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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중퇴생→무일푼에서 100조 기업 이룬 집념의 사나이

조회수 2021. 3. 18. 18: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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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뉴욕 직상장 돌풍

쿠팡 상장 첫날부터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쿠팡 주식 380여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메타버스(가상공간) 서비스업체 로블록스(289만달러), 애플(1664만달러) 등을 제치고 해외주식 일간 순매수 1위를 차지하는 등 연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쿠팡 3천391만달러(약 383억원) 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11일 공모가 35달러보다 40.7% 뛰어오른 49.25달러에 거래를 마감해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886억5000만달러(약 100조4억원)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99조원)를 제치고 삼성전자(489조원) 다음가는 기업으로 올라선 것이다. 이는 또 국내 ‘유통 빅3’ 신세계·이마트와 롯데쇼핑, 현대백화점그룹의 시총 합산액(13조5000억원)의 7배가 넘는다. 2010년 창업 이후 만년 적자를 기록했던 쿠팡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자금이 몰린 것이다.

출처: 쿠팡
쿠팡 경영진이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념 ‘오프닝 벨’을 울렸다. 이날 행사에는 고객과 배송직원, 오픈마켓 셀러 등도 온라인으로 함께 했다. (왼쪽부터)김현명 쿠팡 IR 팀장,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존 터틀 NYSE 부회장, 거라브 아난드 쿠팡 CFO.

김범석(42) 쿠팡 이사회 의장은 이날 미국 주재 특파원 회견에서 뉴욕 증시 상장 이유에 대해 “한국은 세계 10대 시장 중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장악하지 못한 유일한 시장”이라며 “이런 힘을 보여준 한국 유니콘(성공한 스타트업)이 세계적 회사들의 커뮤니티에 들어갈 자격이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는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5300억 달러 규모로 매우 크다"며 "쿠팡은 투자, 기술, 통합물류시스템 측면에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독창적"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기술 혁신을 하는 데 자금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하버드대학원 중퇴, 혁신의 승부사

출처: 더비비드
김범석 쿠팡 의장.

쿠팡 미국 직상장을 성공시킨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7세 때 대기업 주재원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하버드 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한 미국 시민권자다. 하버드대 재학 시절 미국 대학 주요 소식을 다루는 잡지 ‘커런트’를 만들어 창간 3년 만에 뉴스위크에 매각한 바 있다. 이후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중퇴한 그는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2년간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이후 명문대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잡지사 '빈티지미디어'를 세웠다. 4년간 운영하고 애틀란틱미디어에 매각했다.


김 의장은 한국에 돌아와 2010년 쿠팡을 설립했다. 32세 때였다. 처음엔 공동구매를 하면 할인 혜택을 주는 소셜커머스 업체로 시작해 이후 상품을 직매입해 배송하는 이커머스 업체로 변신했다. 그는 2014년 직접 화물차를 사들이고 배송 기사를 고용해 도입한 ‘로켓 배송’을 앞세워 쿠팡의 인지도를 단번에 높였다.


로켓 배송 도입 과정에서 기존 택배사들이 쿠팡을 상대로 소송을 걸면서 불법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엔 롯데·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도 택배사와 계약하고 택배사 차량에 자사 로고를 새겨 배송에 투입하고 있었다. 쿠팡 경영진 내에서도 대안을 찾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김 의장은 끝까지 밀어붙여 결국 “자기가 파는 물건을 자기 손님에게 배송할 때는 화물차 허가가 필요없다”는 법원 판결을 받아냈다.


2015년엔 평소 김 의장이 롤모델로 삼던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에게 10억 달러를, 2018년 20억달러를 투자받았다. 손 회장은 김 의장의 혁신에 대한 의지와 과감성을 보고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쿠팡이 매년 수천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자 손 회장의 쿠팡 투자를 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말이 나왔다. 결국 뚝심있게 밀어붙인 결과 미국 상장을 통해 두 사람 모두 대박을 일궈냈다.


◇한국 대신 뉴욕으로 간 이유 

출처: CNBC 'Coupang CEO Bom Kim on the company's monster IPO' 영상 캡처
미국 CNBC에 출연해 인터뷰하는 김범석 쿠팡 의장.

쿠팡은 한국보다 상장 장벽이 낮은 뉴욕 직상장을 통해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의 경우 상장 요건에서 사업 이익과 매출, 자기자본 등을 평가하는 ‘경영 성과 및 시장 평가’ 항목이 있다. 조 단위 누적 적자를 안고 있는 쿠팡이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것이 요원해보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에선 쿠팡 같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평가 가치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쿠팡 입장에서는 뉴욕 증시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쿠팡은 소프트뱅크로 거액의 투자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고 배달 인력을 직고용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 전략 탓에 2020년 말까지 누적 적자 규모가 41억1800만달러에 달한다. 2020년 순손실은 4억7490만달러로 전년도(6억9880만달러)보단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다. 여기에 손정의 회장이 지난 3분기에 쿠팡 투자금을 회수하겠단 계획을 밝혀 쿠팡으로선 자금 조달이 급한 상황이다. 쿠팡은 SEC에 제출한 상장 신고서에 이번 상장을 통해 1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등의결권 도입한 기업의 상장을 허용한다는 점도 뉴욕 증시 상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은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보유 주식에 ‘일반 주식 29배’에 해당하는 ‘차등의결권’을 부여한다고 SEC에 신고했다. 이에 따라 김 의장은 상장 후 지분 2%만 가져도 주주총회에서는 지분 58%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상장 직후 김 의장의 클래스 A 보통주 대비 의결권이 29배 많은 클래스 B를 보유해 지분율이 10.2%였다. 


쿠팡은 상장 신고서에서 배송 기사인 ‘쿠팡친구’에게 최대 1000억원대 자사주를 보너스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원 5만명이 평균 200만원씩 받는 셈이다. 하지만 한국 자본시장법은 증시에 상장하려는 법인에 대해 전체 지분의 20%를 우리사주조합원에게 배정하도록 규정한다. WSJ의 보도대로 쿠팡의 평가 가치가 55조원대라면 쿠팡 직원들에게는 한국 증시에 상장했을 때보다 비교적 적은 몫이 돌아오는 것이다.


김 의장은 지난해 연봉 88만6000여달러와 상여금 등을 합쳐 총 1434만1229달러(약 158억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영입된 투안 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743만여달러 상당 상여금을 비롯해 총 2764만여달러의 보수를 받았다.


◇앞서 김봉진 대박 사례도

출처: 쿠팡
쿠팡의 물류센터.

쿠팡이 미국 뉴욕 직상장에 성공하면서 한국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을 일군 창업가들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앞서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하면서 9000억원대 자산가 반열에 오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대표적이다. 김범석 쿠팡 의장과 김봉지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스타트업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사람과 사람을 잇는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을 창업해 초고속 성장을 이뤄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작년 12월 우아한형제들과 배민 인수에 합의했다. 계약 최종 성사 시 지분 인수 대금으로 딜리버리히어로 주식 총 4010만주와 현금 19억유로(약 2조5400억원)를 주는 조건이었다. 당시 딜리버리히어로 주가 47.47유로로 계산한 매각 총액은 한화 약 4조7500억원이었다. 우아한형제들 지분 9.9%를 가진 김봉진 의장은 그 계약에 사인하면서 4800억원대 자산가 등극을 예약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딜리버리히어로가 경영하던 국내 2위 배달 앱 ‘요기요’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배민 인수를 승인한다고 밝혔고, 딜리버리히어로가 이 결정을 수용해 배민 인수 계약이 최종 성사되게 됐다. 배민 인수 조건부 승인이 나온 날 딜리버리히어로 주가는 129.25유로로 마감했다. 계약 당시의 무려 2.7배 수준이다. 배민 총 인수 금액 규모도 9조원대로 불어났고 김 의장 몫의 자산도 9000억원대로 상승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음식 배달업이 호황이라 딜리버리히어로 주식은 더 오를 전망이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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