 '분당 400시간 분량이 영상이 업로드 되는 상황에서 모든 저작권을 파악하기 매우 힘들다. 필터링 실패했을 때의 손해 배상도 부담이다'(유튜브), '새로운 저작권법 때문에 스트리머는 콘텐츠에 문제가 없음에도 잘못 차단되는 문제를 겪을 수 있다'(트위치) 등을 이유로 법안을 반대했습니다. 일부 사업자는 EU 시장 철수를 시사하기도 했고요. 

 

또한 상당 수의 유저들도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하며 법안을 반대했습니다. 지난 23일에는 독일에서 만 단위의 유저·행동가들이 반대 시위를 열기도 했죠. 

 

하지만 법안은 유럽 의회를 통과했고, 2021년까지 EU 각국들이 자국 법에 이를 구체화하고 녹여낼 예정입니다. 

# 그래봐야 EU만 해당 아닌가요? 한국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그런데 저 먼 EU에서 일어난 일에 왜 게임 업계가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요? 이는 이 법의 영향력이 인터넷, 그리고 글로벌이라는 흐름을 타 EU 밖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업로드 필터 정책이 본격적으로 적용될 경우, 플랫폼 사업자는 원작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2차 창작 콘텐츠의 유통을 막아야 합니다. 스트리머나 모더 등 2차 창작자들이 다룰 수 있는 콘텐츠가 이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겠죠. 원작자 동의와 별개로, 법적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플랫폼의 보수적인 기준 설정 가능성, 업로드 필터의 오작동 이슈까지 고려하면 이 폭은 더 좁아집니다. 

 

만약 EU의 저작권 정책이 글로벌 표준처럼 받아들여질 경우 이 변화는 더욱 커지겠죠. (실제로 EU의 개인정보 보호 법안인 GDPR은 EU에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업체는 물론, 다른 서구권 국가 정책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혹은 반대로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 EU만 분리해 따로 서비스하거나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아예 서비스를 철수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국내 이용자들은 EU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를 즐기기 힘들어지고, 스트리머와 같은 2차 창작자들이 얻는 수익이 크든 작든 간에 줄어들겠죠. 수억 명이 있는 시장이 격리되거나 사라지는 것이니까요.

영상 콘텐츠를 주로 예로 들었는데, 영상 외에 모드, 그림, 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가 저작권법 개정안 적용 대상입니다.

이와 별개로 '창작자' 입장에선 EU 등지에서 이전보다 저작권을 더 확실히 보장받고, 또 더 강하게 행사할 수 있을 예정입니다. 기존에는 문제가 생긴 뒤에야 대응할 수 있었다면, 새로운 법이 적용되면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막을 수 있으니까요.

 

또 이번 법안에는 원작 콘텐츠 사용 허가뿐만 아니라, 만약 플랫폼이나 2차 창작자의 수익이 과도하게 커 원작자와의 불균형이 발생할 경우, 원작자가 추가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조항도 있어 더더욱 그렇습니다.

 

다만 플랫폼 측에서 어떤 방식으로 원작자의 동의를 구하느냐에 따라, 경우에 따라선 관심이 필요한 소규모 개발사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존재하긴 합니다. 예를 들어 플랫폼이 일일이 저작권자를 찾아가 동의를 구해야 하거나, 저작권자가 플랫폼에 허가 신고(?) 하는데 많은 법리적 비용(지식, 인력, 시간, 돈 등)이 든다면 작은 개발사가 이걸 해결하긴 힘들겠죠? 이 부분은 추후 나올 구체적인 법안을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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