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영국에서 사업 성공, 굳이 강남에 돌아온 이유

조회수 2020. 11. 23. 19: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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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캐나다 이민, 한국 돌아와 창업

혁신적 기술 도입해 의료기기로 상용화하는 사업

英 보건서비스와 계약, 가능성 있는 기술 선별


혁신적인 의료 기술이 개발된다고 해서 모두가 세상의 빛을 보는 것이 아니다. 각종 규제와 비용 등의 문제 때문에 상용화되지 않는 기술이 더 많다. 그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은 새로운 상용화 아이디어에서 나온다. 이미 개발된 의료 기술을 인수해서 상품화하는 사업 모델이 등장했다. 의료 스타트업 ‘디씨메디컬’의 최다브리엘(40) 대표를 만났다.

출처: 디씨메디컬
최다브리엘 대표


◇조산진단키트, 장기이송보존액 등 개발


2018년 8월 창업한 디씨메디컬은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헬스테크 회사다. 해외 특허 기술을 이전받아, 상업화 작업을 진행해 새 의료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영국 NHS(국가 보건 서비스)에 등록된 1만4000여개 의료 기술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는 계약을 갖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 통할 수 있겠다고 판단되는 기술을 선별한 후, 협의를 통해 이전 받아서 새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완성 단계에 있거나 시장에서 즉시 반응할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한다. 최 대표는 “우리는 스타트업이라 당장 수익성보다 기존 시장의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며 “의료진이 필요하다가 판단해 개발한 기술은 언젠가 시장의 호응을 반드시 받을 거라 판단했다”고 했다.

출처: 디씨메디컬
최다브리엘 대표


이 같은 방식으로 디씨메디컬은 ‘조산 진단 키트’ ‘생체 이식 적합 메쉬’ ‘장기 이송 보존액’ 등을 상용화했다. “조산은 제때 진단만 받아도 예방할 수 있는데요. 가난한 나라의 산모들은 병원에 제대로 가지 못해서 제때 진단받기 어렵습니다. 저희가 만든 조산 진단 키트는 간편하게 자궁벽의 상태를 분석해서 조산 가능성을 예측해줍니다. 개발도상국과 후진국 아기들의 생명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스타트업 입장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공급까지 하는 것은 어렵다. “의료기기 개발의 초기 단계를 우리가 맡고요. 일정 수준의 개발에 도달하면 대형 의료기기 회사에 권리를 넘겨 수익을 얻는 구조입니다. 의료기기 유통은 대형 업체가 아니면 하기 어렵거든요. 우리가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개발에 성공하면, 대기업이 실패 위험이 제거된 연구개발을 인수해서 유통하는 생태계입니다.”


◇세 살 이민, 17세부터 사업 시작

출처: 디씨메디컬
최다브리엘 대표(왼쪽)와 공동 창업자 크리스 윈터 씨


최 대표는 외국에서 오래 자랐다. 세 살 때 부모님을 따라 캐나다에 이민을 갔고, 스무살이 넘어선 영국으로 건너가 식당을 운영하고, 무역 일도 했다. 대학에선 산업디자인과 구매심리학을 전공했다. “17세 때 혼자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영어가 서툰 한인 이민자를 상대로 차와 집 구매를 도와준 게 처음이었죠. 그 뒤로 한식과 일식 퓨전 식당을 운영하면서 제법 큰 돈을 벌었습니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생활용품과 화장품 등을 수입해 영국에 파는 무역 일도 했습니다.”


세계한인벤처인모임(International Network of Entrepreneurs) 영국 지부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만난 인연으로 한국 의료기기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 “캐나다와 영국에 오래 살았지만 계속 이방인 취급만 받았어요. 그럴 때마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확고해졌죠. 그래서 더욱 한국에서 사업을 해야겠단 결심이 선 것 같습니다.”

출처: 디씨메디컬
영국 시절 최다브리엘 대표


1억원의 자본금으로 서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30년 넘는 경력의 유럽 VC(벤처캐피털) 투자자를 코파운더로 만난 게 힘이 됐다. "M&A 13건, IPO 2건 등을 진행하는 등 업계 최정상에 계신 분입니다. 창업에 동참한다고 했을 때 믿기 어려웠습니다. 영국 NHS 연결 등, 많은 부분을 맡아 주고 계십니다. 제 가능성만 믿고 함께 해주셔서 무척 감사합니다.”


-영국 NHS의 의료 기술을 가져다 쓰려면 비용이 많이 들지 않나요?

“대다수 의료기기 회사는 돈을 주고 기술을 구매해서 상용화하는데요. 저희는 선지급하지 않고 개발해서 성공할 경우에만 이익을 나누는 방식의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 덕에 기술을 구현하는 데 실패하더라도 금전적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한국 대표하는 글로벌 헬스테크 회사 꿈

출처: 디씨메디컬
최다브리엘 대표


곳곳에서 사업 모델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두바이 국부 펀드가 운영하는 Dubai Future Accelerator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두바이 보건부와 협력할 기회를 얻어, 임상 시험 진행 등에 합의했다.


또 서울 강남구 청년창업지원센터에서 창업지원프로그램과 무상 사무실 지원을 받고 있다. “어릴 때 이민가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참 고마운 기회를 주셨습니다.”


외국 경험에서 오는 장점이 크다. “바이오와 의료 시장은 해외 시장을 공략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저는 유럽과 북미 사정을 상대적으로 잘 아는 편입니다. 다른 한국 창업자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는 거죠. 해외 진출에서 승부를 볼 예정입니다.”


-기업가로서 목표가 있다면요.

“디씨메디컬을 사회 초년생들이 다니고 싶은 회사로 키우고 싶습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장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한다는 자부심을 주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한국도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의료기기 회사가 나와야 하는데, 그게 우리 디씨메디컬이면 좋겠습니다.”


/김승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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