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동네 최고 부자, 주유소 사장님들의 뜻밖의 근황

조회수 2021. 3. 5. 11: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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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공간으로 변신하는 주유소·백화점

녹번역 1번 출구에 있는 GS칼텍스 대성주유소에는 패스트푸드 전문점인 버거킹이 딸려 있다. 차 안에서 주문·결제 후 음식을 가져가는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가 가능하다. 주유를 하러 들른 고객의 출출한 배를 겨냥한 이른바 ‘복합주유소’다.


지하철 역 앞, 대로변 등 알짜 부지에 자리 잡았던 주유소·백화점·대형마트가 사라지고 있다. 주유소·백화점 등이 오피스텔이나 복합 상가 등 ‘돈 되는 건물’로 대체되거나 복합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땅값과 시설 투자비로 최소 수십억원이 투자됐으나 경영난과 코로나 사태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출처: 카카오맵 캡처

◇겨우 버텨오다 코로나로 직격타


주유소·백화점·대형마트는 수익성이 악화되다 코로나 사태로 직격타를 맞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주유소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출혈 경쟁, 지속된 저유가 등으로 수익률이 악화돼 왔다. 전국 주유소 수는 2010년 1만3004개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전국 주유소는 1만1402곳(알뜰주유소·자가상표주유소 포함)으로 전년보다 96곳 줄었다. 주유소는 코로나 여파로 차량 운행이 줄면서 국내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389억L)은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 확대 추세로 앞으로 주유소의 경영난은 계속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박사팀은 최근 발표한 ‘E-mobility 성장에 따른 석유 산업 대응 전략 연구’ 보고서에서 20년 후 휘발유·경유를 파는 주유소가 지금보다 8000개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10년간 1.3%씩 지속적인 감소세이며 2040년엔 주유소 2980개만이 살아남을 것이라 전망했다.


부의 상징인 백화점와 지역 고용창출 효자로 불리던 대형마트도 주유소와 사정은 마찬가지다. 오프라인 매장 영업 시간 제한과 비대면 소비 확산 등으로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에 매출이 뒤지고 있는 모양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0년 연간 매출 동향'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오프라인 대형 유통업체 13곳을 기준으로 백화점 3사(롯데, 신세계, 현대) 매출이 편의점 3사(GS25, CU, 세븐일레븐)에 추월 당했다. 대형마트가 33.5%로 매출 비중에서 1위를 유지하긴 했지만 대형마트 매출이 전년 대비 3% 감소한 반면 편의점 매출은 2.4% 가량 증가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이라도 하듯 최근 롯데쇼핑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출처: 더비비드
2월 24일 개장한 더 현대 서울

◇살아 남기 위한 몸부림


수익성이 떨어지는 주유소·대형마트는 임대 주택이나 오피스텔로 바뀌고 있다. 서울시는 2019년 발표한 주택 공급 계획에서 한강진 주차장 등 주차장 부지들을 상당수 임대주택 부지로 바꾸기로 했다. 첫 서울 역세권 청년주택인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 충정로’가 주차장 부지에 건설됐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 재건축 건설 현장 건너편에는 2020년 8월까지만 해도 주유소였던 곳에 병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최근 매각된 홈플러스 대전 탄방점 자리에는 대규모 오피스텔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경기 안산점, 이마트 부평점이 있던 자리에는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계획이다. 경기 용인 롯데마트 용인수지점 자리와 이마트 일산 덕이점 자리에는 대규모 공동주택 건설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주유소나 백화점을 아예 복합 공간으로 만드는 곳도 있다. 주유소에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을 입점시키는 게 대표적이다. SK에너지는 주유소를 거점으로 하는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주유소에서 공유 전기자전거 대여와 반납은 물론 충전·정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개장한 서울 여의도 ‘더 현대는 서울’은 '매장 면적'을 줄이는 대신 고객들이 편히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혔다. 백화점에 ‘즐길 거리’를 만들어 고객의 발길을 붙잡겠다는 의도다. 더현대 서울의 전체 영업 면적(8만 9100㎡) 가운데 매장 면적(4만 5527㎡)이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보통 65~70% 수준인 다른 백화점 매장 면적에 비해 현저하게 적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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