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때문에 위기의 중국 재벌, '그래도 미국에서 배워야' 말한 이유

조회수 2021. 2. 8. 18: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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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에도
계속되는 미국의 대중 공세

중국 화웨이는 아마도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가장 애타게 기다려 온 회사 중 하나일 것이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압박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최근 그 절박함을 보여주는 문건이 공개됐다. 어떤 내용인지 알아봤다.


◇화웨이 회장이 미국에서 배울 게 많다고 한 이유

출처: 화웨이


화웨이는 트럼부 정부 때부터 화웨이 통신 장비의 미국 안보 위협 등을 이유로, 주력 사업인 통신 장비와 스마트폰에서 미국의 허가 없이는 미국 장비와 기술, 소프트웨어 등을 활용하지 못하는 제재를 받고 있다. 이는 화웨이의 반도체 등 핵심 부품 조달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작년 11월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를 처분했고, 삼성과 애플에 이어 3위까지 올랐던 화웨이의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 순위는 7위까지 급락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화제된 문건은 작년 6월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회장이 쓴 장문의 사내 이메일이다. 화웨이는 이 이메일이 사내 회람된지 7개월 이상 지난 올해 1월 22일 자사 뉴스룸 사이트에 대외적으로 그 내용을 공개했다. 이메일은 미국의 봉쇄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여전히 미국에 배워야 할 게 많다'고 한 내용으로 돼 있다.


화웨이가 반년 이상 지난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직후 공개한 것은 ‘바이든 정부의 출범에 맞춰 정책 변화를 끌어내려는 차원’이란 분석이다.

출처: 픽사베이


이메일 주요 내용을 보면 런 회장은 “처음 미국에 맞았을 땐 우리가 정말로 어떤 잘못을 저지른 줄 알았다. 하지만 몽둥이 강도가 세질수록 미국이 ‘그저 우리를 때려죽이고 싶어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여난 의지를 다졌다. 그는 “화웨이의 모든 임직원은 ‘한 보 전진으로 죽을지언정 반 보 후퇴로 살지 않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길 바란다”고 했다.


이와 함께 미래에 대한 대응 전략도 밝혔다. 런 회장은 “실현성이 낮은 분야의 서비스는 과감하게 잘라내고 주력 상품을 클라우드 서비스와 인터넷 응용 분야로 옮겨 최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돌격대’를 운영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당시 화웨이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는지 직원 월급을 동결한 사실도 이번에 뒤늦게 알려졌다. 런 회장은 이메일에서 “모든 임직원은 3~5년간의 임금 동결을 견디면서도 자기 계발을 늦추지 말길 바란다. 회사의 어려움에 자발적으로 직급을 낮춘 고위 임직원 수백 명이 있다. 우리는 여전히 좋은 팀이라는 방증”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말미에 “미국을 너무 원망하지 말아야 하며 여전히 등대 같은 미국으로부터 배워야 할게 많다”고 했다. 미국의 제재로 힘든 가운데 이런 표현을 했고, 또 이번에 그 내용을 공개한 것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구제 요청의 다른 표현이란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계속되는 미국의 공세

출처: 픽사베이


하지만 이런 이메일 공개가 아직까지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월 27일 백악관은 “미국 통신망이 신뢰할 수 없는 공급업체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도록 보장하고 동맹국들과 협력해 네트워크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에 따라 화웨이가 아예 스마트폰 사업을 매각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최근 미국 제재로 부품 수급이 어려워진 화웨이가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고 스마트카, 클라우드(서버 임대),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란 전망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화웨이는 스마트폰 사업을 중국 지방정부 투자회사 등에 넘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보도에 대해 화웨이는 일단 부인하고 IT 업계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 매각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화웨이 외에도 중국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당분간 할 것으로 보인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코로나19 중국 기원설에 대한 강력하고 분명한 조사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 존 케리 기후특사는 “미국이 중국과 갖고 있는 어떤 이슈도 결코 기후 문제와는 거래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투자로 대응하는 중국

출처: 픽사베이


이런 압박에 대해 중국 경제는 대규모 투자로 맞서고 있다.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거센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작년 한 해 반도체 투자를 전년의 5배 가까이 늘렸다.

25일 중국의 투자컨설팅 회사 ‘윈시우즈본’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중국의 반도체 산업 투자 규모는 총 413건, 1400억위안(약 23조8000억원)에 달했다. 2019년 투자액(300억위안)의 4.7배 수준이다.


중국의 반도체 투자는 설계와 디자인 공정에 집중됐다고 한다. 반도체 해외 의존도가 높은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후 중국 정부와 기업은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반도체 산업 육성에 쏟아붓고 있다.


다만 이런 투자가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6% 수준으로, 계획과는 큰 차이가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물량을 쏟아붓는 것만으론 자급률을 높이기 어렵다”며 “투자와 연구가 장기간 이뤄져야 하는데 물량공급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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