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만 바꿔도 판매량 껑충? 주목받는 보드게임 그래픽 디자인

조회수 2019. 2. 18. 09: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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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디자인 라운드 테이블 부산 2019, 게임올로지 최정희 대표 발표

2월 16일과 17일 양일간 부산콘텐츠코리아랩에서 보드게임 산업 종사자와 지망생을 위한 ‘보드게임 디자인 라운드 테이블 부산 2019’가 열린다. 행사를 주최한 사부작 놀이 디자인 협동조합의 정희권씨는 “개성있는 보드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만든 행사다”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크게 컨퍼런스와 전시로 나뉘어 진행됐다. 부산콘텐츠코리아랩에 마련된 전시 공간에서는 작가들이 저마다 자신의 게임을 소개하거나 관람객들의 플레이를 돕는다. 양일 각각 다른 테마로 진행되는 컨퍼런스에서는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보드게임 작가와 퍼블리셔가 보드게임 디자인과 생태계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첫날 컨퍼런스에서는 날로 중요해져가는 보드게임 디자인에 대해 게임올로지 최정희 대표가 발표했다.(여기서 디자인은 패키지는 물론 보드와 컴포넌트의 디자인을 모두 포함한다.) 최정희 대표는 2002년 업계에 입문해 크고 작은 회사를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게임올로지가 제작하는 보드게임들은 캐주얼한 게임성에 심플하고 귀여운 디자인, 톡톡 튀는 색감이 특징이다. 

 

최정희 게임올로지 대표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회사의 대표이니만큼 최 대표는 보드게임 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상세한 예시와 함께 풀어놨다. 최 대표는 “보드게임은 어떻게 생겨야 할까요?”라는 질문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최 대표는 <베니스 커넥션>이라는 캐주얼 보드게임을 예로 들었다. <베니스 커넥션>은 ㄱ자와 1자 타일을 이어붙여 하나의 운하를 만드는 게임으로 독일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보드게임 어워드의 ‘아름다운 게임’ 부문을 수상했다.  

 

<베니스 커넥트> 알렉스 랜돌프 作

 

 <베니스 커넥션>은 알렉스 랜돌프라는 디자이너가 만든 웰메이드 보드게임이다. 그러나 그가 처음 출판사를 찾아 꺼내 놓은 <베니스 커넥션>의 외형은 보잘 것 없었다. 선과 면만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디자인, ㄱ자와 1자 만으로 이루어진 이 게임을 퍼블리셔들은 좋은 게임이라 판단할 수 있을까? 좋은 게임으로 판단했다면 과연 어떻게 이 게임을 겉으로 보기에도 좋은 게임처럼 보이게 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베니스 커넥션>은 큰 성공을 거뒀다. 지금은 독일 최대 보드게임 업체에 인수된 ‘드라이 마 기어’의 3인방이 알렉스가 만든 게임의 가치를 알아보고, 볼품없는 프로토타입 버전에 멋진 디자인을 입혀 게임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베니스 커넥스> 초기 버전

 

 두 번째 예시는 <캔트 스탑>. 주사위를 던져 산을 등반하는 게임으로, 시스 색슨이라는 미국인이 디자인했다. <캔트 스탑>은 <베니스 커넥션>과 반대의 운명을 맞았다. 판권이 여러 업체에 팔렸고, 각각의 회사가 저마다 다른 디자인을 선보였다. 잘 된 버전도 있고, 잘 안 된 버전도 있었지만 잘 안 된 버전이 훨씬 많았다. 시드 색슨 사후 트래픽 콘 버전으로 재출시된 <캔트 스탑>은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렇듯 좋은 게임이 좋은 그래픽 디자인을 만나서 마땅한 흥행을 하는 경우가 있고, 좋은 게임이 나쁜 그래픽 디자인을 만나서 암흑기를 겪는 일도 있다. 과연 그래픽 디자인은 보드게임 세일즈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 대표는 여기서 ‘왜 게임성이 아닌 그래픽인가?’에 대해 자신만의 분석을 내놓았다. 과거에는 디자이너가 퍼블리셔를 통해서만 게임을 출시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시장이 커지며 디자이너가 직접 소비자를 만나는 일이 생겨났다. 

 

 

과연 소비자는 퍼블리셔만큼 게임을 면밀하게 살펴볼까? 최 대표의 답은 No다.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보고, 친구의 추천으로, 게임샵에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것들을 주로 구매한다. 게임을 퍼블리셔만큼 면밀히 살펴보지 않는다. 게임성은 물론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도 중요해 진 시대가 온 것이다. 

 

최 대표는 세일즈와 그래픽의 연관성을 설명하기 위해 세 가지 예시를 들었다. 1) 게임성이 좋은데 영업 현장에서 잘 노출되지 않은 경우 2) 게임성은 별로인데 그래픽 디자인이 아름다운 경우 3) 게임도 좋고 그래픽 디자인도 좋은 경우다. 

 

1의 경우 영업 현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시연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떤 게임인지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할리갈리 컵스>는 많은 기대를 받으며 한국에 출시됐지만 초기에는 거의 팔리지 않았다. <할리갈리 컵스>가 팔리기 시작한 것은 대형 마트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시연 행사를 열기 시작하고 나서 부터다. 결국 좋은 게임은 팔린다는 얘긴데, 중요한 건 소비자가 어떤 게임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게임성이 안 좋은데 그래픽이 좋은 게임은 아주 많다. 단종된 게임인 <호퍼스>가 대표적이다. 이런 게임은 일단 초반에 팔리긴 한다. 그러나 게임성이 좋지 못하면 결국 한계에 부딪힌다. <호퍼스> 역시 초반 성적을 이어가지 못하고 결국 단종됐다.

 

세 번째, 게임도 좋고 그래픽도 좋은 게임은 가장 이상적인 케이스다. 최 대표는 <사그리다>를 예로 들었다. <사그라다>는 잘 만들어진 보드게임이었으나 20개 이상의 퍼블리셔에 출판을 퇴짜맞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심한 작가는 여행길에 올랐고, 여행지에서 본 ‘사그리다 성당’이 새로운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 성당의 디자인을 본따 게임을 다시 만들었더니 수많은 퍼블리셔가 게임을 출판하겠다며 나섰다. <사그리다>는 좋은 게임이 좋은 그래픽 디자인을 만난 케이스다. 

 

 

그렇다면 무엇이 좋은 그래픽 디자인일까? 최 대표는 어려운 문제지만 기준점을 세 개 정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게임 난이도에 따른 좋은 디자인의 기준이다. <카탄>, <어콰이어>, <스플렌더> 등은 패키지에서 게임의 인상을 설명했다. 공통점은 모두 어려운 게임이라는 것이다. 

 

쉬운 게임들은 패키지에서 게임을 설명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할리갈리>, <클라스크>가 관련된 예다. <클라스크>의 경우 게임 설명을 패키지에 그대로 기입했는데, 간단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어 가능했던 디자인이다. 파격적인 패키지 디자인의 <클라스크>는 매우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법칙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케이스도 있다. 바로 <루미큐브>다. 게임의 인상을 보여주지도 않고, 게임 내용을 설명하고 있지도 않다. 그러나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게임을 정말 잘 만들면 이런 사례가 나오기도 한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두 번째 기준점은 타깃에 따른 좋은 디자인 기준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보드게임을 나열하면 공통점 하나가 보인다. 바로 어린이부터 할아버지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모두를 타겟팅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전세계에서 보드게임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독일의 경우 특정 타깃을 대상으로 만든 보드게임도 충분히 흥행하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의 경우 대체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향을 띈다.

 

바이터리아츠라는 미국의 보드게임 회사는 <룩 루나 로그아웃>이라는 캐주얼 보드게임을 개발한 회사다. 이 회사가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룩 루나 로그아웃>의 타깃을 어린이로 바꾸게 됐고, 이에 따라 그래픽 디자인도 바뀌었다. 게임의 판매량은 폭락했다.

 

이후 <룩 루나 로그아웃>은 독일 최대 보드게임 회사에 인수되며 전연령층 대상으로 타깃을 변경했고, 이름도 <루나 랜딩>으로 바꿨다. 게임은 다시 팔리기 시작했다. 게임성 변경이 없었음에도 달라진 타깃에 따른 그래픽 디자인 변화로 판매량에 영향을 받은 케이스다. 

 

 

세 번째는 테마를 넣을 것인지 말 것인지다. 보통 퍼블리셔들은 추상적인 게임을 유통할 때 그냥 그 상태 그대로 내자는 유혹에 빠진다.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테마가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주사위를 굴리더라도 해적선을 차지해야 하기 때문에 주사위를 굴린다든가 하는 것들이다.

 

게임올로지는 <타쏘>라는 게임에 ‘사파리’라는 테마를 입힌 <타쏘 사파리>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 <타쏘>의 경우 해외 바이어들의 외면을 받았으나 사파리 테마를 입힌 <타쏘 싸파리>는 이미 여러 나라에 판매 계약이 완료된 상태다. 

 

최 대표는 그래픽 디자인과 세일즈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소비자와 퍼블리셔에 주목받는 보드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래픽 디자인에 대해 심도깊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왼쪽이 기본 <타쏘>. 오른쪽은 사파리 테마를 입힌 <타쏘 사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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