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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창업하면 망합니다' 진짜 해 본 결과

조회수 2021. 3. 29. 20: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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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경제 교사→이직 5번→창업 4번

커피믹스처럼 물에 타 마시는 바디 콜라겐

중국 등에 수출, 스포츠협회 등 체육계와 협업

사업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아이템이 시장에서 외면 받을 수도 있고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다.


유재환 위바이오텍 대표는 이 혼란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았다. 5번의 이직과 4번의 창업을 거쳤다. 젊은 나이에 높은 자리에 앉은 적도 있지만 동업자에게 배신당하고 빈털터리가 되기도 했다. 쓰라린 기억을 딛고 일어선 그는 이번에 스포츠 영양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유 대표에게 ‘비즈니스 정글 속 생존법’에 관해 들었다.


◇컨설팅 회사로 간 사회 선생님

출처: 더비비드
위바이오텍의 유재환 대표


유 대표가 2018년 3월 창업한 위바이오텍은 숙취해소제, 다이어트 보조제 등의 원료와 완제품을 제조하는 회사다. 최근엔 4D BODY라는 바디 콜라겐에 주력하고 있다. 콜라겐 가루를 커피믹스처럼 물에 타서 마시는 형태다. 지난해 3월 출시해 지금까지 온라인몰에서만 2만 박스가 팔렸다. ‘근손실은 줄이고 단백질 형성에 도움된다’고 소문나면서 축구협회, 생활운동협회, 필라테스 단체 등의 운동 단체에서 협업 제안이 줄 잇고 있다. 대만과 중국 등에 해외 수출도 한다.

출처: 위바이오텍
유 대표는 해외여행을 좋아한다.


1998년 대학을 졸업하고, 27세에 고등학교 사회 교사가 됐다. “제 지식과 지혜를 제자들에게 공유해서 아이들의 성장을 돕고 싶었어요. 경제학을 전공으로 교직이수를 해서 고등학교 경제 선생님이 됐는데, 현실은 이상과 달랐습니다. 사범대 출신이 아니면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 어려웠죠. 30년 후 제 모습이 행복할 것 같지 않아 2년 반 동안 잡았던 교편을 내려놓기로 결심했습니다.”


국제회의(컨벤션) 산업에 눈을 돌렸다. “해외 여행을 무척 좋아합니다. 여행하면서 진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일까 고민했던 차에 국제회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당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영향으로 벡스코, 킨텍스 등 전국 곳곳에 전시 컨벤션 센터가 설립되고 있었거든요. 세계를 무대로 일해보자 마음먹었습니다.”


2002년 국제회의 전공으로 대학원을 마친 뒤, 한 컨설팅 회사에 취업했다. “신사업을 준비하는 부동산 기업이나 유통업체에 자문해주는 일이었습니다. 일하면서 M&A, 투자, 사업분석 등 경영 전반을 공부했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 클라이언트가 부러워 보이기 시작했어요. 제 분석과 자문을 토대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죠. ‘나도 내 일을 해야겠다’ 결심했습니다.”


◇첫 창업 실패…메뚜기처럼 이직

출처: 위바이오텍
유 대표는 다양한 직업과 직장을 거쳤다.


2004년 퇴사하고 지인들과 라이센싱 사업을 시작했다. 해외 브랜드를 가져와서 국내에 파는 일이었다. “해외에서 주목받는 브랜드라면 눈에 띄는 대로 접촉했습니다. 패기 있게 도전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국내 사정 뿐만 아니라 해외 본사의 내부 이슈까지 고려하다 보니 협상까지 갔다가 마지막에 무산되기 일쑤였죠. 자본금과 열정 모두 동이 나서 2006년 사업을 철수했습니다.”


이후 자신에게 맞는 회사를 찾아 메뚜기처럼 여러 곳으로 이직했다. 1년 간 미국 건설사를 짧게 다니다 2008년 한 도시개발 사업을 하는 회사 임원으로 합류했다. “파주 영어마을이 모델이었습니다. 특정 테마에 걸맞게 도시를 개발하는 업무를 했죠. 일은 재미있었지만 단기간에 급성장한 회사인 만큼 내부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사내 정치에 밀려 1년 만에 쫓겨나듯 퇴사했습니다. 곧바로 해외에 골프장과 리조트를 개발하는 회사에 입사했지만 학연 중심으로 파벌이 형성돼 있어서 내부 문제가 많았습니다. 오래 다닐 곳은 못 되는 것 같아 떠났습니다.”


◇캔디형 숙취해소제 수입…동업자와 법적 분쟁

출처: 위바이오텍
유 대표는 캔디형 숙취해소제를 국내에 도입한 바 있다.


사업 아이템을 찾고 있을 때, 알고 지내던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태국에 있다는 ‘신비의 약’을 함께 검토하러 가자는 제안이었다. “신비의 약이란 캔디형 숙취해소제 fiss(휘스)였어요. 당시 국내엔 액상형 숙취해소제만 유통되고 있었죠. 캔디형이 액상형보다 효과가 좋아요. 2009년 바이오·식품 원료 등을 수입, 재가공해서 파는 회사를 설립하고 태국 본사와 수입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후 대형 제약회사와 독점 계약을 맺고 약국에서 판매를 시작했죠.”


메이저 기업과 독점계약을 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투자를 자처하는 기업이 나타났다. 그러나 관심은 곧 독이 됐다. “제품이 유명해질수록 큰 기업이 유리해지는 상황에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태국까지 건너가서 제품을 가져온 사람은 저인데도 불구하고요.”


안 좋은 상황이 계속 반복됐다. “제 소식을 접한 다른 제약 유통사의 상무가 공동 창업을 제안하더군요. 숙취해소제 태국 공급사의 판권이 제게 있었거든요. 2013년 식품·바이오 제품 제조유통사를 설립하고 새 숙취해소제를 론칭했습니다. 제약 유통업계 1위 기업에 독점 공급해서 약국과 편의점에 팔았어요. 연매출 30억원까지 찍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성과를 낼수록 동업자인 대표와는 되레 소원해졌습니다. 주도권 다툼이 법정 분쟁으로 번져 2016년부터 1년 8개월가량 소송에 시달렸습니다. 결국 2018년 제 모든 주식을 처분하고 회사를 떠나야 했죠.”


◇독일산 바디 콜라겐으로 반격

출처: 위바이오텍
4D BODY 바디콜라겐에는 크랜베리 성분이 들어가서 상큼한 맛이 난다.


험난한 여정이 상처만 남긴 건 아니었다. 우연과 우연이 겹쳐 큰 물줄기를 이루고,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지인을 통해 다이어트 보조제로 인기를 끌었던 기업의 대표를 소개받았습니다. 그 쪽에서 건강식품 사업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더군요. 그 분은 제가 내부 경쟁에서 밀리는 와중에도 숙취해소제 판권을 꼭 쥐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달라보였대요.”


위바이오텍을 세우고 협력사와 함께 새로운 숙취해소제를 개발했다. 더 큰 도약을 위한 신제품 아이디어를 찾아다니다 호주에 사는 처제로부터 힌트를 얻었다. “처제가 콜라겐을 말 그대로 푹푹 퍼서 먹더라고요. 커피와 샐러드에 섞어서도 먹고요. 비리지 않냐고 물으니, 몸에 좋으니까 참고 먹는다고 하더라고요. 이 정도 의지로 먹는 식품이라면 시장성이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출처: 위바이오텍
유 대표와 아내


하지만 얼굴 피부를 겨냥한 페이스 콜라겐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차별점을 두기 위해 뷰티 시장이 아닌 헬스케어 시장을 겨냥하기로 했다. “관점을 달리해야 했습니다. 그 시기 아내가 ‘마흔살 넘은 나이에 출산과 임신을 경험하니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고충을 털어놓곤 했어요. 문득 얼굴 대신 신체 능력을 보완해줄 ‘바디 콜라겐’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바디 콜라겐 조사에 들어갔다. “국내는 물론 이탈리아, 중국, 동남아 등 7개 회사의 콜라겐을 모두 사서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단가가 맞으면 맛이 비리고, 맛이 괜찮으면 가격이 너무 높더군요. 맛, 가격 등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제품은 독일의 한 콜라겐 제조사에서 만든 콜라겐 뿐이었어요. 지방을 태우는 효소 ‘엠토르(mToR)’와 지방을 태우면서 발생한 에너지를 단백질 형성에 사용하는 효소 ‘에이엠피케이(AMPK)’가 바디 콜라겐의 필수 원료였죠.”


2019년 9월 바디 콜라겐 ‘4D BODY’ 개발에 착수했다. “콜라겐을 섭취하면 몸 안에서 분해됐다가 재합성 됩니다. 재합성이 잘 되려면 글리신, 프롤린, 하이드로프롤린(GPH) 세가지 아미노산이 필요합니다. GPH가 몸에 흡수돼야 뇌가 신호를 보내서 깨진 콜라겐을 붙이는 작업을 하거든요. 저희 제품에 포함된 총 7500mg의 아미노산 중 GPH가 5300mg입니다. 상당한 양이죠. 콜라겐 재합성에 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바로 비타민C인데요, 비타민C를 채우기 위해 제품에 크랜베리 성분을 넣었어요. 덕분에 상큼한 맛이 납니다.”


◇미국 피트니스 센터와 협업…단백질 파우더 대체 목표

출처: 위바이오텍
유 대표는 사업가에게 필요한 것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를 꼽았다.


약 7개월의 개발 과정을 거쳐 바디 콜라겐을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셀프 헬스케어 수요와 맞물리면서 대박이 났다. “한달에 적게는 1000박스, 많게는 2000박스씩 꾸준히 나갑니다. 몸 가꾸기에 관심 많은 홈트레이닝족 뿐만 아니라 근손실을 우려하는 50대 이상 분들에게도 반응이 좋습니다. ‘어두운 터널 속 빛 같은 제품’이라고 칭송 하던 실버 소비자도 있었죠. 뷰티 시장 대신 피트니스, 헬스케어 시장을 겨냥하길 잘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협업 문의가 끊임없이 들어온다. “미국에 4D BODY라는 동명의 피트니스 센터의 연락을 받고 협의 중입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온라인몰 중심으로 판매 중인데 다른 채널에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H&B스토어와 홈쇼핑 입점 준비도 진행 중이고요.”


궁극적으로는 4D BODY를 단백질 파우더 대체 상품으로 키우는 게 목표다. 첫 상품 출시 후 바로 같은 가격에 콜라겐 함유량을 높인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집중한 이유다. “보다 많은 분들이 바디 콜라겐을 접할 수 있도록 가격 낮추는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누구보다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유 대표는 사업가에게 필요한 것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를 꼽았다. “아내와 평소 충분한 대화를 나누면서 상처를 위로 받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습니다. 지켜야 할 가족이 있으니 아무리 힘들어도 관둘 생각은 안 들더라고요. 아내가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에 4D BODY를 만들었고요. 가장 안전한 기반이자 든든한 우군을 옆에 둔 사업가에게는 두려울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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