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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록레스너 고르지마!" 버튼 연타 게임에서 시뮬레이션까지, WWE 게임 변천사

조회수 2018. 9. 27. 11: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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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지거나 혹은 나빠지거나, 30년 동안 발전한 프로레슬링 게임

전 세계 최대 프로레슬링 단체 WWE를 주제로 만든 ‘프로레슬링 게임’은 지난 30여 년 동안 많은 변화를 거쳤다. 오락실에서 헐크 호건을 골라 버튼이 부서져라 누르던 시절부터, 동생에게 PS2 패드를 사이좋게 건네주며 “브록 레스너랑 스톤콜드는 사기캐니까, 너는 타지리나 레이 미스테리오 골라”라고 친절하게(?) 설명하던 시절까지.

 

추가 콘텐츠가 재미를 살리기도, 때로는 불필요한 변화로 게임을 망치기도 했던 프로레슬링 게임속 크고 작은 변화들. 프로레슬링 게임의 지난 30년을 기억하며, WWE 공식 라이선스를 받아 발매된 게임들의 변천사를 되돌아봤다.

 

 

# "두드려라 그러면 뭐라도 나갈 것이다" 빠른 버튼 연타가 필수였던 아케이드 시절


WWE 공식 라이선스를 받은 최초 게임은, 1988년 NES(패미컴)로 발매된 다. 게임은 헐크 호건, ‘마초맨’ 랜디 새비지, 앙드레 더 자이언트 등 플레이어블 캐릭터 6명이 등장한다. 다만, WWE에서 공식 인증한 ‘프로레슬링 게임’인 것 치고 이렇다 할만한 프로레슬링 기술은 등장하지 않는다.

 

는 대전 격투 게임이다. 발차기나 어퍼컷을 사용해 적을 쓰러트려야 하며, 프로레슬링 기술은 상대가 쓰러졌을 때 카운트를 따내는 '핀 폴'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게임에서 공격에 맞는 순간 캐릭터가 잠시 주춤거리는데, 이때 추가 공격을 맞아 금방 체력을 날릴 수 있다.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는 마음으로 발차기와 어퍼컷 버튼을 연달아 누르게 된다.

 

경기 중 랜덤으로 ‘파워 업’아이템이 등장하는데, 헐크 호건은 십자가, '밀리언 달러맨' 테드 디비어시는 달러 문양 등 각 캐릭터 별로 먹을 수 있는 아이템이 정해져 있다. ‘파워 업’이라는 이름 때문에, 1985년 NES로 발매된 <근육맨: 머슬 태그 매치>처럼 습득 시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거창한 이름과 달리 체력 회복 아이템이다.

<WWF 레슬매니아> 타이틀 화면. 헐크 호건의 강렬한 퍼포먼스보다는 자기 옷을 찢는 취객을 연상케한다
상대를 조금이라도 많이 떄리기 위해 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발차기만 쓰게 된다
경기 중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아이템이 랜덤으로 등장한다

WWE 공식 라이선스를 받은 두 번째 게임 는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이다. 1989년 발매된 는 <더블 드래곤>, <쿠니오쿤> 시리즈 개발로 유명한 일본 게임 개발사 테크노스 재팬이 만들었다.


앞서 발매된 공식 라이선스 게임이 대전 격투였던 것과 달리, 는 프로레슬링 룰에 따라 진행되며 규칙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구사할 수 있는 프로레슬링 기술도 구현했다. 게임은 버튼 연타가 승리로 향하는 핵심 열쇠인데, 버튼 연타 결과에 따라 기술 성공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WWF 슈퍼스타즈> 캐릭터 셀렉트 화면. 앙드레 더 자이언트와 '밀리언 달러맨' 테드 디비어시는 보스 캐릭터로 등장한다
버튼 연타 결과에 따라 기술 성공 여부가 갈린다

발매로부터 6년이 지난 1995년, WWE 프로레슬링 게임은 대전 격투 게임 <모탈컴뱃>을 떠올리게 하는 상상도 못 한 괴작으로 돌아온다. <모탈컴뱃> 시리즈를 개발한 미드웨이는 1995년 을 발매한다. 게임은 전반적으로 <모탈컴뱃> 시리즈와 유사한데, 실사 캡처 바탕으로 제작된 캐릭터, 캐릭터별 특수기술 등 <모탈컴뱃>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많다.


은 버튼 조합에 따라 특수 기술이 발동되는데 이중, 각 캐릭터 개성을 살린(?) 부분들이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언더테이커는 유령을 발사하거나 무덤 비석을 사용해 적을 공격하며, 레이저 라몬은 레이저(Razor, 면도날)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팔을 칼로 만들어 공격한다.

<WWF 레슬매니아: 더 아케이드 게임> 캐릭터 셀렉트 화면. 언더테이커를 포함해 총 8명이 등장한다
<모탈컴뱃> 시리즈를 연상케하는 실사 캡쳐
언더테이커는 비석판 공격, 레이저 라몬은 면도칼 공격 등 선수 개성을 살린 기술들이 있다


# 역대 최고 콘텐츠가 시리즈 최악이 되기까지, 프로레슬링 게임 오리지널 스토리를 입다


원하는 캐릭터를 골라 주구장창 싸움만 하던 프로레슬링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PS1)과 닌텐도 64(N64)로 넘어오며 ‘오리지널 스토리’를 더하기 시작한다. 이중,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발매된 <스맥다운> 시리즈는 WWE 프로레슬링 게임 중 최초로 스토리 모드를 구현한 게임으로, 시리즈 모두 현재까지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스맥다운> 시리즈 첫 작품 은 THQ가 유통하고 유크스가 개발했다. 게임은 아케이드 스타일을 살려 빠른 템포로 경기가 진행되며, 방향키 조합에 따라 다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등 기존 프로레슬링 게임에 비해 발전을, 향후 프로레슬링 게임에는 토대를 마련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처음 등장한 모드가 ‘시즌 모드’인데, 원하는 선수 한 명을 선택해 1년 이상 선수 생활을 체험하는 스토리 모드다. 플레이어는 챔피언십에 도전하거나 특정 선수와 대립하는 등 시즌 내내 각종 사건에 휘말린다.

<WWF 스맥다운!>은 기존 프로레슬링 게임에 비하면 발전을, 향후 프로레슬링 게임에는 토대를 마련한 작품이다
<WWF 스맥다운!>에서 최초로 도입된 시즌 모드. 예측할 수 없는 사건과 상황을 설명하는 대사들이 눈길을 끌었다

시리즈 중 시즌 모드를 가장 잘 살렸다고 평가받는 작품은 2003년 PS2로 발매된 <스맥다운: 히어 컴스 더 페인>이다. 게임은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이며, 반격 시스템을 세분화하고 선수 무게 시스템을 구현하는 등 이전 시리즈에 비해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여러 발전 요소 중 가장 호평받는 건 단연 시즌 모드. 지난 작품들이 단일 스토리로 구성됐던 것과 달리, <스맥다운: 히어 컴스 더 페인>은 스토리 분기점이 세분화되어 있어 유저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진행된다. 해당 모드는 선수가 챔피언 벨트를 가지고 있는가 아닌가를 시작으로, 인기도, 선∙악역 구도, 현재 대립 중인 선수, 분기점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달라진다. 여기에, 특정 기간에만 등장하는 이벤트도 있어 내 선택이 어떤 이야기를 부를지 기대하게 된다.


이런 세밀한 구성 덕분에 플레이어는 플레이 스타일이나 선수 성향에 따라 전혀 다른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기실에 있는 다른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하거나 브랜드 단장에게 챔피언십 기회, 브랜드 변경 기회를 달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등 역대 시리즈를 통틀어 최대 자유도를 자랑했다.

시즌 모드는 챔피언, 인기도, 선∙악역, 현재 대립 상대 등 많은 부분이 분기점으로 작용해 스토리를 바꾼다
팬 응원을 한 몸에 받는 선역이 되거나 동료들 조차 피하는 악역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맥다운: 히어 컴스 더 페인>에서 호평받은 시즌 모드는 차기작으로 넘어오며 망가지기 시작한다. 2004년 PS2로 발매된 <스맥다운 VS 로우>는 그래픽 변화뿐 아니라 선수 및 경기 밸런스 개선, 브랜드 간 대립에 집중된 시즌 모드 등 여러 부분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시즌 모드는 전체 스토리 변화뿐 아니라 선수들 음성 더빙이 추가했는데, 게임 속 등장하는 모든 선수들의 대사는 실제 선수들이 더빙했다. 그래픽 개선으로 비슷해진 외모에 이어, 음성 더빙으로 “이거 완전 선수 본인이네!”라는 감탄도 잠시. 시즌 모드 스토리가 누구로 플레이 해도 단일 스토리로 진행된다는 사실에 실망하게 된다.


유저들은 음성 더빙이 빠지더라도 이전 시리즈처럼 자유로운 시즌 모드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호소했지만, 유저 의견은 이후 시리즈에 반영되지 않았다. <스맥다운 VS 로우>이후 작품들은 모두 음성 더빙이 들어갔고, 스토리 분기점이 추가된 작품도 있었지만 <스맥다운: 히어 컴스 더 페인>처럼 자유로운 구성은 아니었다. 


여기에,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진부 해지는 스토리와 어색한 더빙 등, 시즌 모드가 퇴보하는 모습에 유저 불만은 날로 깊어졌다. 결국 시즌 모드는 2007년 발매된 <스맥다운 VS 로우 2008>을 끝으로 자취를 감추고 만다.

시즌 모드 모든 대사가 더빙됐던 <스맥다운 VS 로우>
<스맥다운 VS 로우 2006>은 공식 한국어 자막판이 발매되기도 했다
<스맥다운 VS 로우 2006>에 처음 등장한 GM 모드. 시즌 모드 혹평 속 유일하게 재밌는 모드라는 호평이 있었지만, <스맥다운 VS 로우 2008>을 끝으로 사라진다


# "게임 하자며 왜 DVD를 켰어?" 실사 시뮬레이션으로 방향 선회, 프로레슬링 게임의 오늘


WWE 프로레슬링 게임들을 유통하던 THQ가 2012년 파산하면서, WWE 게임 라이선스는 2K 게임즈로 넘어간다. 이때부터 WWE 게임은 아케이드 요소를 완전히 벗고, ‘스포츠 시뮬레이션’으로 다시 태어나기 시작한다.


빠른 템포로 진행되던 경기는 실제 프로레슬링 경기처럼 느린 템포로 바뀌었고, 카메라 시점 역시 실제 WWE 방송 화면처럼 변했다. 그래픽 역시 새로운 엔진을 사용해 실사에 가까운 모습이 구현됐다. 때문에 얼핏 본다면 게임 화면이 아니라 WWE 방송화면을 보는 듯 한 느낌이 들 정도다.

실사에 가까운 모습이 구현된 <WWE 2K>시리즈

게임성 변화에 이어 신규 콘텐츠 ‘쇼케이스 모드’도 등장했는데, 실제 WWE 경기를 게임으로 재현하는 스토리 모드다. 쇼케이스 모드에는 '재현 진행률'이 있어 실제 경기 상황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 선수 체력이나 특정 부위 부상 경도, 기술 사용 유무에 따라 이벤트 성공 여부가 달라지며, 재현도를 100%로 채우지 못하면 실패처리 된다.


쇼케이스 모드는 시리즈 별로 매번 다른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는 2011년 존 시나와 CM 펑크 간 대립과 2002년 숀 마이클스와 트리플 H 대립이 담겼다. 은 대립이 아닌 ‘스톤 콜드’ 스티브 오스틴에 일대기가 담겼으며, 그의 데뷔부터 은퇴까지 있었던 주요 경기들이 구현됐다.

<WWE 2K> 시리즈는 '쇼케이스 모드'를 통해 실제 WWE에서 일어난 사건을 재현했다
2011년 '머니 인 더 뱅크' 행사 당시 CM 펑크가 WWE 회장 빈스 맥맨을 도발하는 장면 역시 그대로 재현됐다 (출처: WWE)

오는 10월 9일 발매되는 에는 다니엘 브라이언의 WWE 데뷔부터 은퇴까지를 그린 쇼케이스 모드가 담길 예정이며, 밀리언 달러 모드와 ‘빅 헤드’모드 등 각종 신규 콘텐츠도 함께 등장할 예정이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게임도 변하고, 똑같은 게임이 넘버링만 바꾸고 출시한다는 악평을 받는 이른바 사골(?) 게임 WWE 시리즈도 변하고 있다. 과연 이번에 출시될 게임은 어떤 변화를 담았을까? 게임이 추석 이후 발매되기는 하지만, 풍성한 한가위 그 이상의 콘텐츠가 담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게임을 기대해본다.

오는 10월 9일 발매 예정인 <WWE 2K19>는 다니엘 브라이언의 일대기를 담은 쇼케이스 모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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