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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비드

중국이 아마존에 훔쳐 판 삼성 직원의 아이디어, 반전의 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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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9년 근무 후 창업

중국 협력업체가 기술 가로채 위기

‘노안 보조 휴대폰 필름’으로 아마존 주목


“액정 보호가 아닙니다. 눈 보호 필름입니다. 그 무엇보다 비싼 게 눈이니까요.”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 액정, 태블릿 PC 화면, 텔레비전. 우리는 하루 종일 각종 디스플레이에 둘러싸여 산다. 시력 보호·보조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 ‘픽셀로’의 강석명 대표를 만나 창업 이야기를 들었다.


◇액정 보호가 아니라 눈 보호입니다

픽셀로 강석명 대표

출처픽셀로


사명 ‘픽셀로’는 디스플레이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단위 ‘픽셀’에서 딴 것이다. 픽셀이 모여 글자가 되고 하나의 화면을 이룬다. “디스클레이를 보는 시간이 계속 길어지고 있습니다. 안경을 처음 쓰거나 노안 생기는 연령이 어려지는 추세죠. 사명 ‘픽셀로(路)’라는 픽셀의 빛이 나가는 길을 제어해 이용자의 눈을 보호하겠다는 뜻을 담은 겁니다.”


대표 제품이 노안 보조 스마트폰 필름이다. 휴대폰 볼 때 눈을 찡그리거나 화면에서 눈을 멀리 떼는 사람들이 있다. 멀쩡해 보였던 사람도 10년은 늙어 보인다. 픽셀로의 ‘비비드필름’은 보호필름처럼 스마트폰에 붙이기만 하면 화면 속 글자가 잘 보이는 필름이다. 젊은 사람에겐 눈의 피로를 줄여주고 시력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카카오 메이커스, 위메프 등 다양한 온라인(http://bit.ly/2MJq9VK) 채널에서 큰인기를 끌고 있다. 아마존에서도 팔린다. 반응이 좋아 한 달 1만 달러 이상의 매출이 나오고 있다.


◇삼성 사내벤처 거쳐 창업

비비드 필름 전후 비교


강석명 대표에게 삼성전자는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2000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총 18년 7개월 간 일했습니다. 아내도 회사에서 만났죠.”


공정 엔지니어로 일했다. “삼성전자 연구소인 삼성리서치에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갤럭시 워치, 반도체 개발 등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여러 기술을 접한 덕에 다양한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생겼습니다.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것인지, 도전할 만한 것인지에 대한 비판이 빠른 편입니다.”

아마존에서 판매되고 있는 픽셀로의 제품들


평소 ‘눈은 무척 피로한 기관’이란 생각이 있었다. “하루 평균 14~15시간 씩 각종 디스플레이를 본다고 합니다. 퇴근 후 집에서 쉬는 시간조차 스마트폰, 태블릿 PC, TV 등을 보기 때문이죠. 그러느라 눈은 쉴 틈이 없습니다. 관련 고민을 하는데, 마침 회사에서 TF팀을 꾸리면서 ‘IT 디바이스를 활용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라’는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문제의식을 과제에 녹이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TV 오래 보면 눈 나빠진다’는 옛 어른들 말 때문에, 화면을 멀리하기엔 디스플레이는 우리 삶에 너무 깊숙이 침투해버렸어요. 모니터를 볼수록 눈이 건강해지는 아이디어는 없을까 고민하다가 아이케어 아이템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노안 교정용 필름 아이디어를 냈다. TF로 시작해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 씨랩까지 선정됐다. ”온 세계인이 삼성전자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느꼈지만 동시에 내 일을 하고 싶다는 갈증도 있었습니다. 씨랩은 갈증을 해소할 좋은 기회였죠. ‘노안 교정용 필름’으로 씨랩 선정에 이어 스핀오프에 성공했습니다. 정말 기쁜 순간이었죠.”


◇애써 만들었더니 중국 업체가 낼름

삼성전자 씨랩 진행 당시 사진

출처픽셀로


분사하고 나선 개발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았다. “회사 형식을 갖추는 데만 6~7개월이 걸렸습니다. 사무실 구하고, 의자 같은 비품 구입하고, 법인용 차량 구하고, 사람 채용하다 보니 훌쩍 반년이 흘렀습니다. 모든 선택이 돈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회사 밖 세상은 만만치 않다는 걸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설상가상 공들여 개발한 기술을 복제 당하는 고초도 겪었다. “사업 초반에 모바일, 모니터용 블루라이트 차단 제품과 프라이버시 보호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시장 반응이 괜찮았습니다. 이후 자신감을 얻어 프라이버시 메탈 케이스도 개발했습니다. 휴대폰에 부착하는 필름이 아니라 뺐다 끼웠다 할 수 있는 케이스 형태로,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었죠. 그런데 중국 협력 업체가 샘플을 만들어서 아마존에서 팔고 있더라고요. 만행이었죠. 이 일 이후 공정을 바꿨습니다. 스타트업으로 무대를 옮기고 보니, 제품 하나 만드는 게 아주 힘든 일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200명 대상 사용성 평가 끝에 탄생한 '한 방'

비비드 필름 전후 비교


이 악물고 제품 개발에 정진했다. 작년 12월 노안 교정 휴대폰 필름 ‘비비드 필름’을 온라인몰(http://bit.ly/2MJq9VK)에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개발 기간만 2년 6개월이 걸렸습니다. 일반 휴대폰 보호 필름처럼 액정에 부착하기만 하면 화면 속 글자가 잘 보이는 제품입니다. 마이크로 렌즈로 디스플레이 빛을 제어하는 픽셀로의 특허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화면 속 글씨와 그림이 선명하게 보여 글씨를 키울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눈이 대상을 인식하는데 기울여야 하는 부담을 줄여주죠. 초기 노안과 근시가 있는 분들에게 좋습니다.”


시력보조와 보호 역할도 하다. 디스플레이 빛을 조절해 눈의 피로도를 줄여준다. 제품 기능을 입증하기 위해 전문과 자문과 테스트를 거쳤다. “안과 전문의의 자문을 구하고 200여명을 대상으로 사용성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전시회에서 100명, 안과와 안경원에서 50명씩 진행했지요. 특히 시력이 나쁜 소비자들이 찾는 안경원에서 진행한 평가가 유용했습니다. 화면이 선명하게 보인다, 뿌연 화질이 명확해졌다는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안경원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다른 대표 상품인 프라이버시 필터(왼쪽)와 블루라이트 차단 거치대(오른쪽)


시력 보조 필름을 필두로 눈을 보호하는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사람들의 행동양식에 맞춰 제품을 만듭니다. 예를 들어, 요즘 직장인들이 업무 중에 메신저를 많이 하는데 윗 사람들에게 메신저 창을 보여주고 싶지 않잖아요. 카페에서 동영상 강의로 공부하는 분들은 자신이 공부하는 영상이 노출되는게 꺼려지고요. 이런 수요에 맞춰 ‘SNS 보안관’이라는 정보보호 필터를 만들었습니다. 화면 전체가 아니라, 카카오톡 창 같은 화면의 일부만 가릴 수 있는 제품이죠.”


‘정보보안 모니터 필터’는 모니터 위에 씌우는 방식의 화면 보호기다. 다른 사람이 내 화면을 볼 수 없도록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눈 부심 방지와 화면 선명도를 높이는 기능도 한다. 블루라이트 등 유해 파장을 막는 기능도 있다. 온라인몰(https://bit.ly/3raVKyA)에서 단체 주문이 많은 편이다.

연구 개발에 몰두 중인 픽셀로 구성원들

출처픽셀로


이밖에 블루라이트 차단 휴대폰 필름, 정보보호&강화유리 필름, 프라이버시 보호 휴대폰 케이스, 모니터 보안 필름, 모니터 블루라이트 차단 필터, 블루라이트&근적외선 차단 안경 등 다양한 상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제품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아이케어 애플리케이션(앱)도 준비 중이다. “앱으로 노안 정도를 측정하면 결과에 따라 가까운 안과와 안경원을 추천해줍니다. 컬러렌즈, 안경테, 시력보호 필름 등 아이케어 제품을 비대면으로 구매도 할 수 있죠. 전문가 조언을 토대로 한 눈 운동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 과제는 영유아 아이케어

부분적으로 거치해서 사생활 보호를 할 수 있는 픽셀로의 SNS보안관 제품

출처픽셀로


애써 개발한 제품을 시장에 확실히 정착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덩치 작은 스타트업은 기술력이 아무리 좋아도 마케팅 역량이 부족하면 빛을 보기 어렵습니다. 안정적인 판매창구가 무척 중요한데요. 얼마전에 아랍권 바이어가 샘플을 구매해 갔는데, 진성 바이어를 계속 확보해 나갈 계획입니다. 온라인 CES 같은 전시회도 적극 참가하고요.”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출신이라 이점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 재직 당시 세계 굴지의 부품회사들이 먼저 찾아와서 자사의 기술과 적용 가능성을 설명하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엔지니어로서 정말 많이 공부할 수 있었죠. 이때 보고 배운 것들이 픽셀로에서 신기술을 개발할 때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일하며 형성한 네트워크도 훌륭한 사업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픽셀로의 구성원들

출처픽셀로


-2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다가 사업을 해서 힘든 점은 없나요.

“경영과 기술 개발은 차원이 다릅니다. 당장 내일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 지 매일 걱정합니다. 월급 날은 왜 이리 빠른 걸까요. 돈을 많이 벌어도 관리 못하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비상사태가 발생해 사업에 큰 차질이 생기는 일도 벌어집니다. 대기업은 위험을 관리하는 조직과 자원이 있지만,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회사 체계를 정비하면서 기술 개발도 해야 하니 만만치 않습니다.”


-앞으로 계획과 목표는요.

“아동, 영유아 대상 아이케어 제품을 만들 계획입니다. 태어나서 11살까지가 시력이 완성되는 단계라고 하는데, 요즘 아이들은 디스플레이를 일찍 접해서 아주 어린 나이부터 안경을 끼기 시작합니다. 눈이 잘 보여야 집중력도 좋아지고, 학업 성취도도 높아질텐데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의 시력 저하를 예방하는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휴대폰이 아니라 사람을 보호하는 필름을 만들고 싶습니다. 오래 볼수록 눈이 건강해지는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개발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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