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없어 울던 고시생, 부모님 몰래 벌인 일

조회수 2021. 3. 29. 14: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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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퍼스널 트레이닝 서비스 윌로

3년 간의 고시 준비 접고 창업

무료 베타 버전 출시...미국 진출 목표

출처: 더비비드
앨리스헬스케어 강다겸 대표


‘1회에 6만원, 10회 등록 시 50% 할인’


책상에 PT(퍼스널 트레이닝) 코칭을 홍보하는 전단지가 구겨진 채 놓여있다. 취준생·고시생들에게 월 30만원은 부담스런 금액이었다. 공부할 때 체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차마 부모님께 손 벌릴 수 없다며 하소연하던 이들도 있었다. 헬스장을 오가는 시간조차 청년들에겐 사치였다. 과거의 고충을 창업으로 연결한 앨리스헬스케어 강다겸 대표 이야기다. 


앨리스헬스케어는 인공지능(AI) 기반 개인 맞춤형 운동 솔루션 ‘윌로’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남녀노소 체력 증진에 관심을 갖는 시대에 전문 트레이너에게 개인 레슨을 받는 PT 시장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금전적인 여유가 없는 취업준비생이나 사회초년생에게 1회에 몇 만원씩 하는 PT는 부담스럽다.


강 대표는 윌로만 있다면 기존 PT 가격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비용으로 집에서 전문 트레이너의 레슨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강 대표를 만나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든 사연을 들었다.


◇3년 준비한 고시 관두고 창업

출처: 앨리스헬스케어
윌로 구동화면


윌로에선 개인 체력에 따라 15분 맞춤형 운동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의 움직임을 노트북에 내장된 카메라가 고스란히 담아낸다. 카메라를 통해 입력된 사용자의 운동 자세를 진단해 잘못된 자세를 고쳐준다. 


베타 버전만 나왔을 뿐인데 홈트족의 관심이 뜨겁다. ‘틀린 자세를 바르게 잡아줘서 좋다’, ‘짧고 굵게 운동하기 좋다’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이 많다. 3분기 예정된 정식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있다.

출처: 앨리스헬스케어
강 대표는 4년간 고시를 준비했다.


김 대표는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20대를 수험생활에 바쳤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아이였습니다. 부모님 뜻에 따라 3년 간 고시를 준비했죠. 목적의식은 있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때부터 막연히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고시 기간이 길어질수록 삶은 피폐해졌다. 탈출구를 찾고 싶은데 그게 무엇인지 몰라 헤맬 때 우연히 본 영상 하나가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했다. “초시에 1차를 붙어버려서 그 다음해에 응시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지칠 대로 지쳤을 때 배달의민족 김봉진 창업자의 강연을 보고 크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기술이 우리 삶에 이토록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걸 알고나니 가슴이 뛰더라고요.”


직접 스타트업을 운영한다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거나 적어도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거라 판단했다. 사무관 대신 창업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iOS와 안드로이드를 구분도 못할 정도로 기술 문맹이었습니다. 창업 지식도 전무했죠. 1년 동안 부모님 몰래 정부가 지원하는 무료 창업교육을 수강하며 관련 지식을 쌓았어요.”


◇나홀로 창업자가 갑자기 팀 구성한 이유

출처: 앨리스헬스케어
강 대표는 K-POP 댄스 강의 서비스로 첫 창업을 했다.


첫 창업 아이템은 K-POP 댄스 강의 서비스였다. 증강현실(AR) 기술을 사용해, 유저의 화면 위에 강사의 실사 아바타를 덧입히는 방식이었다. 댄스 강사를 따라 추면서 자신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고시생 시절 K-POP 댄스로 스트레스를 풀었어요. 어릴 적 장기자랑에 여러 번 나갈 정도로 춤 추는 걸 좋아해요. 춤 연습을 할 때 큰 거울이 없으면 내 모습을 확인할 수 없어 불편합니다. 여기 착안해 서비스를 구상했죠.”


2015년 첫 회사를 설립했다. 사업 초창기 모든 과정을 혼자 했다. 서비스 개발은 외주로 맡겼다. “아이템을 대대적으로 공개하면 누군가에게 빼앗길까 늘 노심초사했어요. 사회 경험이 부족한 탓이었죠."


정부 주최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미국 연수 기회가 주어졌다. "2016년 말부터 2017년까지 1여년간 워싱턴 D.C와 실리콘밸리에서 사업 자문 등을 받고 스타트업 생태계를 배웠죠. 당시 함께 선정된 타 팀 사람들과 자주 교류했는데요. 제 아이템을 객관적으로 고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때 팀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출처: 앨리스헬스케어
발표 중인 강 대표


미국 연수 후 ‘피봇’(사업전환)을 했다. “당시 미국에선 원격 헬스케어 수요가 높았어요. 미국에서 만난 의사분과 재활치료사 등 전문가도 제 아이템을 헬스케어로 확장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더군요. 노트북 카메라를 이용하는 AI 모션인식 기술을 이용하면 춤뿐만 아니라 헬스, 골프 등 다양한 운동에 적용할 수 있겠다는 조언이었죠. 저 역시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사업 모델을 전환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헬스케어로 방향을 튼 후 2018년 앨리스헬스케어를 창업했다. 팀도 꾸렸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인공지능(AI) 연구소와 협업해 AI 재활운동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AI가 카메라를 통해 이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재활운동을 코칭해주는 서비스였습니다.”


2019년 1월 시제품을 세계가전전시회(CES)에 출품했다.“현장을 취재하던 언론사와 투자처를 찾던 기업으로부터 독창적이고 양산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 때 만난 투자사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았어요. 투자비를 확보하면서 개발에 더 집중하고 인재도 추가로 채용할 수 있었죠."


◇재활운동 솔루션에서 AI 기반 PT 서비스로 사업 전환

출처: 앨리스헬스케어
디캠프 디데이 출전 당시 강 대표
출처: 앨리스헬스케어
윌로는 이용자의 움직임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해준다.


서비스와 고객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사업을 피봇해야 했다. “재활운동의 주요 타깃은 중장년층인데요. 이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치 않은 세대라서 비즈니스 상용화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회사 구성원 대다수가 20대 후반 여성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서비스의 콘셉트와 세부 기능,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아 애를 먹었죠. 우리가 무엇을 가장 잘 할 수 있을지 의논했어요. 그러다 ‘우리가 가장 잘 이해하는 건 우리와 같은 MZ세대’란 결론에 도달했죠.”


2019년 7월 ‘체력 증진을 통해 업무 효율과 삶의 질을 높이고 싶어하는 25~35세 사이의 여성’으로 페르소나를 설정했다. 주요 고객을 타깃으로 AI 기반 퍼스널 트레이닝 서비스 ‘윌로’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제품의 방향성, 구성원의 성향이 합치하니 일에 속도가 붙었다.


윌로를 이용하면 개인의 체력 수준에 맞는 운동을 추천받을 수 있다. "고객은 웹 사이트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체력을 측정하기 위한 위한 설문을 작성합니다. 설문 결과에 따라 맞춤형 운동을 확인할 수 있어요. 추천 운동은 운동 처방사와 트레이너가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본으로 하죠.”


카메라 속 움직임을 디지털 형태로 기록하는 ‘모션 트래킹 기술’이 핵심이다. 올바른 자세로 운동을 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운동을 시작하면 AI가 카메라를 통해 동작의 횟수를 세고 자세를 분석합니다. 이용자에게 피드백도 해줘요. 예를 들어 스쿼트를 하고 있으면 ‘무릎이 나와있으니 좀 더 뒤로 빼라’는 식으로 조언해주죠.”


◇AI에 300만장의 사진 학습...해외 진출 목표

출처: 더비비드
올 3분기에 윌로의 정식 버전이 출시된다.


보통 AI 모션 인식은 이에 특화된 고급 카메라로 이뤄진다. 하지만 윌로는 노트북과 데스크탑에 쓰는 일반 카메라로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하도록 머신 러닝을 했다. "기기를 별도로 구매할 필요 없이 집에 두고 쓰는 컴퓨터나 노트북으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예요."


이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인공지능에게 총 300만장가량의 운동 이미지를 학습시켰다. "운동 영상을 초단위로 쪼갠 사진 등 각종 오픈 데이터를 활용했죠. 무엇보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모션 인식이 잘 될 수 있도록 조명을 어둡게 하거나 일부를 가리는 등 변형한 이미지를 학습시켜 엔진을 구축했습니다. 엔진 구축 후에는 60여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했습니다. ‘꽤 운동이 된다’는 피드백에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6개월 간의 개발 끝에 최근 1월 윌로의 베타 버전을 공개했다. 윌로의 최대 강점으로는 ‘확장성’을 꼽았다. “트레이너가 화상으로 운동을 알려주거나 메신저로 생활습관 피드백을 주고받는 코칭 서비스도 분명 장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서비스에 사람이 많이 개입될수록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집니다. 최대한 자동화해야 스케일업 할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사람이 개입할 필요 없는 윌로는 국경과 인종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요.”


대기업 몇 곳과 대규모 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를 모멘텀 삼아 도약하는 게 목표다. “계약 성사 후 자금이 확보되면 두번째 투자 유치에 속도가 붙을 것 같아요. 현재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지만 3분기에 정식 서비스를 론칭하면 일반 PT(6만원 기준)의 10분의 1인 1만 6000원 선으로 구독비를 책정할 계획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앞으로의 향방이 좌우되는 중요한 시점인거죠. 이 시기를 잘 넘겨 전 세계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겨주는 기업으로 성장하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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