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청년의 의문, 대출 100조원 금융 서비스 만들다

조회수 2021. 5. 4. 18: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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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기업은 한 번 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조회 후 6분이면 대출 완료
혁신 금융의 대표 주자 '핀다'

출처: 더비비드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금융 생태계에서 혁신을 꽃 피운 '핀다'의 이혜민, 박홍민 공동대표.


대출 받는 과정은 물리적, 심리적 부담이 크다. 제출해야 할 서류가 많고, 신용점수가 높지 않다면 문지방이 닳도록 은행을 오가야 한다. 이자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먄 은행 외에 다른 금융사의 조건도 알아 봐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면 최선의 선택이 어렵다.


‘핀다’는 이 모든 일을 단번에 해결해주는 대출 중개 서비스다. 은행에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앱으로 확정 대출금리와 한도를 확인하고 최단 6분 이내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융 소비자의 가려운 델 긁어 준 덕에 핀다는 한국 핀테크 생태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금융 생태계에서 어떻게 혁신의 꽃을 피울 수 있었을까. 박홍민, 이혜민 공동대표에게 직접 물었다.

한국 핀테크계의
헨젤과 그레텔을소개합니다
“창업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한
베테랑 창업가”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업계에서 ‘연쇄 창업가’로 이름을 알렸다. 2015년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했을 때 한국 창업자 대표로 대담을 진행했다. 

출처: 핀다
이 대표는 업계에서 ‘연쇄 창업가’로 이름을 알렸다.

이혜민 대표의 주요 경력
  • 2007~2011년: STX 지주회사의 사업개발 및 전략기획부서 입사. 미주 지역 사업 개발 담당자로 신사업 개방 및 투자를 담당했다. 굵직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사업의 호흡이 너무 긴 게 아쉬웠다. 역동적인 일이 하고 싶어서 창업을 결심했다.
  • 2011~2012년: 화장품 샘플 박스를 정기 배송 해주는 ‘글로시박스’ 공동 창업. 아시아 6개국에 지사 설립할 정도로 잘 됐지만 대주주와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사업을 철수했다.
  • 2012~2013년: 유아용품과 유기농 식재료를 배송해주는 `베베앤코’ 공동 창업. 유아용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스케일업이 어려울 것 같아서 관뒀다.
  • 2012~2015년: 눔 대표의 제안으로 눔의 한국 진출을 도왔다. 이후 눔 코리아 대표로 일했다. 그가 대표이던 시절 눔은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30개월 넘게 1위를 기록했다.

박홍민 대표는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펜실베니아대 도시공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출처: 핀다
박홍민 대표는 에프 학점 한 번 받지 않은 모범생 길을 걷다가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박홍민 대표의 주요 경력

  • 2002~2004년: 병역특례로 한 IT 기업에서 근무. 이미지와 위치 정보를 결합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였다. 고생하는 대표님들의 모습을 보며 ‘절대로 벤처업계에 몸담지 않겠다’ 다짐했다.
  • 2009~2010년: 미국에서 석사 과정을 밟던 중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해 2009년 귀국했다. 같은 해 미래에셋의 애널리스트로 취업했다.
  • 2010년: 아이폰을 필두로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모바일 서비스 창업에 관심이 갔다. 식당을 평가하고 후기를 공유하는 서비스를 창업했지만 경험 부족으로 처참히 실패했다. 자괴감이 컸지만 자신이 창업을 간절히 원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2014~2015년: 2014년 스타트업 컨설팅 및 초기 투자업체에 입사. 여러 스타트업의 컨설팅과 투자 유치를 도왔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차근차근 배우겠다는 태도로 임했다. 이듬해 대용량 파일 공유 회사 ‘선샤인’(sunshine)에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들어가 회사의 마케팅과 IR(investor relations, 기업설명활동)을 담당했다.

실리콘밸리에서의 인연,
K-금융의 불편함에서 꽃피다
“신혼 집 전세자금대출
알아보다가
분노”

출처: 핀다
2016년 테슬라 IR 피칭을 위해 홍콩 출장을 떠난 두 사람.


두 사람의 인연은 2015년 미국에서 시작됐다. 박 대표가 재직 중이던 선샤인이 유명 벤처캐피탈 ‘500스타트업’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이 대표는 이 프로그램의 자문을 맡고 있었다. 둘은 평일엔 사업 고민을 주고 받고 주말이면 한인 모임에서 와인 농장도 가고 맛집 탐방도 하며 친분을 쌓았다.


우정이 창업 결의로 이어진 계기는 이 대표가 겪은 불편함 때문이다. “한국에 들어온 후 신혼집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간 적이 있어요. 잠깐 일을 쉴 때라 소득이 없다고 상담도 안 해주더라고요. 화가 났습니다. 정보 하나 건지지 못했으니까요. 실직 경험이 있는 박 대표에게 이 일을 들려주니 깊이 공감하더라고요. 금융 정보를 최대한 많이 모은 플랫폼을 만들어서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대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고 합심했습니다.”

혁신금융서비스 1호 지정 비결
“규제 특례 이전에 이미 서비스 구축”

출처: 더비비드
핀다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누적 투자액 175억원, 제휴 금융사 36곳, 2020년 매출 신장률 6200%. 지금까지 핀다의 성적표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출처: 핀다
핀다 앱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능들.

  1. 출발: 2015년 7월 핀다 설립 후 2016년 7월 핀다 웹 서비스를 출시했다. 대출 고객을 끌어오는 대출모집인이 한 금융사의 상품만 팔도록 하는 ‘일사전속주의’ 규제 때문에 ‘대출 상품 추천 서비스’ 수준에 그쳤다. 이용자는 대략적인 한도와 금리 수준만 알 수 있었다. 일부 금융사에서 ‘왜 우리 상품 정보를 올리냐’, ‘왜 경쟁사보다 우리 상품이 아래에 노출되냐’ 볼멘소리가 나왔다.
  2. 좌절: 2018년 카카오와 제휴해 ‘다음 포털 대출검색컬렉션 서비스’를 내놨다. 포털에서 대출 상품을 검색하면 금융사별 상품을 보여주는 서비스였다. 핀다는 검색으로 유입된 트래픽을 기반으로 광고비를 받았다. 서비스 출시 후 일은 많아졌는데 매출은 신장률은 저조했다. 규제로 인한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로 ‘보릿고개’를 보냈다.
  3. 도약: 2019년 5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대출중개 규제 샌드박스’ 대상에 선정됐다. 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선정된 서비스는 일정 기간 규제가 유예되거나 면제된다. 핀다는 같은 해 7월 업계 첫번째로 비대면 대출 중개 앱 서비스를 선보였다.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규제 특례 증빙자료를 준비한 덕분에 혁신금융서비스 1호 사업자가 될 수 있었다.
  4. 성장: 비교대출 핀다 앱 출시 1년 8개월만에 누적 승인금액 100조원을 넘겼다. 작년 1월 10곳에 불과했던 파트너 금융사는 16개월만에 36곳으로 증가했다. 파트너사는 올 상반기 50곳을 돌파할 예정이다. 이젠 자사 금융상품을 핀다 플랫폼과 연계해달라고 먼저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핀다, 다른 핀테크 서비스와 뭐가 다른데?
“대출 확정조건 제공, 대출 관리까지”

출처: 핀다
핀다의 대출관리 기능


타 핀테크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핀다의 차별점

  1. 확정조건 제공: 고객이 기입하는 소득·재직정보 등을 기반으로 금융기관이 즉시 대출심사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출 신청 시 필요한 서류를 핀다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가져와 금융사에 대신 제출해주는 형태다. 가조회한 정보와 실제 대출 가능한 조건(한도, 금리)의 차이가 거의 없다.
  2. 대출관리: 신용점수가 오르거나 재무상황이 좋아진 고객이 더 좋은 조건으로 갈아탈 수 있는 대출 상품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 연체방지알림, 이자 납기일 알림, 총부채상환비율(DTI)·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의 기능도 있다.
  3. 확장가능성: 지난 1월 핀다는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받았다. 마이데이터란 각 기업과 기관에 흩어진 개인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본인이 관리하는 개념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개인 데이터를 통해 투자 자문, 대출 중개, 신용정보업 등 다양한 업무를 겸업할 수 있다. 핀다는 금융사에서 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출관리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출처: BNP파리바생명
박홍민·이혜민 핀다 공동 대표가 오준석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사장(오른쪽)과 업무협약식을 체결하고 있다. 핀다 고객은 ‘무료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대출 받은 고객이 사고로 사망 또는 80% 이상의 장해를 입어 대출금 상환이 어려운 경우 고객의 대출금 상환을 지원하는 신용보험 서비스다.

치열한 경쟁 속
창업주의 속내는 단순 명료하다.
“우리 문제와 소비자에게 집중합니다.”

출처: 더비비드
핀다 이용자라면 현금이 없어서 당황할 일이 없는 서비스로 발전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두 대표는 우여곡절을 버틴 비결로 ‘확고한 목적의식’을 꼽았다. “창업가들은 이해관계자에게 문제 의식을 납득시키고 자신의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를 계속 설명해야 합니다. 저 역시 이 과정에서 냉정한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그만큼 성장했습니다. 제 문제에 공감하는 투자자나 금융사 분들, 긍정적 피드백을 주시는 소비자들의 존재는 큰 힘이 됐죠. 동료 창업가분들을 모두 문제해결 과정을 두려워하지 않고 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핀테크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신과의 싸움’에 집중할 계획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소비자에게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부 상황이나 경쟁자를 너무 의식하면 산만하게 사업을 운영하게 될 우려가 있거든요. 저희가 설정한 고객의 문제는 현금흐름입니다. 대출은 현금 문제를 해결하는 직접적인 방식 중 하나고요. 핀다 이용자라면 현금이 없어서 당황할 일이 없는 서비스로 발전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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