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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도 비트코인도 싫다면 이런 투자는 어떠세요

조회수 2021. 5. 13. 08: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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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도 영화 드라마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
창업 기업은 한 번 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K콘텐츠는 최근 2년간 세계 무대에서 화려한 성적을 냈다. BTS는 미국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 2개 앨범을 올렸고,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작품상을 탔다. ‘킹덤’, ‘스위트홈’, ‘승리호’ 등은 넷플릭스에서 세계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이와 같은 한국의 문화 콘텐츠 뒤에는 제작에 자금을 대는 투자자들이 있다. 


그동안 콘텐츠 투자는 전문투자사 위주였는데, 이젠 개인도 콘텐츠에 투자해 K콘텐츠의 저력에 일조할 수 있게 됐다. 자금을 필요로 하는 콘텐츠 제작사와 개인 투자자를 연결하는 중개 서비스 펀더풀 윤성욱(44) 대표를 만났다. 


◇문화콘텐츠 투자 한 우물만 18년 

출처: 더비비드
서울 논현동 펀더풀 사무실에서 만난 윤성욱 펀더풀 대표.


펀더풀은 영화·드라마·공연·음악·애니메이션 등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주선한다. 전문투자기관이 투자를 결정한 콘텐츠와 개인 투자자를 연결한다. 5월 현재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 2’, 만화 ‘좀비덤 시즌 3’ 투자자 모집을 앞두고 있다.


윤 대표는 2003년 영화 제작사 ‘쇼이스트’에 입사해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그의 월급은 150만원. 한양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에겐 대기업에 입사한 또래들과 사뭇 다른 선택이었다. “대학 3학년 때 영화 시사회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어요. 영화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일을 한다는 걸 알게 됐죠. 영화와 관련된 직업이 감독·작가·배우가 전부인 줄 알았던 제게는 신세계였습니다.”

출처: 펀더풀
펀더풀에서 투자 모집 예정인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2'.


회사 막내로서 마케팅, 투자, 예산 집행·관리, 배급·유통 등을 배웠다. “침대에 누워서 올드보이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너무 충격적이어서 잠을 못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요. 지금은 명작으로 꼽히지만 그땐 대중적이지 못한 내용이라 투자를 못받아 힘들었어요. 올드보이 크레딧(credit·영화 제작에 관한 상세 정보)을 보면 투자자 수가 상당히 많습니다. 소액으로 투자를 받아서예요.”


2011년 12월 기업은행에 신설된 '문화콘텐츠산업 전담부서’로 이직했다. 콘텐츠 관련 융자상품을 기획하고 개별 투자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영화 ‘명량’, ‘베테랑’, ‘연평해전’,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캣츠’, ‘지킬앤하이드’ 등의 투자를 맡았다. 

출처: IBK기업은행
기업은행 문화콘텐츠산업 전담부서 재직 시절.
출처: 예술경영 웹진
와디즈 재직 시절.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문화콘텐츠 투자에 나선 기업은행은 문화콘텐츠 투자업계 미다스 손으로 평가 받는다. 예대 마진, 카드·보험 같은 전통 구조에서 벗어나 은행 수익을 다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구조를 갖추기까지 콘텐츠 산업 특수성 때문에 많은 애를 먹었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상품을 만들고 심사해야 하는데 콘텐츠 회사·제작사 데이터가 없었어요. 제작사의 경우 매출 변동폭이 커요. 극단적으로 말해 영화가 개봉하면 매출이 100억원, 개봉되는 영화 없이 제작만 하고 있으면 0원이죠. 또 한번 투자를 집행하면 성과가 나올 때까지 최소 2년은 걸려요. 추세를 예측하기 힘들었죠."

출처: 네이버 영화
윤 대표가 쇼이스트, 기업은행, 와디즈 재직 시절 투자·마케팅, 자금 조달 등에 참여했던 영화들.


시스템을 갖추는 데만 2년이 걸렸다. “영화를 예로 들면 제작사의 최근 성과, 배급사의 실적, 개봉시기, 다른 투자사, 홍보·마케팅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사회적 가치나 제작팀의 가능성을 보기도 했어요. 이런 것들을 계량화·정량화 해서 예상 수익률을 설정했습니다.”


2016년 크라우드 펀딩 회사 와디즈로 이직했다. 영화 '사냥', '덕혜옹주', '노무현입니다' 투자 상품을 기획했다. 온라인에서의 반응과 흥행 성적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 “덕혜옹주의 경우 크라우드 펀딩으로 투자 모집은 실패했어요. 온라인 상에서는 별로 기대감이 없는 것처럼 보였죠. 하지만 흥행 성적은 괜찮았어요.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투자금도 회수했어요. 결국 투자라는 게 ‘원금 회수 가능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죠.”


◇안정을 지키면서 변화를 주고 싶어 창업 

출처: 펀더풀
펀더풀 화면.


직장 생활 노하우를 토대로 2019년 창업에 도전했다. “임승용 용필름 대표 집에 놀러갔다가 서재에서 ‘뿌리깊은 나무’라는 잡지를 봤어요. 1970년대에 발간되던 월간지인데요. 발행인 고(故) 한창기 선생님의 창간사를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안정을 지키면서 변화를 맞을 슬기를 주는 저력. 그것이 문화이다.’ 40대 중반인 제게는 크게 와닿았어요. 가정, 명예, 재산…. 무엇이든 지킬 게 생긴 나이인데요. 이 나이에 혁명적인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기로 했습니다.”


전공 분야인 문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일반투자자를 위한 투자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제품의 경우 크라우드 펀딩이 어느정도 자리잡았지만 문화 콘텐츠는 아직 미개척지에요. 개인 투자자도 참여해 새로운 자금 조달 채널을 만들 수 있을 거라 봤어요. 개인 투자자가 힘을 모으면 투자계 큰 손 중 하나가 될 수 있죠."

출처: 펀더풀
펀더풀에서 투자 모집 예정인 애니메이션 '좀비덤3'.


펀더풀에선 주로 '이익참가부사채'라는 채권을 발행하는 형태로 크라우드 펀딩을 모집한다. 일정 이자를 받으면서 회사의 이익분배에도 참가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말한다.


자본시장법을 근거로 하나의 콘텐츠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집할 수 있는 금액은 15억원이다. 자본시장법에서 분류하는 3가지 투자자 유형 중 일반투자자의 경우 1개 콘텐츠(SPC)에 500만원(한해 1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펀더풀에서 투자 모집·집행하는 과정

  1. 펀더풀에서 투자를 중개할 콘텐츠의 수익 구조 등을 분석해 심사한다.
  2. 펀더풀에서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별도의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든다. 콘텐츠 투자로 발행한 수익 관련 회계를 기존 제작사와 분리하기 위해서다. 
  3. SPC가 콘텐츠 배급·유통사와 투자 계약을 맺는다. 콘텐츠 투자계약에 따라 SPC가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지분을 갖는다. SPC에서 한해 최대 15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이다.
  4. 펀더풀에 가입한 개인 투자자는 투자 모집 기간 내 원하는 금액을 투자한다.
  5. 투자 모집이 끝난 후 수익이 발생하면 개인 투자자는 투자 지분에 따른 정산금을 받을 수 있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 배급·유통사의 실적, 크레딧, 제작비, 손익분기점 등을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 
출처: 펀더풀
펀더풀에서 제시한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2'의 목표시청률 연동 수익률표.


영화는 관객수,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등을 수익 실현 기준으로 삼는다. 전문 투자자가 아니어도 이해하기 쉬운 지표라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 펀더풀에서 모집 예정인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 2’의 경우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이 투자 수익과 연동된다. 시즌1의 경우 최고 시청률이 7.2%였다. 투자 수익률표대로라면 수수료와 세금을 제해도 이자가 연 1%대인 은행 예금보단 낫다.


펀더풀은 전문투자기관이 투자한 콘텐츠만 중개한다는 것을 차별점으로 삼는다. “한 두가지 요소만으로 투자를 집행하진 않습니다. 다만 투자를 결정할 때 이미 투자하기로 약속한 기관이나 단체가 어디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번째 투자가 이뤄져야 후속투자가 원활하게 들어오거든요. 아파트 분양하는 것과 유사한데요. 어떤 건물을 새로 짓는데 신뢰할 만한 기관이 투자하고 짓는다고 하면 ‘믿을만 한가 보다’라고 생각하죠. 금융시장에서 통용되는 신뢰성이에요.”


콘텐츠가 어디에서 방영되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코로나19 때문에 극장 관객이 없었는데도 돈을 번 영화들이 있어요. IPTV 서비스에 빠르게 공급하는 등 유통전략을 잘 짠 덕분입니다." 


◇콘텐츠 사랑하지만 냉철히 판단해야

출처: 더비비드
윤성욱 대표.


누구나 좋아하는 콘텐츠를 수없이 보는 직업이기 때문에 ‘영화·드라마 많이 봐서 좋겠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하지만 콘텐츠에 지나치게 빠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팬심을 가진다던가, 반대로 비평의 시선으로 콘텐츠를 바라봐선 안됩니다. 그러면 콘텐츠가 다 좋아져요. 저희는 투자 중개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철저히 경제적 측면에서 바라봅니다.”


새로운 투자 시장을 개척하는 게 목표다. “콘텐츠 별 수익 지표를 누구나 찾아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에요. 아직은 콘텐츠 업계 수익 관련 데이터가 많이 가려져 있습니다. A라는 영화가 얼마를 들여 얼마나 수익을 냈는지 알 수 없죠. 콘텐츠 투자 시장이 활발해지려면 이런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합니다. 그래야 개인 투자자가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해서 투자를 할 수 있겠죠.”


윤 대표와 4명의 핵심 멤버를 포함해 15명의 직원이 함께하고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을 곱씹으며 일한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보다 가진 게 있는 상태에서 하는 창업이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우리 나이에 ‘안되면 몸으로 때우고 어떻게든 해보자’ 이런 건 어렵다고 봅니다. 인생과 시간은 제한돼 있죠. 업계에서 15년 넘게 일해온 사람들이 모여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업이 굴러가게 만들게 한다는 점에서 향후 성과에 자신 있습니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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