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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과금 유저는 수집형 RPG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히어로칸타레가 던진 화두

부분 유료 수집형 게임 시장에 던져진 화두. 약 1주일 간 <히어로칸타레>를 플레이하며 든 생각입니다. 

 

이런 말을 하면 수집형 RPG 시장을 연 <헬로히어로>, 시장을 대대적으로 확장한 <세븐나이츠>, 유료 모델 면에서 큰 충격을 준 <소녀전선>, 캐릭터 게임이라는 화두를 던진 <페이트/그랜드 오더> 등 다른 수집형 게임 팬들이 반발할 겁니다. <히어로칸타레>는 아직 성과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게임인데다 각각의 장치를 놓고 비교하면 밀리는 부분도 있거든요. 또 애초에 재미라는 것 자체도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표현을 한 것은 <히어로칸타레>가 최근 대부분의 수집형 RPG가 간과하고 있는 지점을 캐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수집'이라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죠. 

 

보통 부분 유료(free to play) 게임을 '주요 콘텐츠는 무료로 제공되지만 더 깊이 있는 재미, 빠른 성장 등을 위해선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게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수집형 RPG에서 '수집'은 어떤 위치에 있는 콘텐츠일까요? 개발사는 무료, 소액 결제 유저에게 이 콘텐츠를 얼마나 제공해야 할까요?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히어로칸타레>가 부분 유료 수집형 RPG로서 추구하는 철학은 조명해 볼만 합니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 게임에 대한 간단 소개. <히어로칸타레>는 엔젤게임즈가 개발·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네이버 웹툰 '갓오브하이스쿨'과 '열렙전사' IP에 엔젤게임즈의 독자적인 세계관을 크로스오버한 게임이죠. 

 

<히어로칸타레>의 특징으론 여러 가지를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네이버 웹툰 IP도 특징이고, 드로우(?)된 캐릭터 블록을 조합해 스킬을 쓰는 독특한 턴제 전투, 방치형 파밍 시스템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 관련기사: 갓오하 + 열렙전사! 전략 있는 웹툰 대전 꿈꾸는 '히어로칸타레'

 

하지만 이 글에서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게임의 보기 드문 캐릭터 획득·수집 시스템입니다. 

 

 

 

# 무료·소액 결제 유저는 '수집'이란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수집형 RPG란 말 그대로 좋아하는 캐릭터를 얻거나 다양한 캐릭터를 모으는 것을 핵심 콘텐츠로 하는 장르입니다. 하지만 현재 모바일 게임 트렌드에서 모든 수집형 RPG 유저가 '수집'을 제대로 즐기긴 힘듭니다. 

 

대부분의 게임이 캐릭터 획득 방법을 '유료 뽑기' 중심으로 설계하기 때문이죠. 물론 게임 문법이 발전해 이젠 무료·소액결제 유저에게도 상당한 기회가 주어지긴 합니다. 하지만 그게 수집욕을 제대로 충족시키긴 힘들고 또 뽑기 특성 상 그게 유저가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설사 원하는 캐릭터를 얻었어도 태생 등급 때문에 못 쓰는 경우도 많고요.

 

유료 모델로서 뽑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사가 땅 파서 장사하라는 말도 아니고요. 다만 부분 유료 수집형 RPG임에도, 많은 유저가 장르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인 '수집'은 제대로 체험하지 못하는 상황은 짚어볼 만 하죠. 무료·소액 유저가 비교적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보통 전투뿐이니까요.

 

 

<히어로칸타레>를 플레이하며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무료·소액결제 유저도 수집형 RPG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수집'이라는 콘텐츠를 열었거든요. 게임이 이를 위해 마련한 시스템을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3시간마다 무료 뽑기 가능 (하루 최고 8회, 8시간 수면 가정 시 5회 내외 가능)

- 뽑기 보상과 별개로, 2개 결과를 더 공개해 원한다면 캐시/게임머니로 구매 가능

- '태생 등급' 개념이 없어 모든 캐릭터는 같은 선에서 출발

- 캐릭터 성장에 필요한 '조각'은 다른 캐릭터 조각이나 인게임 재화로 교환 가능

- 매일 상점, 한정 콘텐츠 등을 통해 캐릭터 조각, 조각으로 바꿀 수 있는 재화 획득 가능


무료·소액결제 유저도 어렵지 않게 원하는 캐릭터를 얻고 모으고 육성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주요 유료 모델은 캐릭터 획득 대신, 성장 시간을 단축하는데 집중돼 있고요. 대부분의 부분유료 수집형 RPG와는 다른 모델입니다. 

 

<히어로칸타레>의 뽑기 화면. 3시간에 1번 무료 뽑기가 가능하고, 뽑기 보상 외에도 2개의 추가 보상이 나와 이를 보고 추가로 구매할 수도 있다.

 

부분유료 게임이 어느 정도 선까지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을 것입니다. 유저와 회사의 의견이 다르고, 회사마다 입장도 다릅니다. 누구는 free to play인 만큼 콘텐츠에 진입하는데 차등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하고, 누구는 회사도 돈을 벌어야 하는 만큼 속도든 콘텐츠 풀이든 간에 차등이 있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모두 이해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성적인 판단과 별개로, 유저·소비자 입장에서 부분유료 게임을 즐기며 결제 정도 때문에 일부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것은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죠. 돈을 써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뽑기' 모델 아래선 더더욱요. 

 

그런 면에서 <히어로칸타레>는 부분유료 수집형 게임을 즐기는 유저·소비자 입장에서 오랜만에 보는 '불쾌하지 않은' 유료 모델, 캐릭터 획득 모델을 보여줬습니다. 얼마나 돈을 썼든 콘텐츠는 제대로 즐길 수 있으며, 돈을 쓸 때도 시간을 사거나 뽑기의 추가 결과물을 보고 사는 등 내가 '무엇을 사는지' 사전에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죠.

 

획득한 캐릭터의 조각은 차원조각 상점에서 언제든 구매할 수 있다. 조각 구매에 필요한 '영석'은 다른 캐릭터 조각으로 교환하거나, 일일 한정 콘텐츠 클리어 보상으로 얻을 수 있다.

 

 

# 캐릭터 하나의 강함이 아니라, 캐릭터들의 합(合)으로 만드는 애착

 

게임적인 면에서, 유저에게 '수집할 이유'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도 얘기할 만 합니다. 일반적으로 수집형 RPG가 유저의 니즈를 자극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캐릭터의 매력, 하나는 캐릭터의 성능이죠.

 

<히어로칸타레>는 냉정히 말해 매력 부분에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게임입니다. 갓오브하이스쿨이나 열렙전사를 아는 입장에선 원작과 다른 화풍이 장벽이고, 원작을 모르는 유저들은 (CBT 이후 나아졌다곤 하지만) 급작스러운 이야기 전개 때문에 캐릭터에 쉽게 정을 붙이기 힘듭니다. 익숙해지면 화풍의 퀄리티나 캐릭터들의 개성이 눈에 들어오지만, 거기까지 가기엔 시간이 좀 걸립니다.

 

대신 게임은 2번 부분에서는 말 그대로 수집형 RPG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강함'으로 어필하는게 아닙니다. 캐릭터들의 물고 물리는 시너지 효과로 자연스럽게 다른 캐릭터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싶게 합니다. 

 

 

예를 들어 기본 캐릭터 중 하나인 '다크'는 성능 자체만 보면 잘 다루기 힘든 디버프 딜러입니다. 자력으로 디버프 걸어도 큰 효과가 안 나오고, 타겟팅도 너무 랜덤하게 적을 노려 쓰기 까다롭죠. 하지만 광역 기절 스킬을 가진 '리디'와 조합하면 위상이 극적으로 올라갑니다. 다크의 3블록 스킬로 리디의 1턴짜리 기절 지속 시간을 2턴 더 늘릴 수 있거든요.

 

초반에 얻을 수 있는 '유미라'는 치명타가 터져야 제 몫을 할 수 있는 딜러입니다. 이런 캐릭터는 치치처럼 파티의 치명타 발생 확률을 높여주는 캐릭터와 만나면 날아 오르죠. 하다못해 스킬이 무난한 캐릭터들도 '전열 우선 공격', '후열 우선 공격' 같은 타겟팅 조건만 잘 배분해도 전투 초반부터 적 1, 2를 썰고 진행하게끔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캐릭터 간의 시너지 덕에, 원하는 캐릭터를 얻은 유저는 자연스럽게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다른 캐릭터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돼죠. 그리고 이런 시너지가 전투에서 성공적으로 완성됐을 때, 자신의 캐릭터와 파티에 더 애착을 가지게 되고요. 특정 캐릭터의 강함이 아니라, 캐릭터들의 합(合)이 만든 애착입니다. 

 

그리고 이런 캐릭터 연계 요소는 후술할 <히어로칸타레>의 전투 시스템과 연결돼 더 큰 시너지를 만듭니다.

 

 

 

# 쿨타임 없는 스킬 사용과 하드 CC기, 스킬 시너지가 만드는 전략 전투

 

<히어로칸타레>의 전투는 매 턴 드로우되는 캐릭터 블록을 조합·배치해 어떤 스킬을 언제 사용할지 정하는 방식입니다. 블록 조합 때문에 조금 생소해 보이지만, 매턴 드로우되는 임의의 패를 한정된 자원을 소비해 사용한다는 면에서 전략 카드 대전 게임과 비슷한 느낌이죠. 차이점이 있다면 <히어로칸타레>는 블록을 조합해 상위 스킬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정도?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선택지입니다.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소비되는 턴제 게임 대부분은 '쿨타임'으로 스킬 사용을 제약합니다. A 스킬 쿨타임은 3턴, B는 4턴, 궁극기는 10턴 같은 식으로 설정해 사용 빈도를 제한하는 식이죠. 이 시스템은 최적의 전투 사이클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쿨타임 때문에 전투가 경직되고 선택지가 제한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의 아레나(PVP) 전투 화면. 하단 액션바에 적의 행동 순서와 사용 블록(스킬)이 나타나기 때문에, 유저는 이를 보고 최적의 대처를 구상할 수 있다.

 

반면 <히어로칸타레>는 매턴 드로우되는 8개의 블록을 조합·재배치 해 4개 행동만 만들면 되기에 훨씬 더 선택지가 넓은 편입니다. 또한 조합할 패만 드로우됐다면, 쿨타임 상관 없이 언제든 필요한 스킬을 조합할 수 있기 때문에 앞에 말한 '캐릭터 간 스킬 시너지', 혹은 '특정 캐릭터의 단독 스킬 시너지'를 보다 자주, 잘 체감할 수 있죠. (블록을 조합할 마나도 필요하긴 합니다만, 1·2블록 쓰임새도 많은 편이라 생각보다 큰 제약은 아닙니다)

 

이 구조는 전술적인 면에서도 장점입니다. 랜덤 드로우라는 제약이 존재하긴 하지만, 유저는 쿨타임 같은 것 없이 언제든 원하는 스킬을 사용(조합)할 수 있으니까요. 위기에 처했을 때, 마음에 드는 스킬 연계를 쓰고 싶을 때 쿨타임 때문에 손이 묶일 일은 없습니다. <히어로칸타레>는 적들의 파워 밸런스가 잘 관리되고, 보호막이나 기절 같은 강력한 버프·디버프가 여럿 있어 이 장점이 더 잘 와닿죠.

 

랜덤 드로우라는 제약도 몬스터처럼 유저가 행동하기 전에 등장하는 위협이기 때문에, 드로우 결과를 보고 전략을 짜는 입장에서 불합리하다 느껴지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문제를 '본 다음' 대처할 수 있으니까요. 만약 바로 대처를 하지 못해도, 이번 턴 안 쓰는 블록을 미리 합쳐 다음 턴 드로우 될 블록 수를 늘리는 식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도 있고요. 

 

운의 요소가 적고 유저가 통제할 수 있다는 면에선 게임의 유료 모델 기조와도 비슷하네요.

 

'메두사의 후열 광역 공격이 3번째 차례에 들어오니까 그 전에 일단 한대위 2블록 스킬로 파티 방어력 버프를 주고…'

정리하면 쿨타임 시스템을 없애고 블록 조합이라는 방법을 쓴 덕에 턴제 전투의 전략성은 더 잘 어필되고, 반대로 임의 드로우라는 약점은 전투 구조 덕에 크게 부각되지 않고요.

 

이런 전투 시스템 때문인지 <히어로칸타레>의 재미(정확히 말하면 전투의 재미)는 유저가 직접 캐릭터들의 행동을 짜야 하는 고난이도 전투, 아레나(비동기 PVP)에서 더 돋보입니다. 게임의 구조도 일반적인 파밍은 '방치형 파밍 시스템'으로 해결하고, 실질적인 게임 플레이는 고난이도 모드에 대한 수동 플레이에 무게를 뒀고요. 

 

유저가 수동 플레이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하트히터 의뢰소' 콘텐츠

 

 

# 정리하면…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히어로칸타레>의 개발 의도는 명확합니다.

 

무료 뽑기 기회를 대거 늘려 무료·소액결제 유저도 '수집'을 제대로 즐길게 있게 하고, 캐릭터 시너지와 턴제 전투로 여러 캐릭터를 가지고 싶게 유도합니다. 수동전투에 무게 실린 콘텐츠로 이런 의도를 더 강하게 전달하고요. 

 

무료 뽑기 횟수를 늘리느라 약해진 유료 모델은 방치형 파밍(≒ 편하지만 통제된 성장 재화 파밍)을 이용해, 빨리 달리고 싶은 유저가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게 유도합니다. 뽑기를 통해 그때 그때 큰 수익을 얻기 보단 월정액 같은 느낌으로 적지만 꾸준한 결제를 유도하는 모델입니다. 수동전투에 무게를 둔 콘텐츠 구성은 이를 유도하고요. (직접 플레이 할 기회가 많으니 강함에 대한 니즈도 더 크겠죠?)

 

 

이런 모델이 모두의 마음에 들 순 없을 것입니다. 자동전투 중심 게임이 좋은 유저, 확률은 낮더라도 뽑기로 한번에 강해지는 것이 좋은 유저는 <히어로칸타레>의 방식이 별로겠죠. 또 게임의 이런 방식이 마음에 들더라도 아쉬운 초반부 마감(*) 때문에 빠져 나가신 분들도 많을 것이고요. 개발 의도에 초점 맞춘 글 성격 때문에 이 부분을 다루지 않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은 게임이죠. 

 

* 몇 시간은 플레이해야 제대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전투 밸런스, 문외한은 이해하기 힘든 초반 스토리, 조각 뽑기라는 첫 인상, 늦은 EX 스킬(컷인 스킬) 습득 시기 등등. (다행히 대부분은 몇 차례 패치로 개선됐습니다)

 

다만 이런 흠과 별개로, 최소한 개발 의도 2가지는 요즘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조명 받을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무료·소액결제 유저도 수집이나 최애캐 획득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수집 콘텐츠 설계. 다른 하나는 게임의 유료 모델이나 성장·전투 시스템 등이 만든 '유저가 결과를 예측하고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 

 

이 둘은 운의 요소가 크고, 유저가 개입할 것이 별로 없고, 개입해도 (설사 그게 결제라는 강력한 개입이라 할지라도) 변화가 없거나 있어도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지금 모바일게임 트렌드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가 아닐까요?

 

게임의 스토리 컷인 중 일부. 한 지역마다 약 5 스테이지 주기로 웹툰 같은 연출의 컷인이 재생된다.

 

스토리 이벤트 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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