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법대 김앤장 변호사가 만든 '영양제', 미국이 놀랐다

조회수 2021. 1. 5. 10: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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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 정지원 대표 인터뷰


“한 사람의 100시간을 아껴주는 것 보다 1억명의 10초를 아껴주는 게 의미가 더 큽니다. 1000일 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임팩트를 주고 싶다는 꿈. 전도유망한 변호사가 로펌을 관두고 창업을 결심한 계기다. 남들이 안 될 거라고 말렸던 아이디어를 구현해 CES(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혁신상까지 받은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정지원 대표를 만났다.


◇개인별 맞춤형 영양제

출처: 알고케어
정지원 대표


알고케어는 개인맞춤형 영양관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구성원이 13명에 불과하지만 학벌만 놓고 보면 어벤저스 급이다. 서울대 법학과, 의학과, 기계공학과, 약학과, 카이스트 전산학과 출신이 모여 있다.


알고케어의 헬스케어 솔루션은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우선 이용자 스마트폰에 깔린 애플리케이션(앱)이 이용자의 평소 의료데이터, 문진데이터, 운동데이터, 생활데이터 등을 수집한다. 이 정보는 IoT를 통해 캡슐커피 머신을 닮은 기기에 자동으로 연동되고, 기기는 알고리즘에 따라 이용자의 건강상태에 필요한 영양성분의 종류와 함량을 도출한다. 이후 기기는 함량에 딱 맞는 영양제를 배합해서 자판기처럼 배출하고, 이용자는 그대로 복용만 하면 된다. 앱은 영양제 섭취에 따른 건강상태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한다.

출처: 알고케어
알고케어의 구성원들


“알고케어라는 사명은 ‘알고리즘에 기반한 관리’, 이용자의 상태를 ‘알고’ 케어해준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감기, 음주, 생리 같은 일상 데이터를 반영해서 매일 다른 배합의 영양제를 내놓고요. 일조량, 팬데믹 등의 외부환경까지 고려합니다.”


◇로펌 그만두고 창업


정지원 대표는 탄탄대로만 걸어온 엘리트 출신이다. 서울대 법대와 동대학 로스쿨을 나와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에서 4년간 변호사로 일했다. “변호사가 되면 진취적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정말 적성에 맞는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적성이란 게 존재하는건가 의심만 들었습니다.”

출처: 알고케어
개인맞춤형 영양관리 IoT 솔루션 기기와 건강관리 모니터링 화면


변호사로서 기업 의뢰를 받아 규제대응 업무를 맡으면서 창업에 호기심을 느꼈다. “규제의 변화에 따라 사업 기회가 생겼다가 사라지는 걸 매일같이 지켜봤습니다. 문제는 실행이었습니다. 아이디어 수준에서 방치되고 있는 기회가 있는가 하면, 그 기회를 잘 잡아 큰 사업가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국 무엇이든 실행하지 않으면 머릿 속 아이디어는 아무 것도 아닌게 되고, 어떻게든 실행을 해야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2018년 5월, 4년 다닌 로펌을 관두고 창업에 도전했다. “우선 핀테크 스타트업을 창업해 경험을 쌓았고요. 그 경험을 활용해 원하던 진짜 창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한계란 없다고 믿지만, 유일하게 한계가 있는 영역이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인데요. 이 두 가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하는 무언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아이템이 영양제다. “평소 헬스케어 산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5살 아이의 엄마이면서, 미래에 큰 영향력을 미칠 분야라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사람은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운동과 영양제 투여인데요. 운동 방식은 50년 전과 지금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많은 혁신과 발전이 이뤄진 거죠. 하지만 영양제를 먹는 방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50년 전과 지금이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다양한 영양제를 일일이 골라서, 잊지 않고 챙겨 먹어야 합니다. 무척 귀찮죠. 이 시장을 혁신하면 큰 임팩트를 줄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스타트업계 어벤저스 구성


‘영양제를 찾고 구매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여 이용자의 삶의 질을 높여줄 서비스’ 란 목표를 수립하고 알고케어를 설립했다. “큰 회사가 될 거라 확신했습니다. 인재 영입에 공을 들였죠. 인력이 10배 늘어나도 주저없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친구, 선후배, 스타트업 대표, VC 등 갖고 있던 인맥을 총동원해 우수한 인재를 소개받고, ‘뜻이 맞겠다’ 싶으면 끊임없이 찾아가서 설득했습니다. SNS나 검색을 통해 통찰력 있고 생각이 통하는 글을 쓴 분에게 콜드 메일로 채용 제안을 한 적도 있고요. 첫 연락부터 합류까지 3개월 걸린 팀원도 있습니다.”

출처: 알고케어
소셜벤처 데모데이 우승 당시 모습


드림팀을 꾸렸고 해결 과제도 설정했는데, ‘한 방의 솔루션’이 떠오르지 않았다. “스마트폰이 사람의 행동 양식을 바꿔 놓은 것 처럼, 전세계인의 영양제 복용 습관을 바꾸겠다는 목표를 만들긴 했는데요. 그 해결 방안이 떠오르지 않아 미친 듯이 고민했습니다. 밥 먹을 때도 그 고민만 했죠. 그러다 2개월 만에 현재 솔루션의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습니다. 그날 너무 들떠서 한 숨도 못 잤죠.”


◇4mm 미세제형 영양제로 함량 조절


남은 건 추진이었다. “산재한 데이터들로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는 구조를 짜고, 가전 제품을 만들어줄 제조사들과 미팅을 했어요. 조금이라도 도움될 것 같은 사람을 발견하면 지방이라도 즉시 달려가서 도움을 청했습니다. 창업한 이후로 하루도 쉰 날이 없습니다.”

출처: 알고케어
창업 초기 팀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


천신만고 노력 끝에 작년 10월과 12월에 1, 2차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 하나의 기기로 가족 전체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각자 앱을 깔면 기기가 구분해서 정보를 수집한 뒤, 구성원 별로 각자 다른 영양제를 만들어 준다. 한 명의 주부가 구성원 별로 다른 요리를 만들어 주는 것과 비슷하다. 얼마든지 여러 명의 건강 상태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


-맞춤형 영양제가 그렇게 꼭 필요한 것인가요?

“그럼요. 체중 100kg인 사람과 체중 50kg의 사람은 같은 성분이라도 먹는 양이 달라야 합니다. 사람마다 비타민 흡수율도 다르죠. 저희 알고리즘은 개인의 체표면적, 식습관, 생활습관, 보유 질환, 만성질환 위험도 등에 따라 개인별로 필요한 영양성분의 종류 뿐 아니라 함량까지 정밀하게 도출해 줍니다. 이를 위해 의학, 약학을 전공한 연구진들이 수천편의 논문을 분석했고 이성주 축구 국가대표팀 주치의를 비롯한 50인 이상의 현직 의약사의 자문도 거쳤습니다. 모발, 소변, 유전자 검사 등 기능검사도 도입할 계획이고요. 최고 수준의 알고리즘이라 자부합니다.”

출처: 알고케어
알고케어의 카트리지형 영양제. 이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직경 4mm의 미세제형 영양제를 개발했다.


-함량 조절은 어떻게 하죠?

“구슬 아이스크림 모양의 직경 4mm의 미세제형 영양제를 직접 개발했습니다. 몸상태에 따라 각 영양제의 함량 개수가 달라집니다. 이 영양제를 만들어줄 곳을 찾느라 애 먹었습니다. 영양제 회사만 수 십 군데 만났고, 못 하겠다고 퇴짜 맞으면 왜 안 되냐고 끈질기게 물었어요.”


◇‘CES 2021’ 혁신상 수상, 영양제의 아이폰 될 것


올해 7월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막 첫 돌을 넘긴 기업이고 아직 완제품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무서운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디캠프 디데이 우승, 서울시 스테이지유레카 우수기업 선정, 글로벌 진출 기술융합 소셜벤처 데모데이 우승, 신용보증기금 ‘네스트’와 ‘퍼스트펭귄’ 선정 등 각종 대회에서 수상하며 성장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출처: 알고케어
알고케어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1에서 헬스 및 웰니스(Health & Wellness) 분야 혁신상을 받았다.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헬스 및 웰니스(Health & Wellness) 분야 혁신상을 받은 것. “사업 초기부터 계획한 목표를 하나 하나 이뤄가고 있어 다행입니다. 지원과 성과를 디딤돌 삼아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법조인 타이틀을 내려놓은 걸 후회한 적은 없나요.

“이제 ‘적성이란 게 있는 걸까’ 따위 의심은 하지 않습니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니 너무 재미있습니다. 새로운 걸 만들고, 제가 내린 결정에 따라 그림이 달라지는 과정이 무척 즐거워요.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오히려 ‘이러다 평생 이 일만 해야 하나. 다른 재미있는 것은 못 해보는 건 아닐지’ 걱정입니다.”

출처: 알고케어
소셜벤처 데모데이(왼쪽), 디캠프 디데이(오른쪽) 우승 당시의 모습.


-언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나요.

“처음 IoT 헬스케어 솔루션을 제안했을 때 말리는 사람이 많았어요. ‘미국애들이 얼마나 빠른데, 안되니까 지금까지 안했을 것’이란 소리까지 들었죠. 그런데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냈어요. 그 프로토타입으로 미국의 인정도 받았습니다. 다들 안 된다고 하는 것을 되는 것으로 바꾸었고 머리로만 구상했던 것을 실현시키니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쁩니다.”


-앞으로 목표와 계획은요.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에게 큰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기 때문에 제품 잘 만드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측면에선 기기를 분양 아파트의 옵션 중 하나에 포함하는 방안을 몇몇 건설사와 논의 중입니다. 한 업체와는 조만간 MOU를 쳬결하기로 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큰 임팩트를 주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현재의 영양제 산업은 제조와 판매 중심인데, 저희가 이 시장을 ICT가 융합된 서비스업으로 혁신하고 싶습니다. 매일매일 상호작용을 통해 건강상태를 관리함으로써, 영양제 섭취 습관을 바꾸고 이용자의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줄 수 있는 서비스가 꼭 되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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