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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2'로 바라보는 미군과 러시아군

조회수 2017. 9. 15. 11: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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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에서는 원수, 현실에서는?

'게임과 밀리터리'는 게임 속 모티브가 되거나, 게임에 녹아 들어있는 밀리터리적 요소들을 재미있게 소개해주는 연재물입니다. 각국 군대의 장비 및 군장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이를 연구하는 밀리터리 동호회 'M Lab'에서 제공합니다. 본격 게이머들의 밀덕력을 충만케 해주는 콘텐츠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냉전 시대 미군과 소련군은 말 그대로 서로의 ‘주적’ 이었습니다. 냉전이 끝나고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지고 러시아 연방으로 바뀐 뒤에도, 세계를 양분하는 두 강대국의 대립 구도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국을 상징하는 흰머리독수리와 러시아를 상징하는 불곰. 대표적인 라이벌이나 숙적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러한 국제정세는 전쟁을 다룬 게임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곤 합니다. 냉전을 배경으로 한 게임은 물론, 그 이후 현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들에

서 미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분쟁은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소재죠. 때로는 게임 속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으로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도 하는데, 물론 현실에선 이러한 일이 없었으니 다행입니다.

왼쪽부터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 <오퍼레이션 플래시 포인트>, <워게임 시리즈>.
모두 미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충돌을 소재로 담고 있는 게임들이다.

미국과 러시아. 물론 두 강대국의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게임에서는 서로 치고받던 미군과 러시아군이 현실에서는 합동 훈련을 하며 전우애를 다지고 노하우를 공유했다면 믿을 수 있으신가요? 이번 [게임과 밀리터리] 연재에서는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에 묘사된 미군과 러시아군의 치열한 싸움을 보여드리면서, 완전히 반대의 실제 사례인 미-러 합동훈련 ‘토르가우 훈련’ 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 에서 묘사되는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

 

2009년 발매되어 큰 성공을 기록한 게임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는 미국과 러시아 간에 벌어지는 제3차 세계대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게임 속에서 벌어진 이 전쟁은 후속작인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3>까지 이어지게 되는데요, 그 전쟁의 서막은 이러합니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 중 워싱턴 D.C를 러시아군으로부터 사수하는 모습.

혹시 여러 국가에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몇몇 국가에서는 미션 자체가 삭제되기까지 한 ‘No Russian’ 미션을 알고 계시는가요? 해당 미션에서 마카로프 일당은 미국인으로 위장하고 모스크바 국제공항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 테러를 벌이죠. 마카로프 일당의 계획에 속은 러시아는, 'No Russian' 미션의 공항 테러 사건에 대한 앙갚음으로, 유럽과 미국을 침공하기로 합니다. ACS 방어시스템을 교란하는 데 성공한 러시아군은 대대적으로 미국 본토를 침공하여(미션 ‘Wolverines!’)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발발합니다.

게임 중 미국과 러시아의 전면전을 다룬 첫 미션인 "Wolverines!".
플레이를 하다 보면 항상 하늘을 가득 메운 러시아 공수부대에 숨이 막힌다.

물론 미군도 방어에 나섰지만, 러시아군의 공세에 오히려 워싱턴 D.C의 백악관까지 점령당하는 등(미션 ‘Of Their Own Records’) 막대한 피해를 봅니다. 하지만 게임 중후반부 태스크 포스 141의 프라이스 대위가 핵폭탄을 터뜨려(미션 ‘Contingency’) EMP로 러시아군의 공중 지원을 끊는 데 성공했고(미션 ‘Second Sun’), 이어진 치열한 전투 끝에 미군은 백악관을 되찾습니다(미션 ‘Whiskey Hotel’). 하지만 3차 세계대전의 포화는 그치지 않았고 이는 다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3>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여러분들 모두 잘 알고 계시는 게임 스토리입니다.​

미션 "Whiskey Hotel" 에 등장하는 황량한 백악관의 모습.

이렇듯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 속 미군과 러시아군은 절대 화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숙적으로 묘사됩니다. 

 

그러나 현실의 미군과 러시아군은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협력하는 미묘한 관계입니다. 이런 협력 관계는 2차 세계대전에서부터 시작되어, 냉전 시대에는 당연히(?) 단절되었습니다만, 냉전이 끝나고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자 마침내 양국 군의 정례 합동 훈련 '토르가우 훈련'으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 미군과 러시아(구소련)군 간 협력 관계의 시작, '무기대여법(Lend-Lease)'

 

현실 속 미군과 러시아군의 합동훈련인 ‘토르가우 훈련’ 의 기원은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나치 독일이라는 강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 미군은 소련군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습니다. 특히 무기대여법(Lend-Lease)이라는 연합군 원조물자 지원 계획을 통해, 미군은 소련군에게 막대한 물자를 보내줬습니다.

랜드리스 물자로 항구에서 하역 중인 미국의 M3 Lee 중전차.

이때 미국에서 지원된 물자는 매우 다양해서 전차, 총기 등의 무기는 물론이고 천연자원, 공장 설비 등 소련이 유지되는 데 필요한 기반 자원과 시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스팸과 코카콜라까지 있었는데, 스팸은 소련군의 귀중한 식량이 되어 주었고 소련의 ‘게오르기 주코프’ 장군은 아예 입에 코카콜라를 달고 살기도 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제 전차와 기관단총을 장비하고, 미국제 군복을 입은 소련군 병사들.

그렇지 않아도 전쟁 초기 소련은 독일에 엄청난 손해를 입어 공업력이 크게 약화되어 있었기에, 이러한 지원 물자는 소련의 전쟁 수행에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어쩌면 2차 세계대전은 1945년보다 더 늦게 끝났을지도 모를 일이죠.

 

 

# 미군과 소련군, 독일 '토르가우' 마을에서의 첫 만남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서부전선에 교두보를 마련한 미군, 그리고 동부전선에서 독일군을 무찌른 소련군은 각자 양쪽에서 독일 본토를 공격합니다. 전쟁 막바지인 1945년 4월 25일에는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데요, 양국 군이 독일 엘베강 유역의 토르가우(Torgau)라는 작은 마을에서 처음으로 마주친 것입니다.

'서부전선'과 '동부전선'의 이어짐은 곧, 제2차 세계대전 유럽 전선의 종결을 뜻하기도 한다.

예상치 못하게 서로를 마주한 장병들은 처음에는 놀랐지만, 이내 서로 악수를 하며 기쁨을 표했습니다. 이 사진은 지금도 나치 독일에 맞서기 위해 미군과 소련군이 손을 잡은 훈훈한 모습으로 역사에 남아 있습니다.

 

 

# 60년 뒤, 조상들을 기리는 손자들의 합동훈련 '토르가우 훈련', 그리고...

 

그로부터 대략 60년이 지난 후, 냉전이 끝나고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미군과 러시아군은 한때 서로 손을 잡았던 훈훈한 역사를 기념하고자 합동훈련을 기획합니다. 훈련의 명칭은 1945년 4월 당시 양국 군대가 만났던 바로 그 마을의 이름을 따 토르가우 훈련으로 붙여졌죠. 그리하여 2004년 5월, 모스크바 근교의 군사 종합 아카데미에서 역사적인 훈련이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2005년 '토르가우 훈련' 당시 악수하는 미군 장병과 러시아군 장병. 60년 전의 그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이듬해인 2005년에도 이 훈련은 계속되었는데, 미군이 러시아 본토로 가는 것뿐 아니라 러시아군이 미군 유럽 사령부가 있는 독일로 오기도 했습니다. 2005년 훈련에서는 미군 160명이 먼저 러시아로 가서 훈련하고, 직후에 러시아군도 독일로 날아와 대략 400명에 달하는 인원이 함께 훈련했습니다.

2005년 토르가우 훈련 당시 M1 에이브럼스 전차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미군과 러시아군.
게임 속 쌍방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되는 느낌이다.

자료에 따르면 미군과 러시아군 모두 기계화 보병, 그리고 전차와 장갑차 한 대씩까지 포함된 병력이 훈련의 주축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양국 군대는 서로의 무기를 써 보기도 하고, 서로의 장갑차량을 체험해 보기도 하며 다양한 훈련을 했습니다.

좌) M240 기관총을 사격하는 러시아군 사관생도, 우) 미군으로부터 M4 사격교육을 받는 러시아군 생도.

2004년과 2005년 훈련에서 미군은 당시 제식이었던 우드랜드 전투복을 입고 참가했고, 러시아군도 당시 제식이었던 VSR 위장무늬(일명 플로라) 전투복을 입고 훈련에 참여했습니다. 2006년을 건너뛰고 2007년에 시행된 훈련에서는 미군의 제식 전투복이 게임에서도 익숙한 UCP 패턴의 ACU로 변경되어, 게임 속 캠페인과 묘하게 비슷한 풍경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모던 워페어 2>에서 러시아군의 침공을 방어하기 위해, 백악관에서까지 혈투를 벌였던 게임 속의 모습과 비교해 보면 의외의 모습이기도 하죠.

좌) 게임 속 러시아제 총기를 든 미군, 우) 토르가우 훈련 당시 러시아제 총기를 쏴보는 미군.
들고 있는 총은 똑같은 러시아제지만, 그 용도의 차이에서 괴리감이 느껴진다.

훈련은 아니지만 비슷한 사례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러시아는 매년 5월 9일 모스크바 광장에서 나치 독일이 연합군에 항복한 날을 기념하며 대독 승전 기념 퍼레이드를 개최합니다. 그런데 <모던 워페어 2> 가 발매된 이후인 2010년 퍼레이드에서는 다소 이색적인 모습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미군 장병들이 러시아군 장병들과 함께 모스크바 광장을 행진한 것이죠.

2010 러시아 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 행사에 초청받아 퍼레이드 중인 미군 장병들.

비교적 최근인 2015년에도 이 행사에 미 공군 군악대가 참가하여 공군 군가 ‘The U.S. Air Force’를 연주하기도 했으니, 게임 속 전쟁과 다른 현실 세상은 무척 재미있다고나 할까요?

 

 

# 글을 마치며

 

게임 속에서는 서로 치고받고 싸우기 바쁜 미군과 러시아군이, 실제로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역사적 사건을 되새기며 서로의 주둔지로 가서 합동훈련을 했다는 사실은 참 인상적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훈련이기도 하기에 우리의 눈에는 생소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죠. 한때 팽팽히 대립하기도 하고 게임 속 세계에서는 실제로 전쟁을 벌이기도 하는 두 군대가 합동훈련까지 했다는 사실은, 영원한 적은 없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좋은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 화기애애한 협력 관계에도 불구하고, 미군은 냉전 시기는 물론 현재까지도 실제로 일어날지 모르는 전쟁을 대비하여 훈련을 해 왔습니다. 물론 실제 소련군(러시아군)과 싸울 수는 없으니 ‘최대한 적과 비슷한’ 아군과 함께 훈련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이러한 훈련을 위해 만들어진 ‘적보다 더 강한 적’, 미군의 전문대항군(OPFOR)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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