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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18] "명확한 아트 대들보를 설정해라" 듀랑고 아트 제작 포스트모템

조회수 2018. 4. 26. 13: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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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땅: 듀랑고' 아트 제작 포스트모템 - 새 IP 아트워크를 위한 노력

'현대인들이 광활한 세계에서 공룡에 맞서며 생존한다.' <야생의 땅: 듀랑고>는 한국 모바일 시장에서 흔치 않는 소재와 독특한 개성으로 출시 이전부터 꾸준한 주목을 받아왔다. 유저들의 기대는 출시 이후에도 이어졌다. <야생의 땅: 듀랑고>는 섬세한 자연 묘사와 높은 몰입감, 개성있는 아트 스타일 등 다양한 방면에서 호평을 받으며 넥슨의 대표 IP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신규 IP를 정립함에 있어서 아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수 많은 게임들이 경쟁하는 시장 속에서 게임의 개성을 ​한 눈에 ​표현하기 위한 필수 요소인 '아트'. <야생의 땅: 듀랑고> 최은영 아트 디렉터는 게임 출시 전 어떤 고민과 과정을 거쳤을까?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왓 스튜디오 최은영 아트디렉터


# 신규 IP를 다룸에 있어 아티스트에게 주어진 세 가지 미션


신규 IP <야생의 땅: 듀랑고>를 개발을 앞두고 아티스트들에게는 세 가지 미션이 주어졌다. 첫 번째는 게임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게임 디자인과 발맞춰 그래픽을 적합하면서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것으로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


두 번째는 아트 차별화다. 게임 시장에는 수많은 경쟁 게임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 작품들 사이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눈으로 식별 가능한 아트 차별화를 이뤄야만 했다. 마지막 미션은 IP 원천으로서 개성 갖추기다. 이후 후속작이 나오거나 작품이 리메이크되어도 어떤 작품의 후속작인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IP 고유의 아트워크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컬러나 빛, 조형 등 아트 구성 요소 단계에서의 차별화를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다. 약 2년 전에 개봉한 영화 '동주'는 훌륭한 아트 선택의 대표적인 예다. 흑백 영화로 개봉해 대중들의 시선을 끌었을 뿐 아니라,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담아낸 작품이다.


직무 요소 단계에서도 차별화를 둘 수 있다. 모델링, 애니메이션 등이 그 예다. 하지만 두 가지 요소 모두 결국은 수단이다. 가장 염두 해야 하는 것은 플레이어에게 어떤 인상과 경험을 전달할지 목적을 명확히 하고, 목적에 따른 정확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 세로 썰기와 가로 썰기를 거쳐 탄생된 <야생의 땅: 듀랑고>


<야생의 땅: 듀랑고>는 다수 플랫폼을 출시를 염두에 뒀던 타이틀이다. 개발 전, 왓 스튜디오는 각기 다른 방향성을 가진 두 개의 '프로젝트 K'를 설정했다. 모바일과 웹 기반의 가벼운 그래픽이 특징인 K1 프로젝트, 다른 하나는 높은 퀄리티의 그래픽을 추구하는 PC 기반의 작품 K2 프로젝트다.


프로토타입 단계에서는 ​검증 요소에 따라 '​가로썰기'와 '세로썰기'라는 것을 거친다. '가로 썰기'란 게임의 긴 플레이루프를 살펴 보는 거시적 플레이 테스트를 뜻하며, '세로 썰기'는 특정 요소를 뽑아 세부적인 검증을 거치는 테스트를 뜻한다. 왓 스튜디오는 K1과 K2의 세로 썰기와 동시에 프로젝트 모두를 포괄하는 거시 플레이 테스트, '가로 썰기'도 함께 진행했다. ​

거시 플레이 프로토타입은 빠른 반복 테스트를 위해 그래픽 묘사를 줄인 것이 특징이다. 해당 프로토타입에서는 주로 제작 시스템, 자유로운 마을 건설 시스템, 희귀 자원을 둘러싼 부족전쟁 등을 중심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오랜 기간 거시 플레이 프로토타입을 거친 결과, 팀 내에서 게임의 발전 가능성을 발견했다.


거시적 테스트가 끝난 후에는 웹 기반 모바일 게임 프로토타입 K1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주요 검증요소는 조작계와 넓은 지형, 모바일 웹에 적절한 성능의 그래픽 등으로 거시 플레이 프로토타입과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시간을 두고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토타입에서 아트팀이 주목한 부분은 캐릭터 쉐이더 연구다. 웹에서 가볍게 돌아갈 수 있는 그래픽을 고려해 당시 원화가였던 김범의 원화를 참고해 제작됐다. 


과정은 이렇다. 먼저 캐릭터 3D 모델을 만들고, 원화가의 리터칭을 받았다. 리터칭하는 과정은 영상으로 기록, 분석해 패턴을 파악한 후 캐릭터 3D 셰이더를 제작했다. 만들어진 셰이더는 8방향 스프라이트 캐릭터를 제작하는 데 사용됐다. 이 쉐이더는 거듭 발전을 거쳐 현재 <야생의 땅: 듀랑고> 속 캐릭터 쉐이더로 사용되고 있다.


K1 테스트 이후에는 프로토타입 K2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해당 프로토타입에서는 게임의 엣지인 공룡과 픽업트럽 등 다양한 탑승물, 몰이 사냥과  덫 사냥, 넓은 지형과 다양한 이동동작을 만들고 살펴보는 데 주목했다. 프로토타입 테스트 영상을 통해 실제 구현됐던 모습을 살펴보자. 컷신이 아닌 실제 플레이 화면이다. 

두 개의 프로토타입 테스트를 마치고 팀은 모바일에 팀 자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K1과 K2, 거시적 테스트를 각각 4번씩 진행하면서 게임 디자인과 기술의 기본 엣지를 체크할 수 있었다. 아트팀의 경우 캐릭터 스타일과 셰이더, 스프라이트 환경물 등 주요 아트 기술점의 비전을 확인한 후 다음 개발 단계로 넘어갔다. 


프로토타입 테스트를 마친 2013년 6월부터 출시일인 2018년도까지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많은 게임 디자인이 수정됐고, 아트워크 역시 꾸준히 개선, 생산 과정을 거쳤다. 테스트와 개선을 통해 확립했던 가장 중요한 개념은 바로 '아트 대들보'다.



# 듀랑고 속 10가지 아트 대들보


대들보란 건물 하중을 떠받치는 기둥으로, 회사에서는 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몇 가지 문장으로 정의한 것을 뜻한다. 아트 대들보는 게임의 아트워크를 정의할 중요한 요소이자 목표라고 보면 된다. 


<야생의 땅: 듀랑고>는 2017년 10월, 다수의 테스트를 거치며 최종적으로 아트 대들보를 10개로 재정비해 작업에 들어갔다.


1. 고단함

위생을 챙기기 힘든 환경을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 얼룩, 피, 땀 등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묘사해야 했다. 일러스트에서도 이러한 고단함을 느낄 수 있도록 캐릭터 피부에 진흙 얼룩을 묻히거나 상처를 넣었다.


물론 캐릭터뿐 아니라 전반적인 아트워크에도 적용했다. 소파나 테이블에도 얼룩이나 상처를 냈고, 뼈나 가죽으로 만들어진 아이템은 재료를 덕지덕지 붙인듯한 거친 모습을 표현했다. 여기서 조심할 부분은 마치 글램핑을 하러 온 것처럼 너무 말끔하고 청결한 모습이 표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2. 희망적

<야생의 땅: 듀랑고>는 거친 야생 환경이 배경이지만 분위기만큼은 희망적인 것이 특징이다. 게임에서는 워프로 인한 상실이 아닌 생존의 희망이 강조되야 했다. 폐허 컨셉인 스쿱의 지형지물에도 포인트 컬러를 넣어 부정적인 느낌을 덜 주도록 상쇄시켰다.


여기에 유쾌한 이모션도 추가해 야생의 고단함 속에서도 유머러스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부분에서는 암울한 폐허 느낌을 피해 디스토피아 분위기를 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다. 


3, 실루엣 

많은 모바일 게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다. 개성 있으면서 개연성 있고 모바일 환경에서 잘 보이도록 잔잔한 묘사보다는 큼직하게 보일 수 있도록 구현했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사실적인 표현이나 스케일 부분은 많이 신경 썼다.


너무 사실적인 표현은 모바일 환경에서 구현하기 힘들다. 대표적인 예가 게임 초기에 주어지는 서바이벌 나이프다. 처음에는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만들어 게임에서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 구현됐다. 이후 조금 더 크게 묘사했더니 지나치게 커지면서 현실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실루엣 부분은 인게임에서 확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신경 쓰며 작업해야 하는 부분이다.

4. 혼재된 기술

<야생의 땅: 듀랑고>의 환경은 자연물과 현대물이 혼용돼 있다. 그렇기에 현대 워프물은 한 눈에도 명확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공산품의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묘사됐으며, 가공한 것이 아닌 날 것의 느낌으로 결합된 듯한 묘사를 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조심할 부분은 기술을 섞어 쓴다고 해도 스팀펑크의 느낌을 주지 않아야 한다. 스팀펑크는 키 비주얼이 명확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게임의 정체성을 흐릴 수 있다.


5. 로망

로망 역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특히 사운드 부분에서 로망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몰입에서 사운드가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유저들이 게임에서 사운드 테라피를 받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섬, 동물원, 바다 등 다양한 곳에서 직접 녹음을 진행했다. 

6. 살아있는 세계

필드 내 동물들이 몬스터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했다. 완전히 자연을 묘사하는 것은 어렵지만, 최대한 살아있는 생명처럼 만들어내 듀랑고 세계에 유저가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 중 하나였다. 동물이나 효과음도 미디가 아닌 직접 녹음을 통해 기준 보이스를 녹음한 후 사람이 연기해 게임 안에 합성된 음성을 집어넣었다.

7. 육각형

육각형은 <야생의 땅: 듀랑고> 속 워프의 상징이자 아트워크에서 자주 활용되는 도형이다. 자연스럽게 육각 도형과 함께 있으면 워프 되어온 것임을 은유하는 데 사용됐다. 육각형이라는 시각적인 메타포는 주상절리에서 차용한 것으로​ 자연의 신기한 모습을 표현하는 데 사용했다.


8. 부품

<야생의 땅: 듀랑고>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부품이다. 완제품이 아닌 부품을 제공해 플레이어들이 각 제품을 레고처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다.


게임에서 유저들은 건축물과 조경물을 이용해 어디서든 자유롭게 건설하고 마을을 꾸밀 수 있다. 건축물마다 유저가 원하는 건축 면적을 설정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며, 건축에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외형이 달라진다. 어떤 유저는 이를 활용해 <포켓몬스터> 속 몬스터볼을 만들기도 했으며, 또 다른 유저는 1칸짜리 건축물을 이어 붙여 미로를 만들기도 했다.

염색 역시 자유자재로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이모션과 더불어 큰 사랑을 받았던 요소 중 하나다. 다만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결과물이 원하는 대로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타협해야 하는 부분이 꽤 있다. 대신 유저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활용하며 즐겨줄 때 아티스트로서 재미와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9, 표현수위 12금

<야생의 땅: 듀랑고>의 전체적인 수위는 12세 이용가로 맞췄다. 이유는 안드로이드와 iOS 기준을 동시에 맞추기 위함이다. 현재도 천의 컬러나, 피부 표현에 있어 리소스 수위가 조금 애매할 때는 운영팀에 문의하며 정확하게 진행하고 있다.


10, 글로벌 스탠다드 

글로벌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기준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인종, 성별, 나이 등 다양하게 표현하려 했으며, 대외적으로 노출되는 부분은 더욱 조심하고 있다.


특히 주의해야 하는 부분은 '노출'이다. 실루엣과 마찬가지로 노출은 납득 가능한 선에서 진행돼야 한다. 노출도가 높을수록 방어력이 높아진다거나 하는 식의 컨셉은 지양하며 최대한 맥락에 맞게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대들보의 필요성 - ​왓 스튜디오의 개발문화


그런데 대들보는 정말 필요한 걸까? 어떤 이들은 지켜야 하는 사항이 10개나 되는 것을 보고 '이럴 시간에 개발을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들보는 개발에 있어 꼭 필요하며, 설립하는데 시간을 투자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대들보 설립에는 총 4개의 장점이 있다.


1. 개인과 팀의 비전을 일치시킴

빨간 사과라고 말했을 때, 모든 이들이 생각한 빨간 사과는 모두 색이 같을까? 아마 모든 사람이 조금씩은 다를 것이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은 여러 사람이 만드는 것으로 말과 지시에 대해 각자의 해석이 다를 수 있다. 특히 추상적인 개념의 경우 서로 공감대를 일치시키기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작업에 앞서 대들보를 설립해 비전을 일치시킨다면 커뮤니케이션을 용이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2. 프로젝트의 긴 생명유지를 위해

게임은 한 번 출시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라이브를 하기 위해선 개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구전으로 의견이 전달되면 전파자의 취향과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변질되고 오차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해선 확실한 문서로 남기는 것이 좋다.


3. 수평적 개발 문화

대들보는 수평적 개발에 도움이 된다. 아무리 매니저여도 팀이 함께 수립한 대들보가 있다면 자기 입맛대로 지시를 내릴 수 없다. 혹은 대들보에 근거한 지시에 의문이 생겼을 때, 얼마든지 반박과 토론을 진행할 수 있다.


4. 유연한 업무 진행

명확한 대들보를 설정했다면 관리자 혹은 전달자가 없더라도 웬만한 작업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조직이 커지면 커질수록 지시가 전달되는 속도는 느려진다. 그렇기에 최대한 작업 안에서 생기는 작은 결정들은 실무자 단계에서 해결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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