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갑질 못참고 퇴사, 공기업 취업 성공의 비결

조회수 2021. 2. 25. 16: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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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방황과 고민의 시간

폴리텍대 산업설비과 입학

한국산업인력공단 취업


코로나 사태로 실물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 어느 해보다 힘든 고용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려움 속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취업난을 극복한 청년들을 통해 희망을 전하는 ’2030 취업 분투기'를 연재합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들 한다. 하지만 정작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는 사람이 더 많다. 진로 고민을 나눌 선후배나 동료도 없으면 길을 찾기까지 과정은 더욱 괴롭고 외롭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목표를 정하고, 공공기관 취업에 성공한 정창현 씨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 본인제공
정창현 씨는 어린 시절 진로를 정하지 못해 오래 방황했다.


◇목표가 없어 방황했던 시절


큰 목표의식 없이 10대와 20대를 보냈다. “진로 고민을 하지 않고 시간이 흐르는 대로 살았습니다. 20대 중후반에 들어서고,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취업하고 자리잡기 시작하자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저도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데, 그게 뭔 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방황하던 그에게 어릴 적 친구가 조언을 했다. “폴리텍대 창원캠퍼스를 나온 친구였어요. 그 친구가 폴리텍대 진학을 권했습니다. 배우고 싶은 것을 무료로 공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숙식, 장려금도 제공한다며 추천하더군요. 기술이라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영주 캠퍼스 전기과에 진학했습니다.”

출처: 본인제공
정창현 씨


열심히 공부하며 자격증도 취득했더니 좋은 기회를 얻었다. “제약회사 입사에 성공했습니다. 생산 의약품들의 GMP(의약품 등의 제조나 품질관리에 관한 규칙) 충족 관련 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제약회사는 제품 특성상 제조 공정이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하는데요.  생산공정에서 GMP를 준수할 수 있도록 공장의 제조 환경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게 됐죠.”


-첫 회사 생활이 어땠나요.

“중요한 일을 하게 됐는데 힘들고 불행했습니다. 일을 가르쳐줄 전임자와 선배가 없었습니다. 연이어 퇴사했거든요.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정신없이 실무에 투입되니, 일을 제대로 하고는 있는건지 의문만 쌓였습니다. 그 와중에 가족들은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 취업했다며 너무나 좋아하셨습니다. 새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는 제 모습과 가족구성원에게 기쁨을 줘야 한다는 압박감 사이에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퇴사 후 세계 일주…삶이 180도 달라졌다

출처: 본인제공
제약회사 퇴사 후 세계 여행을 다녔던 정 씨


일이 안정화 될 때까지만 다니기로 했다. 하루 하루가 힘들었지만 참고 버텼다. 때가 됐다고 느꼈을 때 사표를 썼다. 


난생 처음 낯선 세상으로 나갔다. “늘 꿈꿔왔던 세계 일주를 떠났습니다. 불교, 천주교 등 종교에 관심이 많은데요. 불교 4대 성지 등 역사적인 공간을 순례하며 깨달음을 얻기로 했습니다.”


인도에서의 두 달을 시작으로 여러 나라를 누볐다. 매일 낯선 환경에 스스로를 던져 마음의 근육을 키워 나갔다. “인연도 생겼습니다. 좋은 여자친구를 만들어 달라고 기도했더니, 인도에서 같은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게 됐습니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그러다 예상치 못한 사고가 터졌다. “인도에서 두바이를 거쳐 유럽으로 넘어갔는데요. 그리스 아테네에서 소매치기를 당했습니다. 휴대폰을 도둑맞아 그 동안 찍은 사진이 대부분 사라져버렸습니다. ‘여기까지만 여행하라는 신의 뜻인가’ 생각하고 바로 귀국했습니다. 떠나고 반 년 만이었습니다.”


◇다시 찾은 캠퍼스…마지막이란 각오

출처: 본인제공
정씨는 낯선 곳에 뛰어들어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배워나갔다.


한국에 돌아와 다시 사회 나갈 준비를 했다. “인도에서의 인연이 실제 연인 관계로 이어졌습니다. 여자친구는 공무원이었는데 저에게도 공시를 권하더군요. 하지만 저와는 맞지 않는 옷 같았습니다. 대신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보유한 자격증으로 한 물류터미널 관리직으로 취업했습니다. 하지만 오래 다니지 못했습니다. 업계에서 꽤 알려진 회사였는데, 갑질과 불법 및 위법행위 지시가 난무했습니다. 근로계약서도 안 쓰고 일을 시키더군요. 급여도 면접 때 이야기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여자친구와 부모님에게 미안했지만 회사를 일찍 관뒀습니다.”


회사를 관두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도저히 취업할 자신이 없어졌을 때, 폴리텍대 은사가 떠올랐다. “공조냉동기계산업기사 자격증을 준비할 때 도움을 주신 은사십니다. 산업설비과에서 알려주는 용접을 배워야 실기를 치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산업설비과 김성식 교수님께 ‘전기과 학생이지만 실기 대비를 위해 용접을 배우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자격증을 취득해서 취업에도 성공할 수 있었죠. 그 기억이 떠올라 교수님께 연락 드렸습니다. 학교로 돌아가 다시 공부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폴리텍대 영주캠퍼스 산업설비과에 입학했다. “나이가 나이인만큼 공부에만 매진해서, 원하는 바를 최대한 일찍 이루겠다는 각오였습니다. ”


◇자격증 연쇄 취득, 공공기관 취업

출처: 본인제공
정씨가 재학 중 취득한 자격증들


가족과 여자친구만 보며 죽기 살기로 공부하자 단기간에 빠른 성과가 났다. “학교에서 실습 지원을 잘 해주셨어요. 특히 교수님들이 밀착 지도를 해주셨습니다. 실습은 자세 같은 세세한 노하우가 중요한데 자세히 전수받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온수온돌기능사, 가스기능사, 용접기능사, 배관기능사를 취득했고, 에너지관리기능장, 설비보전기사는 필기 합격 후 실기시험을 앞두고 있습니다. ”


각종 자격증을 무기로 한국산업인력공단 취업에 성공했다. "최종 결과를 앞두고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는데 합격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현재 한국산업인력공단 부산남부지사 직업능력개발부 소속으로 근무중입니다."


졸업하면서 고용노동부 장관상이란 큰 상도 받게 됐다. "졸업식 겸 상을 받기 위해 캠퍼스를 방문해 교수님들을 뵈었어요. 감사한 마음이 솟구치더군요. 신입사원이라 배울 게 많지만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출처: 본인제공
여가를 즐기는 정씨와(왼쪽) 정씨의 한국산업인력공단 사원증(오른쪽)


-앞으로 계획과 목표는요.

“더 공부해서 기능장, 기술사 등 자격증도 취득할 계획입니다. 최종 목표는 제게 기회와 가르침을 주셨던 폴리텍대 교수님 들처럼 되는 것입니다.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가고 싶습니다.”


-방황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집에서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지 말고 무엇이든 하세요. 산에 올라 맑은 공기도 마시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구경하면서 여러가지 풍경을 가슴에 새기세요. 눈으로 보면 하고 싶은 의지나 욕구가 생깁니다.


일단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독하게 하세요. 대학에 오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동기부여도 되지만, 이면에 어울려 놀고 싶은 유혹도 생깁니다. 그 순간을 참고 자격증 취득 같은 일에 성공하면, 꼭 좋은 곳에 취업하실 수 있을 겁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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