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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이즈게임

공정위 9억 과징금 부른 확률 표기 논란, 그 의미와 여파는?

확률 오표기,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이벤트 등 공정위 조치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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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1일 넥슨, 넷마블, 넥스트플로어의 6개 게임에 과태료와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 사건은 두 가지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공정위가 정확하지 않은 확률 고지를 소비자 기만으로 간주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약 10억 원에 달하는 무거운 과징금이 매겨졌다는 것입니다.

 

3사가 합쳐 약 10억 원. 악명(?)에 비하면 적어 보이는 금액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안전 기준을 위반한 자동차 제조사가 비슷한 규모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기에, 공정위로서는 상당한 중징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안전 기준 위반 자동차와 동급의 소비자 기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그리고 왜 넥슨만 홀로 반발하며 행정 소송을 말하는 걸까요?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을 둘러싼 상황을 해설해드립니다.



# 소비자 착각 부른 확률 오표기와 이벤트

 

먼저 잘못된 확률 고지로 징계를 받은 사례입니다. 넷마블의 <마구마구>와 <몬스터 길들이기>, 넥스트플로어의 <데스티니 차일드>가 이 사례에 해당합니다. 

 

<마구마구>는 2016년 5월 '장비 카드 확률 상승 이벤트'를 두 차례 진행했습니다. 해당 이벤트는 한정된 기간 구입한 장비 카드 팩 확률이 10배 상승한다고 안내했는데요, 유저들이 원하는 5성, 6성 프리미엄 장비의 실제 등장 확률은 평소의 3.3배, 5배에 불과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한 선수 뽑기 확률 상승 이벤트도 광고는 2배 상승이라고 썼지만 실제로는 1.67배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몬스터 길들이기>의 사례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2016년 6월부터 12월까지 넷마블이 판매했던 '최고급 몬스터 뽑기' 상품에서는 7성 '불멸자' 캐릭터 확률을 1% 미만이라고 알렸고, 21회에 걸쳐 불멸자 획득 확률이 대폭 상승하거나 5배로 오른다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확률은 0.0005~0.0008%였고, 5배 이벤트를 해도 0.0025~0.04% 수준이었습니다.

 

이런데도 2017년에 뽑기 상품의 확률값을 공개했을 때 실제보다 100배 이상 상향 조정한 후 '고급 0.1%', '최고급 1%'라고 공개했습니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를 가리켜 "앵커링 효과를 유발해 소비자를 유인하고, 과거 확률과 현재 확률이 같다고 오인하도록 기만했다"라고 비판합니다.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란 협상이나 마케팅에서 어떤 기준을 미리 제시해 상대가 판단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7성 불멸자 뽑기 확률을 1% 미만이라고 먼저 말한 다음, 확률 증가 이벤트를 함께 진행해서 '지금 사는 것이 이득'이라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것이죠.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실제 확률은 그렇지 않았고 1년이 지난 뒤에도 이를 가리려 했다는 점에서, 공정위는 소비자 기만이라고 판단한 듯합니다. 

 

2016년 크게 화제가 된 넥스트플로어의 <데스티니 차일드> 확률 논란 역시 소비자 기만이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데스티니 차일드> 5성 캐릭터의 실제 획득 확률은 0.9%지만, 공식 카페의 확률 고지는 1.44%로 표시했죠. 위 사례처럼 다른 결제 유도 이벤트와 병행한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정보가 잘못됐기에 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미지 출처: 넷마블 TV)


# 매일매일 크리스마스? 한정 아닌 한정 이벤트

 

<데스티니 차일드>가 지적을 받은 것은 확률만이 아니었습니다. 2016년 12월 크리스마스 기간에 일정 금액을 결제하면 게임 내 화폐를 더 주는 '페이백' 이벤트 역시 문제가 됐습니다. 최초 공지에서는 12월 21일부터 다음 점검까지 이벤트를 한시적으로 한다고 했지만, 이후 넥스트플로어는 페이백 이벤트를 계속 연장하다가 나중에는 이를 기본 사양으로 만들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저렴해서 상품을 구입했는데 나중에는 기본 사양이 되어 이득을 본 것이 하나도 없게 된 셈이죠. 공정위는 한정된 기간에만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한 것은 거짓된 사실을 알림으로써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1500원의 주스를 마치 할인 가격인 것처럼 광고했던 대형 마트가 과태료 처분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넷마블게임즈의 <모두의 마블> 징계도 같은 이유입니다. 2016년 8월부터 12월까지 <모두의 마블>은 6종의 신규 한정 캐릭터를 출시하면서 각 캐릭터가 해당 출시 이벤트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말했습니다. '이벤트 한정'이라는 표현과 함께 '할로윈', '2016년 크리스마스' 등 시기에 관한 표현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희소성을 강조했죠.

 

하지만 이렇게 표시했음에도 이벤트가 끝나면 일정 기간 후에 해당 캐릭터를 다시 얻을 수 있는 이벤트를 반복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벤트가 일정 주기로 반복되어 사실상 언제든 한정 캐릭터를 얻을 수 있음에도, 마치 출시 이벤트에서만 얻을 수 있도록 착각을 일으켰다는 것이죠. 이 역시 거짓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로 인정되어 징계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데스티니 차일드 공식 카페)

이러한 이유로 ▲ 넷마블 <마구마구>는 시정명령과 위반 사실을 7일 동안 공표하고 과태료 500만 원▲<몬스터 길들이기>는 경고 조치와 과태료 500만 원 ▲<모두의 마블>은 시정 명령, 공표 명령 7일, 과태료 500만 원과 과징금 4,500만 원 처분 ▲​ 넥스트플로어 <데스티니 차일드>는 공정위의 현장 조사가 있기 전 사과를 하고 확률을 재공지함과 동시에 피해 보상을 했기 때문에 시정 명령과 과태료 500만 원으로 다소 가벼운 처분을 받았습니다. 

 

과태료 자체가 큰 금액이 아닌 것은 전자상거래법에서 소비자 기만행위 적발 시 시정 조치와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명시했고, 적발 사례들이 2016~2017년 사이의 일이기 때문에 일부 게임에서 자체적으로 시정했다는 점을 참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외 과징금은 과거 3년 간 법 위반 여부와 사안의 중대함 등을 고려,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산정합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디스이즈게임과의 통화에서 "2016년의 일을 지금 끄집어냈다기보다는, 2017년까지 이어진 사건도 있고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도 계속 조사 중인 건이 있다. 조사를 시작하면 바로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통상 처리를 위해 의견서 제출, 심사와 의결까지 필요한 절차가 있고 평균 6개월 이상 걸린다"고 설명했습니다.


# "확률 관점 서로 다르다" vs "소비자 오인 유도한다"

 

문제는 넥슨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했기에 7일 공표 명령과 과태료 550만 원은 물론, 9억 3900만 원이라는 큰 과징금이 나왔을까요? 

 

먼저 넥슨의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 2>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상품을 구매하는 화면에 환불 기한이나 방법, 효과 등 계약 체결 전 반드시 표시해야 하는 내용을 알리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이 문제는 공정위의 지적 후 고쳐졌습니다.

 

공정위와 넥슨의 의견이 갈리는 것은 2016년 11월 <서든어택>에서 진행한 '꿈꾸는 아이유 퍼즐 조각' 이벤트입니다. 넥슨은 해당 이벤트에서 '꿈꾸는 아이유 카운트'를 구입할 때마다 일정 수의 퍼즐 조각을 주고, 16조각을 모두 맞춰 퍼즐을 완성하면 추첨을 통해 아이유 오프라인 행사 초대권 등 여러 상품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공정위의 조사에 따르면 퍼즐은 조각별로 획득 확률이 다르고, 일부 조각은 0.5~1.5%로 매우 낮게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벤트 주의사항에는 '퍼즐 조각 1~16번 중 랜덤으로 지급됩니다' 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주의력을 가진 소비자는 '퍼즐 조각 랜덤 지급'이라는 말을 보고 각 퍼즐 조각의 획득 확률이 같거나 비슷할 것으로 생각하지, 매우 낮은 확률의 '레어' 퍼즐 조각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하므로 소비자 기만에 해당한다는 공정위의 판단입니다.

 

넥슨의 주장은 다릅니다. 넥슨은 이벤트 내에 쓰인 '랜덤 지급'을 '상이한 확률의 무작위'라는 의미로 사용했으며, 공정위가 문제시한 '등가의 확률값'이라는 해석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추가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랜덤'의 주체와 규모에 대한 양 단체의 해석이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정위의 해석 : (동일한 확률로) 퍼즐 조각 1~16번 중 랜덤으로 지급

넥슨의 해석: (상이한 확률의) 퍼즐 조각 1~16번 중 랜덤으로 지급​



또한, 넥슨은 퍼즐 이벤트의 보상이 게임 내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행사 초대권인 만큼 실질적으로 소비와 구매가 이루어지는 어떤 상품으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이 주장은 퍼즐과 함께 구입하는 '아이유 카운트'가 게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얻는 뽑기권이고, 완성 보상에 초대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 아이템도 다수 포함된 만큼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넥슨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2>와 <서든어택>의 공정위 조치 결과는 시정명령, 7일간 공표, 과태료 550만 원과 과징금 9억 3900만 원입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관련 과징금 중 최대 액수이기도 합니다. 넥슨은 "공정위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과징금 부과 산정 기준에 대해서는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법적인 판단을 받고자 내부 검토 중이다"라고 입장을 밝히고 행정 소송을 제기할 예정입니다.

 

또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와 같은 공지를 게시한 상황입니다.



퍼즐 완성 이벤트는 이용자들에게 보너스 형태로 추가 혜택을 제공하고자 진행된 것이었지만,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드려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게임 내 모든 이벤트에서 이용자들이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넥슨은 오늘부터 유료로 판매하는 모든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공개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용자들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한 노력하고 이 같은 시스템이 확산, 정착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습니다.​ ​



# 공정위 조치가 남긴 과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와 판매자가 동등한 관계에서 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감시하는 기관입니다. 이를 위해 상호 간 올바른 정보를 주는 것을 무엇보다 중시하죠. '너무 낮은 확률' 그 자체보다는 고지한 확률이 다르거나 이벤트 등으로 소비자에게 혼란을 준 업체가 징계 대상이 된 겁니다. 

 

생각해보면 위 사례들과 비슷한 타 게임의 이벤트도 많습니다. 국내법의 적용을 받는 국내 게임사들은 이 조치를 보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하겠죠. 이번 일로 보다 공정한 게임 상품이 많아진다면 참 좋은 일이겠습니다만, 문제는 국내에서 직접 서비스를 하는 해외 게임입니다. 

 

디지털 유통 플랫폼의 발달로 게임 시장은 국경이 없어진 지 오래고, 해외 게임사가 직접 유저들과 소통하며 게임을 운영하는 것도 흔한 일이 됐습니다. 만약 해외 게임사가 나쁜 마음을 먹고 교묘한 결제 유도 이벤트를 한다면 피해를 본 소비자는 누가 보호할까요? 처벌은? 공정위의 집행 영역은 어디까지나 국내 법의 적용을 받는 기업일 뿐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역차별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을 것 같습니다. 디스이즈게임과의 통화에서 공정위 관계자는 "문제는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내에 공정위가 조사해야 하는 전자상거래 업체는 3만 개가 넘는데, 해외 업체까지 적발하고 의결하기엔 집행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해외 게임사와의 규제 역차별 문제는 몇 년 전부터 제기된 문제지만 여전히 뾰족한 수를 내는 곳은 아직 없습니다.

또 다른 과제는 게임사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의 한계입니다. 게임산업협회의 주도로 국내 대기업을 포함해 여러 게임사가 공식 카페 등을 통해 랜덤성을 띈 상품의 확률을 공지하고 있지만 이미 게임 이용자들과 업체들의 신뢰는 무너진 지 오래입니다. 실제로 확률을 다르게 표기하고 이를 이용한 마케팅이 발생했으니 이제 '일부 유저들의 피해망상'이라고 하기 어렵게 됐죠.

 

공정위와 넥슨의 충돌에서 말해주는 것처럼, 흔히 '랜덤'이라고 표현하지만, 그 대상이 무엇이고 규모는 어디까지인지 합의된 정의가 없다는 것도 다소 혼란스럽습니다. 회사마다, 사람마다 '랜덤'을 다르게 이야기하고, 그 정의로 서로 충돌한다는 것이 흔한 일일까요? 이번 조치 대상인 넥슨, 넷마블, 넥스트플로어 모두 자율규제를 따르는 회원사라는 것이 아이러니한 점입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모바일게임 표준약관을 제정하고 올해 중으로 게임사들의 약관을 직권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개정된 표준약관은 게임사의 정보 제공 의무를 강조하고 유료 묶음 상품이나 월정액 등 상품의 환불 기준을 제시하는 등 보다 소비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성됐습니다. 이제 행정 차원에서도 게임 확률형 아이템과 소비자 문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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