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에는 없다, 수천억 자산가들의 실제 정체

조회수 2021. 1. 21. 15: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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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직급 파괴 바람


사원,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 회장.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회사의 직급이다. 그런데 이 기준표를 그대로 쓰는 기업을 찾는 게 좀처럼 쉽지 않다. 기업마다 직급 파괴 바람이 불고 있어서다. 심지어 회사를 설립한 오너들도 기존에는 없던 직급을 쓰고 있다. 요즘 기업들의 직급 문화를 알아봤다.


◇명함만 봐선 신입인지 부장인지

출처: SK
SK본사


직급 파괴 선두에 있는 기업은 SK다. 최근 사원부터 부장까지 직급을 모두 ‘PM’이라 통일했다. PM은 Profession Manager의 약자다. 명함만 받아선 누가 사원이고 부장인지 알 수 없다. SK는 앞서 2019년엔 상무에서 부사장까지 모든 임원의 직급을 부사장으로 단일화했다. 결국 SK는 지금 PM-부사장-사장으로 이어지는 세 직급만 남았다.


작년 GS칼텍스는 과장부터 부장까지 직급을 ‘책임’으로 통일했다. 현대차는 사원부터 대리까지 사원을 모두 ‘매니저’라 부른다. 매니저는 스타트업계에서도 많이 쓰는 표현이다. 임원이 아닌 직원은 모두 매니저라 부르거나, 아예 모든 직원을 매니저라 부르는 스타트업도 있다.


포스코는 올해부터 상무·전무 등 임원을 모두 ‘본부장’으로 통일했다. 이밖에 한화그룹은 계열사별로 기존 직급을 단순화하는 방식의 새로운 인사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출처: 더비비드
명함을 주고받는 모습


기업들이 잇따라 직급 파괴에 나서는 것은 연공서열 문화를 없애고, 인력 배치를 좀 더 유연하게 하기 위해서다. 과거 부장급은 부장급 자리로만 이동시킬 수 있었는데, 사원~부장을 PM이라 통일해서 경계가 모호해지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이동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또 직급 차이가 사라지면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것도 보다 유연해지고 한다.


◇창업자들, 회장님 대신 의장님

출처: 쿠팡
김범석 의장


기업을 설립한 오너도 마찬가지다. 오너하면 당연히 ‘회장님’ 소리 듣는 걸 좋아할 것 같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최근 쿠팡은 김범석 창업자가 ‘공동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고, ‘이사회 의장’ 자리만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IT 업계에는 김범석 의장 외에도 ‘이사회 의장’이 많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1조원대 자산가 반열을 앞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의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등이다.

출처: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의장


기업 초창기에는 창업자가 모든 걸 결정하고 책임진다. 하지만 기업이 커지면 기업의 모든 일을 혼자 총괄하기 어렵다. 결국 회사 전반적인 운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걸 선호하게 된다. 일상적인 운영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본인은 현장에서 물러나 중장기 전략 수립 등에 매진하는 것이다. 쿠팡도 김범석의장은 대표이사 업무를 더 이상 맡지 않게 되며, 이사회 의장으로서 전략 수립과 혁신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주로 엔니지어 출신인 IT 업계 창업자들은 언론이나 정부 대응을 무척 꺼린다. 국정감사 호출 등 정부, 국회 등의 부름도 무척 싫다. 이를 피하기 위해 다른 대표를 내세운 뒤, 이사회 의장만 유지하면서 실질 결정권을 행사하게 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특히 회사에 법적 리스크까지 있는 경우엔 대표를 내려놓을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쿠팡의 경우 ‘배송 기사 과로사' 등 산적한 문제들이 있다.

출처: 넷마블
방준혁 의장


일반 기업도 이런 선택을 할 때가 있다. 다만 기존에는 회장, 또는 명예회장이 됐다. 하지만 쿠팡 처럼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회사는 명목상이나마 자율적·수평적인 의사결정구조를 지향한다. 당연히 ‘회장’보다는 ‘이사회 의장’이 덜 수직적으로 보인다. 결국 공식 대표에서 물러나면서 의장을 선택하는 IT기업 창업자들이 많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의장마저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2017년까지 이사회 의장 직함을 쓰다가 이후부터는 ‘글로벌투자책임자’란 직함을 쓰고 있다. 직급만 들어선 ‘일개’ 임원처럼 보인다. 대외적으로 ‘경영에는 완전히 관여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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