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18] "게임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명확한 목표 감정 셋팅"

조회수 2018. 4. 25. 11: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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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앤 하이드'로 발견한 스토리텔링 게임의 역할과 가능성

화려한 성우진도, 고퀄리티 3D 그래픽도 아닌 평범한 2D 인디 게임이 양대 모바일 시장에서 무료 인기 게임 순위 상위권을 기록했다. 국내 게임 시장에서 단 5%도 되지 않는 마니악한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 <지킬 앤 하이드>가 그 주인공이다.

고전 IP와 스토리텔링의 결합으로 탄생된 <지킬 앤 하이드>가 60만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자라나는 씨앗 김효택 대표가 세 번의 게임 출시 경험을 통해 얻은 스토리텔링 게임에 대한 경험과 느낀바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라나는 씨앗 김효택 대표


# 고전이 가지고 있는 명확한 장점 '검증된 플롯'


신작 개발을 앞둔 김효택 대표의 눈에 든 것은 고전이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레 미레자블’, ‘오페라의 유령’ 등 세상에 나온 지 오래됐지만 아직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들이 대표적 예다. 고전에 대해 탐구하던 그는 작품들이 가진 공통점 하나를 발견했다. 원작이 아닌 영화나 뮤지컬 등 2차 창작물을 통해 스토리를 접한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꾸준히 2차 창작물을 탄생 시키며 긴 시간동안 사랑받아온 고전의 강점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고전의 가장 큰 강점으로 '탄탄한 스토리 플롯'을 꼽았다. 대중에게 깊은 감명을 남기지 못한 최신 가요는 쉽게 잊혀지는 것처럼, 스토리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작은 개발사 입장에서 고전이 가장 또 하나의 장점은 대부분 저작권이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저작권은 저자 사망 후 70년이 지나면 만료된다. 그렇기에 수십, 수백 년 전에 작성된 고전 작품은 2차 저작물을 제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편이다.


물론 예외 사항은 있다. '어린왕자'의 경우, 저자 생텍쥐페리가 2차 참전용사라는 이유로 저작권이 100년으로 연장돼 2차 창작이 불가능하다. 이런 몇 가지 예외적인 사례만 조심한다면 고전은 스토리게임으로서 훌륭한 장점을 가진 소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김 대표가 고전을 다루자는 제안을 꺼냈을 때, 주변 반응은 썩 좋지 못했다. 최근 책을 자주 읽는 대중이 적어진 데다가, <배틀그라운드>나 <오버워치>같은 FPS 혹은 MMORPG가 게임 시장의 주력인 요즘 누가 고전을 소재로 한 게임을 하겠냐는 것이 대부분의 반응이었다. 



# 스토리텔링 게임이 가진 세 가지 약점, 그리고 처참한 실패


김효택 대표는 스토리텔링 어드벤처 게임을 개발하기 앞서 <투 더 문>을 자사의 롤모델로 삼았다. <투 더 문>은 스팀에서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대표 스토리텔링 게임 중 하나다. 수려한 스토리로 명작이라는 찬사를 받으면서도, 한 편에서는 게임 요소가 적다는 이유로 <투 더 문>을 게임으로 바라보지 않는 이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엔딩을 봤을 때 눈물이 흐를 만큼 감동을 주는 감성적 스토리텔링은 김 대표가 스토리텔링 게임 개발에 나서게 된 하나의 계기로 자리하게 되었다.


어드벤처 게임 시장에 꿈을 품은 김대표가 마주한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전체 게임 장르에서 어드벤처 장르가 차지하는 비율은 5% 미만. 게다가 국내 시장은 그보다도 작았다. 


게다가 ‘스토리텔링 게임'이 가진 약점은 명확했다. 가장 큰 문제는 수익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타 장르의 경우, 지속적인 수익 모델을 구상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스토리가 게임의 메인이 되는 스토리텔링 게임은 꾸준한 수익을 창출할만한 수익 모델을 추가하기 다소 어렵다.


유저들의 재접속률, '리텐션'이 낮은 것 역시 문제다. 장르 특성상 스토리를 모두 본 대부분의 유저는 게임을 다시 켜지 않는다. 게다가 RPG, FPS가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어드벤처가 마니악한 장르가 되어버린 것 또한 어드벤처 장르가 가진 치명적 약점 중 하나다.​

 

김 대표는 자사의 첫 작품을 통해 어드벤처 게임 시장의 어려움을 몸소 실감했다. 자라나는 씨앗의 첫 작품 <옐로 브릭스>는 '오즈의 마법사'를 기반으로 제작된 스토리 어드벤처 게임으로 2015년 모바일 양대 마켓에 동시 출시된 작품이다. 결과는 처참했다. 양대 마켓을 더해 1년간 누적 3천 다운로드, 가장 높은 일일 다운로드 기록은 30명이 고작이였다.

 

하지만 그들이 실패가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것은 아니다. 회사가 조금이나마 버틸 수 있는 작은 매출을 냈으며, 자라나는 씨앗의 이름을 세상에 처음 알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작품을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준 것이다.  


# 스토리텔링에서 가장 중요한 것 '목표 감정 설정' 


좌절을 맛본 김 대표는 <옐로 브릭스> 홍보 목적의 프리퀄 게임 <하트리스> 개발을 결정했다. <하트리스>는 오즈의 마법사 등장인물 중 하나인 '강철 나무꾼'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게임으로 <옐로 브릭스>와 달리 무료로 마켓에 내놓았다.  


결과는 의외였다. <하트리스> 출시 2달 만에 무려 5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것이다. 평점 역시 4.8으로 나쁘지 않았으며 심지어 게임을 하다 눈물을 흘렸다는 감격스러운 리뷰도 더러 보였다.


김대표는 <옐로 브릭스>와 <하트리스>가 상반된 결과를 낸 이유로 ‘목표 감정의 유무’를 들었다. <옐로 브릭스>는 원작 '오즈의 마법사'의 스토리를 구현하는 것에 가장 초점을 둔 반면, <하트릭스>는 유저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핵심 감정인 '슬픔'을 이끌어 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게임이 전달하고자 했던 감정 코드와 목표를 분명히하고 초점을 맞춰 게임을 구성하니 유저들이 명확하게 반응한 것이다.​ 


# 성공하는 스토리텔링 게임의 조건은 무엇일까? 


‘웰메이드 스토리 텔링 게임'을 만들겠다는 김 대표의 갈증은 이어졌다. 인터렉티브 드라마 장르로 유명한 <헤비레인>, <비욘드 투 소울즈> 등 높은 퀄리티의 3D 그래픽이나 <회색 도시>와 같은 화려한 성우진 구성은 여건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하트리스>의 성공을 통해 회사는 한 가지 사실을 확실히 인지했다. 텍스트 만으로도 충분히 목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는 불필요한 부분온 덜어내고 집중해야하는 부분에 더욱 몰입했다. 주로 감정 몰입을 만들 수 있는 스토리와 연출, 엔딩 경험에 초점을 맞췄으며, 특히 '어떤 시점'에 '무슨 감정'을 줄 것 인가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하게 설계했다. 대신 RPG나 퍼즐이 추구하던 레벨업 시스템과 박진감은 과감히 지웠다.​ 

그렇게 회사의 세 번째 게임 <지킬 앤 하이드>가 탄생했다. 연출을 고려해 원작 플롯을 재구성 했으며, 그들이 주고자하는 감정에 유저들이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원화와 음악 연출 역시 깊은 고민끝에 제작됐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앱스토어에서는 무료 인기 게임 2위, 구글 플레이에서는 무료 인기 7위까지 올랐으며 양대 마켓을 더해 현재까지 6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유료 전환률 역시 일반적인 모바일 RPG와 비슷한 정도로 기록했으며, 무료로 즐겼던 유저들의 평가도 좋았다. ​ 


# 목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지킬 앤 하이드> 속 시도


김효택 대표는 유저에게 목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추가한 <지킬 앤 하이드> 속 의미있었던 시도 네 가지를 설명했다.


첫 번째는 플래시백을 이용한 플롯의 재구성이다. <지킬 앤 하이드>는 현재 시점의 지킬과 과거 시점의 지킬을 번갈아 보여주는 형식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그 결과 인간의 자아를 둘로 나누는 약물을 제조해 만족해하는 '과거의 지킬'과 인격이 나뉘며 파멸해가는 '현재의 지킬'의 감정이 계속해서 대비, 스토리 끝에서는 둘의 감정을 완전히 대비되면서 유저에게 주고자 했던 ‘삶의 허무함’에 대한 감정을 극대화 시킬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원화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이다. 게임 각 챕터를 마칠 때마다 스토리 삽화를 보상으로 주는 시스템으로 스토리의 핵심 내용을 요약 하면서도 강조하는 데 활용됐다. 내부 뿐 아니라 유저들 사이에서도 꽤 반응이 좋았던 요소 중 하나다.

 

세 번째는 미니게임과 QTE 시스템이다. 제스처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나뉘는 작은 미니게임과 인터렉티브 게임에서 자주 사용하는 QTE 시스템을 다수 넣었다. 게임 캐릭터의 행동에 유저를 개입시켜, 스토리 안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네 번째는 음악을 활용한 장면 구성이다. <지킬 앤 하이드>의 음악은 게임 음악보다는 드라마나 영화 음악을 제작했던 사람을 수소문해 작업을 맡겼다. 단순히 게임의 부수적 요소가 아닌 각 장면의 연출을 극대화시키면서, 강한 감정을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김 대표에 의하면 실제로 <지킬 앤 하이드>는 게임의 밸런스 보다는 전반적인 연출과 감정의 극대화가 잘 표현 됐는지 체크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 스토리텔링 게임이 가야할 길, 세상을 바꾸는 '하나의 콘텐츠' 


최근 스토리텔링 게임 시장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넥슨이 인수한 북미 개발사 픽셀베리 스튜디오의 <초이스>는 모바일 시장에서 1천 만 다운로드를 넘겼으며 그 외에도 <에피소드> 등 다양한 국가에서 유사한 형태의 분기 선택형 스토리텔링 게임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김 대표는 스토리텔링 게임이 언젠가 영화나 웹툰같은 일종의 '스토리 콘텐츠'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소설을 사는 이유로 그 안에 담긴 '메시지' 를 들었다. 스토리 콘텐츠와 콘텐츠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보는 이에게 하나의 간접 경험이며 그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여기에 그는 스토리텔링 게임이 게임 시장 확대에 큰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했다. 게임을 서비스 하면서 스토리텔링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 외에도 게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뮤지컬이나 영화 등 또 다른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좋아하는 이들도 자사의 게임을 하러 온다는 것이 그 이유다. 김 대표는 이것을 논(Non) 게이머의 게이머화라 정의했다.


"우리가 소설과 영화를 통해 메시지를 얻어 삶에 적용하는 것처럼, 게임 역시 스토리 콘텐츠로서 온전한 역할을 한다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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