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중 떠올린 아이디어로 아마존 1등, 아이 셋 한국 엄마

조회수 2021. 3. 24. 09: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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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마켓 MD 출신, 육아휴직 때 사업 구상

생리대 샤워기 등 프리미엄 생필품 생산

아마존 평점 1등, 30만 개 판매 돌파


사업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오기도 한다. 육아휴직 때 들은 창업 수업이 계기가 돼 아마존 입성에 성공한 헤리티지벤처스의 김지호 대표를 만났다.


◇판매자 컨설팅하면서 제품 개발 지식 습득

출처: 헤리티지벤처스
김지호 대표(왼쪽)와 브랜드 이미지

헤리티지벤처스는 프리미엄 생필품을 지향한다. 생리대와 샤워기 헤드가 대표 제품이다. 생리대는 전 생산 과정을 유기농으로 한 제품이다. 아마존 평점 4.6으로 생리대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면서, 33만개 판매를 넘어섰다. 샤워기헤드는 정수기에 쓰는 7단계 필터를 넣어 미국과 독일에서 먹을 수 있는 물이 나온다는 인증을 받았다. 샤워기 헤드의 끝판왕이라 불린다. “제품마다 유해물질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합니다. ‘프리미엄 피앤지’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광고홍보를 전공했다. 졸업 후 광고대행사에서 AE(기획자)를 하다가, 삼성이 인터넷보험사 ‘인스밸리’를 만들자 마케터로 합류했다. “어려서부터 물건 파는 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품질이 좋은데도 기본 20~30%는 할인해야 겨우 팔리는 물건이 있는데요. 브랜딩에 문제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흙 속의 진주를 발굴하는 일이 재밌었습니다. 제대로 브랜딩해서 제값 받게 도와주는 거죠. 새로운 보험사가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금융상품까지 팔면 더 이상 못 파는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험이 직접 만나서 파는 것도 어려운데, 인터넷으로 팔다니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출처: 헤리티지벤처스
퓨리풀 샤워기(왼쪽)와 르프레시 생리대


-어떻던가요.

“당시만 해도 인터넷으로 보험 파는 게 무척 낯설었습니다.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했는데, 기존 보험 전문가들은 보험 영역으로만 접근하다 보니 해답을 내놓지 못하더라구요. 저는 보험을 잘 모르는 일반인 시각에서 접근했습니다. 저처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 페이지를 만들고, 관심 갖도록 이벤트를 했죠. 그랬더니 어린이 보험, 암보험 같은 가벼운 상품 위주로 실적이 나오더라구요. 인터넷으로 보험을 팔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든 것 같아 뿌듯합니다.”


인스밸리에 일하면서 인터넷 쇼핑에 관심이 생겼다. 본격적으로 해보기 위해 지마켓으로 회사를 옮겼다. 처음 마케터 일을 하다가, 아이 낳고 유아제품에 관심이 생겨 유아용품 MD(머천다이저)로 보직을 바꿨다. 기저귀 등 다양한 유아용품 업체를 발굴해서 지마켓에 입점시키는 일이었다. 기저귀와 비슷한 생리대도 다뤘다. “MD하면서 새로운 포르젝트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업체들과 가격 혐상하고 좋은 제품 들여와 포로모션 하는 일도 재밌지만, 새롭게 PB상품을 개발하는 것 같은, 뭔가 새로 일을 벌리는 게 더 좋았습니다.”

출처: 헤리티지벤처스
김지호 대표


지마켓에 몰을 개설한 중소기업들에게 컨설팅 제공하는 일도 했다. “지마켓이 활성화되려면 좋은 판매자(몰에 제품을 올려 판매하는 중소기업)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무조건 싼 제품만 할 게 아니라, 좋은 제품을 많이 다뤄야 하죠. 이를 위해 본사 차원에서 판매자 육성을 했는데요. 그 일을 맡아서 거래 중소기업들에게 생산 시스템 구축법 제안, 해외 원자재 업체 연결, 디자인·마케팅 지원, 상품페이지 작성 지원 같은 같은 컨설팅을 했습니다. 소비자 신뢰를 얻도록 브랜딩도 돕구요. 덕분에 다양한 기업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컨설팅하면서 생활용품에 대해 웬만한 개발자 이상의 지식을 갖추게 됐다. “주어진 일이라 열심히 했는데, 저 스스로 제품 개발도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더라고요. ‘어떤 제품은 어떤 소재를 써야 하고, 단가는 어떻게 맞추면 된다’ 같은 기본 지식부터 각종 생산을 맡길만한 중국 공장들 네트워크까지, 제품 개발에 필요한 모든 배경 지식을 알게 됐습니다.”

출처: 헤리티지벤처스
직원들과 회의하는 김지로 대표(안쪽 가운데)


-컨설팅을 통해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페넬로페(기저귀). 무슈제이(화장품) 같은 브랜드를 지마켓에서 출범시켰습니다. 브랜드 권리는 판매자들이 갖게 했습니다. 대신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마켓에서만 팔도록 했구요. 그 기간이 지나면 다른 곳에서도 팔 수 있도록 했습니다."


◇창업 강의 통해 사업 구상

출처: 헤리티지벤처스
전시회에 참여한 헤리티지벤처스


일이 전부인 줄 알다가 갑자기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애가 셋입니다. 얘들 낳는 동안 거의 쉬지 않고 나와 일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쓴 시간이 별로 없었던 거죠. 그 사실을 깨닫고 3년 육아휴직을 신청했습니다.”


한동안 아이들 돌보는 일에 집중했다. 그러다 불안감이 밀려왔다. “지마켓이 매우 빠르게 돌아가는 회사에요. 항상 뭔가 하는 습관이 배게 되죠. 쉬고 있으려니 ‘나만 뒤쳐지고 있는 게 아닐까’ 두렵더라고요. ‘뭐라도 배우자’ 해서 한 기관이 진행하는 창업리더수업을 신청했습니다.”


-어떤 수업이었나요.

“중소기업 대표들이 강사로 나오더라고요. 그분들께 ‘리더의 마인드’를 배워 일하는 시야를 넓혀 볼까 해서 신청한 거였는데요. 수업 시간에 사업계획서 제출을 시키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만들어보고 강사들과 함께 다듬으면서 발표까지 하는 거였죠. 사업계획서라면 생전 써본적이 없었는데 쓰다 보니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출처: 헤리티지벤처스
헤리티지벤처스 브랜드 이미지


-어떤 주제였나요.

“당시 깔창 생리대가 이슈였습니다. 그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면서, 생리대 잘 모르는 청년들이 반값 생리대 연구 하는 걸 뉴스에서 봤습니다. ‘이건 내가 전문간데? 난 왜 저런 생각을 못했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순간 부끄러웠습니다. 그걸 계기로 착한 생리대 사업 구상에 들어갔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던가요.

“일단 기존 사업의 문제부터 봤습니다. 문제가 터지니 국가에서 무료로 나눠 주는데, 그걸 받으려면 가난을 증명해야 하더라고요. 무척 수치스럽죠. 또 엄마 없는 가정은 생리대 준다고 끝나지 않더라고요. 올바른 사용법을 가르쳐 줄 사람이 없어서 결국 또 소외됩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이 뭘까? 고민을 거듭하다가 교육받을 필요없이 쉽게 착용할 수 있는 팬티형 생리대를 널리 보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팬티형은 비싸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지마켓에서 MD 할 때 인맥 활용하면 저렴하게 만들 길이 있다. 저렴하게 만든 뒤 단체 후원을 받아 공짜로 익명을 보장해서 나눠주면 될까? 그런데 이건 지속가능하지 않겠다. 지속가능하려면 어느 정도 이윤이 창출되는 사업의 성격을 띠어야 한다. 내가 돈을 벌어서 그걸로 익명 기부를 하는 게 좋겠다.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생리대와 샤워기헤드로 성공

출처: 헤리티지벤처스
르프레시 생리대


2017년 1월 사업자 신고를 냈다. 회사 육아휴직을 유지하면서 투잡 형태로 시작했다. “사실 창업은 오래 전부터 원하던 일이었는데 바쁘게 사느라 잊고 있었더라고요. 뭔가 새로 시작하니 가슴이 뛰었습니다.”


창업의 계기가 된 생리대는 유해물질인 염소와 형광증백제 대신 유기농 제품에만 쓰는 과산화수소로 표백하는 방식으로 개발했다. 소재는 순면이다. 미국, 독일, 영국 등 6개국 인증을 국내 처음으로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유기농 제품임을 강조하기 위해 생리대 포장부터 신경썼습니다. 복잡한 그림을 빼고 포장 전면에 성분을 자세하게 표기한 거죠. 믿고 구매하란 메시지입니다.”


전략은 통했다. 생리대는 2017년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총 33만개 이상이 팔렸다. 아마존 평점 4.6으로 팔리는 생리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온라인몰(https://bit.ly/2ZGa9qO)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출처: 헤리티지벤처스
퓨리풀 샤워기


또 다른 주력 제품인 '퓨리풀' 샤워기는 항균 세디먼트, 멤브레인 등 7단계 필터를 통해 녹물, 세균, 미세플라스틱, 중금속, 불순물, 염소 등을 제거한다. 정수기와 원리가 같아서, 보통의 정수기를 통해 나오는 물과 성분이 같다. 정수기를 샤워기 헤드에 집어넣은 셈으로, 마셔도 되는 것이다. “7단계 필터를 모두 거쳐야 먹어도 안전한 물이 됩니다. 개발 과정에서 어느 단계 하나 뺄 수 없었습니다. 쉽지 않았는데, 샤워기의 손잡이 부분과 헤드 부분에 7개 필터를 나눠서 넣으니 정렬이 가능했습니다.”


미국위생협회(NSF, National Sanitation Foundation)에서 국내 최초로 ‘마셔도 된다’는 완제품 인증을 받았고, 기술 특허와 디자인특허를 취득했다. 독일 피부전문과학 연구소인 더마테스트에서도 최고등급인 엑설런트를 얻었다. “개발 과정에서 무조건 센 물줄기를 고집하지 않고, 각 가정 수압별로 인체에 가장 잘 맞는 수압으로 나오도록 했습니다.” 샤워기 역시 온라인몰(https://bit.ly/3f1WDDo)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헤리티지벤처스는 작년 60억원 매출을 넘어섰다. 사업을 시작할 때 생각했던 것을 훨씬 뛰어넘는 성공을 한 것이다.


◇모든 사람이 하루 두 번 헤리티지 제품 쓰는 게 목표

출처: 헤리티지벤처스
전시회에 참여한 헤리티지벤처스


2019년 2월 육아휴직 3년 만기가 돌아왔다. ‘투잡 체제로 가느냐.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하느냐.’ 고민 끝에 사표를 냈다. 이후 생리대와 샤워기를 중심으로 사업을 본격 확장하고 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게 뭔가요.

“보통 중소기업들은 가성비를 신경쓰는데, 저희는 품질 최우선입니다. 그래서 비슷한 대기업 제품보다 높은 가격을 받습니다. 그만틈 품질력이 월등하다고 자부합니다. 소재도 훨씬 좋구요. 품질 관리를 위해 모든 제품 개발에 제가 참여합니다. 제품 디자인, 소재 선정 등 전체 개발 과정을 제가 직접 관장하죠."

출처: 헤리티지벤처스
헤리티지벤처스 임직원들


-모든 걸 다 관리하려면 무척 힘들텐데요.

제가 스스로 해야 마음이 놓여서요. 소재 관리도 일일이 합니다. 접착제는 어디걸 써라, 전체 소재는 여기걸 써라, 고무는 저기걸 써라 같은 구체적인 오더를 내립니다. 소재 업체를 직접 선정해 제조공장과 연결하는거죠. 그래야 구상한대로 제품 퀄리티가 나옵니다.”


-생필품은 중국산의 공세가 매우 심한 분야인데요.

“맞아요. 좋은 제품이 있으면 바로 모방해서 싸게 팔죠. 그걸 이겨내려면 따라 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단순 ‘made in Korea’로는 경쟁력을 낼 수 없습니다. 사실 외국인이 보기에 중국산이나 한국산이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제품력이 좋아야 인정받습니다. 품질 관리를 위해 대부분 제품을 국내 생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기조를 계속 유지할 계획입니다.”

출처: 헤리티지벤처스
기부를 활발히 하는 헤리티지벤처스


-CEO로서 본인이 가진 경쟁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스피드요. 생각하면 바로 실행에 옮깁니다. 맞겠다 하면 바로 해봅니다. 해보지도 않고 들어서 알고 있다는 말을 제일 싫어합니다. 들은 건 제 것이 아닙니다. 해봐야 알 수 있고 성공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과 비전은요.

“생리대 등에 대한 중국 수출을 곧 시작합니다. 2년 안에 샴푸, 바디 클렌저 같은 새 제품을 여럿 내놓을 계획입니다. 모든 사람이 적어도 하루 두 번은 우리 제품을 쓰도록 하고 싶습니다. 생필품 고르는 시간을 줄여드리고 싶습니다. 고민하지 않고 우리 제품을 쓰는 거죠. 진정성 잃지 않고 계속 좋은 제품을 만들겠습니다. 목표로 했던 기부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보다 좋은 기업이 돼서 기부를 보다 많이 하고 싶습니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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