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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18] "스타크래프트는 바둑과 다르다" 카이스트의 '게이머랩' 프로젝트

조회수 2018. 4. 27. 16: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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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와 바둑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황 인지'와 '피지컬'의 연계 여부

2016년 치러진 알파고와 이세돌 九단의 대결은 대한민국에 큰 파란을 일으켰다. AI, 딥 러닝, 빅 데이터 같은 키워드들이 쏟아져 나왔다. 알파고를 키워낸 구글은 다음 종목으로 PC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지목했다. e스포츠는 바둑처럼 ‘머리’로 하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그러나 카이스트 이병주 교수는, <스타크래프트>와 바둑은 경기를 진행하는 방식과 이길 수 있는 조건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스타크래프트>와 바둑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몸의 움직임이 승패에 영향을 끼치는지의 여부’라는 것.

그는 “<스타크래프트>를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스타크래프트>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으로 경기를 치르는 것일까, 움직이는 행동으로 경기를 치르는 걸까, 혹은 그 두 가지 모두일까”라며 그의 강연에 찾아온 청중에게 질문했다.

 

그는 “알파고는 바둑돌을 내려놓는 행위를 고려하지 않아도 됐다. 그 행위가 승패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는 게이머의 인지와 더불어 조작, 컨트롤 또한 승패에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스타크래프트>의 특징은 대부분의 e스포츠 분야의 특징을 대표한다. 상황을 인지하고, 그에 대한 판단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이병주 교수는 바둑과 e스포츠의 차이점을 짚어내고, 이를 연구·분석하기 위해 게이머랩(GamerLab)을 세웠다.


그는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프로게이머에게 최고의 훈련 방법과 최적의 경기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가 발표한 NDC 3일차 강연 '게이머랩 - 프로게이머 훈련 프로젝트'를 요약·정리했다.

이병주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 게이머의 실력을 정확히 측정하는 방법

 

이병주 교수는 먼저 “게이머랩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게이머와 시스템의 성능을 측정하는 것, 게이머와 시스템의 성능을 최적화하고 향상시키는 것. 그런데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은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까다롭다. 그래서 일단 게이머랩은 ‘측정’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측정된 데이터가 바탕에 깔려 있어야 성능을 끌어올릴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게이머랩은 게이머와 시스템의 성능을 어떻게 측정했을까. 이병주 교수는 합리적이고 통계적인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실행한 테스트와 분석 방법을 소개했다.

 

그가 먼저 소개한 것은 ‘무빙 타겟 셀렉션’테스트였다. 쉽게 말해 특정 영역(타겟)을 설정하고, 게이머가 그 영역을 얼만큼 정확히 맞추는지 보는 테스트다.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타겟이 움직이지 않는 방식과, 타겟이 움직이는 방식. 두 방식 모두 타겟을 정확하게 클릭해야 한다.

무빙 타겟 셀렉션 테스트: 움직이는 왼쪽의 빛이 가운데 지점에 들어왔을 때 클릭해야 한다.

이병주 교수는 이 테스트를 통해 ▲​내부시계 정밀도(인간이 감각적으로 시간을 얼마나 정확히 잴 수 있는지. 리듬의 개념과 비슷하다) ▲에이밍 정확도 ▲​시각정보 효율 ▲​시각정보 효율 한계를 파악할 수 있다고 보았다.

 

게이머랩은 실제로 FPS게임을 잘하는 사람(이하 고수집단)과 FPS를 접하지 않은 사람(이하 초보집단)을 모아 테스트를 진행했다. 실질적인 결과값을 얻기 위해서였다. 

 

재밌는 점은, 통상 유저의 성능(실력)을 측정할 때 자주 쓰이는 지표인 ‘실패율’은 고수집단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병주 교수는 이에 대해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집단은 가능한 느리고 안전하게 테스트를 진행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게이머의 실패율이 일반인보다 높게 측정됐다

따라서 그는 ‘실패율’보다 더 정확한 지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3가지의 새로운 지표를 만들었다.

 

1. 씨뮤(Cmu)값 / 타겟을 클릭할 때 얼마나 중앙에 가깝게 클릭했는지를 따지는 지표다. 초보집단보다 고수집단이 좀 더 중앙에 가까운 클릭을 했다.


2. 델타(Delta)값 / 테스트에서 타겟은 일정한 타이밍에 맞춰 나타나는데, 여러 번의 테스트 중 매번 다르게 주어지는 타이밍을 얼마나 빠르게 파악하고 신뢰하는지에 대한 지표다.


3. 씨 시그마(Csigma) / 게이머의 내부시계(리듬을 체크하는 감각)의 정확도를 체크할 수 있는 지표다. 게이머는 게임을 즐길 때, 모든 상황을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예측’하며 플레이하기 때문에 이 내부시계는 중요한 지표다.


이 테스트는 여기에서 직접 해 볼수 있다. 한국어는 지원하지 않는다.

씨 시그마 지표는 값이 낮고 범위가 좁을 수록 정확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자의 테스트 결과값

이와 같은 테스트는 게이머의 물리적인 움직임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반면 게이머의 ‘인지 상태’에 따른 플레이 양상을 측정하는 방법도 있다.

 

이병주 교수는 “적을 쏴 맞추려 시도했을 때, ▲​위험하지만 잘 맞춘 경우 ▲​안전하고 잘 맞춘 경우 ▲​위험하고 실패한 경우 ▲​안전한데 실패한 경우와 같은 상황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 유저는 각 상황을 다르게 인지한다”고 말하며 그 인지 상황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있는 그래프 사진을 공개했다.

플레이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그래프가 변동한다. 왼쪽의 그래프가 테스트 대상인 게이머의 인지 상황을 수치화 한 것.

이병주 교수의 말에 따르면, 게이머랩은 게이머 뿐만 아니라 시스템의 성능 또한 측정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게이머랩은 시스템의 성능을 어떤 방식으로 측정할까. 그는 게임을 하면서 입력하는 각종 버튼들을 누르는 힘이나 선호도 등을 측정하기도 하고, 키보드나 마우스의 ‘입력 지연 시간’(게이머가 클릭하거나 타자를 쳤을 때, 그 입력값이 모니터에 드러나기까지의 시간차)을 측정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 카이스트가 게이머를 '고수'로 만드는 방법

 

그렇다면 게이머의 성능, 즉 실력은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까. 성능 향상에 대한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고 밝힌 이병주 교수였지만, 그는 세 가지의 성능 향상 연구를 공개했다. ▲인공지능을 통한 훈련▲​마우스 가속함수 실시간 최적화를 통한 게이밍 환경 개선 ▲​키보드 입력감지점 최적화가 그것이다. 그 중 마우스와 키보드에 관련된 내용을 이 기사에서 소개한다.

1. 마우스 가속함수 실시간 최적화

‘마우스 가속함수’는 마우스를 1센티미터 움직였을 때 커서가 얼만큼의 거리를 움직였는지에 대한 함수다. ‘마우스 감도’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병주 교수는 “마우스 가속함수는 특히 프로게이머와 ‘고수 유저’에게 예민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 마우스 가속함수를 실시간으로 최적화해 주는 시스템 ‘오토게인’(AutoGain)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2. 키보드 입력감지점 최적화

이병주 교수는 최근 ‘키보드를 누르는 과정에서, 어느 지점에서 입력이 이루어져야 하는가’가 게임 플레이에 큰 영향을 끼친 걸 발견했다고 말했다.

 

키보드는 여러 개의 자판으로 구성돼 있고, 우리는 그 자판을 눌러 원하는 명령을 입력한다. 그 과정에서 자판이 눌림을 감지해 명령이 입력되는 지점이 있는데, 이병주 교수는 대부분의 키보드는 그 지점이 자판 높이의 절반쯤 왔을 때로 설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실제로 게이머가 느끼는 입력의 순간은 ‘자판이 맨 바닥까지 떨어진 그 순간’이라고 지적하면서, 이 부분에서 명령이 입력되도록 설정했더니 키보드 입력의 정밀도가 94% 향상됐다고 밝혔다.

이병주 교수는 그 지점을 '임팩트 액티베이션'이라고 명명했다

이어서 이병주 교수는 “게이머랩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전략적인 측면에 대한 연구도 빠져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연구를 진행한 결과,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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