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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맨이 TV홈쇼핑 제왕되기 위해 자존심 버리고 한 일

조회수 2020. 12. 21. 19: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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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왕 꿈꾸던 소년, 삼성 그만두고 창업

지인 소개 받은 원단으로 뜯어 쓰는 일회용 수세미 개발

연매출 100억원 기업 도전


클릭 몇 번이면 손쉽게 외국 제품을 살 수 있는 세상이다. 기술 발전은 국가 간 문턱을 낮추고, 소비자 선택 폭을 크게 넓혔다. 그만큼 제조업체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바다 건너 경쟁자들과도 싸워야 한다. 무역왕을 꿈꾸는 선주의 임창순 대표를 만나 사업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 선주
선주의 임창순 대표
일회용 롤수세미
130만개 판매 넘어

2014년 설립된 선주는 다양한 생활용품을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등에 수출하는 회사다. 수출품 중에는 직접 개발한 제품도 20종을 넘는다. 거꾸로 외국 제품을 국내 수입해 공급하는 일도 한다. 이탈리아 주방 브랜드 PEDRINI, 독일의 PICARD&WIELPUT 등의 브랜드와 독점 수입 계약을 체결해 관련 제품을 국내 수입하고 있다.


선주의 대표상품은 ‘일회용 항균 롤수세미’다. 한 롤당 60매씩 수세미가 연결돼 있다. 휴지처럼 한 장씩 뜯어 사용하다가 더러워지면 버리면 된다. 낯설지만 편한 생활용품의 등장에 소비자는 열광했다. TV홈쇼핑에서 5회 연속 매진을 기록했고, 일본 수출까지 성공했다. 온라인몰(http://bit.ly/2WLqHMV) 등에서 130만개 판매를 넘어섰다.

출처: 선주
휴지처럼 뜯어 쓸 수 있는 일회용 항균 수세미


◇삼성 퇴사하고 창업


어릴 적부터 ‘무역왕’을 꿈꿨다. “배우 나한일씨가 출연한 드라마 '훠어이 훠어이'를 보면서 수출 비즈니스에 대한 꿈을 키웠습니다.”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 상사를 거쳐 삼성 SDI에 들어갔다. 배터리를 미주에 수출하는 일을 맡았다. 직장생활 7년 후 이제 내 일을 해야 겠다는 생각에 회사를 나왔다.


지인들과 공동 창업을 했다. “피부관리실, 네일샵, 미용실 등을 대상으로 화장품을 공급하는 회사를 운영했어요. 7년 간 운영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온갖 박람회를 다니며 경영 감각을 키우고, 코파운더들과 시너지를 내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경력이 쌓이면서 리테일 시장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서기를 결심하고, 2014년 선주의 전신 격인 칼로스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독립하고 첫 사업 아이템은 중고 휴대폰이었어요.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섰습니다.”

지인에게서 소개 받은
원단으로 수세미 개발
출처: 선주
화상 수출 상담회를 진행 중인 임 대표


지인에게서 ‘멜트 블로운’이란 원단을 소개받았다. 활용성이 좋아 보여 어떤 제품에 접목할지 직원들과 궁리했다. 생활 속 고충에서 힌트를 얻었다. “싱크대 한 켠에 널브러진 더러운 수세미의 모습에 영감이 떠올랐습니다. 수세미는 화장실 변기보다 세균이 많다고 하더군요. 입에 닿는 식기를 씻는 도구인데 말이죠.”


멜트 블로운은 폴리프로필렌 100%로 구성돼 항균력이 뛰어난 소재다. 수술포와 아기 젖병을 만들 때 쓰인다. 이 원단으로 롤휴지처럼 뜯어 쓰는 수세미를 만들면 위생과 편리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선주
수출 상담회에서 호주 바이어(왼쪽)와 함께한 모습. 오른쪽 사진은 홍콩 메가쇼 참가 기념 사진.


6개월 동안 공들여 만들어 항균력 테스트까지 마쳤다. 와이즈와이프의 ‘일회용 롤수세미’ 이름으로 판매를 시작하자,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제품을 들고 부지런히 각종 박람회를 누볐습니다. 관람객에게 한장씩 뜯어주며 열심히 홍보했죠. 그러다 박람회에서 홈쇼핑 벤더를 만나 2016년 공영 홈쇼핑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온라인몰(http://bit.ly/2WLqHMV)에서 6개월만에 100만개 판매 신화를 기록했죠.”


제품 우수성을 인정받아 하이서울 HIT브랜드에 선정되고, 수출까지 성공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수출상담회에서 일본 수입 업체를 만나 일본에 진출했습니다. 제품 세정력이 좋아 일본에선 설거지뿐 아니라 청소 용도로도 활용된다고 하더군요.”

유사 제품 나오자 방향 재설정
출처: 선주
롤 수세미는 홈쇼핑 완판 신화를 기록했다.


롤수세미가 히트를 치자 시장에 곧 유사 제품이 쏟아졌다.


-불쾌했겠습니다.

“아뇨. 우리 제품이 고객의 숨은 니즈를 이끌어낸 덕에 경쟁제품이 대거 등장한 거라 생각합니다. 제품 출시 후 멜트 블로운을 만드는 소재 업체로부터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경쟁자가 늘어난 만큼 그 업체의 일감이 크게 늘었기 때문인데요. 결과적으로 선순환 효과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하나의 제품군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보람을 느꼈습니다.”

출처: 선주
2018년 홍콩 메가쇼, 2019년 시카고 전시회 참가 사진


하지만 사업은 명분이 전부가 아니다. 방향 전환이 필요했다 “크게 성공한 하나의 제품에 회사의 운명을 걸어선 안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히트 제품을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을 계속해서 내놓는 회사로 방향을 재설정했습니다.”


수세미와 유사한 콘셉트로 '빨아쓰는' 일회용 행주를 온라인몰(http://bit.ly/2Wxrdh9)에 내놨다. 이어 원통형의 칼 샤프너를 출시해 10만개 판매를 넘어섰고, 주방, 생활잡화 전용 브랜드 ‘와이즈와이프’(Wisewipe)를 출시했다. 휴대용 가습기나 무드등 같은 작고 편리한 기기 브랜드 ‘포나’(Fonah)를 내놓고, 욕실 화장품 전문 브랜드 ‘바스힐’(Batheal)도 출시했다. “카테고리별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출처: 선주
선주가 제조한 바스힐의 바디솝 티슈(왼쪽)와 와이즈 와이프의 칼 샤프너(오른쪽).


-신상품을 계속 내놓는 비결을 알려 주세요.

“온라인 채널, 잡지, TV 등을 섭렵하며 신상품을 고민합니다. 팀원들끼리 아이디어 회의도 주기적으로 하고요. 가장 훌륭한 비즈니스 플랫폼은 박람회입니다. 다른 회사의 전시품을 벤치마킹하거나 직접 소싱할 수 있는 좋은 기회죠. 대륙 별로 웬만한 전시회는 다 가봤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해외에 나가지 못해서, 국내 전시회에 최대한 많이 참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출은 나라별 수요에 맞춰 접근하고 있다. “일본엔 롤 수세미,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미국은 손 소독 티슈와 손 소독제, 대만은 올인원 샤워티슈, 홍콩은 일회용 바디워시와 샤워기를 수출하는 식입니다. 수출국을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출처: 선주
임 대표는 독서를 통해 위안과 지혜를 얻는다.
제조 기반까지 확장 계획


-사업하면서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면요.

“사람이 제일 어렵습니다. 수많은 사람과 관계하면서 소송, 악의적인 비방 등 수난을 많이 겪었어요. 파트너에게서 크게 뒤통수 맞은 경험도 있고요. 법정으로 끌고가지는 않았지만, 그런 일들을 겪으며 다양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업이란 게 결국 사람이 사람을 위해서 하는 일인데, 사람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구나’ 같은 생각이요. 사업은 어떻게 보면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요. 그만큼 인간관계가 중요하고 또 가장 어렵습니다.”


-앞으로 계획은요.

“사업을 넓게 시작했는데요. 앞으로 좁히는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노하우를 쌓다 보면 하나의 상품군을 깊게 팔 역량이 확보되지 않을까요. 장기적으로 화장품 분야에 힘을 싣고 싶습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나 중국산 제품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한국이 계속 우위를 점해 갈 것으로 예상되는 영역이 화장품이거든요. 화장품 브랜드 기반을 잘 다져서 야무진 기업으로 성장하겠습니다.”

출처: 선주
롤 수세미의 한국, 일본 디자인 등록증


-기업의 비전은요.

“단기적으로는 연매출 100억원 달성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유통망을 더 확장할 구상입니다. 현재는 온라인 채널 중심으로 제품을 유통하고 있는데 마트, 드럭스토어, 다이소, 편의점 등 오프라인 진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 편의점과 입점 상담도 진행했습니다.” 


“보다 장기적인 목표는 제조기반(공장)을 보유하는 것입니다. 기획부터 생산, 디자인, 마케팅, 영업을 거쳐 수출까지, 모든 단계를 온전히 다 해보고 싶습니다. 의류산업으로 따지자면 SPA 브랜드처럼 자체 공급·생산망을 보유하는 거죠. 최선을 다해 준비한 제품과 서비스로 국내외 소비자의 삶의 질을 높이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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