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때문에 겨우 버텨요' 소비 역대급, 뜻밖의 이유

조회수 2021. 3. 22. 08: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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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파괴형 소비 크게 증가

직장인 구현주(36·여)씨는 최근 매운 음식 섭취가 부쩍 늘면서 스스로 중독 상태를 의심할 지경에 이르렀다. 구씨는 “몇 년 째 집과 직장에서 ‘어렵다’ ‘힘들다’ 소리만 듣다 보니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는데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뻥 뚫리는 기분”이라며 “매운 음식을 끊는 게 무척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이른바 ‘자기 파괴형’ 소비가 늘고 있다. 술·담배 소비가 크게 늘고, 극도로 매운 맛 음식도 유행하고 있다. 최근 자기 파괴형 소비 실태를 알아봤다.


◇술담배 소비 역대 최고치

출처: 더비비드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가계의 소비지출 가운데 주류 및 담배 지출액은 4조2975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0년 이후 50여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술담배 소비가 감소 혹은 정체 상태였는데, 작년 급증해서 종전 최고기록 2017년 4분기 4조2009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2인 이상 가구의 월 지출액을 집계하는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봐도, 작년 3분기 전국 가구의 월평균 지출액 가운데 주류·담배 소비액은 4만2980원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넘어섰다. 주류 1만9651원, 담배 2만3329원으로 각각 역대 최대 소비액을 기록했다.


◇매운맛 아이스크림까지 등장

출처: 롯데제과


각종 스트레스를 매운맛으로 푸는 트렌드가 크게 확산되면서, 급기야 매운맛 아이스크림까지 등장했다.


롯데제과는 최근 매운맛 아이스크림 ‘찰떡아이스 매운 치즈떡볶이’를 50만개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할라피뇨 성분이 들어간 주황색 떡 안에 크림 체더치즈 아이스크림을 넣고, 그 속에 매운맛의 칩과 쿠키 등을 담은 것이다. 빙그레도 곧 ‘멘붕어싸만코’를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 붕어싸만코에 매운 불닭 소스로 속을 채운 것이다.


기존 매운 맛 제품은 더욱 독해지고 있다. KFC가 지난달 출시한 ‘커넬고스트헌터버거’는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 중 하나인 고스트 페퍼로 소스응 만들었다. 농심이 새로 내놓은 비빔면 ‘배홍동’은 홍고추로 매운맛을 내낸 것이다.

매운맛은 혀에서 통증으로 감지된다고 한다. 그러면 몸에서 자연 진통제 성분인 ‘엔도르핀’이 나오는데, 그게 기분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맛이 당기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로또 판매 최고치 경신

출처: 더비비드


몸에 좋지 않은 청량음료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내놓은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를 보면 탄산음료 판매는 최근 3년 간 연평균 7.5% 늘었다. 반면 과채음료 판매는 연평균 9% 씩 판매가 줄었다.


사행성 소비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로또복권이 하루 평균 129억원7000만원어치 팔려 2003년 판매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 판매 장수를 보면 하루 평균 1297만8093장 팔렸다. 우리나라 인구(작년 말 5182만9023명)를 고려하면, 전 국민이 나흘에 한 장씩은 산 셈이다.


로또복권 판매는 2009년 이후 매년 늘고 있다. 하루 평균 판매액 증가율(전년 대비)이 2018년 4.8%, 2019년 8.2%, 지난해 10.1% 등으로 계쏙 높아지고 있다.


◇마르크스 분석이 들어맞는 현재 상황

출처: 더비비드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소비가 불황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경제학자 칼 마르크스는 “경기 침체기가 오면 노동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커지고, 자연스레 이를 정신적으로 해소하고 싶은 욕구도 커진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럴 때 값싸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통로가 술, 담배, 매운 음식 같은 자기파괴형 소비 수단들이다.


경기가 좋아 스트레스가 줄어들 때는 자기 몸을 챙기려는 욕구가 생기면서 자기 파괴형 소비가 줄어든다. 그러나 경기침체기에는 자포자기 심정이 생기면서 자기파괴형 소비가 늘어나게 되다. 살림이 어려워지면서 문화·스포츠 소비를 줄이는 대신 술이나 담배 등으로 공허함을 달래려는 수요도 나오게 된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현재는 최악의 고용난을 겪는 상황이다.


유통업체들은 이런 상황을 부추긴다. 청량음료를 대거 입고시켜 묶음 상품으로 싸게 팔거나 수입 맥주 할인 대전을 펼치는 게 대표적이다. 잘 팔리니 계속 갖다 놓는 것이다. 가격 할인에 눈이 가는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이런 상품의 소비를 늘리게 된다. 주부 이민선(33·가명)씨는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싸다는 생각에 구입을 하게 된다”고 했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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