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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도 '어머?' 평범한 교사가 한국을 알린 기막힌 방법

조회수 2021. 1. 12. 13: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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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광 기념품 제작 스타트업
'수브랜드' 김경혜 대표


“북적이는 런던의 기념품 가게에서 관광객들이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는 것을 보고 ‘이건 굴뚝 없는 산업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영감을 주는 좋은 원천 중 하나가 여행이다. 여행지에서의 인상 깊은 식사가 요식업 창업으로 연결되고, 해외 우수한 물품을 국내화해서 들여오는 경우도 많다. 해외 여행 중 얻은 견문과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재미와 교육을 결합한 기념품 ‘팝업 서울’을 개발한 수브랜드의 김경혜 대표를 만났다.


◇628년 서울 역사 5면으로 압축

출처: 수브랜드
김경혜 대표와 팝업 서울


팝업 북(pop-up book)은 책장을 펼쳤을 때 책 속 그림이 입체적으로 튀어나오는 책이다. 입체 카드를 떠올리면 된다. 심미적 가치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어린이 교육에도 좋아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4년 전 설립된 수브랜드(souveland)는 팝업 북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수브랜드 회사명은 기념품(souvenir)과 땅(land)을 합친 것이다. 그 이름처럼 서울의 특성과 역사를 압축한 팝업 북을 만든다.


대표상품은 ‘팝업 서울’이다. 한국의 수도 서울을 5개 권역으로 나누어 주요 명소를 3D로 표현한 제품으로, 여행지의 사회ㆍ역사적 배경설명 뿐만 아니라 여행 팁까지 간결하게 담았다. 보다 많은 독자가 읽을 수 있도록 한국어, 영어, 중국어 세 언어로 제작했다. 하이서울 우수상품 어워드 인증을 받았다. 서울 성곽길 안내서 ‘함께가요 서울성곽길’과 6개의 역사 유적을 각 면에 할당해서 소개한 ‘5궁1묘 스토리큐브’도 만든다.

출처: 수브랜드
팝업 서울의 세종대왕면


관광 콘텐츠에 교육 요소를 결합된 수브랜드의 상품은 온라인몰(https://bit.ly/3s8fT9N) 등에 판매되면서 기념품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받고 있다. 각종 체험 프로그램에서 문화 교육 자료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베트남 하노이 빈컴 타임 시티(Vincom Time City)의 서울메이드 전용 쇼핑몰 같은 해외 무대에도 제품이 소개되고 있다.


◇한국 기념품 시장에 실망한 테솔 석사 영어 강사


아들 둘, 딸 하나를 둔 엄마이자 외국어 교육자다. 학부에서 독일어를 전공한 뒤, 미국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에서 TESOL(국제 영어교사 양성과정)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 취득 후 영어회화 전문강사로 서울의 초등학교에서 근무했습니다. 학원이나 학교 방과 후 수업, 특별활동 영어 강사로 일한 적도 있습니다. 덕분에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학생들과 교감하는 법을 압니다.”

출처: 본인 제공
김 대표에게 영감을 준 해외 관광 기념품들


유창한 외국어를 무기로 국경 너머 세상과 가까이 지냈다. “거의 매년 해외로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기록하는 차원에서 현지 기념품 가게를 꼭 들릅니다. 유럽이나 미국 같은 국가는 수도 홍보를 정말 잘 하더군요. 영국의 경우 왕실 가족의 사진도 관광 상품으로 제작합니다. 거창한 기술없이 문화적 자산을 잘 활용하는 것 만으로도 외화를 끌어들이는 게 매력적으로 보이더군요.”


상대적으로 한국의 기념품 시장은 초라해 보였다. “해외에 거주하는 친지나 지인의 선물을 사러 인사동이나 쇼핑센터에서 한국 향수를 느끼게 해 줄 기념품을 찾아봤는데, 발전된 형태의 아이템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메이드인 차이나, 메이드인 베트남 상품도 숱하게 있었습니다. 자개로 된 기념품은 예쁘고 질도 좋지만 너무 고가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이나 마른 나물을 선물로 주면서, ‘왜 이런걸 선물로 줘야하나’ 싶더라고요. 한국의 매력을 담으면서 국산이고, 가성비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서울시 공모전 금상으로 데뷔

출처: 수브랜드
5궁1묘와 서울성곽길을 펼친 모습


시장조사부터 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관광명소를 둘러보며 그 장소에 맞는 기념품이 어떤 것들이 있나 찾아봤습니다. 지역 농산물로 만든 식품 정도가 다였어요. 인삼, 김, 미역, 나물 같은 거죠. 그렇지 않으면 안마기, 등긁개, 아이들 장난감 같이 지역 특징과는 동떨어진 물품들이었습니다.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의 역사와 배흘림 기둥의 미학을 담은 상품, 울산 간절곶의 큰 우체통을 표현한 기념품 같은 게 없는 거죠. 그나마 종교 관련 용품을 파는 유명사찰 같은 곳이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설명이 취약했습니다.”


문제의식을 제대로 담는 데 ‘팝업 북’이 제격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하는 것이니까 품격이 있으면서도 관광객 입장에서 ‘득템의 기쁨’을 주는 데 주안점을 두기로 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든 내국인 관광객이든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를 조금이라도 전달해갸 겠다고 생각해 팝업 북 제작을 결심했죠. 영국에 가면 팝업 런던이 있는데요. 팝업 런던은 설명 부분이 너무 깁니다. 보다 직관적인 팝업북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출처: 더비비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2017년 5월 법인을 설립했다. “회사를 세우고 나니 서울시에서 ‘서울상징관광기념품 공모전’을 주최하더라고요. 같은 해 7월까지 제출이라 제작 기간이 넉넉하지 않았죠. 급히 팝업 디자이너를 섭외해 두 달 만에 시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그 해 9월, 조악한 시제품으로 금상을 거머쥐었어요.”


◇옛날 서울부터 아파트촌 서울까지


시작은 좋았지만 시제품을 완제품으로 다듬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인쇄 과정 중 표지에 검은 점이 붙은 것을 발견해서 3000장을 그냥 폐기처리 한 적이 있습니다. 말풍선 앞장과 뒷장의 글씨체가 달라 원하는 페이지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폐기 후 재인쇄 한 적도 있죠. 고객의 눈으로, 매의 눈으로 진행하다 보니 초기에 제작비용이 아주 많이 들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와 MD들의 피드백을 통해 제품을 완성했습니다.”

출처: 더비비드
서울의 아파트숲


-팝업 서울은 어떤 내용으로 구성됐나요?

“책은 총 5면으로 이뤄졌습니다. 1면은 경복궁과 북촌 한옥마을 일대를, 2면은 광화문 일대를 담고 있습니다. 3면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덕수궁과 시청 구간을 표현했고 4면은 서울의 상징인 남산타워와 이를 둘러싼 전쟁기념관, 이태원을 묘사했어요.


마지막 5면은 서울의 단면을 ‘한강의 기적’이라는 주제로 장식했어요. 고층 건물에 한국 전통 주거 문화인 온돌방을 적용한 ‘한국형 아파트’를 강조했어요. 이 나라 만의 대체불가능한 풍경이니까요. 각 면의 구석구석 상징물의 역사적 의미나 관광 포인트를 압축해서 기술했습니다.” 


◇주요 관광지 판매, 미국 방송 인터뷰

출처: 수브랜드
수브랜드가 받은 상장들


김 대표의 땀과 노력으로 탄생한 팝업 서울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무대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제품이 출시되자 서울시 관광마케팅과에서 외국 손님들에게 주겠다며 영어본 500부를 구매했습니다. 온라인몰(https://bit.ly/3s8fT9N)을 중심으로 판매하면서, 국립박물관 전시상품 입점 공모전에도 선정돼 현재 국립민속박물관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전시와 판매를 하고 있고요.


교보, 영풍 같은 시중 대형 서점과 공공기관의 기념품 가게인 전쟁기념관,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시민청 아이마켓유에도 입점했습니다. 남산 케이블카 승강장 갤러리 전시공모전에서도 입상해 전시를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출처: KBC시카고방송국 유튜브
해외 방송에서 팝업 서울을 소개하고 자신의 의견을 공유한 김 대표


해외 언론에 소개되면서 판매 영토를 넓혀가는 중이다. “2018년 여름에 시카고를 방문했을 때 섭외 요청을 받고 더 코리아 타임즈와 KBC시카고방송국에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미국 중서부 한국학교 교장선생님 앞에서 ‘이민 1.5, 2세대 대상 모국 교육의 필요성과 수브랜드의 활용성’에 관해 발표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2019년부터는 미국 아마존의 마켓 플레이스에 매대를 확보해 제품을 판매 중인데요. 미국 중서부 한국학교를 중심으로 주문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중서부 지역에서만 60권 이상 팔렸어요.” 


◇학생과 외국인 체험 프로그램에 활용

출처: 수브랜드
체험활동 후 기념 촬영한 모습


문화 관광 콘텐츠이면서 교육적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9년 공유숙박 서비스 에어비앤비를 통해 ‘팝업서울 만들고 여행하기’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참가자가 리뷰 평점 5점을 줬습니다. ‘성형 수술 잘하는 곳, KTX 시간’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요구하던 그들의 질문에 진땀 뺐던 기억이 납니다. 이 외에 중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초등학생 고학년을 대상으로 영어로 진행하는 체험 프로그램, 삼성 바이오로직스 외국인 직원들과 함께하는 비대면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팝업 서울을 접한 외국인과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한 외국인이 팝업 서울의 한 면을 참고해 그 관광 명소를 방문한 영상을 올렸어요. 관광 가이드 책자로 쓰는 거죠. 아이들은 무서운 몰입감을 보여줍니다. 보통 부모님들은 자녀가 10분 이상 책상에 앉아있질 않는다고 불평하잖아요? 그런데 90분 체험 프로그램 중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자리를 이탈하는 학생이 거의 없습니다. 저희 체험프로그램은 재미뿐만 아니라 배운 것에 대한 성취감을 안겨주거든요. 학생들이 자신이 만든 것을 들고 사진 촬영하는 모습을 보면 아주 예쁘고 뿌듯합니다.”


◇시각디자인 직접 공부, 한국 명화 퍼즐 개발

출처: 수브랜드
명동 매장에서 진행된 외국인 체험활동 현장(왼쪽)과 줌으로 진행했던 삼성바이로직스 외국인 직원 체험 행사


김 대표는 과거 제자와 자녀에게 투입했던 교육열을 이제는 자기 자신에게 쏟고 있다. 더 좋은 사업가가 되기 위해서다. “현재 한 사이버대학교의 시각디자인과 4학년으로 재학 중입니다. 팝업 북을 제작하면서 내가 갑질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디자이너에게 많은 요구를 했습니다. 디자이너들의 문법을 알면 빠르고 원활하게 의사소통 할 수 있을 것 같아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지난해에는 국내관광안내사 자격증도 땄습니다. 사업 관련 일이라면 배움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여행산업과 직결된 일인데,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운 시간을 보냈을 것 같습니다.

“속상했지만 바뀐 패러다임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습니다. 쿠팡, 옥션, 11번가, G마켓, 인터파크 티몬 등, 온라인 매장중심으로 판매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이 부담스러운 상황이 지속된다면,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집에서도 할 수 있도록 DIY자료의 일반 판매도 시작할 계획입니다. 교보문고의 핫트랙스 MD와 패키지에 관해 논의 중입니다.”

출처: 수브랜드
서점에서 진행된 체험 행사 현장(왼쪽)과 페이스북에 체험 후기를 남긴 외국인(오른쪽)


-앞으로 계획과 목표는요.

“당장은 상품군을 확대하려 합니다. 지금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한국 명화로 된 퍼즐 제작입니다. 클림트의 명작을 퍼즐로 보관하듯, 각 가정에서도 신윤복의 미인도 같은 명화를 감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궁극적으로는 ‘한국을 재방문 하고싶은 나라’로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한 번 가보면 되는 나라’라는 평가를 들은 적이 있어요. 무척 속상했죠. 올 때마다 새로운 나라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한국의 매력을 발굴하겠습니다. 고속 성장 같은 한국의 눈부신 성과에 주목해 국민에게 자부심을 안겨주는 제품도 많이 만들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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