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게임은 재미있지 않습니다, 'Auti Sim'
이 게임을 잠깐이라도 해 본다면 당신은 괴롭고 끔찍한 고통을 느낄 겁니다.
'재미'는 게임의 최고 가치 중 하나입니다. 게임을 평가할 때 많은 기준이 있겠지만, 재미 없는 게임은 좋은 소리를 듣기 힘들죠. 하지만 오늘 소개할 게임은 기획할 때부터 '재미'와는 담을 쌓은 작품입니다. 2013년 2월 출시된 인디 게임 <Auti Sim>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Auti Sim>을 만든 개발자들은 다른 게임과 달리 기획 단계에서부터 유저가 받을 스트레스와 괴로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 이런 게임을 만들었을까요? <Auti Sim>에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 영상을 통해 살펴보시죠.
평범해 보이는 아이가 있습니다.
한창 활발하게 뛰어 놀 나이처럼 보이는 그 아이는 창문 밖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친구들이랑 만나서 놀고, 소풍도 가고 싶어요."
"그렇지만 전 갈 수 없대요. 제가 친구를 만나면 많이 힘들거래요."
"한 번은 용기를 내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봤어요."
"놀이터에서 노는 또래 친구들에게 말을 걸어보려고 다가갔죠."
그런데 이상해요.
친구들의 목소리가 점점 괴물처럼 들리는 것 같아요.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고, 숨쉬는 것도 힘들어요.
그 자리를 벗어나면 괜찮아지는데 다가가면 또 고통스러워요.
가만 있다가는 미쳐버릴지도 몰라요. 뭐든 생각나는 대로 말하기 시작했어요
맞아요. 나는 많이 아파요.
사람들은 나를 자폐성 장애 어린이라고 불러요.
프로그래머와 의학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인디 게임 Autism Simulator(Auti Sim) 자폐 시뮬레이터.
게임의 주인공은 청각과민증을 가진 자폐성 장애 어린이.
다른 아이들보다 몇 배나 민감한 감각 탓에 약간의 자극에도 금방 과부하에 빠집니다.
이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얼룩덜룩하고 뿌연 화면, 왜곡된 소리.
공포 게임처럼 느껴지는 끔찍한 소리와 무서운 화면.
<Auti Sim>은 청각과민증 자폐성 장애 어린이가 항상 경험하는 현상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헤드폰을 끼고 하니 너무 무섭습니다."
"소름끼치네요. 어떻게 이런 세상을 살아가죠?"
"소리가 끔찍해서 오래 할 수 없었어요."
게임을 해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하면서도
"이제야 이 친구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네요."
아픔을 공감하고 이해해주기도 했습니다.
이 게임은 재미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의 세상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게임을 통해 사람과 사람은 연결될 수 있다." - 안티 픽셀란테 (작가, 인디게임 개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