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먹으면 누구나 한 달 살아볼 수 있는, 꿈꿨던 집의 실내

조회수 2021. 5. 25. 09: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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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제주 원하는 곳 어디든
한 달 살이 예쁜 숙소 찾아주는 스타트업

출처: 더비비드
김지연 리브애니웨어 대표.

코로나 사태는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재택·원격근무가 필수로 자리잡았고, 비대면 회의와 보고도 일상이 됐다. 유목민처럼 거주지를 옮겨 다니며 원격으로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도 확산됐다.
출처: 리브애니웨어
리브애니웨어에서 예약할 수 있는 풀옵션 숙소.


‘한 달 살이’ 숙소 추천·예약 서비스 ‘리브애니웨어’는 업무 방식 변화의 수혜를 크게 입은 스타트업이다. 처음 ‘한 달 살이’ 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가 터졌고, 한두달 집을 빌려 재택근무 장소로 활용하는 이들을 새로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경쟁 서비스들은 주로 1~2박 단위로 숙박비를 책정해 비싼데, 리브애니웨어는 한두달 단위로 임대료를 설정해 저렴하다. 임대차 계약서도 작성해준다. 전국 30개 지역에서 독채·아파트·오피스텔·펜션 등 형태 1200개의 숙소를 운영하고 있다. 아산나눔재단의 창업지원센터 ‘마루180’에서 김지연 리브애니웨어 대표를 만났다.

창업 꿈 가졌지만 일단 취업 선택

출처: 리브애니웨어
김 대표는 호텔과광경영학과 졸업 후 여행 스타트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세종대 호델경영학과 10학번이다. “대학 신입생이던 2010년 아고다(숙소 예약 플랫폼),스카이스캐너(항공권 예약 서비스) 같은 OTA(Online Travel Agency·온라인 여행사)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보면서 IT기술을 접목한 여행·관광 서비스를 해보고 싶었어요.”


포부는 컸지만 돈도, 경험도 없었다. 실무 능력을 쌓기 위해 2015년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식당을 추천하는 스타트업에 취업했다. “초기 멤버로 들어가 3년간 마케팅, 영업 등을 담당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홍보하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비용도 많이 들었죠. 결국 개인 여행객이 아닌 기업 고객으로 타깃을 전환하게 됐어요. 그 덕에 기업 고객 대상 비즈니스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됐어요.”


2018년 여행 액티비티 플랫폼으로 이직했다. “디즈니랜드 티켓, 유레일 패스, 현지 투어 등 다양한 상품을 해외 현지에서 소싱해 오는 일을 맡았어요. 그렇게 지난 회사와 합쳐서 인바운드(국내에서 해외로 여행가는 것), 아웃바운드(해외에서 국내로 여행오는 것) 서비스를 모두 경험하게 됐습니다. 여행 사업의 전체적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됐죠.”

한 달 살이 트렌드 보고 건너간 치앙마이

출처: 리브애니웨어
김 대표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된 '한 달 살기' 문화에서 가능성을 엿봤다.


해외 여행 트렌드를 포착하는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새로운 포인트가 눈에 들어왔다. “3~4일이 대다수였던 여행 기간이 어느 순간부터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까지 장기화되더라고요. ‘퇴사 후 한 달 살이’ 같은 트렌드가 확한된 영향이었습니다. 이 시장에 관심이 갔어요.”


한 달 살이 수요자에게 가장 부족한 서비스가 무엇일까 연구했다. 역시 숙소였다. “사람들이 장기 숙소 구하는 패턴을 분석했어요. 해외 현지 부동산 소개를 받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서류에 서명하는 방식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전화 예약 후 선불로 돈을 보냈다가 사기 당하는 일도 빈번했어요. 공유 숙박 서비스 대안이 있는데, 1~2박 단위로 가격이 책정돼서 1박 10만원짜리 숙소라면 한 달에 무려 300만원이나 내야 합니다. 완벽한 대안이 되기 어렵죠. 한 달 살이 숙소 시장에 빈 공간이 많은 겁니다.”

출처: 리브애니웨어
리브애니웨어를 통해 예약 할 수 있는 독채 숙소들.

창업 아이템을 ‘한 달 살이 전문 숙소 플랫폼’으로 결정했다. 2019년 가을 태국 치앙마이로 떠났다. 치앙마이는 아름다운 경관과 고즈넉한 분위기로 한 달 살이의 성지로 꼽힌다. “현지 온라인 사이트를 뒤져 숙소를 검색하고, 부동산을 방문하고, 집주인도 만나고, 현지 숙소 연결 플랫폼과 업무 협약도 맺었어요. 발품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한 거죠. 열흘 동안 숙소 30군데는 돌아다녔을 겁니다. 무작정 오피스텔이나 풀빌라의 프론트 데스크에 가서 협업 제안을 한 적도 있어요.”

같은 해 겨울 일단 치앙마이의 정보들로만 숙소 추천 앱을 열었다. “한 시라도 빨리 이용자 반응을 보고 싶어 서둘러 서비스를 출시했어요.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이가 가능한 숙소를 추천해주고 이용자 후기를 제공했죠. 숙소 예약 같은 기능 넣는 걸 고려하긴 했지만, 바로 도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어요. 일단 수요 파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업체들에서 별도의 수수료나 광고비도 받지 않았죠.”

코로나로 하늘 길 막히자 국내로 노선 변경


치앙마이로 서비스 가능성이 확인되면 다른 지역으로 숙소 정보 제공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해외 여행길은 꽉 막혔고, 대신 제주 강릉 등 국내 휴양지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비대면 근무가 확산되면서 국내로 ‘원격근무 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생겼다. 국내로 눈을 돌리기로 했다. 

출처: 리브애니웨어
이용자는 액자창 숙소, 오션뷰 숙소 등 취향껏 숙소를 골라 예약하면 된다.


리브애니웨어 사업 발전 과정


  • 발품: 2020년 3월부터 강릉·제주도의 아파트·오피스텔 단지에 한 달 살기용 숙소를 구한다는 전단지를 돌렸다. “아파트 단지 경비원에게 쓴 소리를 듣고 쫓겨난 적도 있어요. 호스트 커뮤니티 등에도 숙소 모집 글을 올렸죠. 그렇게 확보한 호스트(집주인)를 통해 새로운 호스트를 또 소개받았어요.”
  • 법인 설립: 숙소 예약 가능 유무와 호스트의 연락처를 게스트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시작했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수요가 폭발했다.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2020년 6월 리브애니웨어 법인을 만들었다.
  • 차별화된 콘텐츠: 오랜 기간 머무는 공간인만큼 사전에 숙소를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사진 대신 동영상으로 집 구조를 확인할 수 있어요. 취사와 세탁 시설 등을 모두 갖춘 풀옵션 숙소가 대부분인데요. 스펙을 세세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서비스 고도화: 2020년 7월 예약 서비스를 시작했다. “처음엔 카카오톡으로 예약 상담을 받고, 계좌이체로 보증금이나 숙박비를 받는 형태였어요.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작년 8월 스트롱벤처스로에서 씨드 투자를 받아 자동 예약 서비스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올해 2월부터는 앱에서 바로 문의, 예약, 결제를 할 수 있습니다.”


출처: 리브애니웨어
리브애니웨어의 차별화된 기능들.


리브애니웨어의 강점


  1. 숙소 예약 서비스와의 차이점: 최소 6박부터 예약할 수 있다.
  2. 부동산 앱과의 차이점: 부동산 앱에서 구할 수 있는 집은 대부분 1년 단위로 계약한다. 반면 리브애니웨어에서는 월 단위로 집을 빌릴 수 있으며 보증금도 30만~50만원대로 저렴한 편이다.
  3. 숙박 공유 서비스와의 차이점: ‘월 단위’로 취사시설과 세탁시설을 갖춘 풀옵션 숙소를 추천한다.
  4. 게스트 입장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될 수 있다.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계약 건에 부동산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다. 앱 내에서 전자 계약서를 쓰면 된다.


부동산 계약부담은 줄이고
몸은 자유롭게

출처: 리브애니웨어
호스트와 대화 나누는 중인 리브애니웨어 구성원

최근 앱 다운로드 10만 건을 돌파했다. 혁신성을 인정받아 씨드투자에 이어 프리시리즈A 투자도 받았다. 아이디어는 검증됐으니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성을 입증할 차례라는 뜻이다.

-성장을 위한 요즘의 현안이 뭔가요.
“얼마 전 한 이용자 후기를 접했어요. ‘퇴직 후 리브애니웨어를 통해 숙소를 구했는데,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는 내용이었죠. 저희 서비스가 많은 분들에게 추억과 생각거리를 드리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이 즐거움을 함께 할 팀원을 찾고 있어요. 같은 비전을 공유하고 싶은 분이라면 기회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어디서든 살 수 있다(Live anywhere)는 이름처럼 ‘거주의 자유’를 주는 회사가 되는게 목표다. “한 달 살이 문화는 계속 확산될 겁니다. 단순 휴식이 아니라 살아온 궤적을 되짚어 보는 기회로 긴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졌거든요. 오래 여행지에 머무르며 원격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워크케이션’도 인기를 끌고 있어요. 그런데 현재의 부동산 계약 시스템은 높은 보증금과 긴 계약기간을 요구합니다. 한달 살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죠. 저희가 계약 단위를 월로 쪼갰으니 ‘홍대에서 한 달, 강릉에서 두 달 사는’ 식의 문화가 빨리 퍼질 수 있지 않을까요? 다양한 지역에서 한 달 살이 문화의 확산은 지역 사회에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시골 마을마다 경제적, 문화적 활기를 불어넣어 줄테니까요. 내가 원하는 때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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