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나온 청년의 뜻밖의 처지
심각한 고용 상황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새해 들어서도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경기가 좋다는 착각마저 들 지경이다. 하지만 자산 시장의 착시를 한꺼풀 벗겨내면 코로나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실물 경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일을 안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고 있다. 실태를 알아봤다.
◇‘쉬었음’ 청년 급증
일을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학업, 취업 준비, 공무원 시험 공부, 병역, 가사·육아, 투병, 수감 등 다양하다. 그런데 이런 이유도 없이 몸까지 멀쩡한데 집안일조차 돕지 않으면서 그냥 쉬는 사람이 정부 통계에서 ‘쉬었음’이라고 잡힌다. 말 그대로 진짜 백수인 사람들이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이런 ‘쉬었음’ 인구가 235만 명에 달했다. 이중 48만6000명이 대졸자로 집계됐다. 대졸 백수들을 연령대로 나눠 보면 20대 10만6000명, 30대 8만7000명이었다. 합하면 19만3000명.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는 20·30대 대졸자 중 19만3000명가량이 진성 백수로 있는 것이다.
아프지 않으면서 집안일 등 아무런 일을 하지 않으니, 하는 일이라곤 TV 시청, 게임 등이 전부다.
대졸 백수는 작년 크게 늘었다. 2019년 11월만 해도 13만7000명이었는데, 1년 사이에 40.4% 급증했다.
코로나 탓이 크다. 숙박·음식점, 예술·스포츠·여가, 교육서비스업 등 사회에 막 나온 청년들이 일을 하는 직장이 코로나의 큰 영향을 받았다. 일을 하다가도 코로나 사태로 운영이 어렵게 된 여행, 항공 등 관련 업종에서 비자발적 퇴직 후 다시 직장을 잡지 못한 사례도 많다.
명문대 출신도 이런 불황을 피할 수 없다. 각 대학 게시판마다 코로나가 물러나기까지 취업을 포기하고 지내겠다는 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백수 기간은 길어져서 좋을 게 없다. 일정 기간 경력을 쌓지 못하면서, 늦게나마 취업한다 해도 이미 취업한 사람들과 비교해 지속적인 임금 격차가 나는 것이다. KDI에 따르면 첫 일자리를 잡는 데 1년 늦어지면 10년 간 8% 정도 연봉 손실이 발생한다고 한다.
◇중장년층 생계형 창업 크게 늘어
취업난은 청년층만의 고민이 아니다. 조기 퇴직 당해 다른 일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생계형 창업에 내몰리는 중장년층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1월을 기준으로 1년 전과 비교해 새로 취업에 성공한 중장년(134만8000명)보다 새로 무직이 된 중장년(137만9000명)이 더 많았다. 2년 연속 무직 상태인 사람도 584만1000명(29.2%)에 달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중장년은 생계형 창업에 나섰다. 새로 가게를 차린 중장년은 49만3000명으로 나타났는데, 이 중 절반 이상(54.5%)이 창업 전 무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을 찾다가 실패해서 어쩔 수 없이 창업에 나선 것이다.
일자리가 있어도 고민이다. 일을 하는 중장년층 3명 중 1명(33%)은 소득이 1000만~3000만원에 불과했고 1000만원 미만도 27.4%였다.
결국 빚의 족쇄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 중장년층의 대출 잔액 중앙값은 4856만원(대출액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정확히 50%(딱 중간 등수)인 사람의 대출액)으로 1년 전에 비해 8.9% 급증했다.
중장년과 그 자녀가 세트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19세 이상 성인 자녀와 함께 사는 중장년 가구의 46.8%는 자녀가 백수인 것으로 나타됐다. 중장년 가장이 성인 자녀와 함께 사는 경우를 보면, 절반 정도는 자녀가 백수란 뜻이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돈의 힘으로 자산 시자 거품은 계속 커지고 있지만 실물 경제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며 “실물 경제 회복을 위한 면밀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유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