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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화대 출신 중국 영사관 직원 , 사표 내고 한국 돌아온 이유

조회수 2021. 1. 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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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산업 보고서 만들다 개발자 교육에 관심

영사관 그만두고 폴리텍대 입학, 금융 IT 개발자 취업 성공

중국어 전공 살려 중국 사업 파트 도전


코로나 사태로 실물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 어느 해보다 힘든 고용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어려움 속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취업난을 극복하고 있는 청년들을 통해 희망을 전하는 ’2030 취업 분투기'를 연재합니다.

출처: 본인 제공
박상현 씨

누구나 선망하는 대학을 나온 사람이 직업 교육을 받는다는 것.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조금이라도 남의 시선이 의식된다면 더욱 하기 어렵다. 중국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칭화대를 나와 주중 한국 영사관 취업까지 했다가 폴리텍대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은 뒤 IT개발자가 된 박상현(29) 씨를 만났다.


◇칭화대 나와 폴리텍 기술 교육


중국 칭화대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했다. 중국 광저우의 한국 영사관에 들어가 2년 간 리서치 업무를 담당했다. 중국의 정치, 사회, 경제 등 전반을 조사·분석하는 일이었다. IT 산업에 유난히 눈길이 갔다. “IT산업에 관련된 보고를 할 일이 계속 늘었어요. 그만큼 경제의 중심이란 얘기죠.”

출처: 본인 제공
박상현 씨


중국어 하나만 잘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초등학생들도 코딩 교육을 받는다는데, 무조건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일종의 위기의식이 느껴졌어요.”


일단 영사관을 그만두고 관련 업체에서 일할 기회를 노려 보기로 했다. 한국에 돌아와 몇몇 업체에 도전했다. 그런데 지원할 수 있는 분야가 해외 영업·마케팅 직무에 한정됐다. 결국 몇 군데 합격해지만 스스로 포기했다. “중국어 실력과 영사관 경력을 살리면 꽤 괜찮게 적응할 수 있는 직무였어요. 하지만 기술을 배울 수는 없는 일들이었죠.”

출처: 본인 제공
박상현 씨


고민하던 중 한국폴리텍대학 분당융합기술교육원(이하 분당융기원) 데이터융합SW과 모집 공고를 봤다. “공고를 보자 마자 ‘지금이다’ 확신이 들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배워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죠.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친구들도 ‘지금 배워놓으면 무조건 좋다’면서 적극 권했어요.”


-그래도 이전에 일군 것을 포기하는 건 쉽지 않은데요.

“이제 모든 일이 정보시스템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오는 신입사원 모집 공고의 70~80%는 IT 관련이죠. 다만 IT개발자 중에도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융합 시대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능력이 있는 비전공자의 가치가 분명히 있는 거죠. 다른 주전공과 융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존에 일군 걸 포기하는 게 아니고 오히려 살리는 선택인 거죠.”


◇코딩 과제 떨어지면 날밤 새는 노력

출처: 본인 제공
박상현 씨


분당융기원 데이터융합SW과에 들어가 10개월간 ‘하이테크 과정’을 수강했다. 4년제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신산업·신기술 분야 교육 훈련을 제공한 후 관련 분야 취업까지 연계하는 과정이다. 응용소프트웨어, 데이터베이스, 빅데이터 업계 전문들로 교수진이 구성됐다.


-어떤 공부를 했나요.

“실습 중심의 교육이었습니다. 강도가 꽤 높았습니다. 10개월 안에 걸음마부터 시작해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자가 돼야 하니까요. ‘기초-심화-특화’의 모듈식 교과과정을 묵묵히 따랐습니다. 교수님들은 답을 가르쳐 주시지 않았어요. 답을 도출해낼 수 있도록 유도해주실 뿐이었죠. 안 풀리는 게 있으면 열심히 구글링해서 답을 찾아내곤 했어요. 이 업계에선 우스갯소리로 ‘구글신이 돼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아무리 찾아보고 고민해도 안 나오면 교수님께 SOS를 요청하면서 공부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박상현 씨


-전반적인 학과 분위기는 어땠나요.

“동기의 90% 이상이 비전공자였어요. 그래서인지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의지가 전반적으로 매우 강했어요. 동기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과제가 떨어지면 완벽하게 구현하고 싶어서, 집에도 가지 않고 계속 코딩하기도 했어요. 다른 데 정신 팔지 않고 오로지 코딩에만 집중했습니다.”


기업 현장에서 쓰는 IT개발 장비를 활용해 프로젝트 과제를 수행하기도 했다. 과제 지도에는 학과 교수뿐 아니라 기업 관계자도 참여했다. “저 같은 경우엔 호텔 홈페이지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예약 현황과 일정 등을 관리할 수 있는 관리자 사이트를 만들었죠. 단기간에 실무 수행 능력과 현장 적응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금융 IT개발자로 취업 성공

출처: 본인 제공
박상현 씨


그렇게 10개월 공부하자 어디서든 바로 일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다. 졸업과 함께 금융 IT 기업 ‘뱅크웨어글로벌’ 입사에 성공했다. 금융회사들이 쓰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다. 2010년 설립돼 얼마되지 않았지만, 연평균 60%씩 성장하면서 작년 633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직원들에게 금융대기업 수준 연봉을 준다.


-취업 성공 비결이 있다면요.

“필기와 면접 과정에서 폴리텍 교수님들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배운대로 코딩 테스트에 응시했더니 좋은 성적을 받았죠. 예전 직장(영사관) 퇴사 이력을 네거티브(negative)하지 않게 잘 설명하라는 코칭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저 뿐 아니라 다른 동기도 거의 모두 취업에 성공해서 졸업생 취업률은 100%에 가깝습니다. 대부분 업계 이름난 기업에 들어갔죠.”

출처: 본인 제공
직장 동료들과 함께 한 박상현 씨

현재 뱅크웨어글로벌 금융사업2본부에서 일하고 있다. 각종 개발 외주를 받아 수행하는 부서다. 요즘은 ‘과학기술인공제회’ 의뢰로 운영 시스템 구축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신입이라 배우고 적응하는 단계인데요.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저희 회사에 중국 사업 파트도 있는데, 경력이 좀 쌓이면 그곳으로 가서 언어적 역량도 살려서 일해 보고 싶어요.”


-IT 분야 취업을 꿈꾸는 비전공자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하면 됩니다. 코딩이라는 게 컴퓨터 기술인지라 큰 장벽처럼 느껴지겠지만, 몇 개월만 투자하면 넘을 수 있어요. 또 코딩이 적성에 안 맞을까봐 고민들 많이 하시는데, IT 개발 내에도 다양한 길이 있습니다. 프로그램 개발 말고도 IT 기획, 기술영업 등 많은 세부 직무가 있죠. 코딩 배우다가 안 맞는다 싶으면 얼마든지 다른 분야로 틀 수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코딩이 적성에 안 맞아 고민하다가 기술영업직으로 취업해서, 만족하며 회사 다니는 친구가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백승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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