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도 마다한 '성균관대 발명왕'이 지켜낸 기술

조회수 2021. 1. 5. 15: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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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톡톡 두드리면 나오는 두피 영양액

1억원에 팔지 않으면 ‘베끼겠다’ 위협 딛고 사업화

5만개 판매 돌파, 아모레퍼시픽 납품 성공하고 장관상도 받아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과 사업화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드림인’ 전정호 대표는 발명 제품을 사업화하는 데 당장 자신이 없어서 기술만 팔았다가, 통째로 빼앗길 뻔 했다. 어떻게 사업화에 성공했는지, 직접 만나 창업 스토리를 들었다.


◇발명광의 인생을 건 도전

출처: 드림인
전정호 대표


드림인은 두피관리 제품 ‘에브리톡톡’을 만든다. 두피에 뿌리는 모발영양제를 쓰는 사람이 많은데, 스프레이로 뿌린 후 문질러야 내용물이 두피로 흡수돼 번거롭다. 에브리톡톡은 실리콘 재질의 용기를 머리에 대고 톡톡 두드리면, 자동으로 마사지도 되면서 용액이 나와 간편하다. 온라인몰 등에서 5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제품을 개발한 전정호 대표는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를 나왔다. 졸업 후 취업했는데, 재미가 없었다. “어려서부터 손으로 무언가 만들기 좋아하는 발명광이었어요. 회사 다니면서도 머릿속은 나만의 아이템을 만들어서 사업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죠.”

출처: 드림인
머리에 에브리톡톡을 두드리는 모습


틈틈이 발명을 하고 특허 출원까지 하다가,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자전거, 킥보드, 마사지 기계 등 개발한 제품으로 창업에 도전했다. “제품들이 꽤 특이해서 투자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시제품 단계에서 모두 시장성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결국 창업 전 개발한 제품은 모두 사업화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친구 말 듣고, 두드리면 나오는 두피 영양액 개발


재기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눈에 들어온 게 탈모 관리 제품이다. “탈모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우연히 스프레이 방식의 두피 영양제가 불편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결국 귀찮아서 사용을 중단하는 사람이 많다더군요. 이거다 싶었죠.”

출처: 드림인
외국 바이어와 함께 한 전정호 대표


고민하다 개발한 게 에브리톡톡이다. 세 차례에 걸쳐 용기를 다시 설계했고, 그때마다 특허도 재출원하느라 개발 시작 후 세상에 내놓기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


용액이 나오는 구멍을 부드러운 실리콘 솔 재질로 만들었다. 두피 손상 없이 마사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구멍을 ‘십자 노즐’ 구조로 만들어 용액이 막힘없이 강하고 넓게 도포되도록 했다. 용액은 모공으로 들어가 모근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체크 밸브를 달아 두드릴 때만 용액이 나오도록 했습니다. 갖고 다닐 수 있죠. 사용시간은 30초면 충분합니다.”


◇1억에 기술 넘기라는 위협


그런데 막상 제품이 나오고 보니, 어떻게 팔아야 하나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용기 제작 기술을 한 회사에 제공하고 특허비를 받기로 했다. 1년 동안 받은 특허비만 8700만원에 달했다.

출처: 드림인
에브리톡톡 제품(왼쪽)과 실리콘 재질의 분사기


‘제품 개발한 보람이 있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해당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용기 제조 기술 파악이 끝났다면서, 특허를 팔지 않으면 똑같이 따라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회사는 특허 판매 대금으로 1억원을 제시했다.


전 대표는 거절했다. “그 정도 돈에 넘길 기술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그 회사가 모조품을 만들었는데, 제 기술을 완전히 베끼지는 못했어요. 필요로 하는 성능이 나지 않았죠. 결국 기술을 지킨 셈이 됐습니다.”


두피 영양제 용액을 확보해 직접 사업화하기로 했다. “기술만 팔다가는 남 뒤치다꺼리만 하다가 끝나겠다 싶더라고요.”

출처: 드림인
전정호 대표


가장 기술력 좋은 회사를 찾아 용액 공급 계약을 맺고 판매를 시작했다. “초반에는 좌충우돌이었습니다. 기계만 만져왔던 터라 마케팅에 문외한이었거든요. ‘포털 사이트 노출이 잘 되게 해주겠다’는 광고업자 제안을 덜컥 받았다가, 효과는 없고 한 달 1000만원씩 까먹었던 시행착오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지상파 방송을 탔다. “곧 매출이 나기 시작하더군요. 이후 다양한 마케팅 방법도 조금씩 알게 됐고요. 그렇게 판매 시작 후 1년 반 정도 지나서 안정화뒤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드림인
바이어와 한께 한 전정호 대표(왼쪽)와 박람회 설치 부스


온라인몰에는 모근이 건강해지고 비듬, 각질, 피지 등이 줄어든다는 소비자 후기가 많다. “두피 관련 제품은 최소 3개월 이상 써야 효과가 나타나요. 사용방법이 덜 귀찮으니 꾸준히 쓰게 된다고들 말씀하세요. 간편해서 사무실이나 차에 두고 쓴다는 후기도 많더군요.”


곳곳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8년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에서 동상을 받았고, 2019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을 받았다. 최근 중국 수출을 시작했고, 미국과 일본에 특허를 내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B2B 납품도 한다. 아모레퍼시픽의 헤어브랜드인 ‘려’에 용기를 납품하고 있다.

출처: 드림인
각종 상을 받은 전정호 대표


◇샴푸 등으로 제품군 확대


상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최근 ‘에브리톡톡 태핑샴푸’를 온라인몰에 출시했다. 샴푸도 두피에 톡톡 두드려 바르는 방식이다. 두드리는 과정에서 저절로 거품이 난다. 각질과 기름기 제거에 효과적이다.


분말 형태 샴푸도 개발했다. 방부제가 들지 않은 천연샴푸다. 서해에서 나는 왕소금을 그대로 갈아넣었다. 소금 성분이 피부와 두피 트러블을 개선한다. “샴푸 외에 얼굴 클렌징과 바디워시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올인원(all-in-one)’ 제품이에요. 소금을 넣었는데도 다양한 구성 실험을 통해 사용감이 좋도록 했죠. 믹스커피 같은 스틱 봉지 형태로도 온라인몰에 출시해 여행이나 출장갈 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출처: 드림인
태핑샴푸(왼쪽)와 분말 샴푸


-앞으로 계획은요.

“발명하고 개발하는 걸 원체 좋아해서, 앞으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도할 생각이에요. 요즘은 톡톡 두드리면 나오는 근육통 완화 크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개발을 해서, 꼭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습니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이 있다면요.

“독자적인 제품이나 스킬 없이 시작한 분들은 얼마 못가 사업을 접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만의 기술, 나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해요. 차별화를 고민하지 않고 비슷하게 따라가면, 1년 정도는 버틸지 몰라도 오래 가지 못해요. 꼭 나만의 것을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백승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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