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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폭락, 조작 의혹, 서명운동.. '디아블로 이모탈' 이후 블리자드에 부는 눈보라

조회수 2018. 11. 6. 16: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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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 2' PD, "블리자드는 더이상 게이머를 이해하지 못한다"

지난 주말, '블리즈컨 2018'에서 <디아블로 이모탈>이 공개된 이후 3일 만에 액티비전 블리자드 주식이 4.75달러 떨어졌다. 블리자드가 <디아블로 이모탈> 시네마틱 트레일러에 쏟아진 '싫어요' 폭탄을 고의로 삭제했다는 의혹까지 일어났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디아블로2> 제작을 맡았던 전직 블리자드 시니어 프로듀서 마크 컨(Mark Kern)은 자신의 트위터에 "블리자드는 더이상 게이머와 소통하지 않는다"​라며 장문의 글을 남겼다. <디아블로 이모탈> 공개 이후 블리자드에 부는 매서운​ '눈보라'를 정리했다.

# 액티비전 블리자드 주가 6.7% 급락에 블룸버그, "원인은 <디아블로 이모탈>"

현지 시간으로 5일, 전미 중간 선거를 앞둔 뉴욕 주식시장 지수는 혼조세를 보였다. 종목별 주식 역시 미-중 무역전쟁과 상·하원 내각 구성 비율에 따른 행정부 정책 기조 예측 등으로 혼조세를 나타냈다. 그중 시장에서 '압도적으로' 눈에 띄는 주식은 바로 '액티비전 블리자드' 주식이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주가는 '블리즈컨 2018' 개막일이던 11월 2일 68.99달러(약 77,460원, 금일 환율 기준)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주가는 <디아블로 이모탈> 소식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이던 11월 5일, 64.34달러(약 72,230원​)를 기록하며 3일 만에 4.65달러(약 5,220원)가 빠졌다. (6.7% 하락)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아마존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심각하게 조사하고 있다"는 말에 아마존의 주식이 2.27%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액티비전 블리자드 주가의 하락 폭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다. 


유력 경제지 블룸버그(Bloomberg)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이모탈>은 세계 주요 모바일 시장을 겨냥한 시도로 보이지만, 게이머의 반대가 거센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주식 폭락 원인을 ​<디아블로 이모탈> 공개와 그에 따른 반대로 꼽은 것. 블룸버그와 인터뷰한 금융 서비스 업체​ 모건 스탠리와 웨드부시의 애널리스트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주식이 큰 폭의 하락세을 나타났음에도 "디아블로 IP는 미국, 중국, 유럽, 한국에 인기가 있다"라며 <디아블로 이모탈>이 앞으로 수익을 가져올 것으로 봤다.

# 주가 폭락보다 매서운 게이머 반응, 유튜브 여론 조작 의혹까지 일어

하지만 <디아블로 이모탈>에 대한 전 세계 게이머의 반응은 '눈보라'처럼 매섭다. 11월 2일 유튜브에 공개된 <디아블로 이모탈> 시네마틱 트레일러는 현재 310만 조회수에 45만 '싫어요'를 기록 중이다.


웹페이지 캡쳐 페이지인 archive.today에는 유튜버들이 기록한 '싫어요'와 각종 댓글이 적게는 4만 8천 건에서 많게는 7만 7천 건까지 삭제된 사실이 발견됐다. '싫어요'와 반대로 '좋아요' 수치는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기 때문에 일부 유튜버는 "디아블로 커뮤니티팀이 나서 유튜브 여론을 조작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11월 3일 오후 20시 54분, 좋아요 9,224 / 싫어요 289,088 (출처: archive.today)
11월 3일 오후 23시 50분, 좋아요 9,841 / 싫어요 211,568 (출처: archive.today)

서명 청원 사이트인 'change.org'에는 "<디아블로 이모탈> 개발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서명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32,000명이 서명에 동참해 목표치인 35,000명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서명에 참여한 유저가 남긴 댓글 중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은 랜스 너터가 작성한 “<디아블로 2>를 리마스터해줘”라는 댓글이었으며, 그다음으로 추천을 많이 받은 건 아담 윌러드가 게시한 “이런 우리가 블리자드에 원했던 것이 아니다. ‘디아블로’가 살아가는 곳은 PC다”였다.​


각종 게이머 커뮤니티에는 "<디아블로 이모탈> 발표 자체가 잘못됐다"는 원성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8월, 블리즈컨을 3달 앞둔 시점에서 <디아블로> 커뮤니티 매니저 브랜디 캐멀이 "이번 연말에는 뭔가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라고 말한 것이 지나친 기대를 자극했다는 것.

블리즈컨 현장에서 <디아블로 이모탈> 수석 디자이너 와이엇 청(Wyatt Cheng)이 한 발언은 문제를 더 키웠다. 


와이엇은 참석자들과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PC판에 대한 어떤 계획도 없느냐, 무조건 영원히 모바일이냐?"라는 질문에 "현재 계획은 모바일뿐이다. PC판에 대한 어떤 계획도 없다"라고 대답했다. 여기에 관객의 야유가 쏟아지자 "여러분 핸드폰 없나요?"(Do you guys not have phones?)라는 대답을 했기 때문이다. 분노한 한 참가자는 같은 자리에서 ​"이게 지금 ​때늦은 만우절 농담인가요?"라고 질문했다.

"여러분 핸드폰 없나요?"라고 말하는 와이엇 청 (출처: 중계 영상 캡쳐)
같은 질의응답 시간에 "때늦은 만우절 농담인가요?"라고 묻는 참가자 (출처: 중계 영상 캡쳐)

이후에 "이번 블리즈컨에 <디아블로4>가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하지 않았다"는 보도도 있지만, 블리즈컨 현장에서 "PC판에 대한 계획이 없냐?"고 물은 것은 모바일 게임을 할 핸드폰이 없어서 물어본 것이 아니다. 블리즈컨까지 참석할 정도로 열의를 가진 블리자드 팬들은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IP를 막론하고 전통적으로 PC게임에 대한 애정을 품었기 때문에 그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한편, 국내 게이머는 블리자드와 넷이즈의 만남 자체를 께름칙하게 본다. <디아블로 이모탈>의 공동 개발사인 중국의 '넷이즈'가 지난 6월, 한국에 <디아M>이라는 이름의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려다 반발로 이름만 바꿔 게임을 낸 적 있는 회사기 때문이다. "<디아블로 이모탈>이 <디아M>​을 변형해 출시한 것이 아니냐"라는 의견에 대해 <디아블로 이모탈> 총괄 프로듀서 앨런 애드햄(Allen Adham)​은 "<디아블로 이모탈>은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라며 적극 부정했다.

넷이즈의 '디아M' 홍보 포스터

# <디아블로 2> 프로듀서, "블리자드는 더이상 게이머와 소통하지 않는다"

게임 프로듀서 마크 컨은 과거 블리자드에서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2>,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굵직한 작품의 개발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11월 4일,​ 자신의 트위터에​ <디아블로 이모탈> 발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블리자드는 더이상 게이머를 이해하지 못한다"라며, <디아블로 이모탈> 자체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블리자드가 '과대 광고'로 게이머의 기대를 잔뜩 높여놓고 그에 맞지 않는 발표로 실망을 자아낸 것을 꼬집었다. 그의 트윗 주요 내용을 번역, 공개한다.

제가 <디아블로 2>의 프로듀서였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제게 <디아블로 이모탈>에 대한 제 생각을 물어왔습니다. 이런 말 하기 싫지만, 블리자드는 더이상 게이머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모바일 버전 <디아블로>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사실 저조차 <디아블로>의 옵션 중에 하나로 모바일 버전을 원했습니다. 


하지만 디아블로 경영진이 모바일 버전 <디아블로>가 암시되고 나타나는 방식에 대한 반발을 예상지 못했다는 게 놀랍습니다. 옛날에 블리자드는 정말이지 게이머를 꽉 쥐던 회사였습니다.


블리자드는 수줍게 <디아블로>의 과대 광고를 틀었습니다. 하지만 PC 베이스의 게이머들의 기대를 만족시키진 못했습니다. 모바일 버전 <디아블로>는 PC 버전의 <디아블로>와 '다른' 상품입니다. <디아블로 이모탈> 광고를 PC버전 광고처럼 튼 것은 '낚시'입니다. 이제 블리자드는 "여러가지 디아블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말합니다. 그랬다면 모바일 발표와 함께 PC판 프로젝트 티저라도 하나 냈어야 합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디아블로 이모탈>을 둘러싼 반응이 블리자드를 '놀라게' 했다는 것입니다. 블리자드는 반발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에 대한 계획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디아블로 게이머> 누구한테나 물어봐도 이러한 반발은 똑같이 나왔을 겁니다.


과거 블리자드는 게이머에게 질문할 필요가 없는 회사였습니다. 블리자드는 과거에 주요 의사결정자부터 말단의 직원까지 모두 하드코어 게이머였습니다. 우리 직원 스스로가 가장 가혹한 청중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지금의 블리자드가 하는 방식으로 움직였다면, 개발진이 내 방 문 밖에서 "이건 좋지 않아요"라고 줄을 이뤘을 겁니다. 블리자드가 이런 반응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되어있었고, 이럴 줄 알았으면서도 계획이 없었다는 것은 제게 큰 실망입니다. 


이건 독성 게이머(toxic gamer) 이슈가 아닙니다. 게이머가 특권(entitlement)을 가지고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이건 홍보가 잘못된 사례고, 블리자드가 가지고 있던 "우리가 더 잘 알아" 식의 나쁜 조직 문화가 드러난 것입니다.


블리자드는 이런 게이머들의 반응을 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블리자드는 현재 게이머와 교류하지 않고, 수십억 달러의 돈방석 위에 앉아있거든요. 블리자드는 지금 반성해야 할 때입니다. 고객과 소통하지 않은 수많은 대기업이 실패했습니다. 노키아를 기억합니까?


오늘날의 개발자는 항상 게이머와 소통해야 합니다. 게임 개발은 너무 큰 일이기 때문에 게이머와 연이 끊기기 일쑤입니다. 많은 개발자들이 "전문적으로 게임을 만들겠다"며 소통을 끊습니다. 블리자드는 회사의 벽을 허물고 게이머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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