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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경영 나와 영어학원, 학생 너무 늘자 한 의외의 선택

조회수 2021. 1. 21. 15: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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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바로 영어 학원 개업

학생 늘자 관리 고민

온라인 외국어 수업 보조프로그램 ‘원아워’ 개발


코로나 19로 비대면 온라인 교육 수요가 크게 늘었다. 온라인으로 수업하니, 교사들이 편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온라인으로 생생하게 전달하려면 예전보다 많은 자료를 준비해야 하고, 학생에게 일일이 피드백 주는 과정도 쉽지 않다.

출처: 제로엑스플로우
김홍현 대표

컴퓨터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교사들은 큰 어려움을 겪는다. 온라인 외국어 수업 보조 프로그램 ‘원아워’(1HOUR)를 개발한 제로엑스플로우 김홍현 대표를 만났다. 


◇교사 수업 준비 돕는 AI솔루션

출처: 제로엑스플로우
제로엑스플로우 임직원들


원아워는 선생님의 수업 준비 부담을 덜어주는 AI(인공지능) 솔루션이다. “한 시간 수업을 제대로 하려면 수업 준비에 기본 3시간은 쏟아야 합니다. 그 시간을 줄여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단어, 문장 같은 교사들이 갖고 있는 기초 자료를 수업하기 편하도록 바꿔주는 게 핵심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 영상을 영어 교육 콘텐츠로 바꿔준다. 괜찮은 영상의 링크를 입력하면 원아워에 탑재된 AI가 영상에 나온 단어와 문장을 분석해 단어 암기, 문장 배열 및 작문, 말하기 시험 등의 콘텐츠로 만들어준다. “프로그램에 유알엘만 넣어주면 BTS의 UN연설 영상을 영어 공부 자료로 탈바꿈시킬 수 있습니다.”

출처: 제로엑스플로우
원아워 서비스 화면


학생 관리도 도와준다. 학생이 단어, 작문, 말하기 등 시험에 답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채점하고, 학생마다 어떤 분야가 취약한지 분석해줘서, 그에 따라 교사가 맞춤 지도를 할 수 있다. 다른 비대면 교육 프로그램에는 없는 기능이다. “다른 프로그램은 교사가 학생에게 자료를 공유해 주거나, 학생이 제출한 과제를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는데요. 우리 프로그램은 개별 관리까지 가능한 수준입니다.”


◇생각보다 잘된 영어학원에 관리 고민

출처: 제로엑스플로우
초기 영어교습소(왼쪽)와 학생이 늘어 학원으로 학장한 모습


원아워를 개발한 김홍현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2014년 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이나 공부 대신 학원가를 택했다. 8평짜리 영어 교습소를 차렸다. ‘잘가르친다’는 소문이 나면서 좁은 교습소는 50명 학생으로 가득찼다. “장소를 계속 넓혀 갔어요. 그런데 장소 넓어진다고 관리가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아이들이 늘어나니 집중도도 떨어지고. 잘 가르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게 능사가 아니었습니다. 늘어난 원생과 수업 자체에 대한 관리가 필요했습니다.”


특히 수업 준비가 문제였다. 늘어난 학생의 수준 별로 수업을 하려면 다양한 내용의 수업 준비가 필요했는데 버거웠다. “다른 학원은 강사를 더 채용해서 문제를 해결해요. 하지만 당시 제 수준에선 인건비 문제도 있고. 힘들게 느껴졌어요.”

출처: 제로엑스플로우
제로엑스플로우 임직원들


보조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마땅한 프로그램이 나와 있지 않았다. “차라리 내가 만들어 볼까? 생각이 들더군요.”


-문과 출신인데 프로그램 만들 엄두가 나던가요.

“제가 나온 과 교수님 중에 스타트업을 차린 분이 계세요. 김진우 교수님이라고. 그 교수님의 ‘창조와 혁신’ 수업을 들은 바 있는데요. 일상의 문제를 IT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 사업계획서까지 만들어 내야 하는 난이도 높은 수업이었습니다. 그 수업이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IT로 학생 관리 문제를 해결해 보자. 결심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프로그램 개발

출처: 제로엑스플로우
원아워를 적용해 현재 운영중인 학원


2017년 제로엑스플로우를 설립하고 프로그램 개발에 들어갔다.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력과 자금이 가장 큰 문제였다. “어렵게 개발자를 구하고는, 학원 운영하면서 번 돈을 다 쏟아부었습니다. 그러고도 돈이 부족해 가족들에게 아쉬운 소리까지 했죠.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무모만 시도였습니다.”


운영하는 학원이 좋은 ‘테스트베드’가 돼줬다. “프로그램을 수업과 학생 관리에 적용하면서 계속 업그레이드했어요. 현장의 어려움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아쉬운 점이 발견되면 바로 프로그램 수정에 들어갔죠. 제품 개발 과정에 필요한 가설검증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됐던 겁니다. 제가 세운 가설이 그대로 적용되는 모습을 볼 때면 너무 재밌었어요. 이런 기능을 넣으니까 이게 해결된다. 또 이걸 하니 이 문제가 해결된다. 이런 식의 경험이 쌓여 간거죠.”

출처: 제로엑스플로우
원아워 서비스 화면


학생들의 의견도 적극 반영했다. “단어 시험을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니, 아이들이 교과서 문장도 원아워로 공부하게 해 달라고 요청하더군요. 이후엔 또 원어민 음성도 듣고 싶다고 해요. 그 요청을 듣고는 아마존의 TTS(음성합성시스템)와 STS(콘텐츠의 텍스트 자동 변환 시스템)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그래서 원아워는 ‘학생들과 함께 성장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교 수행평가에도 활용


-난이도 높은 기술이 적용됐는데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았나요?

“개발자와 의사소통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실제 그랬습니다. 한 번에 여러가지 과제를 무리하게 주지 않고, 순차적으로 던졌습니다. ‘오늘은 단어시험 모드에 이걸 적용해보죠’ 식으로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갔습니다.”

출처: 제로엑스플로우
원아워는 여러 학교에서 쓰이고 있다.


2018년 구글과 MIT의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원아워’를 정식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 학원 애들이 어느새 원아워에 완전히 적응해서 열심히 공부하더라고요. 50명 넘는 애들이 얌전히 공부에 집중하는 거죠. 이 정도면 다른 학원이나 학교 선생님들도 충분히 쓸 수 있겠다. 생각이 들더군요.”


제품 출시 후 온라인 카페 등에 홍보했더니 한 대치동 학원에서 연락이 왔다. 이를 시작으로 여러 학원과 학교가 원아워를 도입했다. 2020년 말 기준 학교 9곳, 학원 35곳이 원아워를 도입했고, 학생 사용자는 4389명에 이른다. 9곳 학교 가운데 인천공항고, 부산기계공고, 구미인동고는 수행평가에도 원아워를 활용하고 있다. 사교육 뿐 아니라 공교육에도 활용 범위가 넓은 것이다.


◇연이어 투자유치, 해외 진출도

출처: 제로엑스플로우
제로엑스플로우는 디캠프 디데이에서 우승했다.


여러 곳에서 기술력과 활용성을 인정받고 있다. 2019년 SNUSV 수퍼씨드 데모데이 1등, 서울대학교 기술지주회사 투자유치,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본사업 및 연계사업 선정 등에 성공했다. 2020년에는 교육부-중소기업벤처부의 에듀테크 멘토링 사업 비대면 바우처 공급기업에 선정됐고, 디캠프 10월 디데이(창업경진대회)에서 우승했다.


‘원아워’를 교사와 강사들의 ‘프랜차이징 서포팅 플랫폼’으로 키우는 게 목표다. “선생님들이 각자 가진 좋은 데이터가 많아요. 강의가 훌륭하신 분도 많고요. 그런데 그게 잘 공유되지 않아요. 선생님마다 본인 수업 준비를 위해 학습 코스를 만들고, 그걸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에요. 선생님들만의 유튜브랄까요. 학생들에게도 친숙한 UI를 구축해 다양한 강의콘텐츠를 볼 수 있고, 학습 모듈도 얻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키우겠습니다.”

출처: 제로엑스플로우
제로엑스플로우 임직원들


한류도 큰 기회가 되고 있다. “외국인의 한국어 학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영어권 사람들의 한국어 학습 모드를 개발 중인데요. 1차로 베트남인의 한국어 학습 모드를 최근 완성했습니다.”


-예비 창업자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요.

“준비할 때 재밌는 일을 하세요. 지치지 않고 버티려면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개발 기간이 1년 반에 달했는데요. 학생들 가르치며 개발까지 하느라 여간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재밌으니까 엄청나게 괴롭진 않더라고요. 재밌는 것,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해야 ‘데스밸리’를 무사히 지나갈 수 있습니다.”


/김윤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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