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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뭐예요, 집 때문에 '위장 미혼'

조회수 2021. 3. 12. 15: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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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신고 안하는 신혼부부들

경기도 시흥에 사는 송모(30)씨는 10월에 결혼했지만 서류상으론 ‘미혼’이다. 결혼식을 올린 후 석달이 지났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향후 몇 년간 혼인신고를 할 생각이 없다. 송씨는 “신혼을 즐기다 아이를 낳고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갈 무렵에 신고할까 한다”고 했다. 이어 “일반청약을 할 때 남편과 내가 각자 넣을 수 있으니 당첨에 유리할 것 같다”며 “정 여의치 않으면 나중에 혼인신고 후 그때 가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노려도 될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우 청약자격은 ‘혼인기간 7년 이내’다. 혼인신고 후 7년이 지나면 더이상 신혼부부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 혼인신고를 하면 청약 시 1번만 넣을 수 있지만 미혼 상태이면 부부가 각자의 통장을 이용해 1번씩 총 2번 청약을 넣을 수 있다. 부부가 재산을 합치면 소득이 높아져 대출 심사 시 불리하다는 점도 혼인신고를 늦추게 만드는 요인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청약 당첨 기회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혼인 신고를 하지 않는 신혼 부부가 늘고 있다. 인륜지대사인 결혼의 마지막 절차인 혼인 신고가 재태크 수단이 된 것이다.


◇2020년 혼인 건수 사상 최대폭 감소

출처: 픽사베이


지난해 혼인신고 건수는 역대 최고폭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이 2월 24일 발표한 ‘2020년 12월 인구동향'을 보면 2020년 혼인 건수는 21만3513쌍이었다. 이는 2019년(23만9159쌍)보다 10.7%(2만5646쌍) 감소한 것이다. 감소율 또한 역대 최대치다.


코로나 사태 뿐 아니라 지난해 집값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예비·신혼 부부들이 결혼 자체를 미루거나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반공급과 청약 경쟁 없이 분양 받을 수 있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벽이 높다. 정부가 최근 소득 수준을 높였다고 하지만 맞벌이 신혼부부의 경우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140% 이하’로 시장에선 아직도 소득 기준이 낮다는 얘기가 나온다. 연봉 1억원 맞벌이 신혼 부부도 특공 청약 대상에 포함된다는 얘기이지만 ‘최소 기준’일 뿐이어서 소득수준이 낮고 자녀가 많을수록 유리하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출처: 더비비드


청약에 당첨된다 해도 전세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으려면 미혼이 유리하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한 명이라도 무주택자여야 대출을 받을 때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부부의 경우 소득을 합산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다주택자에게 양도세가 중과된다는 점도 신혼부부에겐 불리하다. 각자 주택 1채씩 소유한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면 ‘1가구 2주택자’가 된다. 2017년 8·2 부동산 정책으로 다주택자에겐 양도세가 중과되는데 결혼으로 1가구 2주택이 될 경우, 2년 이상 보유한 주택에 한해 혼인 5년 안에 한 채를 팔면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준다. 집을 팔아야 하는 시점을 계산해 혼인신고를 하면 양도세 면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멀어지는 내 집 마련의 꿈

출처: 픽사베이


서울에서 분양가 9억원 넘는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전세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현금 부자’만 청약 시장을 통해 이득을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한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는 856만6000원이었다. 4년 전인 2016년 644만3000원보다 33%가량 오른 금액이다. 전용면적 84㎡ (33평형) 기준으로 보면 7억원에서 9억3000만원으로 분양가가 상승한 셈이다. 다만 최근 수년간 서울 기존 집값이 급등한 탓에 분양가가 주변 시세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다.


서울에서 청약은 실수요자가 가장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통로로 꼽힌다. 하지만 분양가는 계속 오르는 반면, 대출 규제는 점점 강해지며 청약에 당첨되도 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아졌다.

출처: 더비비드


현재 분양가 9억원을 넘으면 공적 보증을 통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계약금과 함께 분양가의 60% 수준인 중도금을 직접 조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기준은 2016년 8월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처음 만들어졌는데, 당시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는 6억6000만원이었다.


분양가가 9억원 이하로 나오더라도 자금 조달이 쉽지는 않다.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가 계속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8·2 대책을 통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0%로 줄였고, 2019년 12·16 대책에서는 9억원 초과분에 대한 LTV를 20%로 축소했다. 신용대출을 통한 집값 조달 역시 지난해 11월 이후 규제가 강화됐다.


◇부정 청약 사례 무더기 적발 

출처: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 부정청약 현장점검 사례 중 하나.


청약 당첨 기회는 요원해지면서 부정 청약 사례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초 2020년 상반기 분양 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부정청약 현장점검을 벌인 결과 위장 결혼·이혼과 위장전입, 청약통장 매매, 청약자격 양도 등 부정청약 의심사례 197건과 사업주체의 불법공급 의심사례 3건을 적발하고 경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부정청약 사례 중 하나로 ‘위장 결혼’도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30대 G씨는 결혼을 하지 않고 단독 세대주로 있는데도, 청약 신청 시 부양가족 6명이 있는 것으로 허위 기재해 수도권 분양 주택에 가점제로 당첨됐다. 가점제 청약 당첨자의 경우 당첨이후 사업주체가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등 서류를 통해 신청내역이 적정한 지 검증절차를 거쳐야 하나, 사업주체는 B씨의 부양가족 수 확인이 필요하지 않은 추첨제 당첨자로 명단을 관리하면서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정부에선 ‘동거 커플’ 가족 인정 추진

출처: 더비비드


올초 정부는 동거 커플도 가족으로 인정하는 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터 1월 24일 발표한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을 보면 민법과 건강가정기본법(건가법)상 가족 조항을 삭제해 사실혼과 비혼 동거인 등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재인 정부는 기존 ‘혼인한 부모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 가족 형태가 아닌 1인 가구, 동거인, 한 부모 가정, 비혼 출산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 미혼모, 미혼부에 대한 지원을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에 법적 가족의 개념 확대도 같은 취지다.


가족이 혈연이나 혼인으로만 이뤄지는 건 아니라는 인식은 높아지고 있다. 여가부가 작년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가족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더니 69.7%가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함께 거주하고 생계를 공유하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국가 가족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근간이 되는 이번 계획안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적용되지만 민법과 건가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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